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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과도 바꿀 수 없는 명약 삼칠
여러 해 전에 중국 최고위층에서 필요로 하는 약을 전문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중국 최고의 명의를 만나서 오랫동안 의학에 대해 토론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중의학과 서양의학을 다 같이 공부한 사람으로 이미 30여 년 전에 중국 정부에서 뽑은 10대 명의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혔으며 현재 중의사와 양의사를 통틀어 1백만 명에 달하는 중국의 모든 의사 중에서 최고 1인자로 꼽히고 있는 분이었다.
그에게 중국에서 나는 약재 중에서 최고로 꼽을만한 약재가 무엇인가를 물었더니 즉시 삼칠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심장혈관질병과 중풍을 잘 고치는 것으로 이름이 높았는데 심장혈관병에 삼칠을 주약으로 쓴다고 하였다.
오랜 이야기 끝에 그는 젊어지는 약을 개발했노라고 자랑하였다. 동물실험을 통해서 노화가 40퍼센트 이상 늦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그 약을 꾸준히 복용하기만 하면 혈액이 맑아지고 심장과 혈관의 기능이 좋아져서 수명이 30년 이상 늘어난다고 하였다.
그는 5대 명의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40여 년 전에 5대조 할아버지가 남긴 기록을 살펴보다가 다시 젊어지게 할 수 있는 처방을 발견하고 그 처방으로 심장혈관질병과 간염에 걸린 한 환자를 고쳐 주고 몇 가지 약재를 가르쳐 주면서 꾸준히 복용하게 하였다. 그 뒤로 그 환자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30년 뒤에 우연히 만났는데 그는 30년 전의 얼굴 그대로 거의 늙지 않고 있어서 알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 지금까지 전혀 늙지 않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약을 지금까지 먹고 있는데 그 덕분에 몸이 갈수록 젊어지고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젊어지는 약의 주성분도 삼칠이라고 하였다.
간경화로 인해 복수가 차서 배가 남산만한 50대 환자가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며칠 만에 한 번씩 복수를 주사기로 빼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가 간에서 출혈이 생겼다. 지혈제를 썼으나 출혈이 완전히 멎지 않았다. 급히 연락이 왔기에 마침 삼칠 가루를 보내서 복용하게 하고 한편으로는 봉래약쑥을 차로 달여 수시로 마시게 했다. 그 즉시 출혈이 멎고 며칠 뒤에 병원에서 퇴원했다. 그 뒤로 삼칠과 봉래약쑥탕을 꾸준히 복용하게 했는데 6개월쯤 지난 뒤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간경화가 완전히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청나라 때의 명의 진사탁(陳士鐸)은 삼칠의 효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삼칠은 지혈(止血)작용이 신기할 정도로 뛰어나다. 몸의 상 중 하의 출혈뿐 아니라 몸 밖으로 새는 모든 출혈에 오직 삼칠 한 가지로 즉시 효과가 나타난다. 보혈(補血)작용이나 보기(補氣)작용이 있는 약에 넣으면 그 효능이 더욱 신통하다.”
삼칠은 피를 멎게 하고 어혈을 흩으며 종기를 삭이고 통증을 멎게 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이름이 매우 높은 약이다. 중국 정부에서 그 처방 구성을 국가기밀로 정하여 감추고 있다고 하는 상과(傷科) 치료의 성약(聖藥) ‘운남백약(雲南白藥)’도 삼칠이 주요 성분이다.
운남백약은 칼이나 창으로 인한 상처가 곪은 것을 치료하는데 천하제일의 약으로 온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운남백약은 1924년 중국 운남성의 곡환장(曲煥章)이라는 의사가 개발하여 중국 전체에 그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곡환장은 국민당 정부에서 운남백약의 제조법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을 거절하고 감옥에 갇혀 있다가 죽었고 곡환장이 죽고 나서 그의 두 번째 부인 무란영(繆蘭英) 여사가 운남백약의 제조비법을 공산당 정부에 바쳤다. 그 뒤 1970년대 초반에 주은래 총리의 지시로 중국 정부에서 운남백약을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고 지금까지 운남백약을 생산하고 있다.
