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차 대전문화유산답사 <탄방동 마을여행길> 답사후기
- 망이·망소이 형제의 외침이 울려 퍼진 숯뱅이골 -
◇언제 : 2023년 6월 3일(토) 10:00 ~ 13:00
◇답사 코스 : 롯데백화점 정문앞 집결 - 옛 대전명학소 우편취급소 - 탄방동 왕버들 보호수 - 도산서원 - 남선정 - 망이·망소이 민중봉기 기념탑 - 삼천동유래비 - 점심 - 해산
◇참가자 : 총16명
◇안내자 : 류혜경(울림 마을이야기강사)
만남시각인 오전10시가 가까워짐에 따라 '탄방동 마을여행길'에 함께 하기로 했던 분들이 어느새 모두 모였다. 서로 수인사를 나누며 반가움을 표한다. 하지만 만남장소가 대로변인 탓에 오고가는 차량들 소음이 참가자들 대화에 비집고 들어와 헤살을 부린다.
오늘 마을여행의 안내해설자인 류혜경쌤(울림 마을이야기 강사)이 나서 산만한 분위기를 추스린다. 오늘 마을여행길 안내진행에 관해 알짜만 골라 설명한 뒤, 느닷없이 일전에 귀인 두 분을 만났었다는 얘기를 툭 던진다. 오늘 답사와 관련이 있는데, 구체적 사연은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자리를 서둘러 떴다. 귀인 두 분이라고요? 모두들 호기심이 한껏 발동한다. 혜경쌤 뒤를 잽싸게 따라 나선다. 혜경쌤의 리딩이 리드미컬하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훅 자리를 뜬다?'
롯데백화점앞 탄방네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도산서원 방향으로 조금 들어서자마자 발걸음을 멈춘다. 도로 건너편 2층건물을 가리키며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에 저 곳에 '대전명학소 우편취급소'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앞서 언급한 '두 분 귀인'중 한 분이 바로 '대전명학소 우편취급소'란 이름을 지워준 당사자라 한다. 그리고 혜경쌤은 좀더 자세한 얘기는 탄방동 왕버들 보호수아래 가서 해주겠다고 한다. 대단한 리딩(leading) 기술(skill)을 선보이고 있다. 필자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한꺼번에 쏟아놓지 않고 참석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본인을 잘 따르도록, 귀를 쫑긋 하도록 유도하지 않은가? 아무튼 모두들 자못 궁금해 한다. 일반적 작명(作名)이라면 이 지역명을 따 '탄방동 우편취급소'라 했을텐데... 우린 일찌기 국사시간에 '공주'명학소라 배웠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학소가 지금의 공주에 있는 거로 알았다. 그런데 '대전명학소 우편취급소'라니... 아직도 명학소가 공주에 있었다고 믿는 분은 무척 의아해 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어떤 분은 놀라워할 것이다. 명학소 위치가 탄방동으로 비정되고 있음을 어렵사리 또는 우연히 알고 있었는데, 이미 어떤 분은 이 역사적 사실을 알고 우체국 영업소 간판 작명에 활용했기때문이다.
탄방동 '왕버들' 보호수 아래. 드디어 귀인 한 분에 대한 얘기보따리를 펼쳐 놓았다. 얼마전 안여종 울림대표와 함께 일이 있어 중구 석교동에 갔었는데, 우연찮게 '대전명학소 우편취급소'란 영업소 간판이름을 지어준 분을 만났단다. 그 분은 평소 대전의 역사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그래서 많이 아는 편이고, 직원들로 하여금 역사에 관해 관심을 갖도록 했다는 것이다. 안여종 대표는 '대전명학소 우편취급소'란 간판을 처음 접했을 때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을 했었고, 그래서 사진을 찍어놨었단다. 그런데, 뜻밖의 장소에서 두 분이 만나게 됐고 찐한 반가움을 나눴단다. 두 사람은 서로 고맙다고 했다. 한 쪽은 그러한 작명을 해줘서 고맙다는 얘기고, 또 한 쪽은 그러한 작명을 알아줘서 고맙다는 얘기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가슴 저 바닥에서 뜨거움을 밀려온다. 두 분의 우연적인 만남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혜경쌤은 말 나온김에 또 한 분의 귀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얼마전 이 곳에 왔었는데, 또 한 분의 귀인을 만났다고 한다. 그 분의 말씀에 따르면 '오래전에 이 곳이 곧잘 침수돼 지름이 어른 높이의 하수도관을 묻는 대형공사를 했다는 것이다. 그 공사는 그 분께서 160여명의 주민 서명을 받아 관(官)에 민원을 제기해 이뤄낸 쾌거였단다. 어쨌든 이 지역이 옛날부터 물이 많은 곳이라는 얘기다. 보호수인 '왕버들'나무가 이를 반증한다. 왕버들은 물을 무척 좋아해 물가나 습지지역에서 잘 자란다. 필자도 혜경쌤의 말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서 조금 떨어진, 위쪽의 어느 개인주택 마당에 상당한 굵기의 왕버들이 고사상태로 있는데, 도산서원 골짜기에서 계곡물이 흘러내려와 고사목 곁을 지나 이 곳 보호수 근처를 지나 유등천으로 흘러갔을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필자의 목격담을 또하나 증언으로 선보였다. 탄방동 주공아파트에서 필자가 한동안 산 적이 있었는데, 이 지역은 비만 오면 이 지역으로 빗물이 모여들어 상습침수지역이 되곤 했다. 이 지역의 기존 하수도관의 관경이 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물이 제대로 빠져 나가지 못했다. 그래서 대전시에서는 이 곳의 하수관을 대형관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아마도 1990년대 말이었던 거같다.
