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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지구(天長地久)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이다.
天 : 하늘 천(大/1)
長 : 긴 장(長/0)
地 : 땅 지(土/3)
久 : 오랠 구(丿/2)
(유의어)
천양무궁(天壤無窮)
출전 :
○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제7장
○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
하늘만큼 길고 땅만큼 오래되다. 하늘과 땅이 존재했던 시간만큼 길고 오래되다. (애정이)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하늘과 땅은 영원무궁하다. 하늘과 땅이 장구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를 위해 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장생할 수 있는 것이다.
是以聖人後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이런 까닭에 성인은 자신을 남보다 뒤로 돌림으로써 남보다 앞에 나설 수 있게 되고, 자신을 잊고 남을 위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하게 된다.
非以其無私耶. 故能成其私.
이는 무사(無私)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자신이 영원하고 완전한 존재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말은 '노자(老子)' 제7장에 나오는데, 여기에 나오는 '천장지구'는 성인을 비유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이 하늘과 땅만큼 오래가고 영원히 변치 않는 애정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은 백거이(白居易)의 장한가(長恨歌)에서 유래한다.
臨別殷勤重寄詞
헤어질 무렵 은근히 거듭 전하는 말이 있었으니
詞中有誓兩心知
그 말에는 둘이서만 아는 맹서가 들어 있었지
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석 장생전(長生殿)에서
夜半無人和語時
깊은 밤 남몰래 속삭인 말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되자
天長地久有時盡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지만
此恨綿綿無絶期
이 한(恨)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
'장한가'는 120구, 840자로 이루어진 당현종(唐玄宗)과 양귀비(楊貴妃)의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이다.
전단은 총 74구로, 현종이 양귀비를 만나 지극한 사랑을 나누다가 안녹산(安祿山)의 난으로 양귀비가 죽은 후 밤낮으로 그녀를 그리워하며 창자가 끊기듯 마음 아파하는 모습을 그렸다.
후단 46구는 현종이 양귀비를 못 잊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한 도사가 선계로 가 선녀가 되어 있는 양귀비를 만나 그녀에게 들은, 현종을 그리워하는 양귀비의 마음과 두 사람이 나눈 사랑의 맹약으로 되어 있다.
위에 예를 든 부분은 선녀가 된 양귀비가 도사에게 이야기해 준, 천보(天寶) 10년(751) 칠월칠석에 현종과 양귀비가 화청궁(華淸宮)에 거동하여 노닐며 장생전에서 나눈 사랑의 맹약으로,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지만 이 한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는 구절에서 영원히 변치 않는 애정을 비유하는 말인 '천장지구'가 유래했다.
'장한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애창되었으며, 시가와 소설과 희곡으로 윤색되는 등, 중국 문학에 많은 제재를 제공했다.
천장지구(天長地久)
하늘과 땅이 끝이 있을까. 하늘만큼 길고(天長) 땅만큼 오래(地久)라는 하늘과 땅이 처음 존재했던 때로부터의 시간만큼 길고 오래되었다는 무한의 뜻이다. 이 말이 귀에 익은 사람들은 홍콩의 느와르 명작영화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1990년 유덕화(劉德華), 오천련(吳倩蓮)의 애틋한 사랑은 속편까지 나왔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원제 천약유정(天若有情)도 당(唐)나라 시인 이하(李賀)의 시구에서 따왔다지만 우리나라서의 번역명은 더 잘 알려진 데서 나왔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실려 있고, 역시 장한가(長恨歌)로 유명한 백거이(白居易)의 사랑 표현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도덕경의 제7장 도광(韜光)장을 먼저 보자.
天長地久. 天地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하늘과 땅은 영원무궁하다. 하늘과 땅이 능히 이런 것은 스스로를 위해서 살지 않기 때문에 장생할 수 있는 것이다.
노자가 태고 때부터 영원한 존재인 하늘과 땅이 서로 경쟁하지 않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한 것은 이어지는 성인을 비유하기 위해서였다.
성인은 자신을 위한 것을 뒤로 돌림으로써 남보다 앞에 나설 수 있고, 자신보다 남을 위함으로써 자신이 존재하게 된다. 성인뿐 아니라 천도의 무위자연을 본받아 사심 없이 대하면 누구나 훌륭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당연한 이치를 돌려 말한 노자에 비해 낙천(樂天)이란 자로 더 잘 알려진 백거이는 글자대로 하늘과 땅만큼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노래했다.
그의 장한가는 전체 4장에 120구, 840자나 되는 장편으로 당(唐)나라 6대 황제 현종(玄宗)과 미인의 대명사 양귀비(楊貴妃)의 비련을 그렸다.
마지막 장에 성어가 나오는데 화목한 부부나 남녀관계를 말하는 비익연리(比翼連理) 구절부터 보자.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하늘에선 날개 붙은 비익조가 되고, 땅에선 가지 붙은 연리지 되길 원하네.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장구한 천지도 다할 때가 있건만, 이 한은 면면히 끊일 날 없으리라.
하늘과 땅처럼 영원하도록 자기를 뒤로 하고 남을 앞세우는 훌륭한 사람이 본받을 일이다. 남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지도층이 명심할 말이고 일반 사람들은 영원한 남녀의 사랑에 더 솔깃하다. 사랑하는 짝이 나타나면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며 상대에 진심을 알아 달라고 애탄다.
사랑이 성공한 뒤에는 초기에 열렬한 만큼 쉬 식는 사람도 많다. 더 문제인 것은 적령기의 청춘들이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아예 사랑을 포기한다는 사실이다. 비익연리가 되고 하늘처럼 땅처럼 영원한 사랑이 많아져야겠다.
천장지구(天長地久)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간다
통행본 장 7장
天長地久.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간다
天地之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也, 故能長生.
하늘과 땅이 길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삶을 도모하지 않기 때문이니
그 때문에 장생할 수 있다
是以聖人退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不以其无私與.
이 때문에 성인은 자신을 뒤로 물리면서도 자신이 앞에 있게 되고, 자신을 밖으로 내몰면서도 자신을 보존하게 되니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故能成其私.
그러므로 결국 그 사사로움을 이룰 수 있다.
○ 天長地久.
'노자'는 여기에서 하늘과 땅의 장구함을 말함으로써 사람을 깨우치려고 하였다. 남다른 통찰력으로 자연을 독해하여 교훈을 얻는 것은 '노자'의 주요한 어법이다.