또 삼칠은 간염이나 간경화, 간암 같은 간질환 치료약으로 이름이 높은 편자황(片仔黃)의 주약(主藥)이기도 하다. 편자황은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염증성 질환이나 상처, 화상, 등창을 비롯하여 치주염, 중이염, 인후통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편자황은 삼칠이 85퍼센트이고 그 밖에 사향과 웅담 등이 약간 들어간다.
삼칠은 잎과 줄기의 모양이 인삼과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닮았으나 뿌리의 생김새가 인삼과는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 않고 중국의 운남성이나 사천성의 고지대에서 주로 자란다. 삼칠은 중국 명나라 때부터 사람들한테 상처가 곪은 것을 치료하는 약으로 이름이 매우 높았다. 명나라의 약초학자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삼칠을 약으로 쓰기 시작한 지 오래 되지 않았다. 남쪽 사람들이 군대에서 창과 칼에 다친 것을 치료하는 약으로 쓰기 시작하였는데 그 효과가 신효막측하다. 대개 어혈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는 약들은 정기(正氣)를 상하게 하는데 오직 삼칠만은 그렇지 않다(三七近始出 南人軍中用爲金瘡要藥 云有奇功 去瘀藥能傷正氣 惟田七不然).”
삼칠은 중국 명나라 때의 약초학지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처음으로 적혀 있는 약초다. <신농본초경> 같은 오래 된 의학책에는 삼칠에 대한 기록이 없다. 삼칠을 다른 이름으로 산칠(山漆) 또는 금불환(金不換)이라고 부르며 삼삼칠(蔘三七), 전칠(田七) 등의 여러 이름이 있다.
삼칠은 맛은 달고 약간 쓰며, 성질은 따뜻하다. 주로 간과 위, 대장으로 들어간다. 청나라 때의 약초학자 조학민이 지은 <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에는 ‘인삼삼칠은 모양이 발제(荸薺 : 올방개의 뿌리)와 비슷하고 거꾸로 세워 놓은 원추형이며 겉껍질은 청황색(靑黃色)이며 맛은 달고 쓰다. 인삼과 닮았기 때문에 인삼삼칠(人蔘三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하였다.
삼칠은 오갈피나무과에 딸린 여러해살이풀인 인삼삼칠의 뿌리를 가리킨다. 인삼과 같은 과에 딸린 식물이며 인삼처럼 사포닌이 많이 들어 있다. 이를테면 오가사포닌 A(Arasaponin A)와 오가사포닌 B(Arasaponin B), 포도당 등이 들어 있다.
산칠(山漆)이라는 이름은 피가 나는 부위에 찐득찐득하게 칠을 해서 지혈시켜 주는 것과 비슷한 작용이 있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며 금불환(金不換)이라는 이름은 같은 부피의 금하고도 바꿀 수 없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삼칠(三七)이라는 이름은 3년에서 7년을 재배해야 약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또 전칠(田七)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광서성(廣西省) 전양현(田陽縣) 전주진(田州鎭)에서 생산되는 삼칠이 가장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옛날에 야생으로 자라는 것을 채취해서 쓸 때에는 생산량이 부족하여 값이 몹시 비쌌으나 몇 십 년 전에 전주(田州)에서 인공 재배에 성공하였다. 그런데 요즈음에도 수요량은 매우 많고 공급량은 모자라며 삼칠의 뛰어난 약효가 널리 알려져서 값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다.
현재 삼칠은 혈압을 내리고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으로 많이 쓰고 있다. 현대 약리 분석 실험 결과 전칠은 혈액의 응고 시간을 단축시켜 주고 혈관을 수축하여 피가 나는 것을 멎게 하며 관절염을 치료하는 데에도 탁월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심장에 있는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늘리고 갖가지 피부 진균(眞菌)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서성(廣西省) 전주(田州 : 남영(南寧)의 서북쪽 160km 지점)는 삼칠의 가장 오래된 원산지이다. 그래서 전삼칠(田三七)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이를 줄여서 전칠(田七)이라고 부른다.
