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절차 끝난뒤 “왜 빠졌나” 지적
김병기, 부당관여 의혹에 “사실무근”
더불어민주당이 비명(비이재명)계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을 배제한 여론조사를 돌려 ‘사천 논란’이 거세진 가운데 친명 핵심인 김병기가 문제의 여론조사를 진행한 업체를 공식 공모 절차가 끝난 뒤 추가 선정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병기는 당 수석사무부총장이자 공천관리위원회 간사다.
22일 언론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초 당내 경선 자동응답(ARS) 여론조사 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모 결과 발표 다음 날 ‘리서치디앤에이’라는 회사가 추가로 선정됐다.
애초 유앤미리서치와 우리리서치, 티브릿지 등 3개 업체가 뽑혔는데 하루 뒤 4곳으로 늘어난 것. 당 핵심 관계자는 “김병기가 ‘왜 리서치디앤에이가 빠졌느냐’고 당 선거관리위원회 쪽에 항의해 하루 뒤 추가됐다”고 했다.
김병기는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여론조사 업체 선정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그 회사(리서치디앤에이)가 부당하게 배제됐다고 들어 ‘절차대로 하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다음 날 그 업체를 추가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경선을 관리하는 선관위원장을 맡았던 정필모가 21일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이 이번 일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필모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정필모가 ‘특정 업체가 추가되는 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었다. 자칫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싶어 사퇴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신뢰도 논란이 거세지면서 경선 불복 조짐도 커지고 있다. 1차 경선에서 탈락한 비명계 의원은 “당 선관위에 경선 여론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진상 조사를 의뢰했다”며 “결과에 따라 경선 불복 선언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안규백, 장경태, 박찬대, 박범계 등 친명계 현역들에게 대거 단수공천을 줬다.
서울 마포갑(노웅래)과 동작을(이수진), 경기 의정부을(김민철), 광명을(양기대) 등은 전략지역구로 의결해 해당 지역 현역 의원들이 자동 컷오프됐다.
이재명은 이날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툭하면 사퇴하라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여론조사 논란에 대해서도 “일상적으로 해오던 정당의 조사”라고 일축했다.
비명 “경선 여론조사 관련 진상조사 의뢰, 불복 고민중”
여론조사업체 추가선정, 친명 관여
黨관계자 “김병기, 왜 빠졌냐며 항의
자격미달 업체 굳이 추가, 의아했다”
‘경선관리 정필모 사퇴 연관’ 해석도
‘리서치디앤에이’라는 여론조사 업체가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 여론조사에 공모 절차 마감 후 추가로 참여하는 과정에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 지도부 핵심 의원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내 공천 파열음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등 친명 지도부가 비공식 회의체에서 현역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등을 논의했다는 ‘사천 논란’에 이어 공천 여론조사 기관 선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 속에 경선 불복 조짐도 보이고 있다.
22일 언론사 취재를 종합하면 리서치디앤에이는 당내 여론조사 기관 선정 과정에서 공식 공모 절차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추가로 선정됐다.
최근 경선 전화 자동응답(ARS)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기존 3개 업체가 선정된 뒤 다음 날 추가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당내 현역 의원 평가 조사 기관 선정 과정에서도 애초 공모를 통해 선정된 3개 업체 이후로 추가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당 관계자는 “김병기가 당 실무진에게 전화로 ‘왜 리서치디앤에이가 빠졌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 때문에 3곳에서 4곳으로 늘었다”고 했다.
김병기는 당 공천 실무를 총괄하는 수석사무부총장이자 친명 실세로 꼽히는 당내 핵심이다.
당 관계자는 “통상 현역 의원 평가를 위한 여론조사나 경선 ARS는 업체 2, 3곳 정도가 맡아서 해왔다”며 “굳이 4곳을 해야 한다길래 봤더니 자격 미달인 곳을 선정하겠다고 나서서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했다.
리서치디앤에이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여론조사를 위해 수집한 안심번호를 특정 후보에게 건넨 사실이 적발됐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애초 리서치디앤에이는 보안 수준이나 윤리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일을 맡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던 곳”이라고 했다.
당 선거관리위원장인 정필모가 전날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사퇴한 배경을 두고도 이 같은 과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정필모와 가까운 한 인사는 “정 의원이 리서치디앤에이가 선정되는 과정이 석연치 않아 진상을 알아보는 와중에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윗선에서 개입한 사실을 알고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리서치디앤에이가 당 비공식 여론조사인 경쟁력 조사를 ‘한국인텔리서치’라는 업체 이름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인텔리서치는 리서치디앤에이 대표이사인 A 씨가 보유한 또 다른 업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지 않다.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리서치디앤에이가 민주당과 계약을 했는데 정작 여론조사는 다른 회사에서 돌렸다면 결국 안심번호 등을 넘겨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친문 등 비명 진영은 집단행동을 검토하고 있다. 한 친문 재선 의원은 “조정식이 처음에는 ‘아는 바가 없다’는 취지로 말하다가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대체로 당에서 한 것이 맞다’고 말을 바꿨다”며 “말을 바꾼 것 자체가 떳떳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 의원은 “경선 여론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당 선관위에 진상 조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인해 경선 불복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경선에서 탈락한 한 비명계 의원은 “당연히 경선 결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친문계 고민정도 “향후 경선 결과 불복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친명 지도부는 압력 행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병기는 이날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둔 예민한 시기인 만큼 당 의사 결정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업체가 없도록 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당 선관위에) 전달한 것일 뿐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언론사는 이와 관련해 리서치디앤에이 측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이재명은 이날 당내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일상적으로 해오던 정당의 조사다.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필요에 따른 여러 가지 조사가 있을 텐데 개별적으로 다 파악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