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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고속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했다.
같은 도시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워 도망쳐버린 곳이다.
이런 절망과 후회 속에서 되돌아갈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다.
창밖으로 쉴 새 없이 변하는 풍경을 그저 멍한 시선으로 응시하며 연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도대체 이대로 그를 찾아가 뭘 어쩌려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무릎이라도 꿇고 용서를 빌어야 하나?
하지만 이제 와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런 행동조차 얼마나 이기적인 것인지 알면서도 서울로 향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낯선 여자와 결혼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온 몸이 타버릴 것 같았다.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세상의 행복을 누리게 해 주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었는데 막상 그 모든 게 현실로 다가오자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사람처럼 이성은 마비되고, 생각은 제멋대로 폭주해버렸다.
연호 스스로도 자신이 이렇게 반응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의 결혼소식은 상상도 못한 혼란을 가져오고 말았다.
긴 시간이 흐른 뒤 고속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했다.
벌써 해가 져 하늘은 어둡고 거리엔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연호는 택시를 잡아타고 도원의 집으로 향했다.
한적한 주택가로 들어선 택시가 익숙한 집 앞에 멈춰 섰다.
요금을 계산하고 차에서 내린 그는 대문 너머를 기웃거리다 흠칫 놀라 물러선다.
창문 밖으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지만 실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이상하게 낯선 느낌이었다.
왜일까 이상하게 여기며 서성일 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연호..씨?"
깜짝 놀라 돌아보자 세훈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서 있었다.
"세훈씨..."
세훈은 편의점에 다녀오는 길인지 편한 옷차림에 손에는 비닐봉투를 들고 있었다.
그는 연호임을 확인하자 성큼성큼 다가와 다짜고짜 팔을 움켜잡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전화번호는 왜 바꿨어요? 대체 여기서 뭘 하는 겁니까?"
대답할 새도 없이 다그치듯 물어대는 통에 연호는 눈만 깜빡이며 그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연호씨 설마.. 아직 모르고 있었어요?"
연호를 바라보던 세훈은 흘끔 도원이 살던 집 쪽을 쳐다보며 물었다.
"뭘..."
"그 녀석 이사 갔어요. 이제 여기 없어요."
"..!!.."
연호의 까만 눈동자가 충격으로 커다래졌다.
"역시 모르고 있었군요."
낭패라는 듯 세훈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이..사.. 갔군요... 몰랐습니다..."
연호는 더듬듯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황급히 고개를 떨궜다.
저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차올라 그대로 흘러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푹 숙인 얼굴 아래로 고였던 눈물이 기어이 툭하고 떨어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세훈은 잠시 생각하다 연호의 팔을 잡아끌었다.
"일단 우리 집으로 가서 얘기하죠."
연호는 그저 세훈의 손에 이끌려 황망하게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거실로 들어온 세훈은 연호를 소파에 앉히고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진한 커피향이 풍겨왔다.
"감사..합니다."
세훈이 건넨 커피잔을 받으며 연호는 습관적으로 중얼거렸다.
"이런 거 물어도 될지 모르겠지만..."
세훈은 창백한 연호의 안색을 한번 살핀 뒤 입을 열었다.
"두 사람.. 어떻게 된 겁니까?"
세훈의 질문에 연호는 한동안 입을 다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치 뭔가 딴생각에 빠져있는 듯 했다.
그러더니 한참만에야 고개를 들고 엉뚱한 말을 했다.
"진짜 결혼하나요?"
무슨 얘긴가 싶어 잠시 눈을 깜빡이던 세훈은 이내 질문을 이해했는지 짧게 한숨을 내쉬고 테이블 밑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어제 병원으로 도착한 청첩장이에요. 직장상사 소개로 여자를 만났다는 얘긴 들었는데 이렇게 느닷없이 청첩장을 보낼 줄은 몰랐습니다. 상당히 서두른 것 같더군요."
하얀 봉투를 열어 청첩장을 꺼내는 연호의 손이 보기에도 위태로울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세훈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웨딩촬영을 이미 끝냈는지 아름다운 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두 남녀가 다정한 자세로 서 있는 사진 밑에 모시는 글이라며 짧게 결혼식에 초청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날짜를 확인하던 연호의 눈빛이 또다시 흔들렸다.
2주도 남지 않은 것이다.
