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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연구소] 지금 세계정세에는 근본적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세계를 주도해 온 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였다. 그런데 이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미국은 이 위기를 극복하려 북한, 중국, 러시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와 북한,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반제자주 국가 사이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한 제재와 봉쇄를 강화하는 것도 이의 일환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내세운 ‘가치동맹’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 가치동맹엔 신냉전 대결 체제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이에 맞서 북·중·러가 3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주의·반제자주 진영은 세 나라가 각각 자기 힘을 키우면서 미국과 서방세계를 향해 공세를 펴고 있다. 그리고 세 나라가 서로 연대와 공조, 지원과 지지의 기운을 높이고 있다.
이 대결에선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반면, 북·중·러가 공세를 펴며 세계적 차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형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상황들을 기회가 될 때마다 살펴보려 한다.
1. 아프간전에서 미국이 비참하게 패배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2001년 9월 11일 비행기가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으로 돌진해 빌딩을 붕괴시키는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의 배후로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수장으로 있는 알카에다를 지목하고 아프간 정부에 빈 라덴을 양도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아프간 정권을 잡고 있던 탈레반이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자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2001년 10월 7일 아프간 폭격을 시작으로 아프간전에 돌입했다.
아프간 전쟁은 장장 20년 동안 지속되었고 이제야 그 끝이 보이고 있다. 2020년 2월 29일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해 2021년 5월까지 철군하겠다고 약속했다. 2021년에 출범한 바이든 정권은 9월 11일까지로 일정을 다소 미뤘고 현재 철군 중이다.
미군이 철수하는 과정에선 미국의 몰락을 보여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7월 2일 미군이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야반도주한 것이다.
바그람 기지는 아프간 최대 미군기지다. 건설에만 9천 6백만 달러, 약 1천억 원을 들여 건설했다. 미군과 그 가족 등 10만 명이 생활했다고 한다. 한국의 평택 미군기지에 비견될만한 규모다.
미군은 바그람 기지에서 하루 밤 사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철수해버렸다. 그 과정에서 수천 대의 차량과 장갑차 수백 대 등 350만 개나 되는 물품을 버리고 갔다. 워낙 비밀리에 철수하는 바람에 바그람 기지의 아프간군 사령관인 미드 아사둘라 코히스타니 장군은 “미군이 떠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우리는 (미군이 떠난 다음 날인) 아침 7시가 돼서야 미군이 이미 바그람을 떠난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프간군이 식사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가고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물품을 그대로 두고 떠나는 바람에 아프간 민간인이 기지에 들어가 물품을 약탈해 판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프간군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이 탈레반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라며 긴장했던 당시 심정을 밝혔다.
미국이 왜 장갑차까지 내버려 두고 황급히 야반도주했을까? 선뜻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다.
어떤 이는 미군이 물품을 두고 간 건 단지 아프간군에 무기를 넘겨주기로 합의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추측한다. 또 어떤 사람은 운송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에 무기를 놓고 간 거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그런 사유라면 미군이 자기 물품과 무기를 공식적으로 아프간 정부군에 인도해주고 가면 되는데 미군은 그러지 않았다.
한 가지 가능성이 있는 주장은 미군이 매우 심각한 군사적 위기를 다급하게 맞닥뜨렸다는 것이다. 추론일 뿐이지만 탈레반이 곧, 정말로 곧 기습한다는 정보를 얻었는데 그 피해가 상당히 심각할 것으로 판단됐다면 미군으로선 몸만이라도 황급히 피하는 게 고작일 수 있다.
아프간 최대 미군기지에서 미군이 철군하자 탈레반은 빠르게 아프간을 장악했다. 이는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였다. 올해 6월 미 정보당국은 미군 철수 후 18개월은 지나야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거라고 예상했다. 7월 중순이 되자 미군은 30일에서 90일이면 카불이 함락될 것 같다고 예측을 수정했다.
실제로 카불이 함락되는 데 걸린 시간은 미군이 바그람 기지에서 철군한 후 40일만이다. 탈레반은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기도 전에 아프간 수도 카불과 대통령궁을 접수하고 승리를 선언했다.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된 아프간의 모습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미국과 아프간 친미세력 사이엔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우선 미 정치권에서 날 선 책임 추궁이 일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수가 아닌 완전한 항복”이라며 “바이든은 아프가니스탄 사태가 발생하도록 한 것에 대해 불명예 퇴진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의 정치지도자들이 포기하고 도망갔다”라며 책임을 아프간 정부에 돌리는 궁색한 태도를 보였다.
아프간에서는 미국과 친미정부에 부역했던 사람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려 하면서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미 수송기에 타려고 달려들었고 어떤 사람은 이륙하는 수송기 바퀴에 매달렸다가 하늘에서 떨어져 추락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은 헬기를 동원해 미국 대사관에 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이 장면은 베트남전을 연상시켰다. 1975년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배한 후 헬기를 동원해 사이공에 있는 대사관에서 사람들을 탈출시켰다. 이 사진은 베트남전을 상징하는 사진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이 장면이 2021년 아프간에서 재현되었다.
비교하자면 아프간 상황이 베트남전보다 더욱 심각하다. 베트남전에서는 미군이 철수하고 2년이 지나서야 북베트남이 사이공을 점령했다. 헬기 탈출 사진도 사이공이 점령될 때의 일이다. 그런데 아프간에서는 미군이 채 다 철수하기도 전에 아프간 수도 카불이 함락됐다.
▲1975년 주사이공 미국 대사관 모습. 사람들이 사이공에서 탈출하기 위해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위) 1975년 4월 30일 베트남 사이공에 있는 미 대사관에서 탈출하는 장면 (아래) 2021년 8월 15일 아프간 카불에 있는 미국 대사관의 모습
2. 아프간전 20년간 미국의 피해
아프간전은 미국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미군 사망자만 2천 5백 명, 미군 직원까지 합치면 사망자는 6천 명을 넘는다. 나토도 1천 1백 명 이상이 사망했다.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은 6만 6천 명이, 아프간 민간인은 4만 7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이 아프간전에 쏟아부은 돈은 2조 달러다. 2조 달러는 미국의 부채이기 때문에 이자가 발생한다. 브라운 대학교는 2050년까지 발생할 이자만 총 6조 5천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다.
이렇게 피해가 심각하다 보니 미국은 아프간전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미국이 피해가 컸어도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안착시켰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아프간 정권은 탈레반에 의해 붕괴되기에 앞서 자체적으로 몰락하고 있었다.
2019년 아프간 대선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대선에선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2위 후보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래서 2020년 3월 9일 아프간엔 1, 2위 후보가 제각기 대통령 취임식을 열어 두 명의 대통령이 난립하는 막장드라마가 펼쳐졌다.
미국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중재에 나섰는데 그 결말도 황당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선거 여부를 판명해 당선인을 가리면 될 텐데 실제로는 1위 후보가 대통령을 하고 2위 후보는 내각 구성권을 갖기로 권력 분할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사건이 종결됐다. 아프간 권력은 기득권층끼리 짬짜미로 나눠먹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비리도 횡행했다. 2009년 당시 아프간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는 “이 나라 정치인들은 돈으로 모든 것을 얻었다”, “세계 은행 금고는 아프가니스탄 정치인 돈으로 가득 찼다”라며 부정부패를 꼬집었다. 좋은 연설이지만 이런 연설을 한 카르자이 대통령 자신은 깨끗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연설을 한 카르자이 대통령의 동생은 아프간 마약왕으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2010년엔 카불은행 회장이 은행 자금으로 두바이에 호화빌딩을 사는 등으로 1억 6천만 달러를 남용하고 총 3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안기는 사건이 일어났다. 카불은행의 보유자산이 1억 2천만 달러에 불과했으니 카불은행의 자산보다 더 큰 손실을 입힌 셈이었다.
얼마 전까지 아프간 대통령이었던 가니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가니 대통령은 현금 2억 달러를 들고 탈레반을 피해 도주해버렸다.
대통령 대변인에 따르면 가니 대통령은 국방 요원들과 회의를 하고 오겠다고 말한 뒤 슬그머니 도주했다고 한다. 가니 대통령은 차량 4대에 현금을 가득 채워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돈을 헬기에 실으려고 했지만 다 들어가지 않아 일부를 활주로에 남겨둔 채 떠났다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아프간 정부가 이 모양 이 꼴이다 보니 이미 정부는 통치력이 아프간 영토의 60% 정도까지만 미치는 상황이었고 사실상 카불을 중심으로 연명하고 있었다.
그래서 탈레반은 8월 22일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당초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원했고, 카불 점령은 계획되지 않았다”라면서 “당시 아프간 정부군이 떠나면서 카불을 버렸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카불의 통제권을 넘겨받게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 아프간 대통령궁을 점령한 탈레반
3.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은 과연 성과를 얻었는가
미국이 막대한 피해를 보면서도 아프간 전쟁을 20년이나 지속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과 그가 이끌던 알카에다를 제거하고 탈레반 정권을 축출하는 것이다. 둘째는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수립하는 것이다.
1) 빈 라덴, 알카에다, 탈레반 제거
먼저 빈 라덴과 알카에다 제거, 탈레반 정권 축출의 측면을 보자.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은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테러 배후로 지목해 제거하고 탈레반이 이들을 비호한다며 축출하고자 했다. 미국은 아프간전 개시 두 달 만에 탈레반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고 2011년 5월 빈 라덴을 사살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빈 라덴과 알카에다 제거, 탈레반 정권 축출이 미국의 1차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미군을 철수시키는 건 아프간전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8월 16일 “우리는 20년 전 9월 11일에 우리를 공격한 이들을 잡고 알카에다가 아프간을 공격기지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표를 갖고 아프간에 갔다. … 우리는 그것을 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실제로는 자신이 내세운 전쟁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미국은 빈 라덴 제거엔 성공했다. 그러나 알카에다를 제거했는지는 의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월 17일 알카에다가 탈레반에 축하 인사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알카에다가 아직 존재한다는 정황이 있는 것이다.
AP통신은 미국 정부와 군 수뇌부들이 앞으로 미국이 테러단체의 공격을 받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8월 15일 미 상원 의회에서 테러단체들을 대하는 기존 전략을 보완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미국은 9.11테러를 응징하고 재발을 막겠다고 했는데 이에 실패하고 또다시 두려움에 떨게 됐다.
