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랑 같이 미국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원생이다.
아내도 역시 나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있는 돈없는 가난한 주말부부 부부유학생으로서 사실 미국교육시스템이 너무나 부러워서 그리고 한국대학이 너무 안타까와서 한탄의 글을 한번 적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대학들은 학생을 결코 '고객'으로 대하지 않는다. 학생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시스템하에서는 교육비 퍼부어가면서도 선생이나 교수가 시키는 짓을 그대로 해야하는 일종의 '두사부일체'형의 관계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최소한 대학은 학생을 교육서비스를 받으러 온 고객이라는 개념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난 소위 한국에서 sky대를 나온 사람으로서 자부심이 없진 않지만 사실 그 자부심이라는 것은 기존에 sky대가 가져고 있는 이미지를 그대로 상속받은 'sky대'라는 타이틀에 대한 자부심일 뿐이고, 내가 그에 걸맞게 받은 교육서비스가 무엇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른다.
일단 미국 동부 아이비중 한곳을 예로 들겠다.(내가 이곳에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잘 안다. 그리고 혹시나 미국대학중에도 아이비가 있으면 party animal들이 가는 학교도 있는데 왜 아이비만 가지고 한국대학을 비교하냐고 딴지 걸진 마시기 바란다. 기본적으로 내가 경험한 대학이 이곳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다른 학교랑 비교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기때문이기도 하지만 난 적어도 우리가 추구하는 model은 제대로 된 대학이어야 하며 생각하며 현실은 그렇지 않을 지라도 적어도 blue print는 장기적으로 그런 모델을 염두해 두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물론 아이비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긴 하지만 적어도 교육의 질로서 비판을 받진 않는다.)
편의상 이곳 아이비대학을 A대학이라고 하자. A대학은 학부생들이 한학기에 4과목을 듣는다. 나는 학부때 한학기에 최소 6과목이며 2학점짜리를 들을 경우 7~8과목까지도 된다. 그렇다. 나 역시 6~7과목을 전과목 A를 받은 경험이 있으나 사실 미친 듯이 열심히 하진 않았다. 술 마실거 다 마시고 동문회 빠짐없이 나가고 가끔씩 수업도 안들어가고, 숙제는 몇몇 교양과목만 대충 해가면 되고, 한가지 열심히 한거라고는 시험기간이 되면 도서관 자리 잡으려 새벽 6시에 도서관에 간거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가 그런 교양수업을 들으면서 지정인에 걸맞는 교양을 쌓았느냐? 절대 아니라고 본다. 정말 쓸데없는 교양수업은 뭐그렇게 많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4과목을 듣는 저 A대학생들은 과연 어떻게 지내는가.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당연히 problem set이나 paper써가느라 정신이 없다. 거의 매주 숙제가 나온다. paper도 우리나라같이 대충 짜집기해서 가는게 아니라 수업에 따라서는 교수랑 paper 주제 정하고 쓰는 도중에도 교수만나서 내용수정하고 자문구하고 해야된다. 한주에 읽어야 할 논문이나 서적의 페이지수가 200~300페이지가 될 때도 있다.(물론 많은수의 학생들이 이걸 못 따라간다. 하지만 어쨌든 잠을 설치면서까지 좇아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교수는 학생들이 이런 걸 읽었다고 생각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이들 학부생은 의무적으로 1년이상 영어를 제외한 외국어를 선택해야 된다. 그런데 이들 외국어 수업은 정말 지옥이다. 숙제양이 엄청많고 수업도 예외적으로 매일매일있다. 3학점이라고 1주일에 3시간만 하는게 아니다. 그래서 얘네들은 외국어 정말 잘한다.
problem set은 쉬운가? 절대 아니다. 숙제를 자기힘으로 다 풀 수만 있다면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그렇다면 숙제는 어떻게 풀어가느냐. 거의 모든 수업에는 TA(조교)가 있다. 대부분의 TA들은 대학원생들이지만 실력있는 학부생들도 TA를 한다. 그리고 TA는 다 자기 수업시간이 있다. 소위 말하는 section 시간인데 이 시간에 가면 친절한 조교는 숙제를 절반에서 80%정도 풀어준다. 숙제가 없는 주는 자신이 보충수업을 하고 시험기간에는 학생들에서 요약정리를 해주고 모든 질문을 받는다.
