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항 결코 낙심할 필요는 없다; 24항 십자가의 표지는 희망의 징표이다; 25항 성공은 기쁨이며 실패는 늦추어진 성공일 따름이다(교본 451-454쪽)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고사(故事)가 있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늘 바뀌어 변화가 많다는 뜻이다. 이러한 고사는 레지오 활동에도 해당된다.
단원들이 활동할 당시에는 아무런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더라도 훗날에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원들이 쉬는 교우, 혼인 장애자, 외짝 교우 배우자 등을 대상으로 영웅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 활동했는데도 눈에 보이는 결실이 없다 할지라도 좌절하거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시기는 인간의 생각과 꼭 같지 않다. 단원들은 씨뿌리고 가꾸는 데만 정성을 쏟아야 한다. 열매 맺는 일은 하느님의 몫이다. 활동이 실패했다고 생각되면 오히려 그것을 성공이 연기된 것으로 보고 좋은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다시 시도해야 한다. 단원들은 실패를 믿음에 대한 시련과 십자가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과 십자가가 없다면 더 많은 결실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하여 단원들이 쉽고 부담 없는 활동만 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주님 사업은 주님의 표지(標識) 곧 십자가의 표지를 지닌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거부하고 쓴 잔을 거절할 수 있었지만 고난의 쓴 잔을 받아들여 십자가를 지고 해골산으로 올라가셨다. 이것으로써 십자가는 피할 수 없는 인간 조건이며, 짊어지고 가야만 부활의 영광에 이를 수 있다는 진리를 몸소 행동으로 가르쳐 주신 것이다. 몽포르의 성 루도비코는 십자가를 대단히 사랑하였다.
그는 언제나 하느님의 뜻만을 실행하고 싶었기 때문에 어떠한 십자가도 거부하지 않았다. 그는 주어지는 모든 십자가를 기쁨으로 여겼다. 그는 십자가를 하느님의 귀한 선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였다. 그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십자가의 벗들이라고 불렀고 실제로 [십자가의 벗들]이란 저서도 남겼다.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 마리애를 창설한 후 레지오 사업과 활동을 하면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예컨대 매춘부들의 주말 피정, 노숙자들과 미혼모들을 위한 숙박소 운영, 주일 무료 급식소 운영, 레지오의 첫 번째 해외 확장 활동으로서 스코틀랜드 대주교로부터의 레지오 설립 인가, 최초의 남성 쁘레시디움 설립, 레지오 공인 교본 발행 문제 등이다.
그러나 그러한 장벽과 역경에도 그는 결코 좌절하거나 낙심하지 않고 바위와 같이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끈기, 성모님께 대한 굳건한 신심으로써 극복해 나갔다. 그는 모든 어려움을 십자가의 표지로 보았고 동시에 십자가의 표지를 희망의 징표로 보았다.
단원들의 가정 방문 활동 경험에 따르면 가톨릭적 감정을 가진 사람들은 비록 냉담자라 할지라도 호의와 온정을 가지고 방문하는 단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나자렛 고향을 방문하시고도 환영받지 못한 것처럼 활동 대상자가 단원들을 냉대할 수도 있다.
그들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뜻대로 살고 자신의 안일과 안락만을 원한다. 그래서 어떤 때에는 집안에 있으면서도 '아무도 없다'고 대답하며 단원들을 문전박대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단원들은 낙심하지 말고 그것을 연기된 성공으로 여기고 성공의 기쁨을 기약하면서 재도전하여야 한다.
최경용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