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민성이란 성격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그 예민함의 성질이
외향성 예민이 아니라 "내향성 예민"이라는 점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예민함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안으로 갈무리된다는 것이죠.
(ex. 사람들은 다 내가 무던한 성격인 줄 알지만, 사실은 엄청 예민한 성격인 경우)
HSP들은 자신의 예민함을 웬만해선 겉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들의 센서는 너무나도 민감하기 때문에,
원치 않아도 주변에 존재하는 온갖 스트레스 요인들을 내 곁으로 끌어당깁니다.
(ex. 주변에서 누가 싸우고 있으면 마치 내 싸움처럼 신경이 바짝 곤두섬,
주변에서 누가 투덜대고 짜증내고 있으면, 그 사람의 화가 언제 폭발할지 계속 신경쓰이고 긴장됨 등등)
가뜩이나 원치 않는 외부 자극의 범람으로 인해 스트레스 쌓이고 기 빨려 죽겠는데,
여기에,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예민함을 표출해 대면서 갈등거리를 추가하는 짓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나 다를 바 없다라는 것을 HSP들은 삶의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겁니다.
'최대한 조용히 좋게좋게 가자.'
오히려, HSP들은 자신이 스트레스 받을 일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주변 사람들과 최대한 좋게좋게 지내며,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ex. 엄마가 짜증내고 화내는 게 듣기 싫어서 미리 집안일을 다 해 놓음,
친구들끼리 갈등이 일어날 것 같으면, 미리미리 중재해서 갈등의 싹을 잘라버림 등등)
그래서 HSP의 주변인들은 대체로 HSP들의 성격을 오인하게 되죠.
무던한 성격, 둔감한 성격, 좋은 사람, 다 받아주는 사람 ......
실제 성격과 보여지는 성격 사이의 이러한 간극,
즉, 자신의 예민함을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오히려 무던한 사람처럼 구는 패턴은
굉장히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노력을 요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인간관계에서 HSP들에게 굉장한 챌린지가 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챌린지는 특히 결혼과 육아의 장면에서 정점을 찍게 되죠.
나의 문제인가? 너의 문제인가?
누군가 결혼과 육아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 적이 있습니다.
"결혼은 예상할 수 있는 즐거움과 차원이 다른 스트레스를 동시에 안겨 주고,
육아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과 예상할 수 있는 스트레스를 동시에 안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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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진리는 행복 일변도의 삶이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지 뛰어들면, 일정 부분의 행복과 일정 부분의 불행에 동시 당첨되는 것이죠.
다만, 그 행복과 불행이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냐, 일찍이 겪어 보지 못했던 차원이 다른 수준이냐의 차이일 뿐.
물론 관계에서 이 행복과 불행의 이차방정식은
당사자들이 얼마나 배려하고 협력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값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이론에 불과할 뿐,
살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해보니, 이론과 실전은 꽤나 많이 달라 보였고,
그 원인은 사람들이 제각각 너무 다르다는 것에 있었습니다.
나에게는 배려가 상대방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방은 싫어할 수도 있으며,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걸 상대방은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가령,
나는 배려한답시고 "상대방 모르게"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었는데,
힘에 부쳐 어느날 갑자기 멘탈이 뻥하고 터져버렸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문제에 대해 상대방에게,
'넌 저 사람이 저렇게 될 때까지 뭐했냐' 라고만은 할 수가 없는게,
이건 내가 일방적으로 행동한 결과이지,
상대방과의 소통을 통해 상대방이 원한 걸 내가 해 준 게 아니잖아요.
내가 그냥 내 성격대로 더 많은 부담을 홀로 지고 있다가 뻥하고 터져 버린 건데,
상대방이 이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고마워하고 또 미안해해야 할까요?
나와는 이제껏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가,
자기가 더 많이 노력했고 더 많이 부담을 지고 있었다, 이젠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갑자기 듣게 되면,
상대방은 과연 어떤 심정이 들까요?
냉정히 말해서,
HSP들이 지니는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함은 "그들의 사정"입니다.
나의 이러한 초예민성 때문에,
가족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들을 미연에 차단하고자,
내가 더 노력하고, 내가 더 희생하고, 내가 더 부담하기로 결정한 것은
온전한 "나의 선택"이란 것이죠.
이걸 알아주고 내 노고에 보답의 핑퐁을 쳐 줄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요?
안타깝지만, HSP 자체가 굉장히 특수한 성격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HSP들의 이러한 사정을 짐작하고,
그들의 노고에 항상 고마움을 표시하며,
본인 또한 관계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파트너가 있다면,
이러한 사람은 HSP에게 더할나위없는 "베스트핏"이 됩니다.
그리고 이 경우엔, 그 상대방 또한 "자각 HSP"일 확률이 매우 높아요.