왜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간다'고 하였는가? 길다는 것은 모양이고, 오래간다는 것은 시간이다. 원래 하늘은 시간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모양에서 부족하다는 혐의가 있고, 땅은 모양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에서 부족하다는 혐의가 있다. 그 혐의를 벗기 위해서 거꾸로 이야기한 것이다. 재미있는 설명이다.
소철은 하늘과 땅도 형체를 가졌으므로 장구함에는 한계가 있고, 진정으로 장구한 것은 천지의 시작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곧 천지의 시작 같은 형이상의 세계만 영원하다고 본 것이다. 이것이 송대의 분위기다. 상식적 정서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곳에서 문제를 잡아내는 것을 보면 그 시대의 분위기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주겸지는 이것이 원래 옛말인데, '노자'가 인용하여 풀이한 것이라고 하였다. 이 글 전체가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간다"는 금언을 풀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天地之所以能長且久者, 以其不自生也, 故能長生.
하늘과 땅이 길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삶을 도모하지 않기 때문이니 그 때문에 장생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생(自生)'이라는 말은 '자사(自私)'라는 말과 같다. 곧 "스스로 삶을 도모하지 않는다"는 것은 "허겁지겁 자기만 배부르기를 도모하고 사사로이 다른 사람 것을 빼앗아 자기에게 주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장생할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삶을 도모하면 사물(남)과 다투게 되고, 스스로 삶을 도모하지 않으면 사물과 함께 편안한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노자'는 스스로 삶을 도모하는 일의 폐해를 이야기한 바 있다. "백성들은 살고 또 살려고만 하니 몸을 움직여 사지로 가는 것이 또 십 분의 삼이다." "목숨을 더하려는 것을 요망하다고 한다." "무릇 살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생명을 귀하게 잘 여기는 것이다." 지금 문장과 서로 참고하면서 보면 더 좋겠다.
여기에서 '생(生)'자를 '태어난다' 또는 '태어나게 한다'는 뜻으로 푸는 경우도 있다. "죽지 않으면 태어남도 없다.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야 능히 태어나고, 또 태어나게(生生) 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이 길고 오래갈 수 있는 이유는 스스로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니 스스로 태어나지 않기 때문에 장생할 수 있다. 마치 골짜기의 신(곡신)과 같다."
이런 해설은 '열자' 천서의 다음 문장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태어나지 않는 것만이 태어나고 또 태어나게 할 수 있고, 변화하지 않는 것만이 변화하고 또 변화하게 할 수 있다. (…) 사물을 태어나게 하는 것은 태어나지 않고, 사물을 변화하게 하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다."
이것은 "골짜기의 신은 죽지 않는다"는 말에 대한 '열자'의 해석이다. 이런 해석이 멋들어지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을 택한다면 이 문장이 어떻게 뒤의 문장과 연결되는지 복잡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 是以聖人退其身而身先, 外其身而身存,
이 때문에 성인은 자신을 뒤로 물리면서도 자신이 앞에 있게 되고, 자신을 밖으로 내몰면서도 자신을 보존하게 되니,
앞의 문장을 부연한 글이다. 여기에서는 스스로 삶을 도모하지 않는 것이 무엇이며, 그를 통해 어떤 좋은 결과가 있는가를 설명한다.
하상공에 따르면 "남을 먼저하고 나를 뒤로하면 천하가 그를 존경해서 먼저 어른으로 모신다. 자기를 박하게 하고 남을 후하게 하면 백성이 그를 부모처럼 사랑하고 신명은 그를 어린아이처럼 보우해서 몸을 항상 보존하게 된다."
각기 다른 해설이 있지만 그 뜻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성인은 백성 위에 서려고 할 때는 반드시 그 말을 낮추고, 백성 앞에 서려고 할 때는 반드시 그 몸을 뒤로 한다"는 말과도 서로 통한다.
'도응훈'은 이 말을 공자 시대의 인물인 공의휴(公儀休)의 고사에 빗대어 설명한다. 공의휴는 생선을 대단히 좋아했는데, 그가 노나라의 재상이 되었을 때 사람들이 좋은 생선을 갖다 바쳤으나 전부 거절했다는 것이다.
그 제자가 까닭을 물었을 때 공의휴는 이렇게 대답했다. "오직 생선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지 않은 것이다. 생선을 받아서 재상직에서 쫓겨나게 되면 비록 생선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생선을 자급해서 먹을 수 없을 것이고, 생선을 받지 않고 재상직에서 쫓겨나지 않으면 오랫동안 생선을 자급해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공의휴는 생선을 좋아하면서도 그 욕심을 내세우지 않고 선물로 들어오는 생선을 물리쳤으므로 자신을 뒤로 물린 것이고, 그렇게 해서 계속해서 생선을 먹을 수 있었으므로 결국 자신이 앞에 있게 되었다
이 고사는 '한시외전' 권3에도 인용되어 있으며, 그곳에서도 역시 '노자'의 지금 문장을 소개한다. 단지 '한시외전'은 '노자'를 소개한 후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思無邪)"는 '시'의 정신도 이 고사와 관련되어 있다고 첨언했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 공의휴의 고사는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는 '시'의 정신과 연결될 만한가? 철저한 도덕주의자가 본다면 공의휴는 도덕적인 인물이 아니다. 그는 이미 이익을 계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국의 공리주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익에 대한 계산쯤은 누구나 다 하는 것 아닌가. 복을 바라고, 이익을 추구하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는가.
어쨌거나 지금 '노자'의 문장은 궁극적으로 사사로움이 없는 삶의 태도(無私)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생각함에 사특함이 없다"는 말과 연결된 것이다.
여담이지만 공의휴의 고사는 원래 '한비자 외저설우하'에 나온다. '도응훈'은 한비자를 보고 그 고사를 가져온 것이 분명하다. '도응훈'의 '제자(弟子)'라는 말은 '외저설우하'에서는 '동생(弟)'으로 되어 있는데, '도응훈'이 고사를 가져올 때 약간 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고사는 '안자춘추'에서 제나라의 현신 현장(弦章)의 일로 언급된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선물로 들어온 고기를 사양했다는 것이 이야기의 뼈대이다. 현장은 안자를 이어 경공(景公)을 도운 인물이므로 역시 공의휴처럼 공자와 동시대 인물이다. 여기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주인공만 바뀌어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중국 고사 전설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 不以其无私與. 故能成其私.
사사로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결국 그 사사로움을 이룰 수 있다.
