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을 겨냥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한 위원장은 29일 여의도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공천 갈등에 대해 “‘조국 신당’에서 조국 이름 넣겠다고 고집하듯, 순도 100% 이재명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저게 무슨 민주당인가. 이재명 이름 넣어서 ‘재명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에선 최근 컷오프되거나 하위평가에 든 설훈·박영순 등 비명계 의원들이 탈당하거나 격하게 반발하며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여의도 당사에 출근하던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약 24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한 위원장은 ‘이재명’ 이름을 15차례 언급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한 위원장은 “이재명의 공천 컷오프는 잠재적 당권 경쟁자를 숙청하는 거로 보인다”며 “개인을 위한 숙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성윤과 신성식이 현직 검사 신분을 유지한 채 민주당에서 출마한 것을 두고 “가점을 20% 준다고 한다. 저는 생각도 못 했다”며 “진짜 검사당은 ‘이재명당’ 같다”고 꼬집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도 “실제로는 이재명 혼자 보고 (후보들을) 쳐내고 박아놓고 있다”며 “정필모, 임혁백, 안규백 등 감투가 많으면 좀 덜 창피하나? 덜 음험해 보이나?”라고 되물었다.
한 위원장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친명계인 박찬대가 과거 이재명의 코 주변을 만진 것을 겨냥해 “(이재명)의 코를 대신 파주는 비위 좋은 아부꾼만 살아남는 정글이 돼버린 것이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쏘아붙였다. 박찬대는 22일 인천 연수갑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의 ‘쌍특검법’(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대장동 50억클럽 특검법)연기에 대해서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 “진짜 엿장수 마음대로 아닌가. 이유도 설명도 없다. 머리 굴리는 소리만 들리는 거 아니냐”고 따졌다. 비대위 회의에서는 “기분 따라서, 그냥 ‘우리 마음대로 하는데 너희들이 어쩔 건데’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 초반인 지난달 2일 이재명 습격 사건 직후에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일정을 최소화하고 이재명 직접 비판을 자제했다.
한 위원장은 13일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이나 말실수가 나오고, 국민께서 실망하시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며 전 당원에 언행 주의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 친명과 비명의 파열음이 커지면서 한 위원장의 이재명 비판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동시에 민주당과 비교해 국민의힘의 공천이 순항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아무리 욕먹어도 내 사람 밀어 넣자. 1~2주 지나면 다 잊고 지지층 위주로 결집할 것이다’는 저질 계산보다 이 공천이 가장 공정하고 가장 사심 없이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갈수록 독해지는 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사이다”라는 평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지지자에게는 듣기 좋은 비판이지만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 겸손하고 자제해야 한다”며 “한 달 뒤에 어떻게 상황이 달라질지 모른다. 민주당과의 상대평가에 취해서 안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