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짜리 승부역의 설경 | |
태백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영동선은 철암천을 거쳐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가며 이어져, 낙동강 기행을 겸한 기차여행코스로 으뜸이다. 특히 태백의 철암역에서 봉화의 임기역까지 구간이 낙동강 물줄기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며 낭만을 함께 흘려보낸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인 곳이 바로 봉화 승부역이다. 열차가 아니면 접근이 어려운 곳으로 이곳에서 일하는 역무원들도 모두 기차로 출퇴근할 정도다. 현재 대구-강릉 간을 오가는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3회 멈춰서는 간이역이다.
승부역에 가면 유명한 시구가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 일하던 한 이름 모를 역무원이 남긴 글귀가 바위에 새겨져 있다. '승부역은 하늘도 세 평이요, 꽃밭도 세 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간이역에 서면 하늘도, 꽃밭도 세 평밖에 안될 만큼 아주 자그마한 공간이 발아래 펼쳐져 있다. 세상에는 땅 세 평만 있어도 마냥 행복만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땅에 대해 유난히 욕심을 부린다. 승부역에 간다면 욕심은 집에다 내려놓아야 자유롭다. 세 평짜리 간이역에 서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승부역은 오지에 자리한 영동선의 간이역으로 승객이 거의 없는 한산한 역이지만, 겨울이면 환상선 눈꽃열차로 인해 조용하던 역 주변은 축제장으로 변한다. 낙동강 상류와 눈으로 뒤덮인 주변경관이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내기에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역 앞에는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인도교인 70m 길이의 승부 현수교가 놓여 있다. 강 위로 놓인 빨간 다리는 사진촬영장소로 인기가 높다.
영암선 개통기념비 뒤로 화물열차가 지나고 있다. | |
승부역의 승부현수교 아래쪽 강변에는 아치형의 시멘트다리인 세월교가 놓여 있다. 세월교 주변에는 강변썰매장이 만들어져 있어 썰매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세월교를 건너서 만나는 마을에는 초가집이 복원되어 있고, 초가집 위쪽 하천에는 통나무다리가 세워져 있다.
승부역 아래쪽 언덕에는 영주에서 철암으로 이어지는 '영암선 개통기념비'가 세워져 있는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기념비에 올라서면 주변 경관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전망이 좋다. 아래쪽으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철교가 지나고 터널이 이어진다.
그 위쪽에는 용관바위가 우뚝 솟아있다. 이 바위를 보고 소원을 빌면 한가지는 꼭 이루게 된다고 한다. 기차로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승부역이지만 자동차로는 접근이 어려운 곳이다. 봉화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태백방면으로 가다 넛재(896m)를 넘으면 오른쪽에 청옥산자연휴양림이 보인다. 휴양림을 지나 육송정삼거리에서 석포방면으로 직진해 석포역을 지난다. 계속 직진하다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철교 아래를 통과하면 '승부 가는 길 12km' 이정표를 만난다.
낙동강 위로 가로놓인 다리를 6번 정도 건너며 구불구불 이어지는 비포장길을 따라가다 승부 현수교 앞에 차를 세우고 현수교를 건너면 승부역이다. 12km 거리지만 30~40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제법 지리한 길이다.
이곳에 가려면 승용차보다는 4륜구동인 지프차가 한결 낫다. 하지만 겨울철에 폭설이 내리면 4륜구동이라도 접근이 쉽지 않다. 겨울에는 반드시 체인을 구비하고 길을 나서야하며, 미리 승부역(054-673-0468)에 연락해 도로상태를 확인해 두는 게 좋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맨 뒤칸의 차장밖으로 바라본 석포역과 승부역 사이의 낙동강변 설경. | |
이곳은 열차로 다녀와야 낙동강과 승부역의 진면목을 100% 제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는 열차 운행이 자주 없어 길을 나서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2월말에서 2월초 사이 주말에 부산역에서 눈꽃열차를 운행해 이 열차를 이용해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쉽게도 운행계획이 없다고 한다. 기차를 타고 가자면 KTX를 이용해 동대구역에 내려서 다시 강릉행 열차로 갈아타고 승부역에 내려야 한다. 밤 10시10분 부산역을 출발해 강릉으로 가는 열차는 승부역에 서지 않으니 애석할 따름이다.
승부역에 간다면 충분한 먹을거리를 준비해가야 여행길이 부담 없다. 이곳은 눈꽃열차 행사 기간을 제외하면 식당은커녕 간이매점조차 없어 장시간 머물기에는 불편하다.
