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의 일입니다.
저는 고교 교사고, 그 해 고 3 수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담인반이 아니고, 잠깐식 들어가는 수업이라 많이 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운동 좋아하는 남자애들이 많은 반이라
수업시간 되면 즐겁게 들어가는 교실이었습니다.
그 중 스포츠를 좋아하는 한 남학생, 정확히는 장래 스포츠 캐스터를 희망하는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농구 봐? 나는 KBL이랑 NBA 참 많이 즐겨보는데 쏼라 쏼라~~ 나이 들어서 이제는 하는 것보다 보는게 훨씬 많네ㅠ 쏼라 솰라~~
농구 중계하는 캐스터들 중 정말 경기 신나게 중계하는 분들 많다. 그 중 김명정 캐스터라고 있는데 그 사람이 중계하면 관심없는
경기도 재밌게 보게된다. 텐션 올린 깨~~~~~~~~~~~~~~~~~~~끗 합니다. 요게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다 쏼라 쏼라, 너도
나중에 그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는 멋진 캐스터가 되길 응원한다. 쏼라~~~~ 쏼라~~~"
제가 막 신나서 혼자 떠들었습니다. 제 얘기 듣고 학생이 들려준 이야기.
캐스터에 관심이 많아
김명정 캐스터 인스타 주소로 무작정 메세지 보내 학생이 자기 꿈을 이야기하고 조언받고 싶다고 이야기 했는데
지금은 바쁘고 곧 연락준다고 답을 받았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학생도 내가 너무 갑자기 요청해서 거절을 완곡하게 하신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헌데 이후 진짜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이후 온라인 화상 대면으로 두 세 시간 정도 캐스터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 팁이나 자세 등에 대해
열정적으로 안내 받았다고 합니다.
그게 그 학생에게 참 울림있게 다가온 모양입니다. 많이 고마워하더라구요. 옆에서 듣는 저도 감동.
자기 분야
정상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일면식 없는 고3 남학생의 메세지를 그냥 흘리지 않고 보듬으며 자기 시간 할애해주는 모습이
참 멋지더라구요. 좋은 어른, 롤모델의 예시 같은. 당사자는 큰 고민없이 한 작은 선행이라 여길지 모르지만 누구나
쉽게 해줄 수 없는 배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후 김명정 캐스터 중계 경기 더욱 챙겨보고 있습니다. 전부터 호감이었는데 이런 일화를 듣고 나니
더 호감. 계속 리그 패스로 느바 보다가 해지하고, 지금은 스포티비나우 정기 구독 하고 있는데, 제겐 MJ 지분이 반 이상입니다.
국농도 가끔식 해주시면 더 좋을텐데. 혹시 카페 글도 보시려나요? 오랜시간 농구 중계 계속 해주세요. 응원합니다.
이것도 역시 2~3년 전의 일입니다. 위 일화랑 거의 비슷한 시기인데 밑의 이야기가 조금 더 나중의 일입니다.
6~7년 전에 학교에서 만났던 제자가 있습니다.
담임반은 아니라 매일은 못 만났는데 다른 친구들 챙기며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따뜻하고 예뻤던 친구라 기억에 남은 친구.
그 학급의 반장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또 처음에는 제 과목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는데
맘먹고 공부하겠다 스스로 다짐한 후 굉장히 높은 과목 점수를 받아 깜짝 놀랐던, 그런 기특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학교 오며 가며 마주칠 때 반갑게 이야기하고 가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공부 이외에도 가진 재능과 열정이 많았는데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였습니다.
학기말 모든 평가가 끝나고 시간이 있을때 그 친구가 만든 음악을 그 반 친구들과 함께 한 두번 들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 친구가 2학년때는 같이 하는 수업이 없어 가끔 반갑게 안부 인사 정도만 나눴습니다.
그리고 저는 학교를 다른 곳으로 이동했구요.
몇 년 후
그 친구는 방송에도 나오는 유명한 랩퍼가 되었습니다.
제가 힙합을 아예 모르고 잘 듣지 않아 그 소식을 몰랐는데 제 친한 친구가 얘기해줘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와 꿈을 이뤘구나. 잘된 일이네.
이러고 생각하고 잊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제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새로 근무하는 학교. 지금으로부터 2년여 전 수업시간.
1학년 수업 중 자신의 진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어떤 친구가 자신의 꿈을 발표 -> 다른 친구들 와하하 하며 장난스런 웃음
분위기를 끊을 필요도 있고, 발표했던 친구가 마음 다쳤을까봐
위 친구 이야기를 처음으로 했습니다.
