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160석” vs “90~145석”
오현석.강보현입력 2024. 4. 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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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D-4 각당 판세 분석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가 5일 전국 3565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오전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 훈련병과 기간병들이 연무문화체육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6일까지 1만4000여 명의 장병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첫날 사전투표율은 역대 총선 최고치인 15.6%로 나타났다. 김성태 객원기자
총선 예측이 어렵다고들 말한다. 드물게 여야 중 어느 한 곳의 우세가 거론됐던 선거도 막상 투표함을 열면 다른 경우가 많다. 한쪽으로 확 치우치거나 1당이 예상과 뒤바뀌기도 한다. 전국 유권자가 같은 후보군 중에 선택하는 대선과 달리, 각 지역이 쪼개져 후보가 제각각인 총선은 일부가 투표장에 더 나와도, 덜 나와도 당선자가 바뀔 수 있다. “총선에선 여론조사는커녕 출구조사도 맞기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정당들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지지층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모습은 5일 사전투표 개시와 함께 닷새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도 마찬가지다. 박빙 판세 전망 속에 여야 지도부는 지지율이 3~4%포인트 이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경합지 50여 곳을 주목한다. 각 당이 실시하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최근 양당 지지층 결집 양상이 뚜렷해졌고, 이에 따라 곳곳에서 초박빙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의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우세 지역을 110곳, 경합지역을 50곳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전체 지역구 254석 가운데 모두 진다면 110석, 모두 이긴다면 160석까지 가능한 숫자다.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정권 심판 여론이 전국적으로 확대됐지만, 아직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분위기는 아니다”며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경합지역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도 “경합지역 전체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며 “여전히 반집 승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151석’을 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박빙 지역을 민주당보다 다소 많은 55곳으로 추산했다. 내부적으로는 우세 지역을 90석 안팎으로 본다. 수치만 놓고 보면 90~145석이 당선 사정권이지만, 낙관적이지는 않다. 정양석 선대위 부위원장은 “총선 판세는 살얼음판”이라며 “초박빙 지역에서 선방하면 국민의힘이 승리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개헌 저지선마저 뚫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총선 때 출구조사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이 지역구에서 최소 91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됐으나 실제론 84석을 얻었고 간신히 개헌저지선(103석)을 넘겼을 뿐이다.
양당이 공히 꼽는 최대 승부처는 122석이 걸린 수도권이다. 민주당은 서울과 인천·경기 각 10곳을 합쳐 20곳을, 국민의힘은 서울 15곳과 인천·경기 11곳 등 26곳을 경합지로 꼽았다.
수도권에선 법정 선거운동 기간 불거진 양문석 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의 편법 대출 의혹과 김준혁 민주당 후보(경기 수원정)의 막말 논란의 파장이 최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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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선 민주당 “10곳 경합” 국민의힘 “15곳 접전”
민주당은 “경기도에서 최근 며칠 사이 큰 변화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한병도 위원장)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경기도 후보들을 심판하지 않을까 싶다”(정양석 부위원장)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전체 40석이 걸린 PK에서도 양당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은 PK에서 15곳을, 국민의힘은 13곳을 경합지로 분류했다. 김부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지역에서 우리 후보자들이 어느 때보다도 용기백배해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석준 국민의힘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조금 고전하고 있지만, 부산·경남도 최악의 국면을 벗어나 반등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28명을 뽑는 충청에선 민주당은 10곳에서, 국민의힘은 13곳에서 경합 양상이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원 지역(8석)에선 민주당은 5곳을, 국민의힘은 3곳을 경합지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50여 곳 경합지의 승패를 가를 최대 변수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여권의 최대 난제로는 의대 2000명 증원 이슈가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1일)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면담(4일)에 직접 나섰는데도 진척이 없는 상황 자체가 악재라는 것이다. 이현우 서강대(정치학) 교수는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도 갈등이 계속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뭔가 하려 하는데 의사단체가 버티기만 하는 모습으로 비치면 여론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민주당에선 개별 후보 리스크가 표심을 흔들고 있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김준혁 후보 같은 막말 논란은 중도층에 영향이 크다”며 “다만 이 사건 파장이 중도층 표심을 정권 심판론으로부터 분리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원 300여 명은 이날 오후 경기 수원시 김 후보 선거 사무실 앞에서 “김 후보는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 미군정 시기에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 상납시켰다는 비열한 언행으로 대한민국 여성에게 치욕감과 모욕감을 줬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양당 모두 막판 리스크 주의보를 내렸지만, 정작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이 최대 리스크 요인이라는 말도 나온다. 선거 막판에 접어들면서 “이재명, 일베 출신”(한동훈), “국민의힘은 4·3 학살의 후예”(이재명) 같은 거친 표현을 여야 수장이 쏟아내고 있어서다. 이준한 인천대(정치학) 교수는 “품격을 갖추지 못한 메시지가 쏟아지는데, 한국 정치가 퇴보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거 막바지 정치 전면에 나서다시피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영향력도 변수로 거론된다. 문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파란색 옷을 입고 연일 PK를 훑으며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 같은 표현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5일에도 사전투표를 하면서 “현 정부 정신 차리게 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야권 지지층 결집을 위한 행보지만 “지난 정부에 대한 부동산 심판론을 상기시켜 거꾸로 PK 보수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도 총선의 최대 변수는 여론조사에 잘 잡히지 않는 중도층 유권자의 숨은 표심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진보와 보수는 똘똘 뭉쳤지만, 망설이는 중도층이 여전히 상당하다”며 “선거 막판 중도층이 한쪽으로 움직이면 경합 지역 결과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박동원 대표도 “표심을 정하지 못한 2030 세대가 공정 이슈를 건드린 조국혁신당 등에 얼마나 분노할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오현석·강보현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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