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가는데까지 갔다가 오고 싶을때 오면 되는 것이다.
공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것이 계획적이지 않아야 했다.
왜..
할리니까.
자유를 표방하기에.
내 인생에 끼어드는 네비게이션은 할리에는 필요없다.
인생은 외로운 사막일지라도 나침반 하나면 방향을 찾을 수 있고 밤이면 무수한 별자리가 있지 않은가?
시동을 켜면서 바다가 보고 싶었다.
눈만 뜨면 보이는 7번 국도.
아파트에서 몇백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그 끝에 대해서 언제나 동경했었다.
'그래 가보는 거야...'
시트에 앉으니 할리가 묻는다.
모든걸 다 가질수 없다고 무엇을 놓을 것이며 잡아야 할것은 무엇인지를 결정하라고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출발이 안된다며 완강히 버틴다.
한 참을 생각하다가 천천히 클러치를 놓았다.
그리고 스로틀을 잡아 당겼다.
370kg의 무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항을 지나 장사에서 바다를 처음 보았다.
우리나라 바다가 이렇게 투명한 청옥빛이었던가?
천만원짜리 여행 상품에서 보았던 지중해 바다에 결코 뒤쳐지지 않았다.
덮쳐오는 파도의 힘이 진동으로 전해졌다가 머플러를 타고 흩어졌다.
써핑보드처럼 파도의 동력으로 비이크가 뻗어 나갔다.
할리를 타고 바다를 보는것은 입체적이며 모든 감각이 함께 받아 들인다.
특유의 진동이 없다면 절대 바다를 느끼지 못한다.
초보자가 라이딩하기에는 조금 위험한 7번 국도를 이탈해 후포리로 들어갔다.
바다의 속살을 만져 보고 싶은 욕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바다가 훤히 보이는 횟집에서 물회 한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마을길을 타기 시작했다.
낮은 콘크리트턱을 사이에 두고 바다와 도로와 마을이 다닥하게 붙어 있다.
시속 30km 정도로 달리며 생소한 어촌마을의 풍경을 마음속에 담으며 간간히 바다를 느꼈다.
마을을 거의 벗어날 무렵 머리위에서 낮게 갈매기가 날아 올랐다가 바이크와 같은 방향, 같은 속도로 비행해준다.
어느 자유로운 영혼의 환생인 듯 바람부는 방향에 부리를 쳐들며 반항하다 순백의 날개를 접으며 바다로 꺽어져 갔다.
다시 7번 국도로 올라 와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고 사장님께 내륙으로 들어 가는 길을 물었다.
봉화 넘어가는 길이 재미있을거라며 안내를 해 주신다.
울진 가기전 봉화쪽 불영계곡,통고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사도 있고 꺽이는 각도도 예사롭지 않다.
바이크 타는 맛이 느껴진다.
저속으로 제법 많이 눕혀보지만 안정적으로 나아간다.
한 굽이 돌아가면 큰 바위들이 아무렇게나 계곡에 놓여있고 금강송은 낭떠러지에 위태롭게 부채살을 펼치고 있었고
곳곳에 나름의 배열로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수묵화 같은 풍경에 압도 돼 오른손에 힘이 들어 가지 않는다.
거의 탄력만으로 속도를 조절하면서 언제가 사라질지도 모를것들에 대해 예의를 지키려 하나하나 눈에 넣어 두었다.
계곡을 끼고 가는 길이라 한기가 찾아 들었다.
버스가 오지 않을것 같은 버스 승강장에 바이크를 세우고 제법 긴 의자에 자리를 잡으니 달리면서 보지 못한 비경이 펼쳐져 있다.
넓은 계곡이 산으로 뻗어 있는데 남향인 버스승각장에서 바라 보면 가슴이 탁 트일만큼 깊고 아름답다.
풍경에 취하고 봄 햇살에 취해 부츠도 벗고 양말도 벗고 그대로 누워 버렸다.
물줄기가 과하지 않게 졸졸거리니 순식간에 잠들어 버렸다.
봉화로 가다가 방향을 틀어 영양으로 들어갔다.
집 한채 보이고 한참을 가야 집한채가 보이는 시골이라 한참을 달려도 마주오는 차를 보기 어려웠다.
어짜피 속도가 중요한게 아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하느냐가 중요할 뿐.
요즘 산울림의 노래가 가슴에 와 닿는다.
60km로 달리며 "청춘"을 흥얼거린다.
"언젠가 가곘지 푸르른 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안강에 도착하니 해질녁이다.
석양을 등지고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면서 숨고르기를 한다.
할리의 물음에 이제야 답을 해본다.
진정 놓아야 할것은 인간이 인간을 통제하기 위해 규정지은 법과 도덕이며 잡아야 할 것은 부정한 것에 쉬이 흥분하던 젊은 시절 당당한 나의 모습이다.
첫댓글 저도 어제 지리산한바퀴 혼자서 했네요...
혼자도 그냥 댕길만 하더이다...
후일 기회되면 같이 합시다...
요기는 진주라 천리길임다..
좋습니다.ㅎ
다들 글을 참 잘 쓰시는것 같아요..
글속에서 포항과 주변의 익숙한 지명을 보니 더 반갑네요..
즐거운 라이딩생활 하세요~~~
포항분이시군요..반깁습니다.
어촌 갯마을을 따라 삼척 촛대바위까지 올라가시면 최곱니다.
느림의 미학을 접하죠.
할리를 타면 모두가 사진 작가요 문필가가 된답니다.
할리는 고동적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서정적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음에는 더 올라가 볼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ㅎ
내비게이션 없이 옛날에 길을 물어보고 다녔던 생각이 납니다 그땐 어떻게 길을 갔는지... 내비게이션 없이 다닌다니까 운치있고 말을 타고 유람하는 선비 같아요 멋집니다
시간의 제약을 두지 않으니 마음이 여유로워지더군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시간되면 오후에 계란사러 오세요.
저도 설에서 아침식사후 벌써 온양온천에서 놀고있습니다 .. 혼자만에 즐거운 롸~~딩으루 ㅋ
맞죠?
혼자만의 라이딩이 제일 좋습니다.
오페라유령님의 글귀를 잃다보니 꼭제가 그길을 함께하는 느낌입니다~ 너무 낭만적이고 서정적으로 마음을 표현하시네요 그마음속 자유표현은 어디에서 나오는거죠? 해탈! 언제함께 투어가고싶네요 여유와 낭만을 아시는분같아 보고 느끼고 깨닭고싶어지네요~
각박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페라유령 정서가 마르지않고 젖어있다는건 그래도 살아볼만한 세상아닐까요? 언제 투어한번같이할까요~ 저도한때는 ~ 그래본들 저자신만힘들더라고요^^ 웬지 바다가보고싶네요~ 한때는 산도 좋아했는데 무언가를 잊기위해~
글이 자유롭습니다.
경주 안강 근계 어디쯤 이신지요? ㅎㅎ
실례가 안되면 가끔 지나는 길이라 커피라도 ...
근계를 잘 아시네요.
근계에는 농장만 있고 본부는 안강에 있어요. 지금 사는데는 강동이구요.
시간된다면 커피 좋죠.
안강분이신가요?
@오페라유령 ㅎㅎ 아닙니다 경주입니다..홀로 다니는 독립군입니다~
@더 블루 독립군이라 더 반갑습니다.
제가 근무도 그렇고 활동반경도 넓어서 미리 연락주시면 시간 잡아 보겠습니다.
@오페라유령 언제 날 좋은 시간에 기회가 되면 커피 한잔 하시죠~~미리 약속하고 연락하면 서로 부담이 ^^*
@더 블루 알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