운남성 문산현(文山縣 : 남영의 서쪽 420km 지점)에서 생산되는 삼칠도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또 사천성에서 생산되는 삼칠은 천칠(川七)이라고 부른다.
대개 3년 이상 자란 삼칠을 골라서 입추(立秋) 무렵에 채취한 것을 춘삼칠(春三七)이라고 부르고 입동(立冬)이 지나서 채취한 것을 동삼칠(冬三七)이라고 부르는데 춘삼칠이 품질이 더 좋다.
삼칠을 고를 때 색깔이 좋아야 하고 광택이 나야 하며 견실해야 되고 무거운 것이 좋다. 삼칠의 뿌리를 캐기 열흘 전에 줄기를 먼저 모두 잘라버린 다음 캐서 말려서 약으로 쓴다.
삼칠은 품질을 13등급(等級)으로 나눈다.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일수록 품질이 좋다. 삼칠을 저울에 달아 500그램이 되게 한다. 20개가 500그램이 되는 것을 제 1등급 삼칠이라고 부른다.
춘삼칠은 운남성 문산현에서 난 것을 최상품으로 친다. 운남성에서는 1천여 가지가 넘는 약재가 생산된다. 그래서 운남성을 약재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중국 전체 약재 품종의 70퍼센트가 운남성에서 자라고 있다. 그 중에서 삼칠과 천마(天麻), 당귀는 품질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칠은 해발 800미터에서 1000미터 이상의 고원지대에서 잘 자란다. 운남성은 해발 1,200미터에서 1,700미터에 이르는 고원지대가 많다.
청나라 때 지은 책인 <귀순주지(歸順州志)>에 보면 ‘삼칠은 수전주에서 생산되는 것이 가장 품질이 우수하다(三七以田州産者爲最良).’고 적혀 있다.
또 청나라 때의 저서 <백색청지(百色廳志)>에 보면 ‘실제로 품질이 우수한 삼칠은 전주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전칠이란 이름을 얻었다(人蔘七實出自田州 故俗名爲田七).’고 하였다.
현대의학에서 약리연구 결과 삼칠은 심장근육의 산소 소비량을 줄이는 작용이 있고 모든 동물들이 산소가 부족한 환경 속에서 견디는 힘을 강하게 해 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삼칠은 운동선수들이 지구력과 인내력을 늘려 주는데 아주 효과가 좋다.
삼칠에 대한 전설이 많다. 그 중에서 천목삼칠(天目三七)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채약꾼 노인이 날마다 천목산(天目山)에 올라가 채약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어린 목동이 약초를 한 다발 묶어 등에 짊어지고 산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채약꾼 노인이 물었다.
“얘야!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것은 무슨 약초인가? 또 어떻게 쓰는 것이냐?”
목동이 대답했다.
“이 약초는 뼈가 부러진 것을 붙이는 데 쓰는 귀한 약초입니다. 동생이 팔이 부러져서 이 약초를 부러진 팔에 붙여서 치료하고 있습니다.”
채약꾼 노인은 목동의 말을 듣고 나서 신기하게 여기며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너는 어떻게 해서 이처럼 귀한 풀을 발견하였느냐?”
목동은 등에 짊어지고 있던 약초 다발을 땅에 내려놓고 그 약초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나는 3월 7일에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 저를 삼칠이라고 부릅니다. 집안이 매우 가난하여 저는 우리 마을 부잣집 소를 먹여주고 품삯을 받아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소를 몰고 나왔다가 원숭이들이 큰 나무 밑에 모여서 그네를 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큰 버드나무 두 그루 사이에 걸려 있는 등나무 덩굴을 타고 원숭이들이 그네를 타고 있더군요. 원숭이들이 버드나무 옆에 있는 저희 채소밭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저는 원숭이들을 내쫓으려고 도끼를 던졌습니다. 그 도끼날에 맞아서 등나무 줄기가 잘라졌고 원숭이들은 놀라서 도망을 갔습니다.
