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하운(1920 –1975)
함남 함흥군 출시이다.
부유한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이리 농림학에서 수의사 자격을 획득, 중국 베이징 대학 농학원(이후 중국 농업 대학)을 졸업한 후 함남도청, 경기도청 등에서 근무하다가 나병의 재발로 사직하고 고향에서 치료하다가 1948년에 월남, 1949년 제1시집 《한하운 시초(詩抄)》를 간행하여 이목을 받았으나 이후 이러한 세간의 주목은 "《한하운 시초(詩抄)》" 사건이라는 후폭풍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하운 시초 사건 이후 그는 이어 제2시집 《보리피리》를 간행하고, 1956년 《한하운시전집》을 출간하였다. 1958년 자서전 《나의 슬픈 반생기》, 1960년 자작시 해설집 《황토(黃土) 길》을 냈다. 자신의 천형(天刑)의 병고를 구슬프게 읊은 그의 시는 애조 띤 가락으로 하여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렸다.
그는 일생동안 끊임없이 나병환자를 위한 투쟁을 진행하였으며, 정부에 의해 나병환자 중심으로 진행되던 소록도 간척사업이 중단되었을 때는 정부를 비판하기도 하는 등 활동가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주요 작품
《한하운 시초》(1949), 《보리 피리》(1955), 《한하운 시선집》(1956), 《한하운 시집》(1964), 《나의 슬픈 반생기》 등이 있고, 자작시 해설집으로 《황톳길》(1960)이 있다.
**한하운 시 모음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아버지가 문둥이올시다
어머니가 문둥이올시다
나는 문둥이 새끼올시다
그러나 정말은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서러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호적도 없이
되씹고 되씹어도 알 수는 없어
성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도 될 수는 없어
어쩌구니 없는 사람이올시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나는 정말로 문둥이가 아닌
성한 사람이올시다.
*나
아니올시다
아니올시다
정말로 아니올시다.
사람이 아니올시다
짐승이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과
그 사이에 잘못 돋아난
벗섯이올시다 버섯이올시다.
버섯처럼 어쩔 수 없는
정말로 어쩔 수 없는 목숨이올시다.
억겁을 두고 나눠도
그래도 많이 남을 벌이올시다. 벌이올시다.
아니올시다
아니올시다
정말로 아니올시다.
사람이 아니올시다
짐승이 아니올시다.
*自畵像
한번도 웃어 본 일이 없다
한번도 울어 본 일이 없다.
웃음도 울음도 아닌 슬픔
그러한 슬픔에 굳어 버린 나의 얼굴.
도대체 웃음이란 얼마나
가볍게 스쳐가는 시장끼냐.
도대체 울음이란 얼마나
짖궃게 왔다가는 포만증(飽滿症)이냐.
한때 나의 푸른 이마 밑
검은 눈썹 언저리에 매워 본 덧없음을 이어
오늘 꼭 가야 할 아무데도 없는 낯선 이 길 머리에
쩔룸 쩔룸 다섯 자보다 좀더 큰 키로 나는 섰다.
어쩌면 나의 키가 끄으는 나의 그림자는
이렇게도 우득히 웬 땅을 덮는 것이냐.
···
지나는 거리마다 쇼윈도 유리창마다
얼른 얼른 내가 나를 알아 볼 수 없는 나의 얼굴.
*罰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쩌구니 없는 벌(罰)이올시다.
아무 법문(法文)의 어느 조항에도 없는
내 죄를 변호할 길이 없다.
옛날부터
사람이 지은 죄는
사람으로 하여금 벌을 받게 했다.
그러나 나를
아무도 없는 이 하늘 밖에 내세워 놓고
죄명은 문둥이......
이건 참 어처구니 없는 벌이올시다.
첫댓글 한하운... 소록도를 찾아가는...
그의 황톳길이 보이는 듯 합니다...
천형을 받아 시인된 사람, 한하운 그의 삶을 공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