그리고 미국은 탈레반 정권 축출에도 실패했다. 결국 미국이 확실히 달성한 목표는 빈 라덴 제거 뿐이다.
2) 아프간에 친미정권 수립
미국의 목표는 빈 라덴과 알카에다 제거, 탈레반 정권 축출만이 아니었다. 미국의 목적이 이것뿐이었다면 미국은 2011년 5월 빈 라덴이 사망했을 때 전쟁을 끝냈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은 그 후로도 아프간전을 지속했다. 이는 미국이 2차 목표를 갖고 있었다는 걸 알려준다.
미국의 2차 목표란 바로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수립하고 안착시키는 것이다. 미국은 20년 동안 전쟁을 지속할 만큼 2차 목표를 더 중요한 과제로 여겼다.
미국이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수립하려고 한 이유는 첫째로 아프간의 자원을 차지하고 둘째로 아프간을 자신들의 전략거점으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먼저 아프간엔 전략 자원이 많다. 대표적인 아프간의 자원은 바로 희토류다. 희토류는 17개의 화학원소 물질을 통칭하는 말이다. 각 희토류 원소들은 각자 독특한 전자기적, 광학적 성질을 갖기 때문에 첨단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중국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은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 정도로 희토류는 중요한 전략자원이다. 북한에도 희토류가 많이 있다. 주아프간 한국대사관은 아프간 내 희토류 매장량이 140만 톤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2차 전지 원료인 리튬도 전략광물로 꼽힌다. 리튬의 경우 아프간이 세계 최대 매장국일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를 포함한 아프간 광물의 가치는 1조 달러에서 3조 달러로 추정된다. 2010년 미국 지질조사국은 아프간이 광물 자원을 개발하면 10년 안에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프간은 자원의 이동 통로로도 중요하다.
중동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는데 이 호수의 이름은 카스피해로 바다 이름이 붙어 있다. 호수가 바다로 불리게 된 데는 사정이 있다. 국제법에는 호수에 있는 자원은 연안국들이 균등하게 나누게 되어 있는데 바다에 있는 자원은 연안 면적에 비례해 배분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카스피해 연안국들이 자원 배분 문제를 두고 십수 년간 갈등을 빚은 끝에 ‘특수 지위 바다’로 규정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카스피해는 호수인데도 바다로 불리게 되었다.
이 카스피해에는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 카스피해 자원은 러시아 가스관을 통해서만 수송이 되고 있었다. 미국은 카스피해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탐내고 투르크메니스탄-아프간-파키스탄을 통과하는 관을 연결해 천연가스를 가져가려 했다.
카스피해 가스관은 개전 당시부터 미국의 아프간 침공 배경으로 지목되었다. 최윤정 세계지역연구센터 연구원은 “9.11테러 사태와 아프간에 대한 보복전쟁이 개시되기 훨씬 이전에 국제정치무대에서는 탈레반 정권을 파괴하기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최윤정 연구원은 미국은 9.11테러 이전인 2001년 7월에 열린 G8 회의에서 탈레반 붕괴 후 아프간 정권 수립 계획을 논의했고 개전 직후인 2001년 10월부터 가스관 연결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아프간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친미정권을 수립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던 것이다.
▲카스피해와 그 주변 나라들. 빨간 표기가 되어 있는 곳이 카스피해다
또한 미국은 아프간을 중앙아시아 전략 거점으로 활용하려 했다.
아프간은 중요한 지리적 가치를 갖는다. 아프간은 유라시아의 정중앙에 있다. 중국,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다. 중국,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인도와도 가깝다.
미국은 아프간을 대중국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우선 미국은 아프간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신장 위구르의 분리주의 운동을 부추길 수 있다. 신장 위구르는 아프간과 같은 수니파 이슬람세력권이다.
실제로 미국은 아프간을 통해 신장 위구르 분리주의 운동을 성장시켰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사실 20년 전에는 신장 위구르 내 독립 세력들의 활동은 크게 심각하지 않았다. … 20년 전과 비교해보면 신장 독립주의 세력들에 대한 외부 지원이 더 은밀해지고 규모도 커졌다”라고 지적했다. 신장 위구르 분리주의 운동이 활발해진 건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한 후인 2008년 즈음부터다.
미국은 반미국가에 여러 공작을 펼친다. 북한을 상대로는 한국의 탈북단체를 동원해 대북전단을 살포한다. 한국은 미국의 대북 공작 거점인 셈이다. 미국은 시리아에선 반군을 지원해 육성했다. 미국은 홍콩의 분리주의 운동도 지원했는데 홍콩 주변엔 배후거점으로 삼을 만한 곳이 없었다. 만약 홍콩 주변에 미국의 배후기지가 있었다면 홍콩 사태의 양상도 사뭇 달랐을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이 아프간에 머물면 신장 위구르 반군을 조직해 중국에서 내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중국은 아프간을 통한 신장 위구르 분리주의 운동 활성화를 막고자 2018년 아프간과 신장 위구르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아프간을 친미로 만들면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방해할 수도 있다.
일대일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현대판 비단길(실크로드)을 만들려는 중국의 구상이다. 문일현 중국정법대 교수는 “(일대일로를 추진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와 중동으로 뻗어가려면 반드시 아프간을 지나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미국이 아프간을 통제하면서 사실 일대일로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할 경우 크게 우회해서 지나가야 하므로 일대일로 계획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자 일대일로 사업도 활기를 더해가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타임스는 8월 16일 “중국은 아프간 개발에 기여할 수 있으며 앞서 제안한 일대일로를 추진해나가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이 진행한 20년간의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 이제는 중국이 미래 발전을 위한 투자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아프간을 중국과 러시아를 향한 군사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신우용 군사평론가는 “이곳(아프간)을 군사 거점화함으로써 일본에서 시작하여 한국, 대만, 동남아제국, 인도차이나,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과 독립국가연합 및 몽골로 연결되는 중국에 대한 거대한 반달형 3면 포위망 구축을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 미국의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아프간을 통해 대 중국 군사 포위망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이슬람운동, 러시아 체첸 반군운동 및 이란 반정부 시아 이슬람운동 등의 요원들이 아프가니스탄 남부 캠프에서 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아프가니스탄에는 나토가 주도하는 국제안보지원군이 주둔하게 됨에 따라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불편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프간이 미국의 대 러시아 군사 거점으로도 쓰인다는 지적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은 러시아의 안보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소련에서 분리된 스탄 국가들이 있어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러시아는 스탄 국가들과 군사협력을 맺는 등 연계를 강화하는 중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하면 스탄국가들을 러시아로부터 떼어내는 정치공세를 펼 수 있다.
또한 아프간은 이란의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란 공격 기지로도 쓰이게 된다. 이란으로선 불안 요소를 머리에 인 꼴이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중앙아시아에 있는 기지를 대여해 사용하려고 한다. 만약 중앙아시아 기지 마련에 실패하면 카타르나 오만 등 중동을 거점으로 군사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거리가 너무 멀어진다. 미국한테는 아프간이 이란을 상대하기 위한 최적의 기지다.
미국이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수립하면 아프간 주변인 파키스탄과 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파키스탄은 친미와 친중을 오가는 외교를 펴고 있다. 인도도 미국의 안보협의체인 쿼드에 들어와 있지만 그렇다고 친미반중국가라고 하기엔 모호하다.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하면 파키스탄과 인도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다.
유럽 입장에선 아프간을 나토의 전진기지로 활용 가능하다. 중동 방면 미국과 나토의 주요 군사기지로는 터키도 있다. 그런데 터키가 점차 친러 행보를 하면서 미국과 나토로선 터키 기지가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에 군사기지를 확보하면 미국과 나토는 매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아프간은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국은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수립해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전략적 우위를 점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이 20년 넘게 전쟁을 하며 공 들여 수립한 친미정권은 모래성처럼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미국의 완전한 참패다.
이제 아프간 상황은 미국에 매우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차지한 건 20년 전과 같다. 하지만 20년 전 탈레반과 오늘의 탈레반은 사뭇 다르다.
과거에 아프간은 소련과 전쟁을 치렀다. 1989년 소련군이 철수했고 1996년 탈레반 정권이 들어섰다. 이런 배경 때문에 아프간엔 소련에 대한 반감이 있었고 탈레반 정권도 반소 정권이었다. 하지만 지금 탈레반은 미국을 무찌르고 정권을 수립했다. 이제 아프간 국민도 반소가 아니라 반미 성향을 띌 것으로 보이며 탈레반도 반미-친중·친러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탈레반은 중국·러시아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탈레반은 7월 10일 러시아와 회담을 열고 “우리는 러시아 측에 다른 나라들에 위협을 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라며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옛 소련권 국가들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확언했다.
7월 28일 탈레반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아프간의 어떠한 세력도 아프간의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아프간 평화 재건 과정에 더 많이 참여해 향후 경제발전에 더 큰 역할을 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미국은 아프간에서 참패한 것을 넘어 커다란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계속)
출처: http://www.ccmessage.kr/news/articleView.html?idxno=24560
[아침햇살141] 지각변동: 아프간에서 미국의 참패②
4. 미국 참패 요인
[주권연구소]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이 세계 최빈국 아프간의 한 정파인 탈레반에 패배하자 미국이 패배한 원인이 무엇인지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아프간이 내륙에 있으며 영토가 넓고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다는 지리적 요인이 꼽힌다. 미군이 험준한 산악지대에 들어간 탈레반을 소탕하기 어려웠고 물자 수송에 곤란을 겪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런 상황을 모르고 전쟁을 시작했을까? 미국에 앞서 영국과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패퇴한 적이 있다. 그때도 패배 요인으로 매번 아프간의 지리적 요인이 꼽혔다. 미국은 아프간의 이런 특성을 알고 있으면서 아프간을 침략했고 끝내 패배했다. 그렇다면 미국이 패배한 요인을 옳게 찾기 위해 지리적 요인보다는 더 본질적인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미국이 패배한 본질적인 요인은 주관주의에 있다. 주관주의란 ‘객관적인 사실을 무시하고 자신의 느낌이나 개인적 견해만을 중시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국은 아프간전을 시작한 목적부터 전쟁 방법과 아프간 통치에 이르기까지 객관적인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 멋대로 판단하며 자기 자신만의 이익만을 추구했다. 이런 주관주의가 미국을 패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1) 주관적 욕망
미국의 성격을 규정하자면 기본적으로 제국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제국주의의 사전적 의미는 ‘군사적, 경제적으로 남의 나라 또는 후진 민족을 정복하여 큰 나라를 건설하려고 하는 침략주의적 경향’이다. 과거 제국주의 국가는 다른 나라를 점령해 직접 지배했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후 제국주의 국가들은 ‘형식적으로는 독립을 허용하면서 정치·경제·사회·군사적 측면에서 사실상 지배’하는 신식민주의로 정책을 전환했다. 미국은 한반도를 비롯해 전 세계 패권을 장악해 자기의 이권을 관철하려는 제국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초기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자본가들끼리 경쟁 끝에 승리해 시장을 장악하는 독점자본이 형성되는데 그 독점자본이 자기 나라를 넘어 다른 나라에서까지 독점을 실현하려 하면서 제국주의가 생겨난다. 따라서 제국주의 국가는 태생적으로 침략적 속성을 갖는다. 제국주의는 결코 다른 나라와 평등한 관계를 맺고 공존, 공리, 공영을 추구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조선 말기 청나라와 러시아 그리고 일본이 한반도를 침략했다. 이들은 조선과 우호관계를 맺고 평등한 경제교류를 하는 대신 조선을 식민지로 삼으려 했다. 심지어 조선을 독차지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전쟁을 벌였다. 청나라와 일본, 러시아와 일본이 각각 전쟁을 했고 최종적으로 승리한 건 일본이었다. 그 결과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게 됐고 청나라와 러시아는 경쟁에서 밀려 국력이 쇠해져 몰락했다. 청나라는 붕괴했고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났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제국주의는 독점에 실패하면 붕괴하게 된다. 그래서 독점자본과 제국주의는 지배와 약탈을 쉬지 않는다.