그런데 이삼일 뒤에 와서 보니 다시 원숭이 떼들이 몰려와서 등나무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 있었습니다. 분명히 제가 던진 도끼에 맞아서 등나무의 줄기가 끊어졌는데 어째서 그것이 다시 붙었는지 이상했습니다. 그것이 궁금해서 저는 다시 도끼로 등나무의 줄기를 잘랐습니다. 그런 다음에 날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그 이튿날 원숭이 떼가 다시 등나무로 몰려왔습니다. 그 중에서 제일 늙어 보이는 머리털이 하얀 할머니 원숭이 한 마리가 자세를 낮추고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살펴보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더군요.
저는 손에 진땀을 쥐고 숨을 죽이며 원숭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았습니다. 늙은 원숭이는 곧 일어나서 버드나무 주위에 있는 풀의 뿌리 몇 포기를 캐냈습니다. 그 풀의 뿌리는 갈색이 나고 둥글둥글한 덩어리 모양이었습니다. 늙은 원숭이는 그 풀의 뿌리를 입으로 씹어서 잘게 부수어서 손바닥 위에 올려놓더니 그것을 등나무 줄기가 끊어진 부분에 대고 붙였습니다.
그 때 원숭이 새끼 한 마리가 잡초 한 묶음을 갖고 와서 할머니 원숭이에게 주었습니다. 원숭이들은 힘을 합쳐서 띠처럼 생긴 풀로 등나무의 상처를 묶어서 끊어져 있던 것을 서로 이어 붙여 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저는 원숭이들이 떠난 뒤에 등나무가 잘린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고 손으로 만져 보았습니다. 끊어진 부분이 띠처럼 생긴 풀로 단단하게 묶여 있더군요. 저는 땅바닥을 살펴서 원숭이들이 캐던 풀의 뿌리를 캐냈습니다. 그 풀의 뿌리를 캐면서 마음이 매우 즐거웠습니다. 이 풀로 사람의 부러진 뼈도 붙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풀의 뿌리를 한 다발 캐서 집으로 갖고 와서 깨끗이 씻어 짓이겨서 동생의 부러진 팔에 붙이고 붕대로 묶어 두었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새로 갈아 붙여 주었더니 과연 며칠 지나지 않아서 동생의 부러진 팔이 낫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채약꾼 노인은 목동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서 말했다.
“얘야! 너는 진귀한 보물이 되는 풀을 발견하였구나! 그것은 정말 귀중한 약초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 뒤에 채약꾼 노인은 이 약초를 골절(骨折) 환자들에게 몇 번 실험해 보고 이 약초가 넘어지거나 맞아서 생긴 상처와 골절을 치료하는데 신효막측(神效莫測)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하여 확증하였다.
삼칠의 약효를 발견한 목동을 기념하기 위하여 이 약초의 이름을 ‘천목삼칠(天目三七)’ 이라고 붙였다. 이는 ‘삼칠이라는 목동이 천목산에서 발견했다’는 뜻이다.
삼칠의 효능은 지혈(止血-피를 멎게 하는 것), 산어(散瘀-어혈을 풀어 헤치는 것), 소종(消腫-종기를 삭이는 것), 지통(止痛-통증을 멎게 하는 것)의 여덟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명나라 때의 약초학자 이시진은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 ‘삼칠은 군대에서 금창(金瘡)을 치료하는데 요약(要藥)’이라고 기록하였다. 금창(金瘡)이란 전쟁에서 칼이나 창, 화살, 총알 등으로 인해 입은 상처를 일컫는다.
또 <본초신편(本草新編)>에서는 ‘삼칠근(三七根)은 피를 멎게 하는데 최고의 약이다. 삼칠은 단방으로 효과가 있으며 보혈약(補血藥)이나 보기약(補氣藥)과 같이 써도 신기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였다.