나도 한국에서 조교생활을 했다. 다들 알겠지만 조교는 교수의 조교이지 수업조교가 아니다. 이 말은 곧 수업을 도와주는 조교가 아니라 교수를 도와주는 조교다. 내가 한 일은 아침마다 교수보다 일찍와서 교수가 마실 물 떠다놓고 우편물 정리해주고 교수가 시키는 잔심부름 좀 하고 가끔 학부수업 과제물 제출했는지 않했는지 체크하고 하는 일이 전부다. 그러면 한 학기 등록금 나온다. 이건 정말 쪽팔리는 일이다.
A대학에는 특정 교수에게 속한 조교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조교장학금이란 TA처럼 teaching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거나 교수와 함께 research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 않는한 조교가 될 수 없으며 TA는 학교수업에 큰 공헌을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돈을 지급해주는 것이고 RA는 교수자신의 일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자신의 펀드에서 돈을 떼서 주는 거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나라 대학의 조교제도란 정말 돈을 갖다 버리는 것밖에 안된다. 대학의 재정을 걱정한다면 이 제도부터 없애는 게 낫다. 교수수가 많은 단과대는 이런 조교비용으로만 한학기에 수천만원씩 나가는 걸로 알고 있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한다.
그리고 이 제도를 없애려면 잘난 교수들이 대학원생들을 비서쓰듯이 하는 자세부터 없애야 하며 교수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게 해야 된다. 교수 자신들은 외국유학시절에 머슴노릇하지도 않고 공부 열심히 하게 하는 환경에서 살아놓고는 한국와서는 다시 완벽하게 한국식으로 변신한다. 참으로 이해 못할 노릇이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모든 교수와 TA는 학기말이 되면 학생들에게 평가를 받는다. 교수는 평가가 너무 않좋아도 연구실적이 좋으면 어느정도 살아남지만 TA는 자신이 책임지는 학생들에게 소홀히 할 경우 평가점수가 낮으면 그 뒤부터는 TA의 자격이 박탈된다.(물론 학생자격이 박탈되는게 아니라 teaching 만 못하게 된다) A대의 우리과에 있는 엄청 실력좋은 박사과정 중국애는 교수들이 TA해달라, RA해달라고 하도 부탁이 들어와서 그런거 거절하느라 바쁘다.
이런 미국식 조교제도를 쓸 경우 내가 다닌 한국대학의 과에서 나타나는 병폐를 없앨 수 있다. 다른 과나 다른 학교는 잘 모르겠다. 우리과(한국학부시절)는 대학교수에도 누구라인, 누구라인등등 계보가 있다. 자신이 대학원시절 특정 교수밑에서 조교생활을 했을 때 그 조교가 유학후 박사취득했을 때 그 특정 교수가 교수임용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그런 식으로 나이 많은 교수들은 자기 밑으로 자기 부하급 교수들을 거느리게 되고 과에서의 권력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임용된 교수들이 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분명히 더 좋은 교수를 찾아서 임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식의 교수임용이 이뤄졌던 거다.
요새들어서 젊고 유능한 교수를 새로 임용했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senior급 교수와 40대 교수들이 일단 우리학교 출신인 이상 타학교 출신 유능한 교수들은 언제나 찬밥신세일 수 밖에 없다.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도 타학교 출신이라서 맘 고생이 많아 심하셨다. 자신과 학문적 견해차이가 나서 서로 사이가 안좋은건, 사실 학자로서 자기연구성과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연구결과를 반박할 수 있고 그런게 쌓이다보면 사이가 안좋을 수도 있을거다. 제발 교수들이여, 학문가지고 싸워봐라. 별 시답잖은 걸로 싸우지 말고...
조교제도가 하찮게 보일 수 있지만 내 경험상으론 이것 하나만 없애도 좋아지는 점이 있으리라 본다.