이 문장은 예로부터 약간의 혐의가 있었다. "사사로움을 이룬다"는 말 때문이다. '사'는 '설문'에 '사(厶)'로 되어 있는데, 이 글자는 원래 간통하는 것을 나타낸다.
중국은 위진남북조 시대에 개인을 가장 강조했지만 그래도 지금의 개인주의 하고는 거리가 멀고, 전시대를 통틀어 보면 멸사봉공의 막강한 공사 관념이 있었다. "사사로움을 이룬다"는 말에 혐의가 잔뜩 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가령 "사사로운 이익을 계산하고 이익을 도모한 것이 아니라 일의 추세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이니 마치 겸손히 있는데도 빛이 나고, 몸을 잊었는데도 장수를 누리는 것과 같다"는 식의 발명이 필요했다.
이런 해설도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이 문장도 역시 앞에서 말한 '무위이무불위'의 말의 구조를 통해서 이해하면 쉽다.
곧 앞의 사사로움과 뒤의 사사로움은 함의가 다르다. 뒤의 사사로움이라는 말은 "몸(身)을 두고 말한 것이지 공·사의 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사로움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은 "자신이 앞에 있게 되고" "자신을 보존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노자'의 말의 구조는 좀더 복잡하다. "무위하면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말에서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노자'의 본의에서 볼 때 무소불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 아닌데도 결국은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그 사사로움을 이룰 수 있다"는 말 역시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뜻은 아니지만 역시 그런 암시를 준다.
경공이 안자에게 물었다. "반듯한 정치를 해서 장구할 수 있다면 어떻게 행해야 하는가?" 안자가 대답하였다. "그 행함은 물과 같은 것입니다." (안자춘추 내편 문하)
천장지구(天長地久)
중국 영화 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제목 중에 '天長地久'란 영화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다'는 뜻인데요, 유덕화와 오천련이 주연으로 나온 이 영화는 '하늘과 땅처럼 사랑이 영원하리라'는 주제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중국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 '천장지구'는 원래 노자의 도덕경에서 나온 것입니다. 노자 도덕경 7장에 나오는 천장지구의 원래 뜻은 이 영화에서 말하는 변치 않는 사랑의 의미와는 좀 다릅니다.
하늘과 땅은 장구합니다(天長地久). 천지가 저토록 장구 할 수 있는 이유는(天地所以能長且久者는) 억지로 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以其不自生이라). 그래서 천지는 장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故로 能長生이라).
이 구절에서 노자는 하늘과 땅이 수많은 세월동안 장구(長久)한 이유를 '부자생(不自生)'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생(自生)은 스스로 만든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부(不)'라는 부정어가 붙어 억지로 만들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하늘과 땅은 의지와 목적을 가지고 간섭하는 주체가 아니라는 겁니다. 자신들의 품안에서 자라는 세상의 모든 만물이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체일 뿐 강요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뜻인데요.
천지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풀 한포기 나무가 한그루마저도 스스로 자랄 수 있도록 돌봐주는 어머님의 마음을 가진 존재일 뿐입니다.
노자는 이런 자연의 불간섭 원리를 그의 철학에 적용하였습니다. 리더는 천지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위적인 강요를 하지 않는 무위(無爲)의 리더십을 통해 사람들을 스스로 그렇게 되도록 만드는 자연(自然)의 결과를 내라는 것입니다. 일명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역설적인 리더십입니다.
노자철학에 의하면 리더는 간섭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천지(天地)를 닮은 리더가 진정한 리더의 모습입니다. 관심이라는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강요하지 말고, 자신의 생각과 신념을 직원들이 스스로 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라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강요하는 리더보다 오히려 장구(長久)하게 리더로 남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자는 뒤이어 이렇게 말합니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세요. 그러면 오히려 당신은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後其身而身先). 한 발짝 밖으로 비켜서세요. 그러면 오히려 당신은 안에 있게 될 겁니다(外其身而身存)."
내가 리더로서 남보다 낫고 그들을 다스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억지로 지도하려 할 때 오히려 그 자리를 보존하지 못하게 된다는 역설적인 리더십 철학입니다.
억지로 간섭하지 않기에 오히려 장구할 수 있고, 군림하려 하지 않기에 결국은 위에 있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노자의 이 기막힌 '역설의 리더십'을 저는 일명 '조용한 리더십'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행복한 동행이란 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어느 때는 그냥 두세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우리가 힘들어 하는 것의 많은 부분은, '관심'이라는 간섭 때문입니다. (...) 사랑이란 일으켜 세워주고 붙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나 자랄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세상은 반드시 강요한다고 원하는 데로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말없는 가르침 '불언지교(不言之敎)'를 행해 보십시오. 섬기는 리더가 오히려 섬김을 받을 수 있다는 노자의 아름다운 철학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하늘과 땅은 만물에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장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천장지구', 우리 가슴 속에 늘 채우고 살아야 할 삶의 화두입니다.
천장지구(天長地久)와 백거이(白居易)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파우스트'로 유명한 독일의 문호(文豪) 괴테(Goethe)는 20대에 프랑스에서 유학 생활을 했다. 귀국 후 여러 직업에 종사하며,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시대까지 요동치는 전환기의 유럽을 경험했다. 격동의 시대였다. 이에 동요하지 않고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 그의 문학적 성취가 인상적이다. 베토벤, 쇼펜하우어 등과 직접 교류했다. 조선 정조대왕, 다산 정약용 등과 동시대 인물이다.
천장지구(天長地久)라, '천장(天長)'은 '하늘의 영원성'을 뜻한다. '지구(地久)'는 '땅의 지속성'을 뜻한다. 따라서 천장지구(天長地久)는 '하늘과 땅의 장구한 시간처럼 변함이 없다'라는 의미다. 일조일석(一朝一夕)의 반대말이다.
노자(老子) 도덕경 제7장의 첫 4글자에서 유래했다. 대략 '천지는 영원히 계속된다. 천지가 이처럼 영원무궁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살려고 애쓰지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 덕분에 오래 지속될 수 있다'라는 대목의 첫 문장이다.
백거이(白居易)가 35세에 쓴 장편 서사시 '장한가(長恨歌)'에 이 천장지구(天長地久)가 등장해 더 유명해졌다. '장구한 저 하늘과 땅도 결국 사라지는 날이 오겠지만, 이 한(恨)은 면면히 이어지며 영원히 계속되리라.'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애절한 사랑을 다룬 '장한가'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백거이는 당(唐)나라의 시인 겸 정치가다. 괴테처럼 백거이도 전쟁, 지방 좌천 등 어수선한 외부 환경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평생 창작에 몰두하며 타고난 재능을 활짝 꽃피웠다. 그는 주로 시작(詩作)에 힘썼다. 현재 3800여 수(首)가 전해지고 있다. 부침이 아주 없진 않았으나 근본에 충실하며 관료 생활도 오래했다.
