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예뜰마당
 
 
 
카페 게시글
사제/수도자 스크랩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착좌미사- 염수정 대주교 강론
솔향기 추천 0 조회 10 12.07.06 23:4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 착좌미사
(2012년 6월 25일, 명동대성당)

염수정 대주교 강론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 (묵시 22,20)
-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하며 -



오늘 우리를 불러 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우선 이 자리를 빌어서 저의 임명 발표 후 저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주시는 교회 공동체의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여러분들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그리스도 안에 한 몸, 한 가족이라는 깊은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오늘 이 미사 중에 우리나라와 한국 교회 그리고 서울 대교구를 위해, 자랑스러운 한국 순교성인들의 전구를 청하며 한국교회의 주보이신 성모 마리아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저희 한국교회를 위해 항상 기도해주시고 큰 배려를 해주시는 교황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함께하시는 사랑하올 전국의 주교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국내외 각계각층의 내빈 여러분, 각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 그리고 성직자·수도자 여러분, 평신도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인 오늘, 6월 25일에 착좌식 일정을 정하여 주시고, 서울대교구장 자리에 인도하여 주시는 정진석 추기경님과 오스발도 파딜라 주한 교황 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서울 대교구 제14대 교구장이라는 이 엄청난 직책은 부족한 저에게 너무 무겁고 송구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저는 다만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고 하신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만을 믿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교구장 임명소식을 들었을 때 먼저 신약성경 요한복음 9장의 “태생 소경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소경으로 태어난 것은, 그 사람이 자기 죄 탓도 아니고 부모의 죄 탓도 아닙니다. 다만 소경에게서 하느님의 놀라운 일이 드러나기 위한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주님은 당신의 일이 드러나기 위하여 부족한 저를 택하셨습니다. 저는 오직 하느님의 뜻과 그 분의 영광이 드러나기만을 바라며 교황 성하의 임명에 순명하였습니다.

저의 앞길을 걸으셨던 전임 교구장님들께 거듭된 감사를 드립니다. 굳은 믿음과 신앙의 원칙을 제시하시고 한국의 복음화를 위해 봉사하셨던 초기의 파리 외방선교회 출신 9분의 교구장님들께 특별한 감동을 느끼며 존경을 드립니다. 한국인으로 4분 중 첫 번째 교구장을 역임하셨던 노기남 대주교님은 일제 치하에서 교회가 처한 난관과 민족분단의 혼란을 슬기롭게 극복하셨습니다. 오늘은 그분의 기일이기도 합니다. 윤공희 대주교님은 과도기의 교구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교회와 사회의 발전에 헌신하면서 국가를 위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내 많은 고통 받는 이들의 위로가 되셨습니다. 정진석 추기경님은 현대 사회에서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원칙 위에 제시하시며 자신의 모든 것을 교회의 발전을 위해 바치신 신앙인의 모범이십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전임 교구장님들을 생각할 때 말할 수 없는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또 한편 교회 안 밖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깊이 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전임 교구장님들의 훌륭한 사목을 잘 이어가며 계승 발전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요한10, 10-14)처럼 교황성하께서는 무엇보다 저를 착한목자로 봉사하도록 임명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착한 목자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얻어 넘치게 하려고(요한10,10)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으십니다. 그저 할 수 없어 하는 것이 아니라 착한목자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스스로 목숨을 내 놓습니다.” (요한 10,18). 주님께서는 저를 착한목자로 세우시면서, 양들을 사랑하도록 명하셨습니다.

주님의 양 떼를 돌보는 착한 목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뿔뿔이 흩어져 있는 양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한 가족, 한 백성이 되어 하느님을 “아빠”라 부르며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어떤 특정 계층을 위한 목자가 아니고 모든 이들을 위한 목자로 파견 되었습니다. 노인에서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부유한 자나 가난한 자나, 모든 인간이 깊은 연대감을 갖고 하나의 가족,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착한목자가 할 중요한 일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은 여러분들을 저에게 맡겨 주시며 선물로 주셨습니다. 내가 다 담을 수 없는 큰 선물로 주셨습니다. 또한 하느님은 저와 여러분들을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여러분은 하느님 사랑의 선물입니다.” 착한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저에게 맡겨진 양떼들을 제때에 돌봐주고, 먹을 것을 주고, 가르치며, 다스리도록 헌신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교회는 여태까지 그래왔듯이 우리 사회에서 생명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계속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곳곳에는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생명존중' 과 ”생명에 대한 수호“는 하느님 창조질서에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죽음의 문화에 맞서 용감하게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이는 교회가 사회를 향해 실천해야하는 힘찬 예언자적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한국 교회의 뿌리는 순교 성인들의 신앙입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 특히 순교성인들은 교회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근대화의 주역이었으며, 역사적이고 세계성을 지닌 자랑스러운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우리에게 모범으로 보여주신 것은 무엇입니까? 그 것은 바로 우리 주님, 그리스도입니다.