<식약변미(識藥辨微)>라는 책에는 ‘삼칠은 넘어지거나 맞아서 생긴 상처를 치료하는데 기사회생의 효과가 있으며 황금과 꼭 같은 가치가 있다(治跌打損傷有起死回生之功 價與黃金等).’고 적혔다.
운남성(雲南省)의 남부는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이루고 있으며 북부는 티베트 지방과 연접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소수민족의 3분의 1이 운남성에 살고 있으며 풍속이 다른 24개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또 중국에 서식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식물과 동물의 절반 이상이 운남성에 서식하고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운남에서 품질이 좋은 약재가 많이 나는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운남성은 인구가 약 4천만 명이며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성이다. 운남성 문산현(文山縣)에는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가운데 장족(壯族)과 묘족(苗族)이 자치주를 형성하여 살고 있다.
삼칠은 온난한 기후와 약간 음습(陰濕)한 기후를 좋아하고 너무 춥거나 너무 덥거나 물이 많은 토양은 싫어하며 흑색 사질(砂質) 토양이나 부식토에서 잘 자란다. 문산현의 기후와 환경이 삼칠이 자라기에 알맞아서 이곳에서 나는 삼칠은 품질이 우수하고 효과가 높다. 중국의 삼칠 수요량의 70퍼센트가 문산현에서 생산되는데 한 해에 평균 50만 근이 나온다.
그래서 이 지역을 ‘삼칠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이 지역에서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있다.
옛날, 삼칠이라는 아름다운 선녀(仙女)가 인간들한테 곡식을 심어 거두는 법을 가르치기 위하여 천상에서 인간 세계로 내려왔다. 어느 날 삼칠선녀가 밭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난데없이 사나운 검은 곰 한 마리가 나타나서 선녀를 덮치려고 하였다. 이 위기일발의 순간에 잡상(卡相)이라고 부르는 한 묘족 청년이 이를 발견하고 검은 곰을 겨냥해서 화살을 당겨서 선녀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
잡상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있었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의사한테 가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삼칠선녀는 자기의 생명을 구해준 잡상에게 보답하기 위하여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를 가르쳐 주었다.
“뒷산 기슭에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가 자라고 있습니다. 잎 모양은 제가 입고 있는 치맛자락과 같고 줄기는 제 허리띠처럼 생겼습니다. 그 약초의 뿌리를 캐서 먹으면 어머니의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
잡상은 삼칠선녀의 말대로 뒷산에 올라가서 그 약초를 캐어서 갖고 와서 늙은 어머니에게 달여 드렸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어머니의 병이 완전히 나았다.
그 뒤로 잡상은 그 약초를 캐어서 마을에 있는 친구들의 병을 고쳐 주었다. 마을에 있는 친구들이 잡상의 집에 몰려와서 감사의 뜻을 표하며 물었다.
“우리 병을 고쳐 준 그 약초는 무슨 약초인가?”
잡상이 대답했다.
“선녀가 나에게 알려준 약초라네. 곰이 선녀를 덮치려고 하는 것을 내가 구해 주었는데 그 선녀가 그 약초를 가르쳐 주었다네. 선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이 약초를 자세히 관찰하여 잎이 몇 개이고 가지가 몇 개인지 살펴보라고 했다네.”
그 말을 듣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이 그 약초 줄기를 자세히 관찰해 보고 나서 소리를 질렀다.
“맞아! 가지가 셋이고 한 가지 끝에 잎이 일곱 개가 붙어 있으니 삼칠(三七)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구먼.”
“그래요. 앞으로 이 약초의 이름을 삼칠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때부터 그 약초의 이름을 삼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옛날, 중국 광서성의 어느 고을에 한 낭중(郎中)이 있었다. 낭중은 떠돌이 의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 고을의 위사(衛士-고을 현령이나 지휘관의 호위를 맡은 관리)가 코피를 자주 흘렸는데 낭중이 주는 가루약을 먹고 코 안에 그 가루를 뿌리면 곧 나았다. 눈치 빠른 위사는 낭중이 무슨 약초를 쓰는지 눈여겨 보아 두었다. 어느 날 고을 지부대인의 외아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했는데 출혈이 멈추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의원들을 불러다 치료했으나 차도가 없었다. 위사는 낭중한테서 신통한 지혈효과가 있는 약초를 눈여겨보았던 터라 그 뿌리를 캐서 지부대인에게 바치며 말했다.
