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이 저물어간다.
매주 이어지는 촛불 행렬에 마음이 헛헛하다.
우리는 왜 분노하며 그 분노는 누구를 향하는가.
우리의 촛불이 그들에게 닿을 수는 있을까.
날마다 아니다 아니다 한다.
익숙하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스무 고개를 저렇게 늙어서도 할 수가 있구나.
마냥 놀이만은 아니었구나.
또 하나 배워간다.
사실...꾸준히 까다가 온 국민이 다 까니 요 며칠 멍하고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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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않은가.
그렇게 물고 빨던 종편들이 박근혜와 최순실을 타겟으로 정조준을 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박근혜는 새누리당이요 새누리당은 곧 '대한민국 보수'의 상징이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보수'와 '대한민국 보수'는 다르다. 반드시 구분돼야 한다. '기독교'와 '대한민국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종편 채널들이 한국 보수 세력의 나팔수라는 것을 반박할 순 없지 않은가. 작금의 사태는 사실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표적인 한국 보수 언론인 '조선일보그룹(?)'의 민정수석 우병우 때리기와 정부의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내치기로 잽을 날리며 시작되었고 이화여대에서 일어난 최경희 날리기 중에 뜻하지 않게 정유라가 말을 타고 뛰쳐나왔다.
언제부터인가. 언제부터 였을까. 일부에선 보수, 기득권 세력이 다음 정권을 위해 레임덕을 감안하여 박근혜 정권을 견제해서 시작된 것이라 하지만 그것만으론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왜 그리고 지금인가. 잽을 날릴 때 이미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해도 왜 지금 이 시점에 그들이 공들여 빚어 온 '박정희 우상화'에도 영향이 미칠 위험성이 큰 이런 그림이었어야 했나. 한국 보수는 슬슬 박정희 없이 홀로서기를 시작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미 '대한민국 보수'와 '기득권'은 박근혜와 최순실 꼬리 자르기에 열심히다. 조선일보는 목숨을 걸고 박근혜를 치고 있다.(사실 사람들이 열광하는 JTBC는 후발주자다. 임팩트로 원조를 제낀 격.) 왜 그 타이밍이었어야 했나. 뭘 놓친 걸까. 아니면 드러나지 않은, 우리가 모르는 두 세력의 핀트가 나간 지점이 있는 것인가. 있다면 무엇일까? 어떤 일이었을까. 또 그들이 생각하지 못 했던 변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건 무얼까. 박정희와 삼성 등 분명 이번 사태는 기존의, 권력의 레임덕 즈음하여 터지는 기존의 기조와는 분명 조금 다르다.
온 국민이 하야를 외치는 와중에도 난 궁금한 것과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아 온전히 함께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당연히 분명 '박근혜 퇴진'을 향한 촛불을 지지한다. 촛불로 되지 않는다면 횃불이라도 들어야 옳다. 하지만 이 모든 프레임이 '보수&기득권 세력(조선일보)'과 '박근혜 정부'의 싸움에서 시작된 불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시 말해 그들이 짜놓은 프레임 장난에 놀아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야당들 하는 꼴 보면 그렇게 끝날 느낌이다...ㅋㅋㅋ 또한 그 프레임 안에서 박근혜 진영의 인사들이 불분명하다. 지금 언론을 통해 드러나는 인사들이 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찬가지로 조선일보 측에서도 이렇게까지 판이 키워질지 예측을 했냐는 것도 의문이다. 지금 상황에선 하야니 탄핵이니 하는 문제도 민감하지만 크게 보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시스템에선 그들이 물러나봤자 제2의 박근혜, 그 다음 최순실이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 비단 이 나라의 국민성이 부패와 비리에 취약한 것인가.(미국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말하는 '한국병') 정치가 선진화된 서구 문명은 민족성이 워낙 투명하고 특별히 청렴하고? 절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원인은 세워진지 얼마 안 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의 부재'이다. 각종 사회적 시스템이 갖춰지기도 전에 각양 각색의 개성 다양한 독재 권력자들이 나타나 배 채우기 식으로 나라를 쌓아 올렸다. 그러느라 바빠 시스템은 만들 시간이 없었다. 이게 고조선과 삼국시대, 고려와 조선, 대한제국, 일제 강점기를 거쳐온 이 땅에서 만들어진 현재의 나라...서기 2016, 단기 4349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갈 것인가.
