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살포시 내리깔고 얼굴을 부채로 살짝 가린 아름다운 광대 '공길'. <패왕별희> 장국영도 울고 갈 그 미모는 배우 이준기의 것이었다. 그는 왠지 까다로울 것 같았다. 첫눈에 그는 질문하면 대답도 잘 안 해줄 것처럼 보였다. 남자치곤 긴 머리, 옅은 화장이 더해진 예쁘장한 얼굴. 12월 3일 강남의 한 까페에서 만난 그의 첫 인상이다. 하지만 편견이란 깨라고 있는 것이다(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이를 증명했다. 이준기는 결코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다. 느긋한 자세로 질문에 대한 답을 성실히 이어가면서도, 간간이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꽤 멋진 사람이다. 인터뷰를 하며 그가 <왕의 남자> 때문에 억울한 일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답지 못한 그 '미모'가 이제 막 연기인생을 시작한 배우의 발목을 잡을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편견을 심어줬듯, 그의 선택에 따른 위험요소는 꽤나 클 것만 같다. 하지만 이준기는 그것 역시 자신의 선택임을 인정한다. 일본영화 <호텔 비너스>, 변영주 감독의 <발레 교습소>를 거치며 터득한 배우로서의 책임감이다.
Q. 오늘 늦잠 주무셨어요? 좀 늦으셨어요. (인터뷰 시간을) 원래 열 한시로 알고 있었는데. A. 그건 아니고요, 머리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
Q. 요즘 인터뷰 때문에 많이 바쁘시죠? A. 아뇨. 주말에 인터뷰를 하게 되가지고요.
Q. 유명세를 실감하실 것 같아요. A. 아직 모르겠어요. 하하하.
Q. 영화 개봉이 29일이예요. 예전 작품에서 나왔던 것보다 역할비중도 훨씬 커졌고, 그런 만큼 마음이 많이 떨릴 것 같아요. 어떠세요? A. 영화 끝나고 나서 사실 두려운 게 상당히 많았어요. 어떻게 보여질까도 겁이 나고 그랬었는데 지금은 뭐, 기대감이 오히려 더 커요. 선배님들도 편집본 다 보시고 저도 봤는데, 워낙에 훌륭한 선배님들과 하다 보니까 제가 못하는 점도 커버가 되고. 많이 도와주셔서 배역을 잘 다듬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기대가 되고, 비평도 많이 받고 싶고. 연기적으로도 나아지려면 그런 게 필요하니까요.
Q. 영화 완성본은 아직 못 보신 거죠? A. 네, 완성본은 아직 못 봤어요.
Q. 아직 후반작업 중이죠? A. 네, 지금 음악 작업 중입니다.
Q. 원작이 있어요, 연극 <이(爾)>. 보셨어요? A. 그럼요.
Q. 어땠어요? A. <이>는 <왕의 남자> 캐스팅된 후 준비차원에서 참고하려고 봤던 건데, 촬영 들어가기 전에는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워낙에 훌륭한 작품이라서. 연극의 '공길'이라는 역할은 영화랑은 성격이 다르지만 상당히 섬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서 부담감을 많이 느꼈어요. 어려운 연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Q. 연극에서의 '공길'이라는 캐릭터가 영화로 옮겨지며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아무래도 영화는 장생의 입장이나 시각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많죠. 연극에서 공길은 권력 지향주의자로 나와요. 권력을 탐내죠. 영화에서 공길은 자신이 나선다기 보다 운명 순응론자예요. 항상 주위 상황과 자극에 민감하고, 자기가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밝힐 수 있는 입장도, 성격도 아니죠.
Q. <왕의 남자> 라는 영화의 매력이 있다면요. A. 영화는 연극과 다르게 감독님이 다른 부분에서 더 완성도 있게 만들자고 자신 있게 시작하신 부분이 있어요. 원작을 맡았던 김태형 작가님이 <왕의 남자>에 참여하셔서 새롭게 만든 부분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보면 연극의 감동이랑은 많이 다를 거예요.
Q.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라서 그런지 '공길'이라는 캐릭터가 와 닿지가 않아요. 설명을 봐도 그렇고요.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A. 장생과 공길을 하나로 두고 보면 완벽히 하나의 인간이 될 것 같아요. 둘이 항상 붙어 다니면서 공길은 장생의 많은 도움을 받아요. 부부 같은 사이죠. 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같고. 그렇게 살다가 공길로부터 비극이 시작되는 거죠. 항상 도움만 받다가 연산을 만나면서 자기가 한번 이 사람을 보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연산에게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느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비극이 시작돼요. 그리고 극의 결말은 공길과 장생이 같이 가게 되죠.