먼저 독점자본은 자기 나라에서부터 수탈을 저지른다.
독점자본은 자기 나라가 경제 위기에 빠져도 노동자 민중에 대한 약탈을 그만두지 않는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 같은 일부 자본가는 자본주의 체제의 붕괴를 우려하여 사회기부 같은 걸 한다. 또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선 자본가들이 빈곤 퇴치 활동 같은 데에 나서는 ‘박애자본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회기부로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할 순 없겠지만 이런 행동이라도 하는 독점자본가는 극소수고 대다수 독점자본가는 전혀 양보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해진다. 경제가 위축된 나머지 먹을거리의 총량이 줄어든다고 할지라도 독점자본은 약탈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독점자본의 영향으로 미국 안에서 두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는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현상이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모멘티브가 지난 6월 25일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성인의 41%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특히 18세에서 24세의 성인 중에선 52%가, 흑인 중에선 60%가 사회주의를 긍정적으로 여겼다.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에서 사회주의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극우세력이 성장하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미국 경제가 몰락해 민생이 어려워지자 미국의 독점자본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2011년엔 미국 금융자본의 중심지인 월가에서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을 펼쳤다. 이 운동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얻어 확산했다.
그런데 이때 트럼프가 등장했다. 트럼프는 미국 경제가 어려운 책임을 독점자본이 아닌 흑인과 이민자, 동양인에게로 돌렸다. 트럼프는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이 경쟁국들의 경제를 망가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코로나의 국제적 확산을 부추겼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중국혐오를 조장했다.
트럼프는 백인에게는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라고 인종주의적 발언을 하고 흑인에게는 “(그들이 사는 지역은)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다”라고 비하했다. 이민자들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라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월가를 점령하라’ 같은 진보적인 움직임이 맥을 못 추게 됐다. 극우세력이 확대되면서 미국인을 현혹해 진보적인 움직임을 막은 것이다.
다음으로 독점자본은 대외적으로 제국주의를 펴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한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한국에서 방위비분담금을 뜯어간다.
2021년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약 1조 2천억 원이다. 주한미군이 이 돈을 다 쓰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남은 돈을 돌려주지도 않는다. 미국은 2019년 쓰지 않고 쌓아둔 방위비분담금 약 3천억 원을 미 재무부 계좌로 송금했다. 이래서야 방위비분담금이 아니라 미국의 쌈짓돈이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에 무기를 강매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산 무기를 약 36조 원어치나 구매했다. 2021년 8월 25일 미 국무부는 한국에 3천억 원어치 무기 판매를 신규 승인했다고 한다. 한국은 미국 무기를 네 번째로 많이 사는 나라다.
미국은 각종 소송을 걸어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애플이 삼성에 끊임없이 특허소송을 걸고 있다는 건 많이 알려진 일이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은 2020년 한 해 동안 42건의 특허소송을 당했다. 2021년엔 5월까지 23건의 특허소송이 걸렸다. 미국은 다양한 기업들을 동원해 삼성에 소송을 거는데 미 국제무역위원회는 이런 소송을 근거로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한 특허 침해 의혹 조사를 벌였다. 미국이 자국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삼성에 제동을 걸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하기도 한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폭탄을 던진 분야는 철강에서부터 침대 매트리스에 이르기까지 광폭적이다. 미국은 중국이 시장가격을 교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미국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는 세계무역기구(WTO)마저도 미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중국이 보복관세를 해도 좋다고 허가할 정도였다. 관세폭탄의 영향으로 2020년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2018년에 비해 75조 원 감소했다. 이게 무슨 시장경제고 자유경쟁인가.
말로는 민주주의니 정의니 외치지만 미국의 실체는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 어떤 짓이든 서슴없이 저지르는 제국주의 국가일 뿐이다.
미국이 아프간을 침략한 목적도 아프간을 지배하고 약탈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아프간의 인권을 위하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그런 미국이 아프간에서 20년 동안 한 일이 무엇인가. 미국은 아프간 국민을 위하긴커녕 선심성 정책 하나 추진하지 않았다. 일례로 아프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인 칸다하르에는 대형병원이 단 하나뿐이다.
중국이 1970년대에 지어주었는데 그 후로 단 하나의 대형병원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미국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인터뷰한 아프간의 한 부족민은 “20년 동안 전 세계가 이 나라에 들어왔고 해외에서 돈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우리에게는 어떤 도움을 줬는지 모르겠다”라며 그들이 우리에게 물이나 전기를 주고 도로를 포장해주었다면 지금과 같은 재앙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의 관심사는 아프간 사람들이 아니라 오로지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수립하는 것뿐이었다. 2007년, 당시 아프간 최연소 여성 국회의원이었던 말라라이 조야는 미국이 탈레반을 제거하기 위해 악명 높은 범죄자에 정권을 주었다며 “서방의 언론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민주주의와 해방을 이야기하지만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우리의 상처받은 조국을 전쟁과 범죄와 마약이 범람하는 곳을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아프간을 약탈해 독점자본의 배를 불리려 했다. 미국이 아프간과 서로 함께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고 더불어 번영해나가려 했다면 아프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미국과 아프간은 평화롭게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공존, 공리, 공영을 모른다. 미국이 아프간의 자원을 갖고 싶으면 아프간 정부과 협정을 맺어 경제교류를 하면 된다. 아프간에 미군 군사기지를 두고 싶으면 아프간 정부에 의향을 묻고 아프간 정부가 동의하면 합당한 비용을 내고 군사기지를 얻어 사용하면 된다. 그런데 미국은 아프간의 자원이 탐난다고, 아프간에 기지를 갖고 싶다고 아프간을 침략했다. 이렇게 행동하는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약탈을 하면 언젠가 민중의 저항을 받아 결국 멸망하기 마련이다. 이런 객관 현실을 무시하고 무한 독점과 약탈을 추구한 미국의 주관주의적 욕망이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주관적 욕망은 미국에 수많은 인명 피해와 막대한 빚을 안겨주며 미국을 파멸시키는 화살로 돌아왔다. 이 주관적 욕망이 미국을 패배로 이끈 첫 번째 요인이다.
▲미국 장비로 무장한 탈레반
2) 주관적 침략전쟁관 : 돈과 무기 중심의 침략전쟁관
미국은 전쟁의 핵심을 돈과 무기라고 생각하는 주관주의적인 침략전쟁관을 갖고 있다. 돈을 퍼붓고 첨단무기를 쓰면 다 이기는 줄 안다. 이것이 미국을 패배로 이끈 두 번째 요인이다.
미국은 아프간전에 20년 동안 2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첨단무기를 동원했다. 미국이 사용한 첨단 무기로는 적군의 통신망을 도청할 수 있는 울프하운드, 강한 전자파를 발사해 적을 제압하는 ADS, 휴대용 얼굴·홍채·지문 인식 장치인 하이드(HIDE), 저격총의 적중률을 높이는 자동 계측 시스템 One Shot XG, 폭탄으로부터 실내를 보호해주는 방탄 벽지 X-Flex, 공격용 무인기 MQ-9, 닌자 미사일이라고 불리는 AGM-114R9X, 그외 B-52 전략폭격기, F-16 전투기, F-22 랩터 스텔스 전투기 등이 있다. 2009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아프간에서 운용한 무인공습기 등의 로봇은 5천 5백여 대에 달한다.
반면 미국에 맞선 탈레반은 돈도 첨단무기도 없었다. 소총을 들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면서 초강대국 미국을 굴복시켰다.
탈레반을 승리로 이끈 건 무기나 돈이 아니다. 그들의 마음이다.
탈레반 문화위원회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8월 23일 “아프간 국민은 오래 계속된 싸움과 큰 희생 후에 외국 지배에서 벗어나 자기결정권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바로 이게 가장 중요하다. 자기 땅과 자기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내 형제와 가족, 동족을 사랑하는 마음. 내 나라를 내가 주인이 돼서 지키고 자기 뜻대로 운영하고자 하는 자주정신. 돈과 무기는 절대로 이런 애국심과 자주정신을 이길 수 없다.
미국은 어땠을까? 미군은 미 독점자본의 요구에 따라 아프간을 약탈하기 위해 침략했다. 미군이 애국심을 갖고 미국의 당당한 주권을 실현하겠다며 아프간에 달려들었을까?
미 중앙정보국(CIA) 레온 파네타 국장은 무인기를 아프간전에서의 “유일한 전투수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탈레반이 목숨 걸고 자기 나라를 지켜 싸우는 반면 미군에겐 목숨 바쳐 전쟁에 임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총을 들고 탈레반을 직접 마주하기를 꺼린 것이다.