(cf. 자각 HSP : 자신이 HSP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성격에 대한 정체성이 잘 확립된 유형)
자신과 같은 유형임을 한 눈에 알아보고,
동병상련, 이심전심의 마음으로 서로 배려하며 협력해 나가는 사이가 되는 것이죠.
※ 한편, 부부 문제가 아니라 육아의 문제에 있어서는, 이 자각 HSP 조합도 불리한 점을 지니게 된다.
둘 다 너무 스트레스에 취약하기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한 존재인 애들과의 시간을 부부 모두 감당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아까지 고려한다면, 최적의 핏은 "초예민 + 초둔감" 조합으로 달라지게 된다.
부부 문제에 한해서는 HSP들의 분통이 터질 수도 있겠지만, 모든 스트레스들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초둔감자들의 성격적 특성이
육아를 비롯한 결혼 생활의 전반적인 스트레스들을 잘 커버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코드는 잘 맞지 않더라도, 대신 스트레스에 대한 대항력이 괜찮은 조합인 것이다.
HSP에게 스트레스와 고통은 삶의 디폴트와도 같습니다.
독신이어도 힘든데,
결혼까지 했고, 애까지 있다?
아마 더더욱 지치고 힘들 겁니다.
물론 HSP에게도 커리어와 관련된 다른 성격적 장점이 많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 장점들이 인간관계에서 지니는 이러한 단점들을 없는 일로 만들어주진 않아요.
현실적으로, 결혼과 육아는 HSP들에게 극한의 도전에 가깝습니다.
예민함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HSP의 장점들을 열거하며 연신 화이팅을 외치고 있지만,
제가 볼 때 HSP의 현실적인 최고 장점은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인내하며 성장한다는 점" 입니다.
HSP들은 생존을 위해,
(안 그러면 죽을 것 같으니까)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찾는데 혈안이 된 인생을 살아왔기 때문에,
결혼과 육아라는 난관에서도 아마 제각각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낼 겁니다.
고통은 항상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몰랐던 나의 면모들을 진하게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해요.
심리학이 HSP에 대해 단언드릴 수 있는 점 한가지는
HSP들은 언젠간 반드시 본인들의 정체성을 완성한다는 것입니다.
결혼 생활, 육아, 많이 힘드시죠?
HSP라면 남들보다 몇 배 더 힘든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여러분은 결국 끝까지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될 겁니다.
(여러분은 초감정이란 특성 때문에 죄책감이나 책임감, 공감능력 등이 너무나도 강해서, 절대로 가족의 위기를 좌시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항상 여러분의 곁에서 HSP 테스트 만점자인 이 무명자가 함께 하겠습니다. 화이팅 !!!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무명자님 안녕하세요. 항상 글 재미나게 보고 있습니다. 하나 궁금한게.. 예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었던거 같은데 어느순간 제가 여기 적혀있는 HSP가 된거 같더라고요.. 이건 다시 어느정도 둔감한 부분이 돌아올수 있을까요..?
* 물론, HSP가 나쁘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초예민성의 발현 부분은 제가 따로 글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만,
미리 말씀드리자면, 선천적으로 타고나지만, 환경의 영향에 따라 그 발현이 억제되거나 강화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예민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면 예민성이 많이 약화될 수 있고, 반대로, 나중에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억제됐던 초예민성이 다시 발현되는 것이죠.
물론, 초예민성을 타고 나지 않았더라도, 트라우마와 같은 강렬한 스트레스 경험이 누적되면, 초예민성이 후천적으로도 발현될 수 있다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무명자 댓글까지 써주시고 감사합니다!
다음에 추가 발현 부분 꼭 읽어보겠습니다!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HSP 만점자란 뜻은 무엇일지 궁금하네요.
초예민성인지는 모르겠는데...
눈치를 많이 보는 것도 참 ^^;
이런 부분이 사회 생활 회사에선 도움 되는데,
사람 관계에서는 별로 인 것 같기도 하네요 ㅋ
나를 죽이지 않는 고통은 나를 성장시킨다.
근데 늙었는지 이제 그만 성장 하고 싶어요 ㅎㅎ
지금 트러블이 있는 그 친구가 HSP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HSP인지 아닌지 헷갈려하면서 읽었어요
공감하는 부분의 대부분이 과거형이고 현재엔 그 정도나 빈도수가 줄었는데
후천적으로 그 상황을 자꾸 피하려하고 관심을 끄려 노력해서 좀 둔해졌다고 해야할까요 …
결론적으로 나는 HSP에 가깝다고 생각이 드는 동시에 밖에서 둔감한척 하며 살다가 저의 예민함을 다 받아주는 옆에 계신 분께 다시 한번 감사하며 살아야겠어요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