청소년 시절 이미 머리카락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학습했던 백거이는 29세에 진사과에 합격하고 32세에 황제 친시(親試)에 합격했다. 형부상서(刑部尙書)를 마지막으로 71세에 은퇴하고, 74세에 자신의 글을 모아 '백씨문집(白氏文集)' 75권을 완성했다. 이듬해 75세에 세상을 떴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 할 수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 괴테는 이렇게 인생의 희극적 속성을 개괄해 비망록에 기록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는 것, 할 수 있고 하고 싶기도 한 것' 이 2가지 순탄한 선택 상황도 존재한다.
백거이의 경우가 이러했다. 그의 관료 생활이 순조롭고 창작 활동도 왕성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고집과 욕심을 경계하고 대체로 절제하면 순탄할 수 있는 것이 직장 생활이다. 반면, 최고의 경지를 끊임없이 추구해야만 하는 것이 창작 세계다. 이 두 영역을 그는 지혜롭게 구별했다. 특히 '할 수 있고 하고 싶기도 한' 시(詩) 영역에서 그는 촌음을 아껴가며 일로매진했다.
백거이는 일단 시를 완성하면 평범한 시골 노파에게 읽어주며 그녀가 이해할 때까지 퇴고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는 난해하지 않은 시풍(詩風)을 추구했다. 그의 시가 중국 초·중·고 교과서에도 실리고, 한·중·일 3국에서 오늘날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백거이는 사람 사귐에 있어 신분에 얽매이지 않았다. 유(儒)· 불(佛)· 선(仙)에도 두루 밝았다.
시인 가운데 이성(異性)과의 사랑에 쉽게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백거이가 깊은 우정을 나눈 시인 원진(元稹)이 이런 경우였다. 원진은 12세 연상의 여류 시인 설도(薛濤)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두 시인이 주고받은 연애시는 지금도 꽤 회자된다. 괴테도 첫사랑을 포함해 여러 여인들과 평생 사랑을 나누었다.
백거이도 사랑에 휩쓸리곤 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의 대상이 조금 달랐다. 직장에서의 승진 경쟁에 연연하길 그만둔 중년 이후, 백거이는 동시대 평범한 서민들 모두와 깊은 사랑에 빠졌다. 우정과 인류애(人類愛)에 근접한 사랑이었다.
노자처럼 일찌감치 근대 지성인의 정신 세계를 오가며 유유자적했던 출중한 인물이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천장지구(天長地久), 이 예사롭지 않은 4글자가 일찌감치 그의 시 '장한가'에 등장한 것도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장한가(長恨歌; 기나긴 한의 노래)
백거이(白居易)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한나라 황제는 색을 중시하여 경국지색을 생각하고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부득)
황제에 오른 후 많은 해 동안 구했으나 얻지 못하였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양씨 가문의 한 아씨가 갓 장성하였는데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깊은 규방에서 자라 사람들은 알지 못했지만
天成麗質難自棄(천성려질난자기)
타고난 미모는 그대로 묻힐 리 없어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어느 날 갑자기 선택되어 군왕을 모시게 되었다.
廻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눈동자를 돌려 한번 웃으면 백가지 아첨이 생겨나니
六宮粉黛無顔色(육궁분대무안색)
육궁의 단장한 미인들이 무색해졌다.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
봄 추위에 천자는 그녀에게 화청 연못에 들기를 허락하여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활세응지)
온천의 부드러운 물은 윤기 있는 그녀의 몸을 씻었다.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시녀들이 부축하는 그녀의 몸은 힘없이 늘어졌고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이것이 천자의 승은을 받게 된 처음이었다
雲빈花顔金步搖(운빈화안금보요)
구름같은 머리칼, 꽃같은 얼굴, 걸으며 흔들거리는 금비녀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부용꽃 수놓은 휘장 안은 따뜻하고 봄날은 깊어만 갔다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봄밤은 짧아 천자는 해가 높이 뜬 뒤에 일어났고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불조조)
이 때부터 천자는 조회에 나가지않았다
承歡侍宴無閒暇(승환시연무한가)
그녀는 천자 기분에 맞춰 시중 들기에 여념이 없어
春從春遊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봄이면 봄놀이 밤이면 밤새껏 그녀 혼자 천자를 독차지했다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후궁에는 궁녀 3천명이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그 3천명이 받을 총애가 그녀에게만 있었다
金屋粧成嬌侍夜(금옥장성교시야)
금옥에서 화장한 뒤 황제의 밤을 모셨고
玉樓宴罷醉和春(옥루연파취화춘)
옥루에서 잔치가 끝난 뒤 취한 마음은 봄날의 화창함에 녹았다
姉妹弟兄皆列土(자매형제개열토)
그녀의 자매 형제는 봉토를 받았고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그들의 집 문에는 눈부신 광채가 났다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마침내 천하의 부모들 마음은
不重生男重生女(부중생남중생녀)
아들 낳기보다 딸 낳기를 중시하게 되었다
驪宮高處入靑雲(이궁고처입청운)
이궁은 높이 솟아 푸른 구름에 닿았고
仙樂風飄處處聞(선락풍표처처문)
신선의 음악은 바람처럼 여기 저기서 들린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느릿한 노래에 맞게 고요한 춤이 추어지고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부족)
하루가 다가도록 군왕은 부족함을 몰랐다
漁陽비鼓動地來(어양비고동지래)
어양에서 전쟁의 북소리가 땅을 울리며 들려 오고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연주되던 예상우의곡은 놀라 중단되었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와 먼지가 피어 오르고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행)
일천수레와 일만기병은 서남쪽으로 출발했다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행부지)
황제의 기는 흔들거리며 가다가 멎고 천천히 움직여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장안 서쪽 백여리에 이르렀다
六軍不發無奈何(육군불발무내하)
여섯군대가 출발하지 않으니 천자로서도 어쩔 수 없었고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갸름한 눈썹의 양귀비는 말 앞에서 살해되었다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그녀의 꽃비녀는 땅에 버려졌으나 줍는 사람도 없었다
翠翹金雀玉搔頭(취교금작옥소두)
물총새 깃털, 공작모양 황금 머리장식, 옥비녀 모두
君王俺面救不得(군왕엄면구부득)
천자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녀를 구하지 못하니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루상화류)
돌아본 얼굴에는 피 눈물이 뒤섞여 흐른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황색먼지 뿌옇고 바람은 쓸쓸히 부는데
雲棧영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구름까지 닿을 듯 높고 구불구불한 길로 검각산을 오른다
峨眉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행)
아미산 기슭에는 지나는 사람도 적고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천자의 깃발도 빛이 없고 햇빛도 약하다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촉나라 강물은 파랗고 촉나라 산빛은 푸른데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천자는 아침 저녁 그리운 정으로 가득하다