미국의 무인기는 애리조나 공군기지에서 조종됐다고 한다. 미군은 아프간에서 멀리 떨어진 미 본토에서 신변의 위험을 겪을 일 없이 컴퓨터를 조종해 아프간 민간인을 죽였다.
2002년에는 <아프간에서의 지상 공격용 항공기 AC-130 조준 영상(AC-130 Gunship Targeting video, Afghanistan)>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 영상에는 미군의 지상 공격용 항공기 조종사와 지휘부가 오락하듯 교신을 하며 아무런 저항도 못 하고 황급히 도망가는 아프간인을 죽이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전 세계인에 충격을 주었다. 미군이 아프간인을 죽이는 일을 마치 오락처럼 여겼던 것이다.
미국이 그런 식으로 죽인 아프간 민간인이 얼마나 되는지 다 헤아릴 수가 없다. 2009년엔 미군이 공습으로 아프간 민간인 140명을 죽이는 사건이 화제가 된 일이 있었고 2015년엔 국경 없는 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을 폭격해 어린이 등을 살상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민간인 학살은 숱하게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아프간전에서 사망한 아프간 민간인은 4만 7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파키스탄의 사미르 기자는 “미군의 공습은 갑작스럽고 무자비하게 벌어진다. 공격을 피할 수도 없다.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가족을 바라보며 작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들이 아무리 ‘우리는 탈레반이 아니에요’라고 외쳐도 미군기는 가차 없이 마을 전체를 날려버린다”라고 보도했다. 이런 참상에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스탠리 매크리스털 사령관은 2009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민간인 피해를 낳는 전술적 승리를 추구하다 전략적 패배를 당하는 위험을 낳고 있다. … 우리는 스스로 패하고 있다”라며 개탄했다.
미국은 총을 들고 탈레반에 맞서 싸우기보다 멀리 떨어져 안전하게 드론 같은 첨단무기로 아프간인을 학살하면서 오락을 하듯 유희를 즐겼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티비로 아프간 침략을 보며 환호했다. 그걸 애국이라고 여기고 자랑스러워했다. 이것은 진짜 애국이 아니다. 침략자인 미국인에게 진정한 애국심과 자주정신이 있을 수 없다. 탐욕적인 독점자본의 요구에 따라 남을 짓밟고 살해하는 데 무슨 애국심이 있겠나.
미국이 하는 인권 공세도 기만이다.
8월 26일 IS가 카불공항에 테러를 저질러 미군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언론은 사망한 해군 중엔 갓 스물이 된 청년이나 출산을 3주 앞둔 예비 아빠가 있었다며 안타까움과 분노를 유발하는 보도를 했다. 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국은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들이 죽인 수만 명의 아프간인들은 가족도 없는 사람들이었단 말인가? 미국이 죽인 아프간인들도 부모가 있고 자녀가 있었을 것이다. 결혼을 앞둔 청년, 예비부모도 있었을 것이다. 걔 중엔 심지어 생을 얼마 펼쳐보지 못한 어린아이도 있다. 미국은 아프간전에서 어린아이를 잃어 본 일이 있는가?
앞서 말한 IS 테러 3일 뒤 미국은 카불에 있는 한 차량을 공습했다. 빌 어번 미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해당 차량이 여러 명의 IS 자폭 테러범을 태우고 카불공항으로 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을 확인한 CNN 방송은 이 공습으로 죽은 건 민간인 일가족 9명이고 그중 6명은 어린이였다며 사망자 명단까지 공개했다. 사망자의 가족은 “우리는 IS가 아니라 평범한 가족일 뿐”이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자신들의 죽음은 그토록 애통해하는 미국이 아프간인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그들의 가족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희희낙락했다. 미국이 아프간인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마치 파리목숨처럼 여겼기 때문에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의 사고방식이 이렇다 보니 미군은 아프간에서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숱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2011년엔 미군 병사들이 아프간 민간인 시신 곁에서 자세를 잡고 찍어 물의를 빚었고 2012년엔 미군이 아프간 시신 3구 위에 “잘 가라”라고 말하며 소변을 보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자들에겐 애국심과 자주의식, 진정어린 마음과 정신이 깃들 수 없다.
반면 이런 악랄한 외세의 침략을 받은 사람들은 자기 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과 자주적으로 살고자 하는 열망이 강렬하게 타오르게 되는 법이다. 그런 애국심, 자주정신은 죽음도 초월하고 돈과 무기의 힘을 충분히 이겨낸다.
우리도 이런 애국심과 자주정신을 수없이 경험했다.
1990년대엔 8월 15일 광복절 즈음에 범민족대회가 열리곤 했다. 범민족대회란 통일을 실현하려면 남과 북 그리고 해외동포까지 온 민족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로 열린 행사였다. 당시 한국 정부는 범민족대회를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예컨대 1994년 김영삼 정부는 범민족대회 참가자를 전원 때려잡겠다고 공언하며 대회가 열리는 서울대학교와 관악산 일대를 7천여 명의 경찰병력을 동원해 봉쇄했다. 경찰은 헬멧과 보호구, 방패, 방독면까지 중무장한 상태였고 나아가 헬기까지 동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총련은 범민족대회를 반드시 열겠다는 마음으로 경찰과 맞섰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과 맞선 한총련의 인원은 3천 명 정도였다. 이들은 경찰에 비해 매우 열악한 무장상태였다. 게다가 지형상 경찰은 오르막 위쪽에 자리 잡고 있었고 한총련 학생들은 아래쪽에 있었다. 어느 모로 봐도 한총련 학생들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투쟁에서 승리한 건 한총련 학생들이었다. 한총련은 결국 경찰의 이중삼중 봉쇄망을 뚫고 관악산을 넘어 서울대로 들어가 범민족대회를 성사했다.
이런 일은 1994년 한번만이 아니었다. 1998년에도 서울대에서 범민족대회가 열렸는데 역시 경찰은 서울대를 원천봉쇄했다. 경찰은 임신 4개월 된 가정주부까지 연행했으며 이를 보다못해 항의하는 시민을 구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한총련 학생들은 관악산을 타고 경찰과 맞서면서 서울대 진입에 성공했고 역시 1998년 범민족대회를 성사해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의 힘이다. 한총련 학생들이 경찰에 맞서 범민족대회를 성사할 수 있었던 건 경찰보다 인원이 많아서나 좋은 장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총련 학생들은 조국통일의 열망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래서 두려움도 잊고 반드시 범민족대회를 성사하겠다는 의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경찰은 어땠겠는가. 그들이야 월급을 받고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처지일 뿐이었다. 무엇보다 자기 몸 다치지 않는 것이 제일의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러니 경찰이 병력이 더 많고 중무장을 해도 학생들을 막을 수 없었다.
이런 일이 비단 90년대뿐이랴. 민주화운동 때에는 국민이 끔찍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했다. 1980년 5.18항쟁에서 윤상원 열사는 “오늘의 우리는 패배할 것이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라며 목숨 던져 끝내 역사적 승리를 이뤘다. 학생들은 수배와 구속, 고문까지도 견뎌내며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을 위해 싸웠다.
더 과거로 올라가 일제강점기 때엔 유관순 열사와 같이 꽃다운 나이에 청춘을 바친 이들이 독립만세를 외쳤고 안중근 의사는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라며 죽기를 각오하고 의거를 단행했다. 만주벌판에서는 얼어 죽을 각오, 맞아 죽을 각오, 굶어 죽을 각오를 갖고 군대를 일으켜 싸운 이들도 있었다. 수십 년 감옥살이를 하고 또 눈을 도려내는 일제의 만행을 겪으면서도 애국심과 자주의 넋을 고고히 지킨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돈과 무기가 많아도 이렇게 애국과 자주의 넋으로 싸우는 사람을 꺾을 순 없다. 미국은 돈과 무기를 믿고 아프간에 들어갔지만 아프간인의 애국심과 자주의식을 이길 수 없었다. 미국은 주관주의적인 침략관, 전쟁관 때문에 패망한 것이다.
*관련 사진 및 영상(혐오 주의)
미국 시신과 함께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은 미군
탈레반 사망자에게 소변을 보는 미군
아프간에서의 지상 공격용 항공기 AC-130 조준 영상
(AC-130 Gunship Targeting video, Afghanistan)
3) 미국식 민주주의가 제일이라는 주관적 판단
미국은 아프간에 친미정권을 세우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그대로 이식하려는 주관주의를 저질렀다.
각 나라와 민족은 저마다의 역사와 전통, 취향이 있다. 정치제도도 그에 맞게 세운다. 예컨대 영국은 봉건시대도 아닌데 왕이 있다. 호주는 영국의 왕을 국가수반으로 모시고 있다. 어떤 관점에선 참 황당한 일이지만 이 제도를 유지할지 바꿀지 결정하는 건 영국인과 호주인의 몫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영국과 호주를 아직도 봉건제에 사로잡혀 있는 미개한 나라라며 영국과 호주를 공격해 해방시켜주겠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가 무조건 옳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식만 민주주의고 우월하며 자기와 다른 정치제도와 문화는 독재며 미개하다고 여긴다. 이런 주관주의, 우월의식이 미국을 실패하게 했다.
미국식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최근 미국의 현실을 보면 미국식 민주주의가 우월하다는 생각은 모순투성이처럼 느껴진다.
몇 가지 일을 살펴보자.
앞서 소개했듯 트럼프는 드러내놓고 인종차별을 했다. 2015년 12월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발언에 일부 단원들이 열광했다”라고 KKK 모집책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그렇게 트럼프가 당선되자 어떤 일이 벌어졌나.
2020년 5월엔 백인 경찰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사시킨 사건이 일어났다. 같은 해 8월엔 경찰이 흑인인 제이콥 블레이크를 3살, 5살, 8살짜리 자녀가 보고 있는 앞에서 총으로 사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벌어졌다.
그런데 이때 경찰을 동경하던 17살 백인 청소년이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죽이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백인의 인종차별 범죄에 대해선 침묵한 채 ‘거리의 무법을 묵과할 수 없다’라는 입장만을 냈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다. 이렇게 미국에선 인종차별 갈등이 끝없이 고조되고 미국인 사이의 충돌을 빚어내고 있다,
총기사고도 빈번하다. 2020년 미국에서 총기사고로 죽은 사람은 2만 명이나 된다. 2021년엔 하루 평균 54명이 총기사고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미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엔 400건이 넘는 총기사고가 발생했고 150명 이상이 죽었다. 그런데도 미국 정치권은 총기를 개인이 소지하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총기규제를 반대한다. 이것이 미국식 민주주의의 실체다.
