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서길수 교수님을 가까이서 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둥글둥글하면서 유머러스 하신 점이 이 까페의 주인장님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강의는 '고구려의 정체성에 관한 중국학자들의 논의와 그 전개 과정'과 '고구려사 = 중국사에 대한 중국의 논리'와 그에 대한 반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워낙 입담이 구수하고 좋으신 분이신지라 2시간 동안 계속 이어지는 강의를 지루함이 없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EBS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강의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겠습니다만,
그 날 저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어서 그것을 조금 거론해 보겠습니다.
90년대 이후 중국의 고구려 귀속 문제가 본격화되었는데, 특히 94년 이후는 고구려 연구의 르네상스라고 합니다.
여기서 제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연구기관입니다.
물론 길림성사회과학원이나 중국사회과학원이 연구에 뛰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연구기관이 통화사범대학과 동북사범대학이라는 것입니다.
2000년대에 동북프로젝트(공정)가 본격화되면서 2002년에 열린 '제 2차 전국 고구려 학술토론회'에 참가한 대학은 '길림대학', '연변대학','요령대학','화북대학' 외에
'동북사범대학', '길림사범대학','장춘사범대학','통화사범대학'으로 사회과학연구원 외에 대학과 사범대학의 참여와 후원이 늘었더군요.
서길수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중국이 교과서에 고구려가 중국사임을 언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것의 심각성을 일본교과서의 임나일본부설을 예로 들면서 임나일본부설이 이제는 일본에서도 허구로 밝혀졌지만 교과서에서 빼어버리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하십디다.
그러므로 일본의 중,고등학생들은 허구인 줄도 모르고 굳게 믿으면서 공부할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도 만약 고구려가 중국사라고 교과서에 실린다면 그것을 폐기하기는 무척 힘든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 준비를 중국은 착실하게 해 나가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동북삼성의 사범대학들이 9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연구에 참가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사범대학이라면 교사를 양성하는 곳, 아닙니까?
중국은 처음부터 교과서에 싣고 학생들에게 교육할 것을 목표로 하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제 느낌이었습니다.(지나친 기우일까요?)
더구나 사범대학 뿐 아니라 일반대학의 후원과 참가도 더하여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는 우리 나라의 현실과 비교하면 정말 차이가 납니다.
제 아들이 고3인데, 서울대를 목표로 하지 않으므로 국사를 공부하지 않습니다.
인문계열입니다만, 담임 선생님도 서울대의 경우만 반드시 국사를 공부해야 하고, 그 이외의 대학은 될 수 있으면 국사는 피하라는 것입니다.
표준점수와 변환점수 관계로 점수를 많이 얻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이 많이 지원하는 국사는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피해야 하고, 또 국사의 경우 범위가 너무 넓고 복잡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사 대신에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서울대 입시요강을 대충 살펴보았더니 정시모집 신입생이 약 2900명 정도였습니다. (대충..)
그 중에서 인문대학과 사범대학 지원자 중 국사과목을 공부해야할 입시생을 1000명 정도로 대충 추산해 보았습니다.(그야말로 대충 대충한 계산입니다)
지원자를 4배수로 잡을 경우, 2005년도 입시생(고3과 재수생을 합하여) 4000명 정도만 국사를 공부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오더군요.
우리 나라 고3과 입시준비생이 얼마입니까?
우리가 학문권력을 구성하고 있다고 서울대를 항상 욕하지만, 만약 서울대에서조차 국사과목을 보지 않는다면 국사를 공부할 고등학생은 과연 얼마란 말입니까?
또한 우리 나라에서 제일 우수하다고 인정받는 학생들이 국사를 공부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나마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ㅡ.ㅡ;;
중국과 중국 동북 3성의 준비와 연구를 지켜보면 정말 앞날이 아찔할 지경입니다. (이것도 제 기우일까요?)
준비된 자에게만 미래가 있다는 말을 믿는다면, 현재 고구려의 미래는 중국에게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국학의 근본인 국사와 국문학의 교양과정이 대학에서조차 없어진 지금, 우리의 미래가 과연 어디에 있겠습니까?
국사 연구에 대한 끈임 없는 지원과, 일반인들의 꾸준한 관심만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중국의 동북프로젝트가 통일이 본격화될 경우 북한에 대한 연고권과 우선권을 주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면 우리끼리 연구비에 연연해서는 안될 말입니다.
연구비 안 받고도 연구 잘 해 왔다는 주인장의 말이 그 강의를 들으며 괜스리 생각이 났습니다.
아혜모호님 말씀대로 국사 교육 문제 심각합니다. 교육부에 대해 국민적인 압력을 넣어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삼국지는 중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은 인물과 국가들을 대단한 것처럼 뻥튀기했다고 할까요? 우리의 삼국 시대를 공부해야 할 국민들이 중국의 삼국지에 열광하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습니다.
첫댓글 아래 삼국지 이야기가 나왔길래 언급합니다만 ^^, 중국인도 잘 모르는 삼국지시대(겨우 50년 사이)에 대해 우리의 열광적인 독서열을 서교수님은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더군요. 사실은 저도 초등 시절부터 몇 번이나 읽었습니다만, ^^;;
아혜모호님 말씀대로 국사 교육 문제 심각합니다. 교육부에 대해 국민적인 압력을 넣어야 할 듯합니다. 그리고 삼국지는 중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낮은 인물과 국가들을 대단한 것처럼 뻥튀기했다고 할까요? 우리의 삼국 시대를 공부해야 할 국민들이 중국의 삼국지에 열광하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