行宮見月傷心色(행궁견월상심색)
궁전에서 달을 보면 달빛으로 슬픔을 느끼고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밤비속에 창자를 끊는 듯한 방울소리를 듣는다
天旋地轉廻龍馭(천선지전회용어)
천하 정세는 바뀌어 천자는 장안으로 돌아오다가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불능거)
그곳에 이르자 머뭇거리며 떠나지 못했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이토중)
마외 고개 아래 진흙 속에
不見玉顔空死處(불견옥안공사처)
옥같은 얼굴은 볼 수 없고 죽은 곳만 남아 있었다
君臣相顧眞霑衣(군신상고진점의)
천자도 신하도 서로 눈물로 옷을 적셨고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동쪽 성문 향해 말이 가는대로 돌아왔다
歸來池苑皆依舊(귀래지원개의구)
돌아오니 연못도 동산도 옛날 그대로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태액 연못 연꽃도 미앙궁 버드나무도 그대로였다
芙茸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연꽃은 그녀 얼굴같고 버들은 그녀 눈썹같으니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불루수)
그것들을 대하니 어이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꽃 살구꽃 피는 날이나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엽락시)
가을비에 오동잎 떨어질 때
西宮南苑多秋草(서궁남원다추초)
서궁이나 남원에는 가을 풀이 무성하고
落葉滿階紅不掃(낙엽만계홍불소)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단풍을 쓸어낼 사람이 없었다
梨園弟子白髮新(이원제자백발신)
이원제자들도 백발이 성성하게 되었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로)
초방의 궁녀들 푸르던 눈썹이 늙었다
夕展螢飛思초然(석전형비사초연)
저녁 궁전에 반디가 날아드니 쓸쓸한 생각에 잠기고
孤燈조盡未成眠(고등조진미성면)
외로운 등잔심지가 끝까지 다해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遲遲鐘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시각을 알리는 종과 북소리가 들려오니 밤이 긴 것을 알고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날이 새는 하늘에 은하가 반짝인다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랭상화중)
원앙 모양의 기와는 차갑고 서리는 무겁고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비취 날개 수놓은 이불은 싸늘하여 함께 잘 사람이 없다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삶과 죽음의 세계는 멀어 오랜 세월이 흘렀고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부증내입몽)
혼백은 꿈에서조차 찾아오지 않았다
臨공道士鴻都客(임공도사홍도객)
임공도사를 손님으로 초대하여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정신을 집중하여 죽은 자의 혼을 불러 내나
爲感君王輾轉思(위감군왕전전사)
그는 천자가 잠못이루고 사모함에 감동하여
遂敎方士殷勤覓(수교방사전근멱)
드디어 가르침에 따라 방사를 시켜 부지런히 혼이 있는 곳을 찾게 했다
排雲馭氣奔如電(배운어기분여전)
방사는 구름을 열고 번개처럼 달려가
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하늘에 오르고 땅속에 들어가 샅샅이 찾았다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락하황천)
위로 하늘 끝 아래로 황천까지 찾았으나
兩處茫茫皆不見(양처망망개불견)
어디나 끝없이 펼쳐질 뿐 혼을 찾을 수 없었다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문득 들리는 말이 해상에 신선 사는 산이 있는데
山在虛無표묘間(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무것도 없는 먼 곳에 있다고 했다
樓閣玲瓏五雲起(누각영롱오운기)
누각은 옥처럼 빛나고 오색 구름 솟으며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그 안에는 나긋한 모습의 선녀가 여럿 살고 있었다
中有一人字太眞(중유일인자태진)
그 중에 자를 태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참치시)
눈같은 살결과 꽃같은 얼굴이 양귀비와 비슷하다 했다
金闕西廂叩玉경(금궐서상고옥경)
선산 황금 궁전 서쪽 건물 옥문을 두드리니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소옥이란 시녀로부터 쌍성이란 시녀에게 전해졌다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한나라에서 먼길 찾아온 천자의 사자라는 말 듣고
九華帳裏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온갖 꽃 모양 호화로운 휘장 안에서 태진은 꿈에서 깨어났다
攬衣推枕起徘徊(남의추침기배회)
옷을 손에 들고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배회하는데
珠箔銀鉤이리開(주박은구이리개)
진주 발과 은 갈고리가 뒤이어 열린다
雲빈半偏新睡覺(운빈반편신수각)
구름처럼 치켜올린 머리는 갓 일어나 반쯤 흩어졌고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부정하당래)
꽃으로 만든 관을 정돈하여 쓰지 못한 채 당에서 내려왔다
風吹仙袂飄요擧(풍취선몌표요거)
바람이 신선의 옷깃을 펄럭이게 하고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마치 예상우의 춤을 다시 보게 해주는 듯했다
玉容寂寞淚난干(옥용적막누난간)
옥 같은 얼굴에 쓸쓸하게 눈물 떨어지니
梨花一枝春帶雨(이화일지춘대우)
마치 배꽃 가지가 봄비를 맞는 듯 했다
含情凝제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정을 간직한 채 사자를 보며 군왕께 감사를 전했고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양묘망)
이별후 천자의 목소리와 모습이 모두 흐릿해졌다 한다
昭陽殿裏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천자의 사랑을 받았으나 그것도 끊어졌고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선산 봉래궁에서 긴 세월을 보내고 있다
廻頭下望人환處(회두하망인환처)
머리를 돌려 아래 인간세상을 굽어 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불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먼지와 안개가 자욱할 뿐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다만 천자가 주신 기념품으로 내 깊은 정을 표시하고
鈿合金釵寄將去(전합금차기장거)
나전 상자와 금비녀를 주며 가져가라 하니
釵留一股合一扇(차류일고합일선)
금비녀도 나전 상자도 반씩 나누어 간직하겠다고 한다
釵擘黃金合分鈿(차벽황금합분전)
그리고 금비녀도 반으로 나누고 나전 상자도 둘로 나누었다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금전견)
우리 마음이 본래 하나였던 이 비녀와 나전처럼 맺어졌다면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언젠가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만날 날이 있겠지요
臨別殷勤重奇詞(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무렵 간곡히 다시 전할 말 부탁했는데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양심지)
그 중에는 두 사람만 아는 맹세의 말이 있었다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칠석에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밤 깊어 사람 없자 은밀히 속삭였던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리라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하늘과 땅도 끝이 있고 시간조차 다함이 있으나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한만은 영원히 이어져 끝이 없으리.
