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수다
매년 5월 16일이 되면 회사에 입사하여 3년 되던 해,
사무실에서 수다를 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땐 책상배열이 입사서열 순으로
가장 신입이 맨 첫째 줄, 그리고 맨 뒤에는
과장, 부장이 앉았지요. 즉 앞 사람의 뒷통수를 보는 격이지요.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면 우리 신참들은 일하다가
뒤돌아 앉아서 마주보며 수다를 떨며 졸음을 쫒기도 했는데
이른 봄 어느 날, 출산을 앞둔 3명이 수다를 떨었지요.
내가 제일 먼저 결혼했지만 2년 만에 임신이 되어
나보다 늦게 결혼한 2명과 거의 같은 시기에 아이를 갖게 된 것입니다.
농담으로 내가 아들을 낳으면 '성인' ,
딸을 낳으면 '내리'라고 짓겠다고 하자(지성인, 지내리)
부자집 귀공자같이 생긴 빈**씨가
나를보고 지화자나 지겨워로 짓는 것이 좋겠다고 공격,
나는 네가 아이를 낳으면 (빈)대떡 이라고 지라며 반격했지요..
우리 이야기를 듣던 안동출신의 권**씨가 그거 좋은 생각이라며 웃길래
너는 아이 이름을 (권)태기라고 지으라고 말하며 즐겁게 웃던 생각이 납니다.
결국 나는 4월 19일 딸을 ,
빈씨는 5월 16일 아들,
권씨는 6월초에 아들을 얻었습니다.
요즈음 근무시간에 이렇게 수다를 떠는 건 안되겠지요?
하지만 80년 초에는 직장생활이 조금 자유스러웠지요.
처음 8비트 PC가 들어와서 여의도 삼보컴퓨터에 교육을 받고 왔지요.
엑셀로 판매자료를 뽑아서 중역회의에 올렸더니
중역들 모두가 깜짝놀라는 장면도 스쳐지나갑니다.
그동안에는 수기로 가로(일자별), 세로(품종별) 합계를 내는데
상품 종류가 많아 2절지 크기의 종이에 썼지요.
지저분하고 합계를 내는데도 자주 틀리고 보기도 힘들었지요.
그런데 엑셀은 공식을 넣고 숫자만 넣으면 자동계산이 되고
글씨도 깨끗하게 프린트되기에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감탄하는 것도 잠시뿐이고
그 후에는 컴퓨터에 내장된 게임에 맛들이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교육받은 몇 명만 했지만 점차 동료들에게 알려지면서
퇴근시간 이후엔 컴퓨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돌입?
중역들까지 참여하여 결국은 직급에 눌려 신참들은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도 출근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하기위해서~~ ㅎㅎ
당시엔 통금이 있던 때라 밤 11시경이 되어서야 집에 가곤 했지요.
그동안 바둑이 인기있었지만 컴퓨터게임에 밀리게 된 것입니다.
당시 유행하던 게임은 snake bite game(뱀꼬리 잡기), 벽돌깨기 등
몇 개 되지 않았지만 단연 인기는 별을 먹으면 뱀꼬리가 길어지는
스네이크 바이트 게임이었지요.
1단계는 별 몇개 먹으면 벽에 구멍이 열려 그리로 통과하면
다음단계로 진입하게 됩니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꼬리가 길어지며 자기 몸에 닿으면 죽게되지요.
서로 자기는 10단계 통과했느니 15단계 했느니 자랑하기에
경쟁심도 대단했습니다.
나도 28단계까지 가봤지만 끝이 어딘지는 몰랐지요.
중역들도 관리자들도 술자리보다 게임을 더 좋아했고
모 중역은 너무 게임을 좋아해 매일 통금시간 가까이 귀가해
부인으로부터 핀잔을 듣는다고도 했지요.
5월 16일이 되면 80년대 초 시절로 돌아가곤 합니다.
한창 젊었던 풋풋한 시절, 많은 꿈을 갖고있던 시절
즐겁게 수다떨던 모습을 떠올리며~~
빈씨, 권씨 모두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겠지요. ^^
첫댓글 그 옛날 직장생활은 요즈음과 달리 가족같이 화기애애하기까지 했지요.
나의 동료가 곧 가족의 일원이고 형제자매 같아서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내 일같이 함께 기쁘고 슬퍼하기도 한 사랑의 구렁쇠 같았는데...
그때의 직장은 천국이었다고 생각되네요.
스테파노 형제님,
옛 직장생활과 동료를 생각나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중에 엑셀이 아니라 엑셀의 전신인 비지캘크(VISICALC)라고 회사후배가 알려주네요.
엑셀은 16비트 컴퓨터 등장 후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