2020년 미 대선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 6월 몬머스대학교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32%가 2020년 미국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답했다. 7월 15일 미 의회에서 열린 부정선거 청문회에선 웬디 로저스 공화당 상원 의원이 부정선거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부정선거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부정선거 의혹은 2021년 1월 6일 미 의사당 습격 사건으로 번졌다.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것이다. 미 의사당이 공격을 받은 건 1814년 영국군이 공격한 이후 처음 벌어진 일이다.
경찰의 증언을 들어보면 당시 의사당에서 벌어진 일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알 수 있다. 한 경찰은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시위대가 경찰의 테이저총을 빼앗아 쏘았고 경찰을 죽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경찰은 필사적으로 “내겐 아이가 있다”라고 소리쳤고 일부 시위대가 도와준 탓에 가까스로 살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은 “이라크에 파병 갔을 때보다 그날 의회에 있는 게 더 무서웠다”라며 “호흡이 끊기고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그날 의사당에 있던 경찰 중 현재까지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의사당에 있던 경찰들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런 증상은 전쟁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나타난다. 미국은 지금 내전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상태다.
미국의 현실을 보면 여기에 무슨 미국식 민주주의의 우월성 있고 희망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쯤 되면 미국식 민주주의야말로 미개하고 반문명적이며 반인권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프간인들은 그들 나름의 정신세계가 있고 전통과 삶의 방식이 있다. 그런데 미국은 아프간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외과수술 하듯 강제로 이식하려 했다. 혈액형도 다르고 신체조건도 다른데 무작정 장기를 이식하려고 하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2012년 아프간에선 미군이 바그람 공군기지 도서관에서 보관 중이던 코란을 비롯한 수백 권의 이슬람 서적을 소각했다. 그러자 아프간인들은 카불 전역에서 대규모 반미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미국에 죽음을”이라고 외치며 경찰에 돌을 던지고 거리 곳곳에 불을 질렀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일어난 것도 아니다.
잘 알려진 사건만 해도 2005년, 2010년, 2011년 등 여러 번 일어났다. 2017년엔 미군이 이슬람을 모욕하는 전단을 살포하기도 했다. 이런 만행에 친미세력인 카르자이 당시 아프간 대통령조차 “이 전단은 미군이 아프간 국민의 생각과 감정을 조롱한 것”이라며 “(아프간 국민의) 증오를 일으킨다”라고 비난할 정도였다. 아프간인들의 종교와 문화, 정서를 무시하면 필연적으로 그들의 반발을 사게 된다.
오늘날 언론에서는 아프간 여성 인권을 우려하는 등의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미군이 지배하고 있던 2007년 아프간 국회의원 말라라이 조야는 “자살하는 여성들의 수가 지금처럼 높았던 때는 없다”, “아프간의 독립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자살률은 급속히 높아졌다”라고 지적했다. 조야 의원은 “유엔 여성개발기금의 조사에 따르면 카불에 사는, 남편을 잃은 5만 명의 여성 중 65%가 자신들의 비극을 끝내는 방법은 자살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여성에게 가장 큰 고통을 가져다주는 건 다름 아닌 미국이 일으킨 전쟁이었던 것이다.
이어서 조야 의원은 미국이 친미 군벌세력과 손을 잡고 범죄를 눈감아주는 바람에 그 군벌세력은 아프간의 소녀를 포함한 여성에 대한 윤간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야 의원은 “그중 충격적인 사건 하나를 소개하자면 11살 먹은 사노바르의 엄마 얘기다. 남편을 잃은 그녀는 한 군벌에 의해 납치된 후 강간을 당했고 개 한 마리에 팔려갔다. 그곳에서 인간의 존엄은 땅에 떨어졌다”라고 아프간의 현실을 지적했다. 친미정권을 수립하려는 미국의 행동이 아프간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아프간인들의 민주주의는 그들이 세워나가고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이 아프간을 그런 각도에서 바라보고 접근했으면 문제 될 게 없었을 것이다.
서구 언론들은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모습을 보며 다음은 중국 차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프간은 과거 영국과 소련의 침략을 물리치고 이제는 미국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뒀다. 그래서 아프간은 ‘강대국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구 언론들은 이제 신흥 강대국 중국도 아프간을 탐낼 것이고 ‘강대국의 무덤’ 아프간은 중국마저 몰락시킬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이 아프간을 침략하지 않는 한 아프간과 중국이 적대할 이유는 없다. 7월 28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탈레반을 만나 “아프간의 주권독립과 영토의 완전성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8월 18일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을 지속 지원하고 아프간 경제사회 발전을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탈레반도 중국에 “중국이 아프간 평화·재건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건과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라고 기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를 보면 중국은 아프간과 공존, 공영을 추구하겠다는 말인데 이 말대로만 하면 중국과 아프간이 마찰을 빚을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은 이런 공존, 공리, 공영을 추구하지 못한다. 반드시 자기 방식대로 하려고 하고 상대방에게 자기 옷을 입히려 강요한다. 미국은 이런 주관주의 때문에 배척당하고 저항을 불러와 패망한 것이다.
4) 결론
서두에서 언급했듯 언론과 각종 전문가는 미국이 탈레반에 패배한 원인으로 아프간의 지형, 운송 비용 등을 꼽는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객관 환경이고 표면적인 문제다.
언론은 미국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지적하지 않는다. 자기만 옳고 자기만의 이익을 앞세운 나머지 아프간을 침략하고 약탈한 미국의 극단적인 주관주의와 탐욕에 대해선 숨기고 보여주지 않는다.
미국이 아프간전에서 패배한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선 지형이나 전략전술상의 문제를 짚어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지만 주요하게는 미국이 가진 한계를 중심으로 분석해야 의미가 있다.
미국은 아프간전 패배의 책임을 아프간 친미정부에 떠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정부 지도자가 비행기를 타고 이륙해 다른 나라로 가버리고 우리가 훈련시킨 30만 명의 아프간 군대가 장비를 남기고 떠나버리면서 붕괴했다”라고 변명했다. 크리스 머피 미 상원의원은 “20년간 훈련과 장비를 지원했는데도 이 정도라면, 더 머무른다고 해도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것을 의미한다”라고 변명을 보탰다.
이는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숨겨보려는 구차한 변명이다. 아프간 정부군 특수부대 사령관인 사미 사다트는 아프간군이 탈레반에 맞서 싸우지 않았다는 지적에 “우리는 계속 싸웠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철수를 강행하며 모든 것이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라고 주장했다. 사다트 장군은 “우리는 미국에 배신당했다”라며 미 군수업체들이 철수하면서 아프간군은 기술적 지원을 받지 못했고 심지어 군수업체들이 소프트웨어를 가져가는 바람에 미국의 첨단 무기를 쓸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물론 아프간 정부군의 주장도 미국 측에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애초에 아프간에 친미정부를 수립하고 아프간군을 훈련시킨 건 미국이므로 결국 패배의 원인은 미국에 있는 게 당연하다.
군대가 부패하고 훈련이 안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주관주의에 뿌리가 있다. 미 국방장관은 8월 22일 탈레반이 11일 만에 아프간을 함락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1년에서 2년 정도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키운 정부와 군대가 어떤 형편인지, 자신들의 적인 탈레반이 어떤 수준인지조차 객관 현실과 동떨어져 제멋대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것만 봐도 미국의 주관주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계속)
출처: http://www.ccmessage.kr/news/articleView.html?idxno=24819
[아침햇살142] 지각변동: 아프간에서 미국의 참패③
[아침햇살140]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아프간에서 미국의 참패①
1. 아프간전에서 미국이 비참하게 패배했다
2. 아프간전 20년간 미국의 피해
3.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은 과연 성과를 얻었는가
[아침햇살141] 지각변동: 아프간에서 미국의 참패②
4. 미국 참패 요인
5. 아프간전 미군 참패가 미칠 영향
[주권연구소] 작년 9월 워싱턴포스트 편집국장 밥 우드워드는 자신의 책 「격노」에서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실제로 아프간과 한국에서 미군을 빼내라고 명령을 내린 적이 있는데 이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건 미친 짓”이고 “위험하다”라고 반발했다는 것이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했을 땐 “우리가 하는 것은 실제로 미국을 파괴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미친 짓’, ‘위험한 짓’이 실제로 일어났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한 것이다. 그 ‘미친 짓’, ‘위험한 짓’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말한 것처럼 미국을 파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 미국 내부가 심각히 파괴될 것이다
가. 정계
미국의 아프간전 패배는 이미 미국 정치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우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도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9월 2일에 미국 NPR 라디오 방송이 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3%로 하락해 취임 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국 정계에서는 분열과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철수가 아니라 완전한 항복”이라며 “바이든이 불명예 퇴진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 상원에서는 청문회를 열어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고 있고 하원에서도 20명 넘는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책임 공방은 바이든 정부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CIA는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7월부터 아프간 정부가 수도 카불에서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여러 번 보고했는데 행정부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아프간전 실패의 책임이 백악관에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CIA는 국무부가 아프간인 부역자에게 비자를 신속히 발급시켜주지 않아 철수시키는 데 지장을 겪었다며 국무부를 질타했다. 국방부를 향해선 바그람 공군기지 철수 등 미군 철수가 너무 빨랐다고 비난했다. CIA가 미 행정부 전반을 난타한 것이다.
그러자 국방부도 발끈했다. 자신들은 애초에 철군을 반대했고 철군할 거라면 안전상 7월 4일까지 조속히 철수할 것을 제안했다고 항변했다. 그런데 백악관이 국방부의 의견을 무시하고 8월 31일까지 주둔하라고 명령해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도 백악관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각 정부 부처가 청와대 탓을 하며 책임회피를 하는 셈인데, 이런 콩가루 집안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이런 정치 혼란은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나. 군대
아프간전 패배는 미국 군대에 패배감이 만연하게 하고 사기를 떨어뜨릴 것이다. 이는 미군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프간 파병군인 출신인 닉 스테파노비치는 8월 17일 미 CBS 인터뷰에서 “마치 칼날이 가슴을 찌르고 심장이 찢기는 것 같다”라고 아프간 철수를 지켜본 심경을 밝혔다. 19세 때 아프간에 갔던 제이컵 파크스는 파병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며 “우리가 힘들게 싸워 온 모든 것들이 일주일도 안 돼 무너졌다”, “미국이 그만 포기하자고 말하는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아프간 파병군인 중엔 제이컵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사람이 많다. 미국 정책연구기관 랜드연구소는 2008년 이라크·아프간전에 참가한 현역·퇴역 군인을 조사했더니 무려 30만 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2007년 AP통신은 이라크·아프간전에 참전했다가 퇴역한 사람 중 1천 5백 명이 노숙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파병군인들이 정신장애로 정상생활을 하지 못해 노숙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올해 9월 6일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전직 아프간 파병군인이 “신이 나를 보냈다”라며 어느 가정집에 찾아가 총을 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파병군인들이 전쟁의 상흔으로 정신장애를 앓으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데 그 전쟁이 결국 처참한 패배로 끝나버렸다. 그러니 인생을 부정당하는 듯한 극심한 좌절감에 빠져 버린 것이다.
