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공해에 무관심하니 지구가 뿔났는 지
올 긴 여름의 유별난 폭염은 입추가 저만치 가고, 처서가 지났는 데도
연일 화염의 불길을 멈추지 않더니,
어느날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 서늘해지면서
밤에는 찬기운 때문에 창문을 닫고 잠을 청하는 기쁨도 며칠뿐,
무신 이변인지 다시 창문을 열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철없는 폭염과 열대야가 야단법석을 떤다.
오랜만에 지리산 찬공기나 마시고 오자며 정다운 친구들과 어울렸다.
정다운산악회는 이번 지리산 코스를
천왕봉 A코스와 장터목 B코스, 거림에서 세석평전의 촛대봉으로 가는 C코스로 나누었다.
항시 A코스를 가던 인곡. 요즘 힘이 딸리고 관절이 고장나 C코스를 선택한다.
오후에 비소식이 있어 날씨가 꾸물꾸물하고 바람이 온데간데 없으니
숲으로 들어서자마자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낙수처럼 떨어진다.
일행들은 저희들 페이스대로 앞서가고,
거림계곡의 좔좔거리는 계류의 합창은
홀로가는 '고독'이란 드라마의 배경음악처럼 들린다.
무념과 상념이 교차하는 길은 대부분 돌길이며,
오를수록 경사까지 심해지면서 체력과의 힘든 투쟁이지만 절대 후회는 없다.
어찌하든지 이 고행을 참고 이겨, 지리산 가을 야생화를 만나야겠다.
세석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모두가 기진맥진
8부능선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자고 한다.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평상시처럼 조촐하게 먹을 줄 알았는데
상에는 전어회, 갈비찜, 크릴새우, 문어숙회, 오댕과 게맛살에 닭강정 같은 것도...
뒤늦게 연어회까지 차려지니 완전 잔치음식이 되었다.
산에 오래다니다보니 이런 횡재도 있구나 싶다.ㅋㅋ
점심을 느긋하게 먹고 올라오는 도중 누군가 빗소리가 난다며
비옷을 입는 난리를 치고, 올라와 보니
계곡 물소리를 빗소리로 잘못듣고 경고방송을 했다는... ㅎㅎㅎ
용담
투구꽃
동자꽃
수리취
산오이풀
참바위취
구절초 초상
청학연못
정말 힘든 지리산 산행이었다.
체력이 문제인지?
의지가 바닥인지?
날씨가 문제인지?
암튼 여름에는 힘들긴 하지만 이전보다 못하다는 게 문제이다.
그래도 이루고 나면 성취감도 있고, 특히 자신감이 살아난다는 것이 좋다.
산에 안 가면 무엇하나... 그래서 또 산에 간다.
푸르름이 있고, 맑은 공기가 있고, 친구가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사진의 대상을 만나고 대화하고 기록하고 결과물에 웃고...
2023. 9. 13
지리산 세석에서 인곡
첫댓글 계곡물소리를 비온다고 경계방송한게
바로접니다 설~~화ㅋㅋ
그 덕분에 많이 웃었지요
그래도 점심먹고나니 인곡님의 얼굴에
화색에 도는것같아 안심이 되었습니다
청학연못 가는길~~
구름때문에 멋진 풍경들은 다 못밨겠지만
야생화들은 역시~~
실망시키지 않아 좋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인곡님^^
인곡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