몇년 전 수업에서 만난 아이가 있다. 그 친구도 평범하고 따뜻한 너희과 같은 고등학생이었다.
자신의 꿈이 랩퍼라고 말하며 수업시간에도 그 친구가 만든 데모 음악을 들었던 적도 있었다.
자기 관심 분야에 열정적 태도로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알게되었는데 그 친구가 유명한 래퍼가
되어 내가 즐겨보는 예능방송에도 출연하더라. 방송에 나온 그 친구를 보고 "어? 내가 예전에 학교에서 만난 학생이야" 이러며
선생님 아내에게 티비보며 이야기 했더니 아내도 안 믿더라 ㅋㅋㅋ
중요한 건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열정적 마음과 삶에 대한 태도이다. 그러니까 그 누가 되었든 우리도 이와 함께 솰라솰라~~
이런식으로 적당히 좋은말 좋은말 하고 그 시간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공강시간 혼자 교무실 구석 자리에서 몰래 교과서 펼치고 알럽 눈팅 했는데 뒤에 어떤 청년이
"선생님" 이러면서 절 부르더라구요.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그 랩퍼 친구 맞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수업시간 위 이야기를 들은 한 학생이 디엠으로그 친구에게 대뜸 메세지를 보냈고,
그 친구가 제가 근무하는 학교를 학생에게 묻고 바로 왔더라구요.
아직 예전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마침 스케줄이 없어 택시타고 혼자 왔다고ㅋㅋㅋ
가수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과정을 듣고, 서로 안부 나누고, 그 친구는 학창시절 고마웠다 이야기하고
저도 이렇게 찾아와줘서 반갑고 고맙다
뭐 이런이야기를 교무실에서 나눴습니다. 교무실에는 저보다 연배 위 선생님들만 계셨는데 아무도 모르시더라구요ㅠㅠ
이후 인스타 메세지 보낸 학생과 잠깐 인사하게하고. 같이 학교 산책하는데. 애들이 전부 알아보고
교실 복도랑 창문에서 애들이 엄청 소리치며 막 나오려고 하더라구요. 남녀공학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치의 함성.
제가 급하게 배웅하고 보냈습니다ㅋㅋㅋ 나중에 저희 반 애들에게 얼굴 한번도 안 보여주고 왜 급하게 보냈냐고ㅋㅋㅋ
그 시절이 코로나가 정점인 시기라... 혹시나 인터넷에서 많이 불편한 마음 가진 사람들이 볼멘 소리해서...
방역수칙 관련해서 그 친구에게 조금이라도 안좋은 말 언급될까봐 제가 오지랖 부리며 급하게 보냈습니다.
남겨준 싸인 반에 걸어놓으니 아이들이 참 좋아했던게 기억나네요.
한 번 오고가며 인사전하는게, 어떻게 보면 참 어려운 일일 수 있는데, 따뜻한 인사 건네준 그 친구가 고맙더라구요.
힙합은 아예 잘 모르지만, 본인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높은 성취를 이루길 멀리서 응원합니다. 어떤 가수인지는 안 밝히겠습니다. 미리 죄송합니다ㅋㅋㅋ
SNS는 일절 하지도 않고 잘 모르는 제가, 오랜만에 잡담 적어봤습니다.
첫댓글 멋진 경험이네요. 특히 그 랩퍼 되신 제자분 이야기는 글쓴분께 엄청난 감동이었을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가슴이 뜨뜻해지는 글입니다. 저도 애들 가르치는데 요즘 너무 뜨뜨미지근해져서요ㅜㅜ
마음 다시 잡아야겠어요
김명정아나운서는 청소년학과 출신이던데,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무튼 두 사연 모두 따듯하네요. 좋은 선생님이십니다.
오 일리있네요
우왕 선생님이 꿈이었던 저는 이런 글 읽으니 참 부럽네요
엄청 뿌듯하시겠어요!
훈훈한 일화가 두개씩이나~ 김명정 아나운서님 멋지시네요. 시간 그렇게 내기 쉽지않았을텐데 대단하시구요!
저 랩알못지만 제자분 더 더 잘되시길요 ㅎㅎ 디엠 받고 찾아올 인성이면 됐다 됐어!! 아주 바르게 컸어요 ㅎㅎ
그리고 디엠에 인사올 정도로 바르게 지도해주시는 선생님도 짱짱이세요! ദ്ദി˶ˊᵕˋ˵)
와 좋은 인연으로 자양분이 되어서 보다 빨리 자기의 꿈에 접근하게 되었네요
뉴스기사로 오염된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 되었읍니다
감사해요 쌤!
넘나 훈훈한 미담들이네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럽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