자신과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사이 여자를 만나고 청혼에 결혼식까지...
이건 마치 도원은 연호가 사라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같다는 이상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이사.. 어디로 갔는지 아세요?"
연호는 자신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뿐 아니라 오한이라도 든 사람처럼 몸도 떨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빛을 세훈은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알고는 있지만..."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주소를 알려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 동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간에 도원은 지금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
뭔가 분란을 일으켜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세훈의 머릿속을 꿰뚫어본 듯 연호가 다급하게 덧붙였다.
"무슨 짓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전 다만... 그에게 제대로 용서를 구하고 싶어서..."
말을 잇기가 어려웠다. 또다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눈을 감고 겨우 목 안에서 치미는 뜨거운 것을 참아냈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그 약한 모습에 세훈은 가슴이 아팠다.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이제는 이런 힘든 사랑은 그만두고 좀 더 편한 상대를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부탁..드립니다."
연호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세훈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메모지를 찾았다.
잠시 후 연호는 동네와 맨션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세훈의 집을 나왔다.
마음이 자꾸만 다급해진다.
그가 살고있는 공간에 가까이 있는 것 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제 곧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도 생긴다.
그래봤자 희망적인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보고 싶을 뿐이었다.
꿈에서조차 그리던 사람이다.
어떻게 이 사람을 평생 잊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어리석은 자신이 너무나 저주스럽다.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지만 저녁 무렵 도로는 무척이나 막혔다.
정체된 도로 한가운데서 마음만 자꾸 초조해진다.
지금 집에 없으면 어떡하지?
그가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으면...
혹시 결혼한다는 그 여자가 와 있는 건 아닐까?
아니, 어쩌면 미리 신혼집으로 가기 위해 이사한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들이 연호를 혼란스럽게 했다.
겨우 도착한 목적지에서 연호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또 한번 생각했다.
여기까지 달려올 때는 무작정 그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런데 막상 코앞에 그가 사는 맨션이 올려다보이자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이내 결심한 표정으로 건물을 향해 걸었다.
입구에 있던 경비원에게 가고자 하는 집을 말하자 신원확인을 한다며 먼저 인터폰을 연결했다.
연호는 잠시 당황했지만 경비원이 묻는대로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혹시나 도원이 연호의 이름을 듣고 거부하면 이대로 그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돌아서야한다.
경비원은 인터폰으로 집주인과 잠시 얘기를 나누는 듯 했다.
눈으로 연호를 흘끔거리는 걸로 보아 인상착의를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연호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제발.. 마지막으로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기도하듯 두 손을 맞잡고 고개를 떨군 채 서 있었다.
드디어 경비원이 문을 열어주며 엘리베이터로 안내해 주었다.
신원확인이 되어서 그런지 손님을 대하듯 친절하게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버튼까지 눌러준다.
연호는 가볍게 목례를 했다.
15층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연호는 떨리는 다리로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
힘을 빼면 그대로 풀썩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대체 도원을 만나 뭘 어떻게 해야할 지 아직도 모르겠다.
사실 연호는 자신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 자체도 실감이 나질 않았다.
꿈인 듯 눈을 뜨면 익숙한 경주의 단칸방 천장이 보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게 현실이었고 그걸 증명하듯 가벼운 소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연호는 지금 도원의 집 앞에 서 있다.
초인종으로 향하는 손가락이 덜덜 떨린다.
그러나 누를 새도 없이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뛰쳐나올 듯 밖으로 몸을 반쯤 내민 도원이 연호와 닿을 듯이 가깝게 서 있었다.
연호는 흠칫 놀라 그대로 숨조차 멈췄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모든 게 얼어버린 듯 정지했다.
멈춰버린 시간의 흐름을 다시 되돌린 건 현관 앞에서 한발 물러선 도원이었다.
"여길 어떻게 알았지?"
내뱉은 첫마디는 사무적이고 차가웠다.
연호는 가슴까지 얼려버릴 것 같은 그 냉담한 반응에 울고 싶어졌다.
"..세훈..씨가..."
"아."
알겠다는 듯 짧게 말하고는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연호를 바라본다. 왜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이유를 말하라는 의미였다.
연호는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겨우 몇 달이 흘렀을 뿐인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기분이 들었다.
이 순간, 뜬금없이 예전 함께 살 때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뇌리에 스쳐갔다.