▶️ 天(하늘 천)은 ❶회의문자로 사람이 서 있는 모양(大)과 그 위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하늘(一)의 뜻을 합(合)한 글자로 하늘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天자는 '하늘'이나 '하느님', '천자'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天자는 大(큰 대)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天자를 보면 大자 위로 동그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머리 위에 하늘이 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하늘은 동그랗고 땅은 네모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天자는 사람의 머리 위에 동그라미를 그려 '하늘'을 뜻했었지만 소전에서는 단순히 획을 하나 그은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 天(천)은 (1)하늘 (2)범 인도(印度)에서 모든 신을 통들어 이르는 말. 천지 만물을 주재 하는 사람, 곧 조물주(造物主)나 상제(上帝) 등 (3)인간세계보다 훨씬 나은 과보(果報)를 받는 좋은 곳. 곧 욕계친(欲界責), 색계친(色界天), 무색계천(無色界天) 등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하늘 ②하느님 ③임금, 제왕(帝王), 천자(天子) ④자연(自然) ⑤천체(天體), 천체(天體)의 운행(運行) ⑥성질(性質), 타고난 천성(天性) ⑦운명(運命) ⑧의지(意志) ⑨아버지, 남편(男便) ⑩형벌(刑罰)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민(旻), 하늘 호(昊), 하늘 궁(穹),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지(地), 땅 곤(坤), 흙덩이 양(壤)이다. 용례로는 타고난 수명을 천수(天壽), 하늘과 땅 또는 온 세상이나 대단히 많음을 천지(天地), 타고난 수명 또는 하늘의 명령을 천명(天命), 사람의 힘을 가하지 않은 상태를 천연(天然), 하늘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이 곧 황제나 하느님의 아들을 천자(天子),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의 총칭을 천체(天體), 부자나 형제 사이의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천륜(天倫), 타고난 성품을 천성(天性), 하늘 아래의 온 세상을 천하(天下), 천체에서 일어나는 온갖 현상을 천문(天文), 하늘과 땅을 천양(天壤), 선천적으로 타고난 뛰어난 재주를 천재(天才), 하늘에 나타난 조짐을 천기(天氣), 하늘이 정한 운수를 천운(天運), 자연 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을 천재(天災),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으로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 썩 좋은 절기임을 일컫는 말을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과 땅 사이와 같이 엄청난 차이를 일컫는 말을 천양지차(天壤之差),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한 자리가 없다는 뜻으로 성격이나 언동 등이 매우 자연스러워 조금도 꾸민 데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천의무봉(天衣無縫), 세상에 뛰어난 미인을 일컫는 말을 천하일색(天下一色),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이라는 뜻으로 임금이나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이르는 말을 천붕지통(天崩之痛), 온 세상이 태평함 또는 근심 걱정이 없거나 성질이 느긋하여 세상 근심을 모르고 편안함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컫는 말을 천하태평(天下泰平), 하늘과 땅 사이라는 뜻으로 이 세상을 이르는 말을 천지지간(天地之間), 하늘 방향이 어디이고 땅의 축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뜻으로 너무 바빠서 두서를 잡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 또는 어리석은 사람이 갈 바를 몰라 두리번 거리는 모습을 일컫는 말을 천방지축(天方地軸),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구(天長地久),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분노할 만큼 증오스러움 또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음의 비유를 이르는 말을 천인공노(天人共怒), 하늘에서 정해 준 연분을 일컫는 말을 천생연분(天生緣分), 하늘이 날아가고 땅이 뒤집힌다는 뜻으로 천지에 큰 이변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천번지복(天翻地覆), 하늘에서 궂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화평한 나라와 태평한 시대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천무음우(天無淫雨), 하늘이 정하고 땅이 받드는 길이라는 뜻으로 영원히 변하지 않을 떳떳한 이치를 일컫는 말을 천경지위(天經地緯), 천장을 모른다는 뜻으로 물건의 값 따위가 자꾸 오르기만 함을 이르는 말을 천정부지(天井不知), 하늘과 땅이 처음으로 열린다는 뜻으로 이 세상의 시작을 이르는 말을 천지개벽(天地開闢), 하늘은 그 끝이 없고 바다는 매우 넓다는 뜻으로 도량이 넓고 그 기상이 웅대함을 이르는 말을 천공해활(天空海闊), 하늘에 두 개의 해는 없다는 뜻으로 한 나라에 통치자는 오직 한 사람 뿐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천무이일(天無二日), 멀리 떨어진 낯선 고장에서 혼자 쓸슬히 지낸다는 뜻으로 의지할 곳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천애고독(天涯孤獨), 천진함이 넘친다는 뜻으로 조금도 꾸밈없이 아주 순진하고 참됨을 일컫는 말을 천진난만(天眞爛漫) 등에 쓰인다.