학부수업에 대해서도 얘기해보겠다.
수업은 일단 세가지 종류가 있다. 학부전용수업, 학부 및 대학원생 수업, 대학원전용 수업. 학부전용 수업은 학부생만 들을 수 있다. 대학원생은 '학부 및 대학원생 수업' 이상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학부생의 경우는 사실상 모든 수업을 다 들을 수 있다. 박사과정 수업조차도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들었던 박사과정수업에도 학부생들이 많이 들어온다. 그것도 청강이 아닌 학점용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은 갓들어온 박사과정 학생들과 비교해서 절대 열등하지 않다.
우리과(A대)의 전설적인 인물중에 학부4학년때 한 교수와 함께 쓴 졸업논문이 너무너무 우수하고 수준도 박사논문급이라서 그 논문이 저널에 실리고 박사 세미나 수업시간에 그 여학생의 학부졸업논문으로 수업을 할 정도다. 학부졸업후 영국으로 가서 3년만에 박사를 따고 현재 교수로 있단다. 나이가 얼마나 어린지 한번 계산해 보시라. 학부생에게 박사과정 수업을 허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부수학수업중에도 수학경시대회 입상자등 수학에서 굉장한 성과를 보였던 학생들만이 들을 수 있는 수업도 있다. 이 수업을 듣기 위해선 그 전에 교수와의 면담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특정과목을 잘하는 학생이 대학에 들어와서 다른 일반학생에 섞여서 수준이 낮아지는 걸 막아주는 장치들이 다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같이 천편일률적인 전공수업은 진정한 천재형학자의 탄생을 완전히 방해하는 거다.
이곳은 우리나라 대학같이 몇학년 몇학기때 무슨 과목을 듣고 등등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자기 듣고 싶은 걸 들으면 된다. 대신 advisor제도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자기 advisor가 무슨 수업을 듣는게 좋은지 친절히 가르쳐 준다.
예를 들어, 경제학과의 경우, 수학이나 통계학등이 경제학과 수업에 없다. 완전 없는 건 아니고 타과 전공이 경제학 박사과정에 들어왔을 경우 수학 및 통계가 약하다고 판단할 경우 듣는 수업이 2개 있을 뿐이다.
만일 학부때부터 경제학을 전공으로 하고자 한다면 교수가 수학수업을 무엇무엇을 들으라고 한다. 그러면 그 학생은 경제학과가 아닌 수학과가 개설한 수학과목을 1학년때부터 듣기 시작한다. 사실 경제학과 같은 경우는 박사수준의 수학은 경제수학 1년을 학부때 듣는다고 되는게 아니라 수학과 수준으로 1년이 아닌 학부과정 내내 들어야 무리없는 수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여간 이런식으로 할 경우, 경제학과에서 수학과목을 개설할 필요가 없으니 교수들 수업부담도 없고 교수 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좋으며 학생입장에서는 수학을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우리나라 대학을 보면 결국 같은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과에서 같은 수업을 가르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한심스럽다. 결국 자기 과에서 많은 수업을 개설해서 밥그릇을 채우기 위함이 아닌가.
내가 경제학을 예로 든 이유는 A대는 한학년 1400명중에 200명이상이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기 때문이다. 인기없는 과는 2~3명만 지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없는 과가 여전히 세계최고의 학문수준을 유지하는 이유는 대학원의 수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학부생이 4학년 통틀어 12명정도 되는 과도 대학원생의 수도 그정도이며 교수수도 그 정도다. 그리고 그 10여명은 그 학문을 하고자 세계 곳곳에서 온 수재들이다. 그들에 대한 재정지원도 결코 소홀하지 않다. 그들 대부분에게 장학금을 주어 학문발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오히려 인기많은 과는 교수연봉도 높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서 그런과의 대학원생들에게는 장학금이 잘 안 주어진다. 인기많은 과는 그만큼 자기 돈이 들어가지만 졸업해선 높은 연봉을 받을거고 인기없고 졸업해서 배고픈 학문의 박사과정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팍팍 줘서 적어도 박사과정중에는 돈걱정없이 학문에 몰두하게 한다. 시장논리와 비인기 학문의 발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적절하게 잡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부럽다.