어쩌다 야근으로 퇴근이 많이 늦어진 날이었다.
당연히 도원이 방에서 자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연호가 돌아올 때 까지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기다리고 있었다.
인기척에 잠이 깨어 고개를 들다 연호와 눈이 마주치자, 졸음이 잔뜩 묻어 반쯤 감긴 눈으로 씩 웃으며 "왔어?" 라고 말해주던 도원의 목소리는 무척 따뜻했었다.
일찍 돌아온 날이면 현관문이 열리는 동시에 배고파 죽겠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다.
약속이 없는 주말오후엔 늘 소파에서 뒹굴거리다 오늘은 비빔국수가 먹고싶네, 수제비가 먹고싶네 라며 귀찮게 굴기도 했다.
그런 평범하고 소소했던 일상들이 왜 지금 이 순간 영화필름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는지 연호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 한마디 없이 현관 앞에 마주 선 그와의 거리가 너무도 멀게 느껴져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할 뿐이었다.
"겨.....결..혼..."
바싹 마른 목에서 겨우 목소리를 냈다.
"..한다고....들..었어..."
떠듬떠듬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자꾸만 목에서 뜨거운 게 치밀어 올라 제대로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울먹이지 않으려 손톱이 살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어야만 했다.
"그래서?"
도원은 여전히 표정없는 얼굴로 내려다볼 뿐이었다.
가면 같은 그 모습에 연호는 절망을 느꼈다.
이제 그는 정말 자신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것이다.
이렇게 찾아온 게 큰 폐라는 걸 그 표정과 분위기에서 알 수 있었다.
"...저기... 난... 그......"
뭘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막막했다.
흔들리는 눈빛으로 식은땀을 흘리는 연호.
스스로에게 빨리 뭐든 얘기하라고 채찍질을 하지만 좀처럼 입은 떨어지지 않고 머리는 멈춰버렸다.
"축하라도 하러 온 건가?"
비웃듯 도원의 입꼬리가 일그러진다.
"굳이 그럴 필요 없어. 온 김에 청첩장이나 하나 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지금은 갖고 있는 게 없어서 말야. 그리고 미리 말하는데 식장엔 올 필요 없어. 기대도 안하지만."
도원의 말이 가시처럼 연호의 가슴에 박혔다.
"볼 일 끝났어? 그럼 이만 돌아가. 아니면 아직도 할 말이 남았어?"
어디 할 말 있으면 해 보란 얼굴로 도원은 차갑게 연호를 응시했다.
연호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없는 것 같군. 그럼 이만."
연호의 눈앞에서 쿵하고 문이 닫혔다.
그와 동시에 세상에서도 단절된 것 만 같았다.
미동도 않고 그대로 서 있었던 탓에 복도의 센서가 꺼지며 사방이 캄캄해졌다.
어둠 속에서 연호는 하염없이 서 있었다.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지만 닦는 것 조차 잊어버렸다.
발밑의 세상이 무너져 이대로 지옥으로 떨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고통도, 슬픔도 모조리 싸안고 그대로 지옥으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절망 속에 울고 있는 그때 천천히 문이 열렸다.
아까 있던 그곳에 도원 역시 그대로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대체..."
쓴 약을 삼키듯 도원은 어렵게 한 마디, 한마디 이어갔다.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서연호..."
연호는 눈물로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로 도원을 바라보았다.
"너라는 인간은 정말.... 최악이야..."
그 말은 마치 감독의 싸인 같았다.
얼어있던 연호는 그대로 아이같은 울음을 터트리며 도원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날아들 듯 안겨오는 연호에게 떠밀려 몇 걸음 주춤했지만 도원은 자신의 목에 매달려 우는 연호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미치도록 그립던 이의 체취를 한껏 들이마시며 더욱 세게 안았다.
익숙하고 따뜻한 냄새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연호도 마찬가지였다.
다시는 안길 수 없을 거라 여겼던 그 넓은 가슴에 몸이 부서질만큼 강하게 안겨있다.
이게 꿈이라면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제발 깨어나지 말기를...
눈물로 젖은 얼굴을 도원의 어깨에 마음껏 비벼본다.
응석을 부리는 듯 한 연호의 그 모습에 도원은 다시 가슴이 아파왔다.