이어 도산서원에 들러 서원 연혁을 되짚어 보고, 숲속 그늘아래 놓여진 길을 따라 남선산 정상으로 올랐다. 남선산은 그 옛날 도산(道山)이라 했다. 이로부터 도산서원의 이름이 비롯된다. 산 정상에 조성된 쉼터 '남선정'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10여분 심신을 릴렉스한 뒤, 또다시 내리막길에 나서 '망이·망소이 민중봉기 기념탑'에 다다른다. 모두들 야트막한 담장 난간에 걸터앉아 혜경쌤이 들려주는, '망이·망소이 민중봉기'에 관한 특강에 귀를 기울였다.
우린 민중봉기의 의의를 음미하며 하산길에 나섰다. 유등천변 차단녹지에 조성된 산책길을 잠시 걸으니, 오늘 답사의 종착지인 '삼천동 유래비'가 우릴 맞는다. 혜경쌤은 삼천(三川)에 관한 옛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하나의 화두를 던진다. 돈이란 물질앞에서 땅이름의 '역사성'이 훼손돼도 되는 것인가? 당시 삼천동에 살았던 주민이었다면? 잠시 자문(自問)은 이어진다. 사실 둔산3동으로 개명되면서 땅값이 상당히 올랐다고 한다. 그 대신 지명의 정체성(正體性)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씁쓸함이 남는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서로의 얼굴에 즐거운 미소가 퍼진다. 한 때 탄방동에서 살았는데, 또는 이 곳을 수없이 지나다녔는데... 이처럼 수많은 얘기들이 이 곳에 숨겨져 있는 줄 예전엔 몰랐다며 앞으로 기회가 되면 자주 참여하겠다고 한 목소리로 다짐을 한다. 오늘 마을여행을 마치며 마음속에 찾아드는 위안이자 보람이었다.
오늘의 탄방동 마을여행 함께 할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반가움을 나눕니다. 열일 제치고 왔슈~~^*^
'살롱 드 루미에르'가 그 옛날 '대전명학소 우편취급소'였다.
탄방동 보호수 '왕버들'나무 아래에서... 혜경쌤은 귀인 두 분에 대한 얘기보따리를 술술 풀어제끼고 있다. 모두들 그 얘기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들의 효심을 드러낸 카페 이름 '유녹'. 그 이름의 내력이 궁금하신 분은 '유녹'에 들러 그윽한 분위기에서 커피 한 잔이 하심이... 그리고 사장님께 연유를 물어보시라^^
도산서원을 찾았습니다. 사당에 두 분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 중 한 분의 아드님이 우암 송시열선생의 사위고, 무수동 유회당 선생의 부친이십니다. 그 아드님이 누구인 지 아시나요?
그늘진 숲길을 따라 산정상에 자리한 남선정을 찾아갑니다. 햇빛이 따가워 양산을 썼었는데, 이젠 필요없게 됐네요.
여긴 남선정. 혜경쌤이 참여자들에게 기념사진을 찍어주느라 애를 씁니다요.
여긴 망이·망소이 민중봉기 기념탑.
혜경쌤의 특강에 폭 빠져있는 참여자들. 모두의 표정에서 진지함이 묻어납니다.
유등천변 차단녹지에 조성된 산책길. 우린 오늘 마을여행길 마지막 행선지 '삼천동 유래비'를 찾아갑니다.
삼천(三川)의 유래에 대해서 혜경쌤이 열강을 하고 있네요. 막바지라서 신이 난 거같아요^^
Happy Ending! ♡삼천동유래비앞에서 기념촬영♡
첫댓글 김인수 선생님 답사후기를 정말 잘 써주셨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함께 못한 아쉬움 멋진 후기로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 못갔지만 간거같은 최고의 후기입니다.^^
탄방동 마을여행길 수고 많으셨습니다. 바로바로 진행과 후기가 잘 정리되어서 좋네요.
답사를 다시 다녀온듯한 인수샘의 생생한 후기입니다.
이번 답사는 편안한 마을길 여행에 민중봉기라는 역사적인 주제의식이 더해져서 더 좋았습니다.
큐티한 혜경샘의 편안하면서도 상세한 해설덕분에 더 품격있는 답사가 되었네요~
이번에도 탄방동에서 보물찾기 잘 했습니다^^
후기가 아주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