하트 오브 미들로디언, 감옥에서 축구팀까지
최광희 박사
에든버러 로열 마일의 돌길 바닥에는 중요한 의미를 간직한 다양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다. 그중에는 하트 모양의 모자이크도 있는데 이름하여 ‘하트 오브 미들로디언’(Heart of Midlothian)이다. 이 표식은 에든버러의 어두운 과거를 품고 있으며, 언약도들을 기억나게 하는 장소이며, 오늘날에는 도시의 문화를 상징하는 독특한 표지로 자리매김했다.
‘하트 오브 미들로디언’(Heart of Midlothian)에서 Midlothian은 우리말로 중부 로디언이라는 뜻이다. 로디언(lothian)은 스코틀랜드 동부를 지칭하는 옛 이름인데 동부(East lothian)와 서부(West lothian), 중부(Midlothian)로 나뉘어 있었다. 그리고 에든버러는 중부 로디언의 중심 도시이며 행정 수도였다.
‘하트 오브 미들로디언’은 여기가 과거 악명 높은 올드 톨부스(Old Tolbooth) 감옥이 있었던 자리임을 표시한다. 톨부스 감옥은 15세기부터 1817년 철거되기까지 약 400년 동안 에든버러 행정의 중심지였고, 동시에 음울한 감옥과 처형장이었다. 그 안에는 일반 범죄자와 정치범, 그리고 믿음을 지킨 신자들까지 수감되었다. 톨부스의 비위생적이고 잔혹한 환경은 많은 이들에게 공포와 절망의 장소였다. 고문과 처형이 수없이 이루어졌고 교수형을 당한 자들의 시신은 감옥 문 앞에 걸려 본보기로 삼아지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톨부스 감옥의 문은 사람들에게 혐오와 경멸의 대상이었다. 감옥이 철거된 후, 그 자리에는 지금과 같은 하트 모양의 돌 문양이 새겨졌는데 에든버러 시민들은 그 위에 침을 뱉으며 과거의 폭정과 잔혹함에 거부감을 표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자, 저항과 멸시의 침 뱉기는 이 하트에 침을 뱉으면 행운이 온다거나, 다시 에든버러를 찾을 수 있다는 미신으로 바뀌었다. 처음에 폭정에 대한 저항에서 출발한 행위가 일종의 문화로 변모한 것이다.
한편, 하트 오브 미들로디언은 스코틀랜드의 위대한 작가 월터 스콧 경(Sir Walter Scott)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 『미들로디언의 심장』(The Heart of Midlothian)은 톨부스 감옥을 배경으로 한 정의와 양심의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이 하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하트의 이름이 에든버러를 대표하는 축구팀 이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줄여서 ‘하츠(Hearts)’라 불리는 ‘하트 오브 미들로디언 FC’는 1874년 창단되었는데 팀의 엠블럼이 이 하트 모양을 본떠 만들었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하츠 선수 16명이 집단으로 자원입대했고, 그중 7명이 전사했는데 이는 ‘충성과 희생’의 전통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하트 오브 미들로디언에 관해 이야기할 때는 언약도들(Covenanters)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톨부스 감옥은 단순 범죄자뿐 아니라 신앙과 양심을 지킨 자들을 가두었던 장소였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 언약도들은 국가와 왕권의 압제 아래서도 성경적 신앙을 지키려다 이 감옥에 갇혀 고문당하고 처형대에 서기도 하였다. 톨부스 감옥에 머리와 손이 내 걸린 사람 가운데는 특히 리처드 캐머런(Richard Cameron, 1680)와 도널드 카길(Donald Cargill, 1681)이 있다. 그들의 희생은 오늘날 스코틀랜드와 전 세계 장로교 전통의 중요한 뿌리가 되었다. 신앙의 자유와 정의를 향한 그들의 투쟁은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로 남아 있다.
하트 오브 미들로디언을 통해 우리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다. 한때 고통과 억압의 상징이었던 자리가 오늘날에는 문화와 공동체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이는 역사를 치유하고 재해석하는 사람들의 힘을 보여준다. 증오의 행위였던 침 뱉기가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으로(비록 미신이지만) 변한 것처럼, 과거의 상처는 새로운 의미 속에서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되었다.
우리는 톨부스 감옥의 어두운 그림자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자유와 정의, 신앙과 양심을 지키려다 감옥에 갇히고 생명을 바친 언약도들의 희생을 기억할 때, 우리는 신앙의 자유와 양심의 권리가 결코 당연히 주어진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는 값없이 얻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피와 눈물 위에 세워진 선물이다.
로열 마일의 길바닥에 새겨진 작은 하트 하나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에게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살아 있는 증언이다. 우리는 이 하트를 바라보며,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고 오늘의 신앙과 정의를 굳건히 지켜내야 할 사명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