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5일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를 것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0,1-12 그때에 1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2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3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4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5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6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7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8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9 그곳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 10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길에 나가 말하여라. 11 ‘여러분의 고을에서 우리 발에 묻은 먼지까지 여러분에게 털어 버리고 갑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 두십시오.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12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날에는 소돔이 그 고을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
천고마비와 개천절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개천절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정말 하늘이 열린 날인가 봅니다. ‘천고마비’라는 고사성어를 옛날 중국 사람들은 두 가지로 해석을 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은(殷)나라 때부터 중국 북방에 나타나기 시작한 흉노족(匈奴族)은 거의 2천 년 동안 중국의 각 왕조나 백성들에게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척박한 초원을 생활 근거지로 하여 유목 생활을 하는 그들의 가장 강점은 말에 의한 기동력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병(騎兵)이 강했고, 그 기동력을 십분 발휘해 바람같이 국경을 넘어 들어와 중국 북변 일대를 휘저으며 약탈을 자행하고는 다시 바람처럼 달아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대 중국의 군왕들은 흉노의 침입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외치(外治)의 가장 큰 과제였다고 합니다. 만리장성까지 쌓았어도 흉노의 침입을 막기에는 별로 소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흉노족은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 위한 식량 조달을 보다 따뜻한 농경 생활을 하고 있는 중국에서 약탈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인들의 처지에서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었고, 흉노는 귀신보다 무서운 존재였다고 합니다. ‘하늘은 높아 푸르고 말이 살찔 때가 가장 두려웠답니다. 언제 흉노가 쳐들어올지 모르니까 천고마비(天高馬肥)가 생겼다고 하는 해석입니다.
‘가을은 높고 요새의 말도 살찐다. 가을의 특성을 형용하는 말. 하늘이 맑고 초목이 결실하는 가을의 좋은 계절. 추고마비(秋高馬肥)이던 것이 천고마비(天高馬肥)로 변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당나라 시인 두보의 할아버지인 두심언(杜審言)이 친구에게 보낸 시에 추고새마비(秋高塞馬肥 : 가을 하늘이 높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구절이 변해서 천고마비가 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노략질하는 흉노족이 쳐들어올까봐 두려워하는 뜻에서 쓴 말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개선해서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에서 쓴 말이라는 것입니다. 어원과 유래가 어찌 되었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말을 해석을 달리하는 것뿐입니다. 나는 그 해석을 약간 달리하고 싶습니다. 하늘이 높고 가을이 깊으면 오곡백과가 익어 수확하는 계절입니다. 모든 나라들이 전쟁을 한다고 하여도 수확 철만큼은 휴전을 하고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하고자 할 것입니다. 싸움을 중지하고 있으니 당연히 말은 전쟁에 나가지 않으니 살이 찔 것입니다. 천고마비는 ‘하느님의 은혜로 가을 날씨가 좋아 하늘이 높으니 모든 곡식과 과일이 익고 추수철이 되었으니 전쟁도 쉬고 있어 모처럼 평화가 머물러 말도 살찐다. 사람들은 곡식과 과일을 거두며 기쁨을 노래한다.’라고 해석합니다.
우리나라의 개천절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그 기본 정신으로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이롭게 한다.’는 것이 그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모든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서 평화를 빌어주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은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도록 복음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하늘도 높고 말도 살찐다는 가을, 모든 것을 거둬들이는 수확의 계절에 복음을 전해서 행복을 뿌리고 수확해야 하겠습니다. 하늘은 높고, 사람에게는 이롭게 되고 세상은 평화롭고, 오곡백과는 맛있게 익어 풍요롭고, 복음은 세상에 전해져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