석보면 대현리의 청옥산(1276.5m) 자락에 위치한 청옥산자연휴양림은 해발 896m의 고지에 자리잡고 있다. 구역면적이 10,053ha로 대한민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자연휴양림이다. 수령이 백년이 넘는 아름드리 잣나무, 소나무, 낙엽송들이 각선미를 뽐내며 하늘을 가릴 듯이 곧게 뻗어 있어 산림욕을 즐기기에 최적지이다. 어린이놀이터, 체력단련장, 캠프파이어장 등의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어 가족여행은 물론이고, 세미나나 MT장소로 좋다.
봉화는 물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물야면 오전리에는 오전약수가 있으며, 오전약수에서 6km 떨어진 곳에 두내약수탕(춘양면 서벽리)이 자리하고 있다. 봉성면 우곡리에 자리한 다덕약수 등 봉화의 3대 청정 탄산약수를 다 맛보고 나면 한결 건강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승부역 앞 낙동강변에 자리한 승부현수교 | |
봉화읍 유곡리의 닭실마을은 조선 중종 때 재상 충재 권벌의 종택이 이곳에 터를 잡은 뒤 제사를 모시면서부터 한과를 만들기 시작하여, 500여 년 동안 한과를 만들어온 마을이다. 한과는 찹쌀 반죽에 멥쌀 가루를 입혀 튀겨서 조청을 입힌 후 깨, 강정, 튀밥 등을 박아 만든다. 요즘 멜라민 파동으로 아이들에게 과자먹이기가 겁나는데, 전통방식으로 100% 국산쌀로 만든 한과를 사들고 돌아가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충재 권벌선생이 도학연구에 몰두하던 청암정은 돌다리와 어우러진 건축양식이 빼어나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여행길잡이(지역번호 054)>
추천맛집 : 약초를 먹여서 키운 봉화한약우(www.hyw.co.kr)로 만든 등심, 왕소금구이 등이 한우의 깊은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봉화한약우 봉화본점(봉화읍 해저리 672-1091), 춘양점(춘양면 소로리 673-5381), 다덕약수 앞에 자리한 한고을(673-5885)은 산채요리 전문점으로 산채정식, 산채비빔밥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추천숙소 : 승부역 인근에 자리한 승부마을의 민박집을 이용한다. 전광락이장(673-2412, 011-9466-3815)에게 연락하거나, 승부역에서 도보로 15분거리인 심규현씨(672-6052) 민박집을 이용한다. 청옥산자연휴양림(672-1051~2)의 산림휴양관이나, 숲속의집이 좋다. 녹색농촌체험마을인 관북비나리마을(binari.invil.org)의 민박집도 있다.
찾아가는길 : 중앙고속도로 영주IC를 빠져나와 36번 국도를 타고 봉화방면으로 달리면 닭실마을, 다덕약수가 나온다. 봉화읍내에서 915번 지방도로 갈아타면 오전약수, 두내약수와 만난다. 기차를 이용할 경우 부산역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하는 KTX가 동대구역에 4시3분에 도착한다. 오후 4시20분에 출발하는 강릉행 무궁화호 열차로 갈아타면 승부역에 오후 8시 18분에 도착한다. 다음날 오전 8시28분(오후 6시16분) 승부역에서 출발한 무궁화호는 오후 12시37분(오후 10시19분) 동대구역에 도착한다. 오후 1시3분(오후 10시33분) 동대구역에서 출발하는 KTX로 갈아타고 오후 2시8분(오후 11시36분) 부산역에 도착한다. 동대구를 잇는 KTX와 승부역을 오가는 무궁화호를 함께 이용하는 편도요금은 2만2천원(주말기준). 문의 : 승부역 673-0468, 열차시간 조회 및 예약 : 코레일 홈페이지 www.korail.com
승부역 아래의 세월교와 얼음썰매장 | |
승부역을 혼자 쓸쓸히 지키고 있던 눈사람 | |
승부역에서 낙동강 위로 난 세월교를 건너 초가집을 지나면 개울 위로 통나무다리가 있다. | |
석포역에서 승부역으로 이어지는 낙동강변의 설경.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석포역에서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다 이런 다리를 6개 정도 건너야 승부역이 나온다. | |
첫댓글 좋은 여행 자료 고맙게 읽었고 테마여행지로 요즘 인기 있겠는데? 가 볼 의향들은 없는지?
갑시다 시기는 설지내고 2월초 계획중 (민박, 철길따라 10Km 걷고 , 주변관광) 어때요
봉화에서 거촌 봉성 법전 춘양 으로 승부역으로 내가 50년전에 조금 머물던 엤추억의 마음의 고향인데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곳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