학부생부터 대학원생까지 모두 4과목씩을 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코뜰 새 없이 바쁜 학생들. 여학생이나 남학생이나 츄리닝입고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있는 모습. 우리나라는 사시불합격한다고 자살하지만 여기 학생은 학부수업따라가기 힘들다고 자살한다.
정년퇴직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학문에 매달리는 흰머리 희끗희끗한 교수들. 세계적인 석학이라도 박사과정학생이 공동논문의 주제를 잡고 시작했을 때는 자기 이름을 second author로 달아주는 교수들. 일년에 내는 논문개수가 우리나라 몇몇교수들 10년정도 해야 내는 논문보다 많은 교수들도 면담시간에 찾아가면 전혀 바쁜 척하지 않고 짜증한번 안내고 친절하게 상담해주는 교수들. 이곳 학교나 교수들은 정말로 학생들이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휴강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서 휴강을 하더라도 보강을 꼭 하며 세시간짜리 수업을 1시간 30분에 끝내거나 휴강하는 걸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얻으려 하지 않는다. 자기 편하려고 숙제를 안 내주지 않는다. 이들은 학생들이 주는 비싼 등록금에 걸맞는 수준높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걸 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나라 교수들, 정작 자신들은 저 변방국가에서 온 유학생으로 그런 질높은 교육을 받고 세계적인 석학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을 존경했을 것이면서 한국에 와서는 저렇게 답답하게 사는 이유가 뭘까?
첫댓글니가 말하는 미국 대학이 지금 내가 다니는 대학같네 그려. 본과 오니까 공부 하느라 디지겄다. 아~~미국과 차이라면 우리는 26~33학점에 실습에 매주 셤 1~2개에... 공부할게 많고 힘들단게 자랑은 아니고 솔직히 딴 과 보니까 대학교 처 놀러 다니더구만. 셤 기간때 하는 공부량 1주일치 강의분량도 안되는거 가지고 질질 대는거 보고 속으로 병신들이라는게 절로 나오더라. 학교 자체가 3류대라 그럴수도 있으나 1류대 다녀 볼때도 놀건 다 놀고 하루에 학과공부 3시간도 복습 안하고 셤기간때만 존내 하니까 거진 최소 비뿔에서 에이제로 나오더만. 존내 처 놀고 취직 안된다고 지랄들하지..ㅉㅉㅉ 기껏 하는게 토익 공뭔 셤...ㅉㅉ
첫댓글 니가 말하는 미국 대학이 지금 내가 다니는 대학같네 그려. 본과 오니까 공부 하느라 디지겄다. 아~~미국과 차이라면 우리는 26~33학점에 실습에 매주 셤 1~2개에... 공부할게 많고 힘들단게 자랑은 아니고 솔직히 딴 과 보니까 대학교 처 놀러 다니더구만. 셤 기간때 하는 공부량 1주일치 강의분량도 안되는거 가지고 질질 대는거 보고 속으로 병신들이라는게 절로 나오더라. 학교 자체가 3류대라 그럴수도 있으나 1류대 다녀 볼때도 놀건 다 놀고 하루에 학과공부 3시간도 복습 안하고 셤기간때만 존내 하니까 거진 최소 비뿔에서 에이제로 나오더만. 존내 처 놀고 취직 안된다고 지랄들하지..ㅉㅉㅉ 기껏 하는게 토익 공뭔 셤...ㅉㅉ
결국 졸업을 어렵게 해야하는데 대학가면 놀자 풍토가 강하니깐 그나마 이제 좀 이름값하는 대학들에선 SCI급 논문기제시 보너스 해택을 준다고 하니깐 매년 논문숫자가 늘어가는데 제대로 검증은 되는지 모르겟다. 교수들도 날 새도록 연구하는 인간들이 있긴있어 많이 없지만.
d이게 다 주입식 교육의 폐혜 아니겠냐,,,어려서 애들 진을 빼놓으니 대학가서 할 여력이 없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