Q. 얘기를 들어보니 오디션 때 심사위원들 앞에서 덤블링과 태껸 실력을 선보여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과로 캐스팅이 됐다고 하던데요. 그 때 상황을 좀더 자세히 듣고 싶어요. A. 시나리오를 읽으면서부터 이거는 정말 20대 배우들, 정말 멋있는 모습을 갖고 있었을 때 해보지 않으면 앞으로는 절대로 못할 거란 생각을 했어요. 신인 위주로 뽑는다는 소릴 처음엔 못 들어서 기회는 오지 않겠다 했죠. 워낙에 중요한 역할이고 연기력을 많이 필요로 했으니까요. 제가 부족한 걸 많이 알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1차를 준비했었는데, 그 부분을 많이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2차 오디션으로 넘어가면서 욕심이 많이 생겼죠. 이만큼(2차까지) 왔으니까 더 이상 뺏기기가 싫더라고요. 자존심 상할 것 같고요. 감독님도 신비로움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인 위주로 가야겠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Q. 그럼 시나리오는 어떻게 구해서 읽게 되신 거예요? A. 저는 우연찮게 받았어요. 한번 읽어보라고. 읽었다가 오히려 제가 꽂혀가지고.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렇게 파고들었던 것 같아요.
Q. 특별히 '공길'이라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춰서 읽으신 건가요? A. 처음에는 전체죠. 어떤 역할인지도 몰랐고, 어떤 극인지도 몰랐어요.
Q. 처음에 감우성씨가 공길을 탐냈다고 이야길 들었는데요. 촬영하면서 얽힌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A. 우성이 형은 상당히 욕심이 많으신 분이세요. 배우로서. 정말로 좋으신 분이고, 뛰어나신 분이고. 사실 우성이 형은 경력도 오래되고 하셔서 극 전체를 보실 줄 아세요. 그 중에서 공길이라는 역할의 비중을 상당히 크게 생각하셨고. 장생을 생각하시면서도 공길 쪽에도 욕심이 있으셔서 그런 것까지 다 생각을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도움을 제가 많이 받았어요. 현장에서도 '야, 내가 공길이었으면 더 잘할 수 있어' 라고 자극도 주시고. 그랬던 것 같아요.
Q. 영화에서는 얼마만큼 고난이도의 묘기가 등장을 하나요? A. 덤블링도 나오고 외줄타기도 나오고요. 일반 관객들이 볼 때 고난이도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다 고난이도였어요.
Q. 특별히 준비를 많이 하셨겠네요. A. 그럼요. 설장구부터 광대 소극까지. 일반 관객들은 날아다니고 몸을 엄청 멋있게 쓰고 이게 최곤 줄 아시겠지만, 저희는 그런 표현하나하나, 광대들 몸짓 하나하나 표현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오히려 덤블링은 몸으로 최대한 힘 닿는 데까지 보여드리면 되는데. 저희한테 사사해주신 선생님들의 재주들, 광대들 재주 대부분은 소극이나 사물놀이 등 해학적인 부분이 많아요. 그런 걸 못하면 그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일 부담이 됐던 부분이죠.
Q. 촬영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A. 그런 부분이 제일 힘들었죠. 그런 것을(고난이도의 묘기를) 같이 하면서 연기를 했어야 되니까. 어우, 정말 힘들더라고요.
Q. 부상을 당했다던가 하는 부분은 없었나요? A. 그런 부분도 있었고요. 아무래도 몸에 맞지 않는 것을 갑자기 하려다 보니 다치기도 많이 다쳤죠. 한꺼번에 많이 했어요, 저희 영화는. 단시간에 많이 했어야 했기 때문에.
Q. <발레교습소>를 보면 윤계상, 온주완 같은 신인배우들과 작업을 하셨잖아요. 이번에는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 작업을 하면서 마음가짐 같은 게 달랐을 것 같아요. A. 어떤 배우도 대선배님들 밑에서는 정말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을 많이 하죠. 저도 마찬가지로 부담이 엄청 컸었고. 들어가기 전에 겁을 너무 많이 먹어서 주변 사람들한테 크랭크인 전에 '군대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부담이 어느 정도였는지 아실 거예요.
Q. 주위 분들 반응은 어땠어요? 캐스팅 된 후에요. A. 대단하다고 하죠. 잘 했다. 기대를 많이 안 했어요, 주위 분들은. 아무래도 큰 비중이고 제가 상심할까봐. '기회는 많으니까 너무 올인하지 마라'였는데, 되고 보니까 다들 놀라죠. 대단하다고 하고 축하도 많이 해주시고. 축하 후에 걱정도 많이 해주시고. 제가 못하면 저희 영화 같은 경우는 앞으로 캐스팅에서 제외될 정도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망치는 게 되어버리니까요. 그 정도로 생각하고 작업에 임했죠.
Q. 정진영, 감우성, 강성연씨와 작업하는 건 어땠나요? A. 정진영 선배님은 상당히 역할에 미치시는 분 같아요. 어떤 때는 선비 같으시고. 정말 태연하고 느긋하세요, 항상. 느긋하게. 어려운 연기라도 느긋해 보이고. 제가 뭘 여쭤보면 편안하게 해, 이렇게. 정말 걱정 없으신 것처럼 하시는데. 막상 연기에 들어가시면 정말 역에 미쳐버리세요. 모니터를 보고 있어도 소름 끼칠 정도니깐요. 우성이 형 같은 경우는 정말 욕심이 많으세요. 그런 거 많이 느꼈어요. 캐릭터가 안 맞게 나오거나 자기 목소리가 나오면 그 날은 정말 하루 종일 고민하세요. 그 정도로 캐릭터 완성도에 욕심이 강한 분이세요. 성연 누나도 마찬가지고요. 고집 있으세요. 캐릭터에 고집이 많으세요. 이게 아니면 정말 아니다 라는 고집.