이 몸을, 이 온기를 얼마나 그리워했던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이 부딪쳤다.
처음부터 뜨겁게 혀를 섞으며 좀 더 하나가 되고 싶다는 안타까운 욕망으로 미친 듯이 키스했다.
맞물린 입술 사이로 가쁜 숨이 새어나온다.
한 몸처럼 뒤엉켜 버린 혀와 서서히 달아오르는 육체.
연호는 더욱 세게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몸을 부비며 뒤틀자 노골적으로 드러난 도원의 욕망이 고스란히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가 아직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연호는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이대로 산산이 부서져 버려도 좋으니 거칠게 안기고 싶었다.
오랫동안 닿을 수 없었던 도원의 크고 따뜻한 손길이 어서 피부에 전해지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연호는 조급히 달아오른 마음에 스스로 웃옷을 벗었다.
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모조리 벗어던지고 그의 탄탄한 육체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에 이성마저 날아가 버렸다.
그저 어서 하나가 되고 싶었다.
여전히 뜨겁게 입맞춤을 나누며 연호는 도원의 셔츠단추를 풀었다.
"..잠깐."
그 손길을 도원이 제지했다.
순간적으로 흠칫 놀란 연호가 얼른 셔츠에서 손을 떼었다.
스스로가 뭘 하고 있었는지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나..나는.."
대담하게 몸을 맡기려 하던 자신의 모습을 깨닫고는 금세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그저 내 몸이 그리워 찾아온 거야?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안아주지."
"아니야! 난......"
"그럼 말해. 지금 너는 왜 여기에 있는 거지?"
"......"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욕망을 담아 뜨겁게 키스하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차가운 얼굴의 남자가 연호를 내려다보고 있다.
달아나지 못하도록 두 팔을 꽉 움켜쥔 채.
"나....나..는..."
누가 목을 조르는 것도 아닌데 억눌린 듯 소리가 잘 나오질 않는다.
한참을 벙어리처럼 서 있자 도원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잡고 있던 연호의 팔을 놓아준다.
"여전하군. 넌 비겁한 이기주의자야"
차가운 한마디에 연호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치자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잠시 비틀거렸지만 도원은 잡아주지 않았다.
"겨우 여기까지 왔지만 무엇 하나 먼저 움직일 생각은 없지? 내가 널 잡아주길 바래? 용서해 주길 원하는 거야?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뭐야!!"
흥분하여 소리 지른 도원은 이내 평정심을 찾으려는 듯 호흡을 내뱉으며 돌아섰다.
"달라지는 건 없군. 내가 아무리 널 사랑해도 넌 결국 달아나려 할 거고. 난 또 후회와 기다림이라는 지옥 속에 살게 되겠지. 생각만으로도 지겨워. 그럴바엔 차라리 지금처럼 서로 모른 척 살아가는 것도....."
자포자기처럼 내뱉던 도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미안..해..."
연호의 떨리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천천히 돌아보자 연호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 숙여 울고 있었다.
"용서해줘... 미안해... 정말.. 미안..해..."
흐느낌이 섞여 제대로 말을 잇기 힘겨웠다.
"..흑... 나는.. .. 너를... 보낼 수 없어... 읏... 미안해... 제발.. 그 여자와.. 결혼..하지마.."
애원하며 도원의 다리를 붙잡았다.
도원은 그저 멍하니 그런 연호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어쩌면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도 모른다.
가진 게 없어도 자존심만큼은 하늘을 찌르던 연호였다.
그렇기에 자신의 옆에서 초라해 지는 것도, 평생의 짐이 되는 것도 싫다며 그런 연극까지 꾸며 스스로 떠나버렸을 정도였다.
그랬던 연호인데....
지금 바닥에 엎드려 자신의 발치에 매달린 이 사람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전보다 더 말라버린 어깨가 흐느낌으로 심하게 흔들린다.
억지 쓰는 아이처럼 울며 매달려 결혼하지 말라니........ 대체 이런 한심한 꼴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제발.. 부탁이야.. 흑.... 난... 견딜 수 없어.. 네가.. 다른 사람과..."
"네가 원하던 일이잖아."
"..하지만..."
"그래서 소원대로 해 주는 거야. 남들처럼 평범하게 결혼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라면서?"
"...흑..... 내가.. 바보였어..."