▶️ 長(길 장/어른 장)은 ❶상형문자로 仧(장),兏(장)은 동자(同字), 长(장)은 약자(略字)이다. 長(장)은 머리털이 긴 노인이 단장을 짚고 서 있는 모양으로, 나중에 노인이 전(轉)하여 나이가 위인 사람으로 관리(官吏)의 長(장), 또한 성장하다, 길게 자라다, 길다 따위의 뜻에 쓰였다. ❷상형문자로 長자는 '길다'나 '어른'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長자는 머리칼이 긴 노인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길다’였다. 長자는 백발이 휘날리는 노인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후에 '어른', '우두머리'라는 뜻도 파생되었다. 長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張(베풀 장)자나 帳(휘장 장)자에 長자가 쓰이기는 했지만, 長자가 부수로 지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長(장)은 (1)어떤 조직체(組織體)나 또는 부서 단위의 우두머리(책임자) (2)긴 기다란의 뜻을 나타내는 말 (3)오랜의 뜻을 나타내는 말 (4)길이 (5)늘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길다 ②낫다 ③나아가다 ④자라다 ⑤맏 ⑥어른 ⑦길이 ⑧우두머리 ⑨처음 ⑩늘 ⑪항상(恒常),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오랠 구(久),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릴 유(幼), 짧을 단(短), 늙을 노/로(老)이다. 용례로는 좋은 점을 장점(長點), 긴 것과 짧은 것을 장단(長短), 목숨이 긺을 장수(長壽), 맏 아들을 장남(長男), 한 관청의 으뜸 벼슬을 장관(長官), 오랜 기간을 장기(長期), 장편으로 된 노래를 장가(長歌), 길게 내는 소리를 장음(長音), 어른과 어린이를 장유(長幼), 나이가 많고 덕이 많은 사람의 존칭을 장로(長老), 통나무를 길쭉하게 잘라서 쪼갠 땔나무를 장작(長斫),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을 장고(長考), 아주 능한 재주를 장기(長技), 생물이 자라서 점점 커짐을 성장(成長), 모임을 대표하는 사람을 회장(會長), 집안의 어른을 가장(家長), 도와서 자라나게 한다는 조장(助長), 시간이나 물건의 길이 따위를 처음에 정한 것보다 늘이어 길게 함을 연장(延長), 위에 서서 집단이나 단체를 지배 통솔하는 사람을 수장(首長), 특별히 뛰어난 장점을 특장(特長), 오륜의 하나로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순서와 질서가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유유서(長幼有序), 길다란 목에 까마귀 부리 같이 뾰족한 입이라는 뜻으로 관상에서 목이 길고 입이 뾰족한 상을 이르는 말을 장경오훼(長頸烏喙), 오래 서서 분부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권문세가에 빌붙어 이익을 얻고자하는 사람을 조롱해 이르는 말을 장립대명(長立待命), 긴 눈과 날아다니는 귀라는 뜻으로 옛일이나 먼 곳의 일을 앉은 채로 보고들을 수 있는 눈이나 귀 곧 서적을 이름 또는 사물을 날카롭게 관찰하고 널리 정보를 모아 잘 알고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목비이(長目飛耳), 길고 짧음은 상대적 관계에서 비교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장단상교(長短相較), 멀리 불어 가는 대풍을 타고 끝없는 바다 저쪽으로 배를 달린다는 뜻으로 대업을 이룬다는 말을 장풍파랑(長風波浪),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출 수 있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도 조건이 좋은 사람이 유리함을 일컫는 말을 장수선무(長袖善舞), 날이 새도 창을 가리고 불을 켜놓은 채 며칠이고 계속하는 술자리를 일컫는 말을 장야지음(長夜之飮), 길고도 긴 봄날을 일컫는 말을 장장춘일(長長春日), 사업의 오랜 계속을 도모하는 계획을 일컫는 말을 장구지계(長久之計), 길게 뻗친 숲의 깊은 곳을 일컫는 말을 장림심처(長林深處), 오랫동안 살아 죽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을 장생불사(長生不死), 늘 길거리에 모여 있으면서 뜬 벌이를 하는 막벌이꾼을 일컫는 말을 장석친구(長席親舊), 누운 채 일어나지 못함을 일컥는 말을 장와불기(長臥不起), 먼 장래의 계책이라는 말을 장원지계(長遠之計), 긴 줄로 해를 붙들어 맨다는 뜻으로 시간의 흐름을 매어 멈추게 하려는 것 즉 불가능한 일을 이르는 말을 장승계일(長繩繫日), 장자의 일만 개의 등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부자가 신불에게 일만 개의 등을 올리는 반면에 가난한 여인은 단 하나의 등을 바치지만 그 참뜻만 있으면 가난한 여인의 한 등이 장자의 만등에 못지 않다는 말을 장자만등(長者萬燈), 부자는 3대까지 가기 어렵다는 말 곧 아버지가 고생해서 재산을 만들고 그것을 보고 자란 아들인 2대는 그것을 잘 지키지만 3대인 손자는 생활이 사치하여 마침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이룩한 가산을 탕진하는 예가 많음을 이르는 말을 장자삼대(長者三代), 긴 베개와 큰 이불이라는 뜻으로 긴 베개와 큰 이불은 함께 누워자기에 편하므로 형제 간에 우애가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장침대금(長枕大衾) 등에 쓰인다.
▶️ 地(땅 지)는 ❶회의문자로 埅(지), 埊(지), 墬(지), 嶳(지)가 고자(古字)이다. 온누리(也; 큰 뱀의 형상)에 잇달아 흙(土)이 깔려 있다는 뜻을 합(合)한 글자로 땅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地자는 '땅'이나 '대지', '장소'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地자는 土(흙 토)자와 也(어조사 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也자는 주전자를 그린 것이다. 地자는 이렇게 물을 담는 주전자를 그린 也자에 土자를 결합한 것으로 흙과 물이 있는 '땅'을 표현하고 있다. 地자는 잡초가 무성한 곳에서는 뱀을 흔히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지(土)와 뱀(也)'을 함께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地(지)는 (1)일부 명사(名詞)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곳임을 나타내는 말 (2)일부 명사 뒤에 붙어 그 명사가 뜻하는 그 옷의 감을 나타냄 (3)사대종(四大種)의 하나 견고를 성(性)으로 하고, 능지(能持)를 용(用)으로 함 등의 뜻으로 ①땅, 대지(大地) ②곳, 장소(場所) ③노정(路程: 목적지까지의 거리) ④논밭 ⑤뭍, 육지(陸地) ⑥영토(領土), 국토(國土) ⑦토지(土地)의 신(神) ⑧처지(處地), 처해 있는 형편 ⑨바탕, 본래(本來)의 성질(性質) ⑩신분(身分), 자리, 문벌(門閥), 지위(地位) ⑪분별(分別), 구별(區別) ⑫다만, 뿐 ⑬살다, 거주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흙 토(土), 땅 곤(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하늘 건(乾), 하늘 천(天)이다. 