8월 30일에는 미국 퇴역 장성 단체 ‘플래그 오피서스 포 아메리카(FO4A)’가 퇴역 장성 90명의 명의로 바이든 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철수를 잘못 진행했다고 비판하며 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성급한 철수를 막기 위해 권한 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하지 않았다”라는 것이다.
현역 군인들이 공개적으로 미국을 비판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퇴역 군인들의 목소리는 미군의 실태가 어떨지 추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현역 군인들은 자기보다 앞서 아프간에 파병됐던 퇴역 군인들의 목소리에 공감할 것이다. 퇴역 군인들의 단체인 미국 재향군인회는 막강한 로비단체 중 하나로 미국 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현역 군인 중에서도 미 해병대 스튜어트 쉘러 중령이 8월 26일 미군 수뇌부를 비판하는 영상을 올리는 일이 있었다. “미국의 아프간에 관한 외교정책에 불만과 경멸을 느낀다. 지난 20년간 헛되이 우리 병사들이 죽어갔는데 그 누구도 손을 들어 책임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라며 군 수뇌부에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질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쉘러 중령은 영상을 게시하자 곧 지휘권을 박탈당했다.
아프간전 패배가 미군 내부에 소용돌이를 불러오고 있다. 아프간전 패배는 미군 내부에 불만을 폭발시키고 이런 사기 저하는 군사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다. 국민
미국인은 자기들이 세계 제일이라고 여기는 데서 자부심과 애국심을 느껴왔다. 아프간전 패배는 이런 자부심과 애국심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줄 것이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도 결국 패배한 적이 있다. 그때를 돌아보면 아프간전 패배가 미국인에게 어떤 영향을 가져다줄지 예상해 볼 수 있다.
베트남전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미국 청년들은 크게 실망하며 분노와 좌절에 빠졌다. 그러자 미국 청년 사이에선 물질문명을 부정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추구하는 히피 문화가 유행했다. 이들은 미국 원주민을 본뜬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하고 떠돌이 공동생활을 하며 마약과 집단 성관계 같은 향락생활을 했다. 미국의 미래에 희망이 없다고 여기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엇나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베트남전 패배는 미국 극우세력의 성장을 불러왔다.
캐슬린 벨루 시카고대 교수는 베트남전을 인종주의적 백인 운동의 분기점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극우세력은 미국이 백인의 나라라고 여기고 미국 정부도 백인의 권익을 실현해주는 기관으로 여겨왔다. 그런데 미국이 베트남에 패배하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정체성에 혼란을 겪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 패배한 미국을 부정한 나머지 미 정부를 백인의 권익을 실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백인을 억압하는 적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벨루 교수는 베트남전 이전의 극우세력은 동네에서 흑인을 집단구타를 하는 식의 활동을 벌였으나 베트남전 이후 미국을 타도하는 무장단체를 결성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극우세력 감시단체들은 1990년대 백인 무장 운동에 참가하거나 동조하는 사람이 약 500만 명 정도에 이르렀던 것으로 평가했다.
이렇듯 미국의 몰락은 미국인의 정신세계에 심대한 타격을 준다. 베트남전 때처럼 아프간전 패배를 경험한 미국인은 좌절에 빠지는 축과 극우화되는 축, 두 가지 경향성을 보일 수 있다. 그중 극우화된 축에서 인종차별과 총기사건이 극심해질 것이다.
이미 미국 내에서 극우세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9월 1일 CNN은 미 극우세력은 탈레반이 미국을 패퇴시켰다는 사실에 열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무장하지 않은 반란세력이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꺾은 걸 ‘성공사례’로 보고 미국에서 내전을 일으키기 위한 본보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어느 극우단체는 “만약 서부 백인 남성들도 탈레반과 마찬가지로 용기가 있었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유대인 지배하에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사당 난입 주도단체 중 하나인 큐어넌(QAnon)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취임할 수 있도록 미국에서도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화로 인해 미국에선 서로에 대한 멸시가 극심해질 것이다. 백인이 다른 인종을 혐오하고 흑인은 아시아계를 혐오하며 상류층·중산층·저소득층이 서로를 경멸하게 된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전쟁에서 패배해 약탈에 실패함으로써 미국의 먹을거리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미국인의 좌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더 적은 것을 가지고 미국인이 나눠 가져야 하니 사회 전역에서 대립과 대결이 극대화된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19 사태에서 미국이 만인을 향한 만인의 투쟁 사회라는 걸 목격했다.
2020년 내내 미국에선 상점이 약탈당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하나만 예로 들면 2020년 8월 10일 시카고에선 자정부터 시작된 약탈이 새벽 5시까지 계속됐다. 이들은 경찰에 사제 최루탄과 총까지 쏘아가며 가게를 약탈했고 경찰에 체포된 사람이 100명에 달했다.
코로나19에 미국 대선까지 겹치자 미국인들은 공포에 빠졌다. 미국인은 난동이 일어날 거라고 여겼고 총을 사들였다. 그 결과 2020년 미국 총기 판매량은 2019년보다 64%나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살인 사건도 20% 이상 증가했다. 질서가 무너지고 정글 같은 약육강식의 동물사회가 펼쳐진 것이다.
미국이 사회 질서를 유지해왔던 건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국가의 권위와 거기서 생기는 애국심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대외 침략전쟁에서 대체로 승리함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아프간전 패배로 미국 사회를 지탱하던 ‘승리’라는 기둥이 무너졌다. 미국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지 못하고 정글식 자유방종이 활개 치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라. 전망
미국 내부의 사기 저하와 대립은 앞으로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미국은 외교분야에서 만큼은 초당적인 협력이 이뤄지던 나라다. 강경파인 공화당과 온건파인 민주당으로 나뉘어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강경책이 필요하면 강경책을, 온건책이 필요하면 온건책을 쓰는 것뿐이다. 강경파든 온건파든 다른 나라를 지배하고 약탈하는 게 공통의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이 대외문제에서 단결하는 건 자신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승리할 때에나 가능하다. 전쟁으로 자기가 피해를 보고 패배하게 되면 초당적 협력은커녕 책임을 떠넘기며 서로 치고받는 개싸움이 펼쳐지게 된다.
미국은 북한 문제를 두고 패배로 인한 극한 대립 상태에 빠진 바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미 본토 전역을 핵공격할 수 있음을 증명하며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을 제압하기 어려워진 미국에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대립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진행할 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 중이었다. 심지어 민주당은 2차 북미정상회담 당일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불러 청문회를 열었다.
중요한 외교문제로 해외에 간 대통령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특히 북한은 미국의 주요 적 중에 하나다. 민주당의 행보는 북한을 만나는 트럼프의 협상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민주당이 미국의 발목을 잡는 것과 다름 없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청문회 소식을 듣고 “정상회담 기간에 그런 가짜뉴스가 나오다니 너무 어처구니 없고 믿기지 않는다”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이 청문회를 연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맺으면 탄핵할 수도 있다는 노골적인 협박이라고 볼 수 있다. 강경파를 표방하는 공화당의 트럼프가 연 회담을 온건파를 표방하는 민주당 저지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미국에서 분열과 대립이 격화되는 게 비상식적인 트럼프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의 분열과 대립은 트럼프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패배했기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북한에 패배하던 미국이 오늘은 아프간에 패배했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아프간이 나와서 미국을 계속 패배로 이끌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혼란은 일시적인 것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경고한 대로 미국이 파괴되어 가는 것이다.
2) 미국의 대외정책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이다
아프간전의 패배는 미국의 대외정책 분야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가. 나토
아프간전엔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도 참전했다. 나토는 탈레반과의 협상에 부정적이었다. 철군이 확정되었을 땐 철군 시기를 조금 조절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은 나토의 합의 없이 철군을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철군 시기를 조절하자는 것도 무시했다. 그러다 보니 나토는 서둘러 철군하느라 허둥지둥했다. 군대는 철수했는데 민간인을 철수시키지 못하는 바람에 철수했던 병력이 다시 아프간에 투입되는 일도 생겼다.
유럽에서는 미국이 철군 연기 요청조차 거부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아프간 철수는) 아프간 국민은 물론 서구 가치와 국제 관계에 재앙”이라고 비난했고 독일의 유력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도 “나토 창설 이후 겪은 가장 큰 실패”라고 비판했다. 체코의 밀로시 제만 대통령은 “배신”이라고 미국을 질타했다. 피터 리케츠 전 영국 국가안보보좌관은 “나토 동맹국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결정에 끌려다니는 형국”이라며 “국제사회 지도국으로서 미국의 회귀를 기대한 동맹국에 경종을 울렸다”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럽 국가들은 미국 없이 독자적인 군사동맹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야프 데 후프 셰퍼 전 나토 사무총장은 BBC 인터뷰에서 “유럽은 미국 리더십에 중독된 상태”라며 독자적인 군대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미국이 그동안 나토의 지도자 역할을 했는데 아프간전의 패배로 미국의 위상이 실추되었다. 그리고 미국이 유럽국가들을 존중하지 않는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며 구심력이 약해지고 있다.
나. 가치동맹
바이든 정부는 여러 나라를 묶어 ‘가치동맹’을 만들려고 한다. 가치동맹이란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주의, 인권, 자유를 명분으로 친미 국가를 한 데 묶으려는 미국의 구상이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미국을 따라도 좋을지 회의감이 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8월 16일 아프간 철군에 대해 “더이상 국익이 없는 전쟁에 계속 머무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미국이 이익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한국이나 유럽, 대만 같은 동맹국을 버릴 수 있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터져 나왔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한국, 나토는 아프간과 근본적 차이가 있다”라며 이들 국가가 침공당하면 대응할 거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세계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수했고 그 결과 아프간 정부가 붕괴하는 걸 목격했다. 미국이 자국에 불리하면 떠날 것이라는 의심은 쉽게 가셔지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구심이 미국이 가치동맹을 추진하는 데 장애가 될 것이다.
