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동 오일장 장터로
팔월 하순 넷째 월요일이다. 여름이 가는 끝자락이고 가을이 오는 길목이다. 연일 자연학교로 등교해 산천을 누비며 눈으로 계절감을 확인하고 있다. 어제는 삼정자동 마애불상과 농바위를 거쳐 용제봉 숲으로 들었다가 나왔다. 장마철 숲속에서 자라 여름내 굳어져 이제 삭아가는 영지버섯을 몇 조각 찾아왔다. 영지버섯은 가을이 오면 발레가 꾀거나 쪼그라져 건재로 가치를 잃었다.
3일과 8일은 진해 경화동에 오일장이 서는 날이다. 아침 식후 경화장을 보려고 길을 나섰다. 창원 근동에서 규모가 가장 큰 오일장이 경화장이다. 우리 집에서 오일장 장터에서 구하는 품목은 생선이 주를 이룬다. 생선은 어느 계절이나 선도 유지가 중요한데 여름은 더 그렇다. 대형 할인매장 생선은 회전이 빠르고 신선도가 좋으나 가격대가 수월찮아 재래시장을 더러 찾는 편이다.
나라 안팎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극심한 혼돈을 겪고 있다. 정치권은 지난날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사드 배치 전자파 논란에 이어 이제 원전 오염수로 또 한 번 살벌하게 대치한다. 그 틈새 어민들과 수산업자는 물론 생선회를 파는 횟집이나 어물을 파는 생선 가게까지 타격을 받는 모양이다. 심지어 천일염 사재기로 소금도 동이 난다는 뉴스를 접해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는 채소 일색 식단이나 어쩌다 돼지목살이나 삼겹살은 한 점 먹는다. 그 흔한 달걀도 구경한 지 오래고 생선은 가끔 내가 사 나르면 구이나 조림으로 먹어본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파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집에서는 앞으로도 계속해 생선이나 생선회를 먹을 요량이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도 방부제 범벅 사료를 먹여 키웠는데 미량의 세슘이야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자차를 운전하지 않는 내가 진해 경화장 가는 경로는 아주 단순 명료하다. 시내버스로 안민동 청솔아파트 근처 초등학교 앞으로 갔다. 거기서 안민고갯길을 따라 무념무상 걸었다. 이른 시각에 고갯마루로 산책을 나선 아낙들이 내려오고 있기도 했다. 일찍 낙엽이 지는 벚나무 마른 잎이 뒹구는 산책 데크를 따라 걸으니 나뭇가지 사이로 불모산 정상부 송신소는 구름이 걸쳐 있었다.
약수터에서 멀지 않은 안민고개 쉼터에서 얼음 생수를 마시면서 내가 사는 창원 시내 시가지를 굽어봤다. 도심 외곽으로는 정병산이 비음산을 거쳐 대암산과 용제봉으로 이어지면서 에워쌌다. 안민고개 생태 터널 상부로 올라서니 전에 없는 빗돌이 보여 살펴보니 의병장 최강을 기리고 있었다. 최강은 고성인으로 임진왜란 발발 이듬해 의병을 일으켜 안민고개를 지켰던 인물이었다.
안민고개 만남 광장에는 수크령꽃이 피어 바람에 흔들거렸다. 전망대에서 진해 시가지와 바다를 부감했다. 바다 바깥은 거제섬이 둘러쳐 있었는데 내가 교직 말년을 거기서 마무리 짓고 와 감회가 새로웠다. 전망대에서 안민고갯길 남향을 따라 걸으니 데크를 보수하는 인부들이 더위도 잊고 작업에 열중했다. 진해 드림 로드 장복 하늘마루길에서 천자봉 해오름길 구간으로 들어 걸었다.
드림로드 중간에서 숲길로 빠져 진해남중을 거쳐 경화 장터로 갔다. 여름 더위가 아직 가시질 않은 오일장은 활기가 넘치지 않았다. 뻥튀기 노점에 보모를 따라 나온 해맑은 모습의 유아들이 눈길을 끌었다. 나는 채소와 잡화는 통과하고 생선 좌판 몇 개를 지나치면서 신선도를 살펴 놓았다. 장터에서 인기리에 팔리는 찹쌀 호떡을 두 개 산 봉지를 손에 들고 주점 박장대소를 찾았다.
탁자엔 먼저 자리를 차지한 다수 손님이 있었다. 익히 아는 주인 내외와 오랜만에 뵙는다는 인사가 오갔다. 나는 명태전을 시켜 곡차는 줄이고 국수를 주문해 요기를 때웠다. 주점을 나와 아까 봐둔 생선 좌판에서 고등어와 갈치를 사고, 비늘을 치고 간을 해 반건조시킨 조기를 한 무더기 샀다. 버스 정류소로 향하다가 잘 영근 포도를 팔고 있어 세 송이 샀더니 손에 든 봉지가 묵직했다. 23.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