도원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온 몸이 질투로 타버릴 것 같았다.
연호는 자신이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당연히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멀리서 지켜보며 감사하는 모습을 상상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그가 다른 사람의 것이 된다는 사실 앞에 연호의 이성은 철저히 무너져 버렸다.
그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발가벗고 길거리에 나가 춤을 추라고 해도 할 수 있었다.
가느다란 이성으로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그것이 연호의 본심이었다.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지금에 와서 도원을 만나는 게 얼마나 염치없는 짓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결국 사랑은 누군가에게 양보할 수도, 아닌 척 외면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제발 용서해줘! 네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제발!..."
"서연호!"
"사랑해! 정도원, 널 사랑한다고!!"
울부짖듯 소리쳤다.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몇 번이라도 외칠 수 있었다.
도원은 크게 숨을 삼켰다.
'연호가.. 돌아왔다...'
그 사실 하나로 오랫동안 가슴을 옥죄던 사슬이 풀리며 뭔가 후련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것은 긴 시간동안 그를 괴롭혀온 괴로움과 불안, 절망을 단번에 휩쓸어갔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다리에 매달린 채 엎드려 있는 연호의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를 일으켜 세웠다.
눈물로 얼룩진 연호의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가슴 속 깊숙이 억지로 내리누르던 그를 향한 애정이 한꺼번에 되살아났다.
도원은 연호의 젖은 두 뺨과 눈가를 닦아주었다.
그리고 아기에게 하듯 이마와 두 눈, 뺨과 코끝에 쉴 새 없이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입맞춤을 했다.
"사랑해..."
연호는 자신의 귓가에 속삭이는 낮은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감았다.
"사랑한다, 서연호"
그 어느 고백보다 달콤하게 스며들었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또 다시 눈물이 흐를 것 같아 연호는 도원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으스러질 듯 끌어안는 두 팔의 힘이 안도감을 주었다.
세상 어떤 일이 닥쳐도 두 번 다시 잃지 않으리라 다짐한 품속이다.
귓가로 도원의 심장소리가 울린다.
이제야 오랜 방황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도원은 연호의 손을 잡고 방으로 이끌었다.
불을 켜지 않았지만 창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해 방 안의 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생소한 풍경.
방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침대 외엔 사람 사는 냄새라고는 나지 않는 살풍경한 모습이었다.
이사 온 지 시일이 꽤 지났지만 도원은 여전히 짐을 정리할 기분이 나지 않아 그때 그때 필요한 것만 찾아 쓰며 살아왔다.
연호는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안 풍경에 새삼 가슴이 아파온다.
정성껏 물을 주며 기르던 화분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집안 어디를 보아도 곧 이사 나갈 것처럼 썰렁하기만 했다.
내가 이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만들어버렸구나...
후회와 자책이 또 다시 밀려온다.
미안함에 고개를 숙인 연호를 도원이 살며시 끌어당겼다.
가볍게 끌려가 품에 안기고 그대로 침대에 눕혀졌다.
마치 첫경험을 하던 예전 그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몸이 가늘게 떨리고 심장이 쿵쾅거린다.
도원의 입술이 내려오는 걸 보며 연호는 눈을 감았다.
점점 가빠지는 호흡과 옷이 스치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만이 어두운 방 안을 울린다.
아무것도 가린 것 없이 그대로 닿은 가슴으로 두 사람의 심장이 마치 하나처럼 고동친다.
혀를 감고 키스하던 입술이 귓가를 스쳐 목으로 가슴으로 내려온다.
천천히 붉은 색으로 물들이듯 옅은 자국을 남기며 지나가는 입술.
뜨거운 입김이 피부 곳곳에 닿을 때 마다 연호는 자신의 내부에서 꿈틀대는 욕망을 참으려 손마디가 하얘지도록 시트를 움켜잡았다.
모든 것이 새로웠다.
평소보다 몇 배는 더 흥분하고 있는 스스로가 부끄러워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비틀어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도원의 커다란 손에 단단히 붙들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강하게 잡아주는 손길이 좋았다.
이 손이 다른 사람의 것이 된다는 건 생각조차 하기 싫다.
지금 이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소유욕이 일었다.
"..빨..리..."
연호는 한 번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원을 부채질 한 적 없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자신도 어쩔 수 없었다.
빨리 그와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아."