이 사태가 일어난 후 많이 들었던 말이 허탈감, 상실감, 실망 등이다.
우리는 왜 실망하는가.
'실망'은 무엇을 믿는데 그 믿음이 깨어지면 드는 마음이다.(사전적 뜻: [명사] 희망이나 명망을 잃음. 또는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아니하여 마음이 몹시 상함.)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믿었나? 국민 300여 명이 수장되게 생겼는데 사라져 아무 말 없던 대통령이 있는 정부? 여당 대표가 야당 의원에서 '충성 충성 충성'하는 국회? 정의를 창호지로 가린 사법부? 들어오지도 않은 탄원서 조작해 순사질 하는 경찰? 그 모두의 눈치 보느라 침묵하는 언론?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람'이다. 무슨 근거로 그들을 믿었나. 왜 우리는 매번 발등을 찍으면서 또 '사람'을 믿나. 진정한 '한국병'은 국가 '시스템의 부재'이다. 박근혜&최순실도 그렇고 메르스도 그랬고 세월호 때도 그랬다. 4대 강도 그랬고 광우병도 그랬다. IMF도 그랬고 금 모으기도 그랬고 5.16, 12.12도 그랬고 유신정권도 그랬다. 물론 사람을 믿어 항상 좋지 않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때론 '한강의 기적'이나 금 모으기 등 '기적'이라고 불리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긴 역사 속에서 보면 '요행'에 불과하다. 5천만의 사람들이 하나의 국가 이름 아래 살면서 '요행'이나 일어나길 바라며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럴 바에 국가는 왜 있나? 해체해서 각자 부락 이뤄 사는 것이 낫다. 진정 어떤 사람이 현실을 찢고 온전히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을 하리라 믿는가? 욕심이다. 물론 어쩌다 한 명씩 그런 이상한 사람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것도 역사 속 '요행'이다. 탄탄한 시스템으로 확률적으로 인간의 부정을 막아야 한다.
'국가'는 세금값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실망하기도 지친다. 진지하고 신중하게 인내심을 가지고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토론을 통해서 명확한 시스템 구축을 하여 우리가 바르게 나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누누이 보아오지 않았나. 대한민국은 시스템이나 제도가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나라다. 박근혜, 최순실. 이 욕도 아까운 두 사람으로 인해 대가리부터 말단까지 온 나라가 이렇게 송두리째 흔들리는 꼴을 보라. 지금 당장 더 이상 사람에 기대어 한 사람 혹은 몇몇의 사람의 능력과 성품에 의존하여 5천만 국민의 삶을 실험하는 짓은 그만둬야 한다. 이 땅에서 살아갈 후대를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방향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가 반만년 역사다, 단국 할아버지 자손이다 국뽕에 취해 그렇지 대한민국은 사람으로 치면 갓난 아이 수준이며 총체적으로 미흡하다.
여러모로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큰 문을 열었다.
사회 각계각층에 비리와 부패가 연루되지 않은 곳이 없고 '대한민국 보수'&기득권 층의 자체 분열이다.(돌연변이의 탄생을 알릴지 자가생식인지는 지켜두고 볼 일이다.) 여하튼 나라 전체의 혼란이고 사방에서 썩은 내가 진동을 한다. 이런 때일수록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고 통찰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대한민국 국격 하락 어쩌고 하는 건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국격? 현재, 2016년 대한민국이 국격을 논할 가치가 있는 곳인가? 아직도 국가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어쩌면 서서히 국운이 다해 가는 중일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