게다가 각 나라 입장에선 가치동맹에 들어가면 북한, 중국, 러시아를 등지게 된다. 현재 미국은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가치동맹에 들어가서 얻을 이익이 별로 없다.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이 언제 자기들을 버릴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가치동맹에 들어가느니 북한, 중국, 러시아와 협력해 경제성장을 이루는 게 낫지 않냐는 여론이 확산할 것이다.
다. 중앙아시아와 그 주변
중앙아시아에서는 당장 아프간이 친중, 친러 행보를 하고 있다.
일단 아프간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도약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고대 실크로드를 되살릴 수 있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한 데 이어 중앙아시아로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전엔 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한 탓에 러시아가 중앙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아프간이 미국과 전쟁을 치르면서 러시아와 관계가 회복되고 있다. 탈레반은 7월 9일 아프간전 승리가 박두하자 일찌감치 러시아와 회담을 가진 바 있다. 러시아가 아프간과 관계를 개선하면 가까운 이란 등에도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중앙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면 중앙아시아 주변에도 그 파장이 미칠 것이다.
터키의 경우 친미국가로 꼽혀 왔지만 러시아산 무기를 구매하면서 미국과 마찰을 겪고 있다. 미국은 2020년 12월 14일 터키에 제재를 단행했는데 터키는 “주권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반발하며 러시아산 무기 구매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터키의 반미, 친중·친러 성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탈리아는 2019년 G7 국가 중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에 동참하기로 했으나 올해 6월 13일 G7 회의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은 후 일대일로 참여를 재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해놓은 상태다. 중앙아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면 이탈리아도 결국 일대일로에 다시 합류하게 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 미국의 대러제제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가스관 연결을 추진했다. 미국은 애초 독-러 가스관 연결을 반대했으나 7월 22일 결국 이를 허용했다. 그런데 최근 9월 1일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을 한 뒤 독-러 가스관에 또다시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반대->찬성->반대로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이다. 하지만 독일과 러시아가 인제 와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리 없어 보인다. 9월 6일 러시아는 당장 며칠 내로 가스관이 완공된다고 밝혔다.
라. 반미자주
아프간전 결과 세계 곳곳에서 반미자주의 기운이 세질 것이다.
미국이 탈레반에게 패퇴하는 모습을 보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신도 제국주의를 타파하고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기세가 오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중국 환구시보는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벌어지면 미군 지원은 오지 않고 대만은 항복할 수밖에 없으며 고위 관리들은 비행기를 타고 도망가야 할 수도 있다”라며 “아프간의 오늘이 대만의 내일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쿠바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쿠바 정부가 시위대를 탄압했다며 쿠바 제재를 추가했다. 쿠바 정부는 시위의 원인으로 미국의 경제 제재와 미국의 선동을 꼽으며 미국을 비판했다. 그리고 “우리는 봉쇄, 공격, 테러를 다시 한번 규탄한다”라며 반미시위를 가졌다.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는 쿠바는 아프간전을 보면서 더 자신감을 갖고 미국을 이기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을 것이다.
이런 반미자주의 기운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로 확산될 것이다. 유럽에서도 점차 미국에서 벗어나 국익을 앞세워 유럽 중심의 독립적 행보를 강화하게 될 것이다.
아프간전 패배는 한국의 반미세력에게 통쾌감을 주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미국을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고취되고 있다. 반면 한국 군부나 조중동 등 친미세력들은 아프간 미군 철수가 주한미군 철수 여론을 확대시킬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래서 여론 무마 작업에 공을 들여야 하는 형국이 조성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8월 18일 <아프간 떠나는 미국 보며 한국 처지를 생각한다>라는 사설에서 미국이 한국에서 떠나지 않게 잡기 위해서 쿼드 같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6. 북한효과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아프간전에 북한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북한이 아프간전에 직접 개입한 건 아니지만 마치 나비효과와 같이 아프간전에 영향을 주었다. 나비효과란 흔히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란 말로 표현된다. 사소한 사건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큰 변화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빗대보자면 아프간전에는 북한효과가 작용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미국은 아프간 철군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8월 31일 “중국과 심각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여러 전선에서 러시아의 도전을 맞고 있다”면서 “이런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연설했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 묶여 10년 이상 꼼짝 못 하게 되는 걸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아프간에 묶여 있는 역량을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하는 데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아프간 철군이) 미국에 올바른 결정, 현명한 결정, 최선의 결정이라고 믿는다”라고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은 미국의 국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걸 드러낸다.
미국은 1990년대 냉전이 끝나자 ‘두 개의 전쟁 전략’을 채택했다. 동시에 두 곳에서 전면전이 벌어져도 승리할 수 있는 군사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부시 정권과 오바마 정권은 두 개의 전쟁 전략을 폐기하고 1+α, 하나의 전쟁과 억제 전략으로 수정했다. 두 곳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우선 하나의 전쟁에 집중하고 다른 한 곳은 해군과 공군력을 이용해 도발을 억제한다는 개념이다. 미국 국력이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미국이 아프간에 매여 있으면 중국과 러시아에 밀린다고 판단해 아프간전을 포기해버렸다. 미국의 국력이 그만큼 약해진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자신이 최고이고 자기 힘은 무한대라도 되는 양 주관주의에 젖어 있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공세를 펴긴커녕 방어하기에도 벅차다. 이런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된 미국은 치욕을 감수하면서라도 아프간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미국이 아프간전을 포기하면서까지 전력을 다해 대응해야 할만큼 중국과 러시아의 공세가 거세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중 무역대결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테니 관세폭탄을 철회해달라고 타협하는 게 아니라 미국에 상응하는 관세를 부과하며 정면 대결에 나섰다.
중국은 외교에서도 미국을 거세게 공격했다. 미국과 중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이 함께 회담하는 2+2 고위급 회담을 두 차례 진행했다. 회담이 시작되자마자 거친 설전이 오갔다. 중국은 미국에 첫째로 사회주의에 도전하지 말고, 둘째로 중국 성장을 방해하지 말며, 셋째로 신장·티벳·홍콩·대만 문제는 주권 문제이므로 침범하지 말라는 3대 마지노선을 제시하며 미국에 공세를 폈다.
올해 7월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그 어떠한 외국 세력이 우리를 괴롭히거나 압박하며 노예화하는 것을 중국 인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누가 이런 망상을 하면 14억 중국 인민들의 피와 살로 만든 강철 만리장성 앞에서 머리가 깨져 피가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머리를 깨버리겠다는 상당히 거친 경고다. 미 국무부는 시진핑 주석의 연설에 구체적으로 논평하지 않겠다며 침묵했다.
이를 보면 중국은 미국과 군사든 외교든 경제든 붙을 테면 붙어 보자는 태도다.
중국이 원래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관계가 악화되면 어떻게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2010년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에 신형 대국관계를 맺자고 제안했다. 중국이 이만하면 많이 성장했으니 서로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이익이 아니겠냐며 미국에 회유책을 내민 것이다.
2012년에 취임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협력을 넓히고 이견을 원만하게 해결하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하는 신형 대국관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엔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대국을 수용하기에 충분하다”라고도 했다. 시진핑 주석도 미국과 충돌하기보다는 이견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두었음을 알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될 땐 미중정상회담에서 트럼프에게 2천 5백억 달러어치 무역 협약이라는 선물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러던 중국이 2018년을 기점으로 미국에 강공을 펴게 됐다. 무엇이 중국을 변화시켰을까? 그건 바로 북한이다.
2017년 내내 북한과 미국은 거세게 충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완전히 파괴하겠다 등 북한을 향해 호전적인 말을 쏟아냈다.
북한은 이런 미국에 초강경 대응했다. “지구상에서 미국이라는 땅덩어리를 영영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의지”라거나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며 굉장히 고압적으로 강공을 폈다. 대단한 배짱으로 보인다.
그리고 2017년 11월 북한은 국가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세계는 미국의 말을 어기고 핵무기를 가지면 미국이 침공해 박살낼 줄 알았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을 어떻게 대했나. 완전히 파괴하겠다던 호언장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고 북한에 쩔쩔맸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중국으로선 상상도 못 한 대응이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미국을 이렇게 대한 전례가 없다. 과거 중국과 소련도 미국에 이처럼 강경하게 맞서지 못했다. 중국은 도광양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라며 자기 힘을 숨기고 미국 앞에서 납작 엎드리는 국가전략을 채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전혀 달랐다. 북한과 반관반민 회담을 한 수전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국장은 2017년 11월 “북한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쳤는지, 아니면 미친 척 연기를 하는 건지 알고 싶어 했다”라고 일화를 공개했다. 북한은 정말로 트럼프가 미쳤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닐 것이다. 미국을 조롱한 것이다. 이건 외교적인 태도도 아니고 마치 미국이 하찮기라도 하다는 듯 내리눌러버린 것이다.
북한으로부터 수모를 당한 미국의 태도는 어땠던가. 트럼프 대통령은 늙다리 미치광이라거나 미친 거 아니냐는 모욕을 당하고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북미정상회담을 하면 “함께 할 수 있어서 굉장히 영광”이라고 말하고 “위대한 인격에 매우 현명하다”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칭송했다. 네오콘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3월 29일에 보도된 SBS 인터뷰에서 대단히 결단력 있는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극찬했다. 볼턴을 인터뷰한 SBS 기자는 “(볼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높이 평가해서 놀라웠다”라고 인터뷰를 한 소감을 전했다.
중국의 정치인과 군부, 평범한 중국인 모두 북한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미국을 저렇게도 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이 쩔쩔매는 모습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이 대미강경노선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무원 자문위원인 스인홍 인민대 교수는 2020년 11월 25일 중국 매체 둬웨이와의 인터뷰에서 “동북아 정세에서 확실한 한 가지는 가장 중요한 운영자가 그 어떤 대국도 아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자문위원이 동북아에서 가장 중요한 지도자로 시진핑 주석이 아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꼽았다. 북한이 반미대결을 선도하고 중국이 북한의 행보를 따르고 있음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말이다.