도원은 성급히 굴다 연호를 다치게 할까봐 세심한 애무만 이어가고 있었다.
"상관없어... 그러니까.. 어서..."
부끄러움에 도망치려 했던 것도 잊고 연호는 과감하게 욕망을 드러낸다.
"서연호... 날 미치게 할 셈이야?"
"미쳐도 좋아."
"각오해. 나도 더 이상은 못 참아."
거칠게 파고들어온 몸짓에 연호는 기절할 듯 아찔한 고통을 느꼈다.
그래도 멈출 수는 없다.
이제야 겨우 이어진 마음. 닿은 손길을 다시는 놓지 않을 것이다.
연호는 마음껏 소리치고 신음하며 도원에게 매달렸다.
더는 억누를 수도, 외면할 수도 없었다.
이 사람이 아니면 죽을 것 같다.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
잠시 후, 땀으로 흠뻑 젖은 두 사람은 한 몸처럼 침대위에 엉켜 있었다.
방금 도달한 황홀경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듯 숨을 몰아쉬며 여전히 서로를 힘껏 끌어안고 있다.
살아있음을 저절로 감사하게 하는 순간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겨 그의 체취를 느끼며 밤을 지새는 이 순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그 어떤 일상보다도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있어 다행이라고.
함께 해 줘서 감사하다고..
생이 다 하는 날까지 지금처럼 서로의 곁을 지켜주자고...
하고 싶은 말은 너무도 많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그 속에 담긴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한다고 수 백, 수 천 번 말하지 않아도 이제 다시는 잡은 손을 놓을 수 없다는 것도...
+++
아침이 되자 연호는 옆에서 자고 있는 도원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에서 빠져 나왔다.
주방으로 온 그는 팔을 걷어 부치고 냉장고를 뒤져 아침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거의 반년 만에 차리는 도원을 위한 아침식사였다.
준비된 재료가 별로 없어 많이 차릴 순 없었지만 반찬 하나라도 더 해서 도원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뭐하는 거야?"
언제 나왔는지 부스스한 얼굴의 도원이 주방으로 다가온다.
"찌개만 끓으면 되니까 조금 기다려."
"그냥 두고 좀 더 자자."
도원은 뒤에서 연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목덜미에 코를 박고 한껏 숨을 들이마신다.
마치 지금 여기에 있는 게 연호가 맡는지 확인이라도 하려는 것 같았다.
"괜찮아. 졸리지 않은걸. 씻고 나와. 아침 먹자."
씻으라는 연호의 말에도 불구하고 도원은 그대로 식탁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귀찮아."
"머리는 까치집을 해 갖고..."
"그래도 멋있지?"
"...아... 네..."
장난스럽게 씩 웃는 도원을 보며 연호도 피식 웃어버렸다.
조촐하게 차린 아침식탁 앞에 마주앉은 두 사람.
따뜻한 공기와 정겨운 음식냄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오랫동안 잊고 있던 풍경이었다.
연호는 이런 소박한 행복을 느끼는 것조차 죄스러워했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남들처럼 행복해져도 되는데...
왜 그리 자기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하고 자꾸만 날카롭게 몰아세워갔는지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가 안쓰러울 정도다.
"맛있다."
도원이 해 준 한마디에 왠지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졌다.
"왜 그래? 네가 한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감탄했어? 그렇다고 울 것 까진 없잖아."
다 알면서 능청스럽게 구는 도원을 연호는 살짝 흘겨보았다.
"그만 울어. 밥그릇에 콧물 떨어져."
저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는 연호.
"울다 웃으면 ....... 털이..."
"풋.. 하하하!"
떨떠름한 표정으로 털이라고 말하는 도원을 보고 연호는 기어이 웃음을 터트렸다.
청량감을 주는 웃음소리에 도원 역시 미소를 짓는다.
그러다 슬그머니 웃음기가 사라지며 그의 눈빛은 어느새 진지해졌다.
"... 아무래도 상관없었어."
순식간에 바뀌어버린 분위기에 연호의 얼굴도 약간 굳어졌다.
"누구라도.. 상관없었다고."
어렴풋이 그가 무슨 얘길 꺼내려는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상무님 소개로 만난 여자야. 그녀는 나랑 사정이 비슷했고 둘 다 그저 주변 사람들이 서두르는 대로 내버려둬 버렸지. 그때 난 자포자기였으니까."
