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와 우리의 대응
전) 합참차장 권 안 도
북한은 24일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시험 발사를 하였으며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를 개최하고 이를 규탄하였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했다”고 강력히 비판하였다.
북한은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둔 4월에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및 ICBM 시험 발사를 중단하겠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으나,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노동당 회의에서 “이를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은 활동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며 모라토리엄 파기를 이미 예고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한미 정보당국은 “지난 2월 27일과 3월 5일 두 차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ICBM의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해당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평가하고 있어, 지난 2020년 노동당 창건일에 공개한 신형 ICBM(화성-17형, 다탄두 탑재 추정)의 시험 발사 가능성을 예상하였는데, 이번 시험 발사는 바로 화성-17형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겠다.
최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하여 정찰위성 대량 배치를 지시한 후, 이튿날에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서해 위성발사장을 시찰하면서 발사장 시설의 확충과 개축을 지시하였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하고 있다.
한편 2019년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가동이 중단된 영변 핵시설은 2021년 8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연례보고서를 통해 재가동 정황이 공식 확인된 이후, 최근까지 한미 정보 당국은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5MW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이 가동되고 있는 징후를 식별하여 공개한 바 있다.
나아가 북한은 2018년 5월에 폭파·폐쇄했다고 국제사회에 선전했던 풍계리 핵실험장에 최근에 건물을 새로 짓고 기존 건물을 수리하는 정황이 포착되어, 기존의 갱도를 보수하여 현재 개발 중인 ‘초대형 핵탄두’(국방력 발전 ‘5대과업’) 실험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같이 최근의 북한의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 1월 북한이 예고한 바와 같이 핵실험, 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철회 가능성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며, 이제는 초읽기에 몰린 느낌마저 갖게 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억제와 대응방안에 대하여 많은 안보 전문가들과 함께 진지한 고민을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먼저 정부는 그 동안의 북한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대북 규탄’ 수준의 대북 메시지에서 벗어나 ‘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무력시위이자 도발’임을 지적하여, 북한에 재발 방지 차원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 이를 계기로 대내적으로는 국민의 안보의식 제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국제사회에 ‘레드 라인’을 넘어선 북한의 도발에 대하여 안보리 결의 위반의 심각성을 부각하고 추가적인 대북제재 방안에 대한 검토를 제안하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하여 ‘한미연합요격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한미간 협의하여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의 신형 ICBM이 다탄두 능력을 보유하고 미 본토 전역을 위협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인 ‘지상요격미사일’(GBI/ 요격고도 2000Km)과 ‘SM-3’(요격고도 100-500Km)을 이용한 태평양 상공의 ICBM 요격 실험은 북한의 ICBM 무력화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며, 역내에 배치된 미군의 ‘SM-3’, ‘사드(THAAD)’와 한국군의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가 연계된 연합요격훈련도 북한의 다양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능력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기대하며 싱가포르회담에서 북한에게 일방적인 양보로 중단해온 한미연합훈련 재개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필자가 현역으로 근무할 당시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두 가지가 있었는데, 대규모의 한미연합군이 참가한 실기동 훈련인 ‘팀스피리트’(Team Spirit) 연습과 1962년부터 시작되어 2004년 6월에 중단된 대북 심리전 방송이었다. 이 두 가지 모두 한국군 장병들에게는 자부심과 사기 앙양의 원천이었으며, 반대로 북한군들에게는 공포와 사기 저하의 원인이었다. 한미연합훈련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은 물론 유사시 한반도에 증원하게 되어 있는 미군 병력과 장비들로 하여금 미 본토의 발진기지로부터 한반도에 이르는 장거리 전개 절차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낯선 지형에서의 ‘작전 수행’(How to fight)을 숙달하고 한국군과 함께 ‘같이 갑시다(Let’s go together)’정신으로 팀워크를 다질 수 있는 의미있는 훈련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북한이 한미가 설정해놓은 인내의 한계인 ‘레드 라인’을 넘어 모라토리엄을 파기한다면, 우리가 기대했던 북한의 비핵화는 백지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한미 양국은 지체없이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할 것임을 천명하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국방백서 2020’에 의하면 한국군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함께 ‘미사일’ 전력을 비대칭 전력으로 분류하였는데, 이러한 비대칭성 극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당부하고 싶다. 즉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확장억제전략, 맞춤형 전략)과 화생방 방호 능력 강화로 대응하고,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같은 신형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지속적으로 보완하되, 한국군도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북한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 수중발사 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북한의 신형 미사일을 능가하는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력 증강에 더욱 노력하여야 할 것이며, 일부 개발이 제한된 미사일 전력은 미국의 ‘교량전력’(Bridge capability) 개념을 활용, 대북 열세 전력의 ‘비대칭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