과연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십니까? 그분은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으며 마침내 부활의 영광을 차지 하셨습니다(필리 2,6-11 참조). 이러한 삶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입니다. “사람들 가운데 가장 수려하신”(시편 45,3 참조) 그리스도를 믿고 전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기본적인 사명인 선교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어느 누구의 강요나 지시에 의하여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고 자진하여 믿음의 삶을 실천합니다.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의당히 그리스도의 분부대로 각자가 처한 사회 환경에서 각자의 신분에 맞는 자발적인 사도직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입니다.

특별히 우리교구는 정진석 추기경님께서 추진하신 <복음화 2020운동>으로 교구의 교세는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새로운 시대, 새로운 선교의 장”을 열고자합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찍이 교황 바오로 6세께서는 “교회는 복음 선포자이지만 먼저 교회 스스로를 복음화해야”(현대의 복음 선교 15항)한다고 하셨습니다. 올바른 복음 선포를 위해서 끊임없는 내적인 쇄신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또한 이러한 선교의 노력은 우리나라를 넘어서 아시아를 향해야 할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도 16세 교황님께서도 한국교회가 세계인구의 2/3가 살고 있는 아시아 대륙의 복음화에 큰 역할을 하도록 자주 당부하셨습니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막중한 사명감을 느낍니다. 이제 우리는 특별히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을 증거 할 때입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모든 이와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에게 나타나는 십자가의 정의입니다. 그리고 이 십자가의 정의는 희생과 사랑과 봉사를 통해 완성되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시대에 걸쳐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4항). 우리 교구도 이 시대의 징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복음의 빛으로 밝혀야 할지를 끊임없이 찾아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구의 모든 신부님들께서도 저와 함께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날 우리 교회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점점 더 교회를 찾지 않는 것은 우리 교회가 가장 가슴 아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의 교회에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것은 교회에도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통감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치열한 생존경쟁에 내몰리고, 미래에 대하여 불안하다 못해 깊이 좌절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참된 가치관과 영적 생명력을 충분히 주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적어도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복음적 가치를 맛볼 수 있도록 ‘청년 친화적인 본당’으로 만드는데 교구의 사목적 역량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젊은이는 세계로 향하는 한국의 미래입니다. 세계에 봉사하는 한국교회의 일원으로 청소년을 부르고 싶습니다.

또한 노인사목이나 다 문화가정의 사목, 늘어나는 냉담자들의 비율, 성소자 계발 등은 우리 교회사목의 시급한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우리 교회 앞에는 풀어야 할 많은 사목적 과제들이 놓여있습니다.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어 성령의 열매를 맺도록 사목적 노력을 기울여 나갑시다. 이러한 일이 잘 이루어지도록 앞으로의 사목을 책임질 사목자들을 양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6월 25일은 우리 국민들에게 특별히 잊을 수 없는 날입니다. 62년 전에 이 한반도에서 일어난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아픔이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교황 베네딕도 16세 성하로부터 부여받은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책임을 다하며, 두 토막 난 한 몸의 아픔이 치유되고, 새 살이 돋고, 하나가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이 땅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우리 각자는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증거하고, 기도하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교회는 언제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사회를 향하여 열려 있는 교회가 되고, 사회를 이끌어 가는 교회”(서울대교구 시노드후속, 교구장교서 사회복음화 1항)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이 미사에 함께 해주신 추기경님과 교황 대사님을 비롯한 여러 주교님들,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님들, 내 외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모두 주님만을 믿고 새로운 마음으로, 힘을 합쳐 그리스도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하러 앞으로 함께 나갑시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 감사합니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