그 당시 도원이 연호로부터 받은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불신했었다.
사랑하지만 떠날 수 밖에 없다는 말이 그럴싸한 거짓의 포장처럼 느껴졌다.
믿음도 신뢰도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다.
극심한 방황의 시기에 만난 그 여자는 우스울 만큼 그의 처지와 비슷했다.
제법 그럴싸한 집안과 학벌 출신의 그녀는 가진 것 하나 없이 꿈만 쫓아 살아가는 무명의 연극배우를 사랑했다.
하지만 집안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쳤고 드라마에나 등장할 법한 온갖 방법으로 가족들은 그들의 사랑을 방해했다.
결국 두 사람의 감정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다.
기어이 사랑했던 남자를 떠나보내고 마음이 텅 비어버린 여자는 부모 손에 이끌려 여기저기 맞선에 떠밀려 다녔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누구라도 상관없다.
아마, 그 여자도 도원도 같은 생각을 하며 마주 앉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해관계가 성립했고, 어차피 귀찮은 의식을 치러야 할 거라면 서로를 이해해 주는 상대가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정한 결혼이었다.
그 당시 분노와 배신, 불신에 휩싸였던 도원에게는 매정하게 떠나버린 연호에 대한 복수의 의미도 담겨있었다.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평범하게 결혼해 주지.
하는 억지스런 마음도 가졌던 것이다.
조용히 말을 이어가는 도원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호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저지른 짓이 그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고 주위 많은 사람들에게 폐가 된 것인지 또 한번 깨달았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나타나 매달리는 염치없는 놈이라 욕해도 이젠 어쩔 수 없다.
두 번 다시 도원의 곁을 떠나서는 살아갈 수 없게 돼버렸다.
식탁 위로 도원이 손을 내밀었다.
연호는 조심스레 그 손을 맞잡았다.
따뜻한 손바닥의 온기가 그대로 가슴까지 전해져온다.
"다행이야. 더 늦었더라면 돌이킬 수 없었을 거야."
도원의 다정한 말에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린다.
"..고마워..."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날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
받아줘서.. 고마워.
어제까지의 사막 같던 삶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봄비처럼 두 사람의 마음도 포근하게 젖어들었다.
그 날, 두 사람은 함께 경주로 내려왔다.
연호는 공장을 그만두었고 지내던 집에서 짐을 싸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당연히 거처는 도원의 집이었다.
비어있던 방에 연호의 짐을 정리했지만 두 사람은 도원의 방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
한 공간 안에서 같은 공기로 숨 쉬며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손을 뻗으면 언제라도 닿을 그 자리에 서로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와 안도를 주는 지 새삼 깨닫게 된다.
살아있음에 저절로 감사하게 되는 하루였다.
첫댓글 결국은 연호가 용기를 냈군요...다행이예요...사랑하는데 양보가 있을수 없죠.
연호 용기로 두사람 다시 합치고 함께 하는 모습 볼 수 있어 좋네요.
데코님도 해피주의시나봐요.ㅎㅎㅎ이렇게 두사람 연결해 주는거보니...
앞으로 연호 그만 울리고 도원이랑 행복하게 사는 모습 많이 보여 주세요~~~
드디어 연호가 솔직해 졌내요 ㅠㅠ 감동 또 감동이네요 어쩜 도원은 한결같은지 ㅠㅠ 해피완결기대해도 되는거죠?
드디어 연호와 도원이가ㅋㅋㅋ 해피엔딩으로 끝나는거겠죠?ㅋㅋ 설마 그 결혼하려던 여자가 훼방놓는건 아니겠죠~~~
담편도 기대하고 있을께요^^
다시 행복해하는 연호와 도원이를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여!!!!
좋다~ 사랑은 솔직해져야 하는거여써...... 도원이 감동이네.. 멋있다!!!!!!!!
완전 완전 너무 좋아요^^이제 아픔은 그만 행복시작인 거겠죠 다음편기다리고 있을게요
다행이네요,.ㅎㅎ 이제 행복한 일만 남았네요.ㅎㅎ
크흐규ㅠㅠ 빨리 해피엔딩을!! 연호야!!!!!!!
조타 암..이렇게되야지^^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해피엔딩만남앗나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