용례로는 일정한 땅의 구역을 지역(地域), 어느 방면의 땅이나 서울 이외의 지역을 지방(地方), 사람이 살고 있는 땅 덩어리를 지구(地球), 땅의 경계 또는 어떠한 처지나 형편을 지경(地境), 개인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치를 지위(地位), 마을이나 산천이나 지역 따위의 이름을 지명(地名), 땅이 흔들리고 갈라지는 지각 변동 현상을 지진(地震), 땅의 위나 이 세상을 지상(地上), 땅의 표면을 지반(地盤), 집터로 집을 지을 땅을 택지(宅地), 건축물이나 도로에 쓰이는 땅을 부지(敷地), 자기가 처해 있는 경우 또는 환경을 처지(處地), 남은 땅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나 희망을 여지(餘地), 토지를 조각조각 나누어서 매겨 놓은 땅의 번호를 번지(番地), 하늘과 땅을 천지(天地), 주택이나 공장 등이 집단을 이루고 있는 일정 구역을 단지(團地), 어떤 일이 벌어진 바로 그 곳을 현지(現地), 바닥이 평평한 땅을 평지(平地), 자기 집을 멀리 떠나 있는 곳을 객지(客地), 땅의 끝과 하늘의 끝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서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지각천애(地角天涯), 토지의 크기나 덕이 서로 비슷하다는 뜻으로 서로 조건이 비슷함을 이르는 말을 지추덕제(地醜德齊), 간과 뇌장을 땅에 쏟아낸다는 뜻으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돌보지 않고 힘을 다함을 이르는 말을 간뇌도지(肝腦塗地),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움직이게 한다는 뜻으로 몹시 세상을 놀라게 함을 이르는 말을 경천동지(驚天動地), 하늘 방향이 어디이고 땅의 방향이 어디인지 모른다는 뜻으로 못난 사람이 주책없이 덤벙이는 일 또는 너무 급하여 방향을 잡지 못하고 함부로 날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천방지방(天方地方),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구(天長地久), 지진이나 홍수나 태풍 따위와 같이 자연 현상에 의해 빚어지는 재앙을 일컫는 말을 천재지변(天災地變), 육지에서 배를 저으려 한다는 뜻으로 곧 되지 않을 일을 억지로 하고자 함의 비유를 이르는 말을 육지행선(陸地行船), 싸움에 한 번 패하여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 번 싸우다가 여지없이 패하여 다시 일어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일패도지(一敗塗地), 사람은 있는 곳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니 그 환경을 서로 바꾸면 누구나 다 똑같아진다는 말을 역지개연(易地皆然), 발이 실제로 땅에 붙었다는 뜻으로 일 처리 솜씨가 착실함을 말함 또는 행실이 바르고 태도가 성실함을 일컫는 말을 각답실지(脚踏實地), 감격스런 마음을 이루 헤아릴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감격무지(感激無地) 등에 쓰인다.
▶️ 久(오랠 구)는 ❶지사문자로 乆(구)의 본자(本字)이다. 사람 인(人)에 파임 불(乀)을 합친 글자로서, 사람의 뒤 또는 엉덩이에 붙어 잡아 끄는 모양이며 잡아 끌고 오랫동안 놓지 않는다는 데서 오래다를 뜻한다. ❷지사문자로 久자는 '오래다'나 '길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久자는 측면으로 누워있는 사람의 등과 뜸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久자는 본래 ‘뜸질’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뜸은 약물을 몸의 특정 부위에서 태우거나 김을 쐐 자극을 주는 치료방법을 말한다. 뜸을 놓은 이후에는 약효가 스며들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久자는 후에 '오래다'나 '길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火(불 화)자를 더한 灸(뜸 구)자가 '뜸질'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久(구)는 사람을 만류하다, 거기에 머물게 하여두다, 길다, 오래되다, 등의 뜻으로 ①오래다, 길다 ②오래 기다리다 ③오래 머무르다 ④가리다 ⑤막다 ⑥변(變)하지 아니하다 ⑦오랫동안 ⑧오래된, 옛날의 ⑨시간(時間), 기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미륵 미(彌), 멀 유(悠), 길 영(永), 멀 하(遐), 멀 원(遠), 길 장(長)이다. 용례로는 오래도록 평안함을 구안(久安), 일을 오래 맡김을 구임(久任), 기간이 긺을 구구(久久), 오래 끎을 구연(久延), 어떤 일에 오랫동안 힘써 옴을 구근(久勤), 오래 사귐을 구교(久交), 오랜 해를 구년(久年), 오랫동안 머무름을 구류(久留), 앓은 지 오래되어 고치기 어려운 병을 구병(久病), 끝없이 오램을 영구(永久), 연대가 길고 오램을 유구(悠久), 길고 오램을 장구(長久), 변하지 아니하고 오래 감을 항구(恒久), 꽤 오래나 한참 지남을 양구(良久), 여러 해가 지나 꽤 오래됨을 연구(年久), 그 동안이 그리 오래지 아니함을 미구(未久), 오랫동안 버티어 견딤을 지구(持久), 매우 오래를 허구(許久), 오래 견딤을 내구(耐久), 오래 걸림을 적구(積久), 앞으로 올 때가 오래지 아니함을 불구(不久), 오랜 세월을 겪어 옴을 역구(歷久), 완전하여 오래 견딜만 함을 완구(完久), 어떤 일을 오래 해낼 수 있는 힘을 지구력(持久力), 영구히 변하지 아니할 만한을 항구적(恒久的), 영구히 변하지 아니할 만한을 영구적(永久的), 오래 견디는 성질을 내구성(耐久性), 젖니가 빠진 뒤에 다시 나는 이를 영구치(永久齒), 오랫동안 서로 보지 못함을 구불견(久不見), 오래도록 공경함을 일컫는 말을 구이경지(久而敬之), 오래도록 소식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구무소식(久無消息),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를 일컫는 말을 구한감우(久旱甘雨), 세월을 헛되이 오랫동안 보낸다는 뜻으로 긴 세월을 보내고 나니 헛되이 세월만 지났다는 말 또는 그냥 긴 시간을 보냈다는 말을 광일지구(曠日持久),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물이 오래오래 계속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구(天長地久), 날이 오래고 달이 깊어 간다는 뜻으로 무언가 바라는 마음이 세월이 갈수록 더해짐을 이르는 말을 일구월심(日久月深), 규칙이나 약속 따위를 오래오래 지키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영구준행(永久遵行), 물건이 오래 묵으면 조화를 부린다는 말을 물구즉신(物久則神), 완전하여서 영구하게 변하지 아니할 계교를 일컫는 말을 완구지계(完久之計), 사업의 오랜 계속을 도모하는 계획을 일컫는 말을 장구지계(長久之計), 좋은 법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폐단이 생김을 일컫는 말을 법구폐생(法久弊生), 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게 되면 두루두루 통해서 오래간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궁변통구(窮變通久)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