Q. 촬영하며 가장 친했던 분은 누구인가요? A. 아무래도 우성이 형이죠. 매일 붙어 있었어요. 다툼도 없었어요. 저희 영화 자체가 저희끼리는 드림팀이라고 부르는데. 스탭들부터 해서 단 한번도 트러블이 없었어요. 입소문 같은 게 난 적도 없고요.
Q. 그 비결이라 함은. A. 글쎄 저는 생각에 작품에 대한 열의 같아요. 다들 욕심이 많았어요. 의상팀, 소품팀, 연출부, 제작부, 배우들 전부가 시나리오 하나의 완성도를 보고 이 작품은 평생에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모인 것 같았어요.
Q. 영화 속에 아직 밝혀서는 안 될 비밀 같은 게 있나요? A. 보시면 알겠죠. 저도 잘 몰라요, 완성본을 안 봐서 모르겠어요(웃음). 찍어 놓은 게 몇 개 있긴 해요. 사실 그게 선을 넘고 안 넘고의 차이가 분분해서 몇 개의 커트가 넣어도 보고 안 넣고도 봤는데. 최근에 넣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Q. 외모가 지금도 보면 굉장히 곱고 여자들만큼, 혹은 여자들보다 예쁘세요. A. 거짓말 하지 마세요(웃음)
Q. 인터뷰를 할 때마다, 외모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기분이 어때요? A. 고마워요, 상당히 감사하고. 캐릭터를 그렇게 봐주신다는 게. 제가 한 게 얼마만큼은 보여지는 것 같아서요. 되게 감사 드려요. 오히려 저는 공길 역에 캐스팅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 역할에 안 맞다는 생각을 했어요. 외모에 대해서 '공길은 아닌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했어요(고개를 설레 설레 젓는다).
Q.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으셨어요? A. 보통 시나리오를 보면 그 때 환상이 크잖아요. 저는 공길이 더 선이 곱고 더 많은 재주를 가진 사람일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담감을 가지고 연기하다 보니 매달린 부분도 있고요. 처음 시작할 때 '아닐거야, 아니야,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했어요.
Q. 예고편을 보면 <패왕별희>의 장국영과 흡사한 장면이 나와요. 놀랐어요. 근데 자신감이 없으니 이미지화된 모습을 보며 만족감이란 없을 것 같아요. A. 오히려 화면에 나온 게 놀랍다는 생각이예요. 분장팀에 감사하고, 조명팀 형들에게 감사드리고요, 촬영부 형들에게도 감사해요.
Q. 예쁘게 나오려면 특별히 외모에 신경을 써야 되잖아요. A. 저는 연기랑 재주부리기 연습도 힘들었는데 외모까지 가꾸라고 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솔직히(웃음). 시간이 빠듯한 거예요. 매일 트레이닝하고. 하루라도 쉬면 못 따라갈 정도였어요. 그런데 얼굴에 뭐 하나라도 나면 감독님이 '그거 아니야' 라고. 관리까지 받아야 하니깐요. 공길이는 하여튼 깨끗해야 돼요. 성격도 그렇고 마음까지 깨끗해야 해요. 그런 친구여야 되는데. 몸매가 지금은 많이 강해졌는데 영화를 보면 정말 선해요. 눈 동작 하나까지도 콘트롤을 했기 때문에.
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같고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같고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같고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같고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같고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같고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같고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같고장생은 남편이고 공길은 아내
첫댓글 속이 꽉 찬 것 같아서 좋아요..ㅠㅠㅠ아름다운 놈
아놔 선리플 후감상 ㅠㅠ
말도 어쩜 이리 잘해.....털썩
아놔 겸손한 춘기 ㅋㅋㅋ 진짜 열심히 했나보네 ~
요머리 이뿌다 ~
ㅋㅋ 이머리괜찮은듯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지금 봤삼 ㅋ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말을 어째 이리 잘해.......ㅠㅠ
준기씨 사랑해`
머리 훨 낫다 인물 산다 살아
어느 화술학원이냐! 아주 말빨에 덜덜덜
준기는 어떤여자랑 결혼할까~ 조낸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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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놔 머리 저게 훨씬낫다규!!!맨날 저러고 나오라규ㅜㅜ사랑한다 짜식아...
준기야 한달후. 너의곁에 여전히 정상인이가 남아있으리라.
저렇게 가까이 마주보고 인터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얘는 진짜 너무 .................................. 말도 잘하고 인물도 예쁘고 어쩜 애가 !!!!!!!!!!!!!!
엄훠.....감우성이 공길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