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인 출신' 챔피언이 탄생했다. 지난밤, 최혜미(웰컴저축은행)가 여자 프로당구(LPBA) 2023-24시즌 6차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에서 김예은(웰컴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4-2로 꺾고 우승상금 3000만원을 차지했다.
최혜미는 아마추어 선수 경력 없는 유일한 챔피언으로, 프로 데뷔 5년 만에 첫 우승을 달성했다. 스무 살이 넘어 뒤늦게 독학으로 당구를 시작한 최혜미는 어린 시절부터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당구선수들을 연파하고 당당히 'LPBA 챔피언' 반열에 올라섰다.
우승 축하한다. 기분이 어떤가?
지금 이 시간은 우승을 했다는 생각이 안든다. 뭔가 낯선 기분이다. 어쨌든 우승했으니까 내일쯤 실감이 나지 않을까. 지금은 실감이 안 난다.
평소 옆돌리기에 자신이 있다고 했는데, 오늘은 어떤 샷이 잘 돼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나?
오늘은 옆돌리기보다 뒤돌리기가 성공률이 훨씬 좋았고, 칠 때도 편했다. 옆돌리기는 기본 공에서 실수를 많이 해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인터뷰에서 우승 소감을 준비 안 했다고 했는데, 이유는?
김예은 프로가 당연히 나보다 경험이 많고, 더 많은 구력을 갖고 있어서 이긴다는 생각보다 배운다는 생각이 컸다.
첫 결승에, 우승 경력도 있는 팀 동료와 대결해야 해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어떻게 결승전을 준비했나?
일단 가장 먼저는 자신 있게 치자는 생각을 했다. 당구를 치다 보면 꼭 후회하는 순간이 오더라. 자신 있게 못 쳤을 때. 자신 있게 치자는 생각을 많이 했고, 솔직히 처음 결승에 올라왔기 때문에 즐기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오히려 예은이보다 부담이 덜 했던 것 같다.
아무리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해도 중간에 욕심이 좀 나거나 긴장이 됐을 것 같은데.
같은 팀 동료인 예은이와 하는 경기라서 계속 즐기면서 칠 수 있었다.
결승전에서는 디펜스에도 신경을 쓴 편인가?
아니다. 아예 신경을 안 썼다.
준결승전에서 이긴 후에 아버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눈물을 흘렸다.
아빠를 보면 항상 눈물이 많이 난다.
아빠가 대회장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다. 아빠의 응원을 들었을 때 힘이 됐나?
4강전 1세트 때 경기가 잘 안됐는데, 아빠 응원 목소리를 들으니까 거기로 신경이 다 가서 오히려 더 집중이 안 됐다. 그래서 중간중간 아빠를 보고 조용히 하라고, 박수만 치라고 했다. 2세트부터 아빠가 자제한 덕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웃음)
아마추어 선수 경력이 없는 유일한 챔피언이다. 처음 당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일자리를 구하는 중에 친구가 당구장 아르바이트가 좋다고 알려줘서 당구장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손님들이 당구를 치는 걸 보다가 재밌어 보여서 시작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를 갖고 공을 굴려보는 정도였는데, 어느 날 TV에서 김세연 프로가 경기하는 걸 보고 여자도 당구를 치는 구나 알게 됐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치기 시작했다.
혼자 독학으로 시작한 건가?
혼자서 대대 16점, 4구 200점 칠 정도로 터득했다. 손님들 어깨너머로 보면서. 그 후에는 주기적으로 당구를 치고 일을 하면서 조금씩 점수를 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에 여러 선수들한테 조금씩 배웠다.
이번 시즌은 작년과 확연히 다른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나?
기본 공을 좀 더 탄탄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조건휘 프로와 같은 구장에 상주하면서 3개월 정도 레슨을 받았는데, 그때 빠르게 습득한 것 같다.
지난 시즌 휴온스 팀에서 뛰었는데, 성적이 저조해서 방출됐다. 다행히 드래프트에서 웰컴저축은행에 재지명됐는데, 그때 방출과 재지명이 이번 시즌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
그때의 영향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이번 시즌은 팀리그에서 못 뛸 거라고 생각하고 일자리를 찾으려고 했다. 작년에 팀리그를 하면서 개인 성적도 안 좋아서 어느 팀도 나를 뽑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드래프트하는 날 웰컴저축은행에서 뽑아줬다는 연락을 받았다. 믿기지 않고 어인이 벙벙했다.
웰컴저축은행에 그에 대한 보답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어떻게 보면 이번에 그 보답을 해드린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다.
3000만원의 우승상금을 손에 넣었다. 어디에 쓰고 싶은가?
아직 생각을 안 해봤는데, 일단 오늘 아빠 가방을 보니 가방을 하나 사드려야겠다. 배드민턴공 가방을 들고 오셨더라.(웃음)
당구 팬들에게 어떤 당구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시원시원한 선수로 보였으면 좋겠다. 원래 시원하게 치는 걸 좋아한다. 시원시원하게, 파이팅 있게 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사진=고양/이용휘 기자)
출처 : 더빌리어즈 https://www.thebilliards.kr/news/articleView.html?idxno=23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