“이 약초는 그 효과가 신통하므로 곧 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약초를 달여 먹어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지부대인의 아들은 출혈이 멈추지 않아 마침내 죽고 말았다. 지부대인이 크게 노하여 위사를 잡아들여 죄를 물었다. 위사가 낭중한테서 배웠다고 하는 바람에 낭중도 붙잡혀 왔다. 낭중은 위사가 캐온 약초를 보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약초는 반드시 3~7년을 자란 것을 써야 하는데 위사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1년 자란 것을 썼으니 무슨 약효가 있겠습니까?”
그는 곧 칼을 들어 자신의 팔에 크게 상처를 낸 후 가루약을 꺼내 일부를 먹고 일부는 상처에 뿌렸다. 그러자 곧 출혈이 멈추고 상처가 아물었다. 사람들이 그 광경을 보고 모두 놀랐다.
실제로 삼칠은 씨를 심어서 거두기까지 3년 이상이 걸린다. 약효도 3~7년 된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삼칠은 지혈효과가 뛰어나다. 모든 출혈을 즉시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피를 멎게 할 뿐만 아니라 어혈이 생기지 않게 한다. 피를 멎게 하면서도 어혈을 풀고 혈액을 맑게 하는 특이한 기능이 있다. 피를 멎게 하면서도 피떡을 풀고 혈액을 맑게 하는 약초는 지구상에서 봉래약쑥과 삼칠 뿐이다. 피를 맑게 하는 동시에 피를 멎게 하는 것은 현대의학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타박상이나 골절, 창칼에 찔려서 다친 상처에도 삼칠을 달여 먹거나 외용으로 써도 뛰어난 효과가 있다. 곧 칼이나 흉기에 찔려 피가 멎지 않을 때 삼칠 가루를 뿌리거나 먹으면 곧 피가 멎고 상처가 아문다.
위장이나 십이지장의 궤양으로 인해 피를 토하거나 출혈, 대장이나 직장 출혈, 여성의 자궁출혈, 산후의 출혈에도 효과가 크다. 그리고 갖가지 종기나 종창, 암으로 인한 통증에도 삼칠 가루를 뿌리거나 복용하면 통증이 멎고 종기나 종창이 낫는다.
최근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관상동맥질환이나 심장병에 삼칠 가루를 2~4그램씩 하루 2~3번 복용하게 하여 치료하고 있다. 삼칠에는 플라보노이드글리코시드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크게 증가시켜 동맥압을 떨어뜨리며, 심근의 산소소비량을 줄여 심교통과 협심증을 낫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압이 높을 때에는 낮게 하고 낮을 때에는 높여서 혈압이 정상이 되게 한다. 고혈압과 저혈압을 동시에 치료하는 것이다. 만성간염이나 지방간, 간경화에도 효과가 있어서 GOT, GPT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칠의 가장 뛰어난 효능은 뇌혈관의 출혈을 멎게 하는 것이다. 삼칠은 중풍을 고치는데 가장 뛰어난 효과가 있는 약이라고 할 수 있다. 삼칠과 봉래약쑥을 제대로 활용하면 거의 모든 중풍을 고칠 수 있다. 삼칠은 뇌혈관의 출혈을 멎게 할 뿐 아니라 뇌혈관이 터진 뒤에 생긴 죽은 피를 빨리 흡수하여 내보내고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하며 혈액을 맑게 하고 혈압을 낮추어 뇌혈관이 다시 터지지 않게 한다. 중풍으로 마비되었을 때에도 삼칠과 봉래약쑥을 꾸준히 복용하면 뇌의 혈액순환이 개선되고 혈관이 튼튼해져서 회복이 빨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