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따뜻한 섬지역에선 2월부터 '파릇'
뿌리잎은 나물, 줄기잎·줄기는 약용으로
급속 냉동해 보관하면 일년 내내 먹을 수 있어
시나브로 쑥의 계절이다. 쑥 관련 정보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어느새 파릇파릇하게 자란 모습이다.
쑥의 뿌리잎은 모여 나고 거미줄 같은 흰색 털로 뒤덮여 있어 흰색을 띤다(전남 장흥).
남녘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다. 겨울이 따뜻한 섬지역에선 2월이면 벌써 마른 풀숲 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자라고 있다. 예부터 소금기 머금은 해풍을 맞고 자란 것은 향과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해가 들고 물 빠짐이 잘되는 곳에서 잘 자란다. 약간 그늘진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번식력은 웬만한 풀이나 나무보다 훨씬 강하다. 땅속을 기듯이 자라는 뿌리줄기 마디마다 새순이 돋아나 새끼를 쳐서다. 한번 뿌리를 내리면 무리 지어 자라고 다른 풀이 얼씬도 못하게 한다.
쑥의 뿌리잎은 억세지기 전 채취해야 향과 쓴맛이 적당해 나물로 먹기 좋다(전남 진도).
이름 또한 예사롭지 않다. 순우리말 이름은 봄날 일제히 돋아나는 특성과 생태에서 비롯된다.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60~120㎝ 자라는데 생장 속도가 엄청 빠르다. 여차하면 채취시기를 놓쳐 가슴을 치기 십상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나 지금이나 인기다. 서양에선 일찍이 향기 좋은 허브로 자리를 잡았다. 나물로 이용되는 것은 주로 뿌리잎이다. 금방 억세지기 때문에 제때 채취해야 부드럽고 쓴맛이 적당하다. 줄기잎과 줄기는 약용으로 알맞다.
쑥의 잎은 주로 약용으로 쓰이는 인진쑥이나 개똥쑥보다 크고 진녹색을 띤다(제주 제주).
우리 산야에서 나고 자라는 쑥속은 쑥을 비롯해 참쑥·물쑥·인진쑥·개똥쑥 등 20여종에 이른다. 이중 쓴맛과 향이 적당한 쑥이 나물로 제격이다. 개똥쑥과 인진쑥은 주로 건강식품으로 몸값이 높다.
생것 100g당 주요 영양소는 단백질 3.4g, 식이섬유 5.9g, 탄수화물 7g 등을 품고 있다. 그밖에 류신과 라이신 등 필수아미노산 1306㎎과 칼륨 652㎎, 칼슘 109㎎, 마그네슘 32㎎ 등의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쑥의 줄기잎은 약간 질기고 쓴맛이 강해 약용으로 적합하다(경기 양평).
요리 솜씨에 따라 떡과 국, 튀김 등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쑥인절미는 요즘 아침식사 대용이나 건강식으로 인기다. 구수한 콩가루와 은은한 쑥향이 어울려 입맛을 더하고 건강까지 챙겨줘서다.
생선과도 잘 어울린다. 애주가들은 쑥도다리탕 하면 입맛부터 다시게 된다. 은은한 향이 생선 비린내를 잡아주고 국물의 깔끔한 맛을 더한다. 가자미를 넣고 끓여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음주 탓에 뒤틀린 속을 풀고 숙취를 해소하는 데 이만한 게 없다.
쑥에 튀김가루를 입혀 식용유에 튀기면 바삭바삭 씹히는 식감이 좋다(인천 강화).
채취시기에 따라 약성이 다르다. 예부터 음력 3월 삼짇날과 5월 단옷날에 뜯은 쑥은 유난히 맛이 좋고 약성이 높다고 한다. 또 5월 초나흗날에 담근 쑥술은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이같은 약성과 효과로 요즘엔 차와 비누, 화장품 등의 원료로 이용된다.
쑥은 데친 다음 급속 냉동해 보관하면 신선채소 못지않게 맛과 향이 살아 있어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다. 말리고 가루를 내어 떡이나 국수 반죽을 할 때 넣어도 좋다. 날씨가 아직 쌀쌀하지만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우리 밥상이 더욱 풍성하고 건강하게 된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