중국은 미국에 강공을 펴기 시작했다. 예전엔 미국에 강경대응을 하면 엄청난 보복을 당할 것 같아 두려워했는데 막상 미국이 별다른 대응을 못 했다. 눈치를 보고 항상 미국의 깡패짓에 손해를 보던 것에서 벗어나 당당히 주권과 자기 이익을 지켜나가니 중국으로선 ‘북한식’이 참 좋다고 여길 것이다. 아마 러시아도 북한에서 중국과 비슷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태도를 바꾸니 미국은 상당히 큰 곤란을 느꼈다. 예전엔 미국이 적당히 위협하면 중국이 저자세를 보였다. 그래서 미국은 아프간을 침공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를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미국이 허덕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 중 하나는 미군의 자살률이다. 7월 24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알래스카에 있는 에일슨 공군기지에 방문해 “우리 군의 높은 자살률이 매우 우려스럽다. 이러한 현상은 이곳 기지뿐만 아니라 미군 전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2018년 자살한 현역 미군은 326명이다. 2019년엔 350명, 2020년엔 385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미 군사전문 매체 밀리터리타임스는 “2001년 9월 11일 이후 자살한 현역 및 퇴역 미군의 수는 같은 기간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의 수보다 4배 많다”라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 USA투데이는 7월 22일 익명의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미군 자살의 원인으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따른 군 전체의 부담 증가”를 꼽았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하기에 병력과 장비가 충분하지 않은 탓에 미군이 장기간 해외 근무를 하게 되어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다. 이 미군 관계자는 “미국 항공모함 USS니미츠의 승조원들은 321일 동안 본국에 돌아오지 못했고, 이는 베트남 전쟁 이후 최장기간”이라며 “이들 중 몇몇은 정신적 고통으로 마약과 술에 빠졌으며, 몇몇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라고 예를 들었다.
현실이 이러니 미국은 결국 아프간전에서 패배하게 된 것이다.
종합하면 북한의 대미강공태세가 중국의 대미강경책을 이끌었고, 강경하게 나오는 중국을 감당할 수 없던 미국은 아프간전에 투입된 역량을 중국으로 돌려야 하게 되었다. 북한효과가 도미노처럼 이어져 미국의 아프간전 참패에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끝)
첫댓글 미국이 실패한 전쟁만을 다룬다는 건
오해를 불러온다고 보여지죠.
최근의 전쟁을 보면 거의가 다 승리한 전쟁이죠.
리비아전도 그렇고 시리아, 이라크 등의 전쟁에서 승리를 만끽한 거고
우크라이나 독립이나 동유럽의 소련연방파괴, 미얀마민중항쟁을 이끈 것은
매우 성공적이죠.
성공은 했지만 이들 나라가 식민지역할을 하게끔 설계된 게 문제죠.
유로국가들도 말이 자유지 유로연합이 미국의 식민지처럼 미국입김이 큰 게
그들의 자존심을 갉아먹을 겁니다.
하지만 입김이 크다는 자체가 식민지관리개념이 아닌가하죠.
이런의미로 그들은 아직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봅니다.
잘한게 90%라면 아프칸은 그 역할이 안먹힌 10%에 속한 겁니다.
그래서 아직도 그들의 입김이 큰데 그들이 실패를 했다고 떠드는 것은
그들이 앞으로도 성공해야된다는 역설적 포장이라고 보여지죠.
그들이 실패를 하려면 가는 곳마다 그들을 본능적으로 반대해야 하죠.
그 본능은 자연적인 것이라고 보면 지극히 바른 길로 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포장된 결과물로 봐야 된다고 보여지죠.
미국은 아프칸에 유럽 똘만이들과 합세하여
쳐들어가 탈레반을 축출하였고
자기들의 친미세력으로 새정부를 구성하고
공고히 하여 새로운 친미국가로 만들려고
하였었지요
수조 달러의 돈을 처바르며 치안을 유지하고
친미정부를 강화하려고 하였지요
하지만
20년동안 탈레반의 완강한 게릴라 저항으로 사망자와 사상자 등이 수만명에 이르니
결국
탈레반과 타협하고 철군을 선택한것이지요
말로는 타협이지만
패퇴한것이지요
일부에서는 탈레반을 이용하여
대증대러 포위와 그 돌격대로 활용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하지만
탈레반이 미국의 꼬봉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꼬봉을 만들려면
자기들이 세웠던 친미정부를 활용하였겠지요
미제침략군 무리들과 죽기내기로 싸워온
탈레반이 침략자 미제에게 둘러붙게 된다면
그들은 탈레반이 아니겠지요
설사
탈레반이 미제의 새로운 꼬봉으로 된다면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동 반미국가들로 부터 외면을 당하겠지요
미제의 꼬봉이 되는 그런 머저리 바보짓은
탈레반이 하지 않을것입니다
메일 정론직필에 들려 회원들이 올린 글을 읽는데 오늘 올리신 기사 잘 읽었습니다.
한민족의 불행도 미국의 동북아 봉쇄전략 수행 결과 때문이지요
일제지배, 남북분단, 6.25전쟁 그 배후는 미국이지요.
저는 베트남전쟁 본질을 이해 못하고 참전해서 부상까지 당했습니다.
1974년인가 -? 이영희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라는 책을 읽고 그 전쟁 성격이나 본질을 이해 하게 되었고
미 용병으로 베트남민족 해방전쟁에 참전했던 것을 부끄럽게 생각 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 특수효과로 한국경제발전에 일익을 담당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충청메세지 처음 듣는 언론인데 앞으로 자주 들려 봐야 겠네요.
지금도 한국은 전쟁터로 내몰리는 용병으로 키워지고 있죠.
수단전쟁에 동원됐고
중동전쟁에도 일부 부대가 동원됐고
아프칸에도, 이번에 미얀마에도 동원 됐습니다.
참으로 코메디적 용병국이죠.
월남전은 대대적으로 동원돼서 규모가 매우 컸지만 그용병들의
몸값으로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 하죠.
그런데 중간에서 박정희권력이 가로챘다고 이세호 대장이 밝히면서
그일로 이세호는 얼마안돼서 죽게 됩니다.
그래서 유야무야 덮히는 것 같은데 수많은 장병들의 몸값을 가로챘다고
언론을 통해서 알려 졌지만 누구도 그 돈을 파병자들에게 돌려주려고
나서지 않습니다.
이제 그것도 차차로 밝혀서 그몸값이 어떤 계좌출구로 빼앗겨서
사용됐는지 밝히고 그들에게 보상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권력이 권력을 잡아서 미래의 한국을 재건해야 된다고 봅니다.
죄송한 이야기 이지만...월남전 참전분들의 대한민국 발전에 대한 기여도는 자랑할만 한게 못된다고 봄니다. 참전분들과,국민에게 쪼,쭝,똥.등등을 사용해 매국노들이 세뇌를 시킨것일 뿐...지금에도 베트남엔 도의적,정치적 죄 가 남아있을뿐...
@세리랑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 문명자씨의 책 " 내가 본 박정희와 김대중" 이란 책을 보면 박정희가 착취해 스위스 은행비밀계좌에 숨겨둔 그 돈은 80년 10.26 이후 중앙정보부 요원5명과 박근혜를 스위스로 보내 박근혜 앞으로 변경하고, 동행했던 그 5명에게 수고비로 몇 만달라씩 지불했다고 해요..
그 후 어느정권도 그 것을 해결하지 못 하고 있으니 ...
@wander 파월장병들은 왜
그걸 요구하지 못하는지 뭉쳐서 자기들 요구를 들어달라고
집단행동을 해야 된다고 보는데 그냥 가만히 기다리는 게
매우 웃기죠.
우는 아기가 밥한술이라도 더 먹는다고 하죠.
참전자분들에게 왜 가만히 있는지 물어보면 자포자기 상태죠.
알아서 해주길 바라지만 세월이 갈수록 희미해져서
사라질 겁니다.
그사람들이 다 죽어버리면 끝장이니 세월만 가기를 기다리겠죠.
박근혜지지자들이 아직도 살아있는 것은
그 자급줄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사람도 있죠.
@세리랑 박정희가 착취한 그 전투수당을 돌려 받기 위해 미백악관 오바마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고 청와대에도
보내도 반응이 없어요.
@wander 세월호부모들처럼 집요한 투쟁없이 이뤄지지 않죠.
광화문에서 천막을 치고 혹독한 겨울을 나면서 매일 매일 투쟁한 세월호학부모를
처음엔 쳐다보지 도 않다가 지속되는 투쟁에 결국 쟁점화돼서 국민들의 지원을 받고
성공한 투쟁이죠.
집요하게 요구하지 못하면 안되죠.
살아있는한 천막농성을 계속하여야 정치쟁점화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이죠.
그런데 살아남은 장병들이 얼마나 가담을 할지 그게 의문이죠.
천막농성을 할 능력이 되는지도 문제죠.
여하튼 자기몫을 찾는 의식를 선거철을 이용하여
집단적으로 관철시켜야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아무런 의지도 없이 몇푼주는 꿀물을 빨다가는 아무것도 못하죠.
미국은 아프칸에 유럽 똘만이들과 합세하여
쳐들어가 탈레반을 축출하였고
자기들의 친미세력으로 새정부를 구성하고
공고히 하여 새로운 친미국가로 만들려고
하였었지요
수조 달러의 돈을 처바르며 치안을 유지하고
친미정부를 강화하려고 하였지요
하지만
20년동안 탈레반의 완강한 게릴라 저항으로 사망자와 사상자 등이 수만명에 이르니
결국
탈레반과 타협하고 철군을 선택한것이지요
말로는 타협이지만
패퇴한것이지요
일부에서는 탈레반을 이용하여
대증대러 포위와 그 돌격대로 활용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라고 하지만
탈레반이 미국의 꼬봉이 되는 일은 없습니다
꼬봉을 만들려면
자기들이 세웠던 친미정부를 활용하였겠지요
미제침략군 무리들과 죽기내기로 싸워온
탈레반이 침략자 미제에게 둘러붙게 된다면
그들은 탈레반이 아니겠지요
설사
탈레반이 미제의 새로운 꼬봉으로 된다면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동 반미국가들로 부터 외면을 당하겠지요
미제의 꼬봉이 되는 그런 머저리 바보짓은
탈레반이 하지 않을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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