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부터였습니다. 제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거든요. 소심한 관종이었던 제게 방송이란 커튼 뒤에서 시청자들과 이야기하는 PD라는 직업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때부터 계속 그것을 목표로 달렸죠. 진학도, 대학 진학 이후의 많은 활동도, 방송계나 문화계 쪽에 종사하기 위한 준비였습니다. 개중에 가장 직접적인 활동을 꼽으라면 교내 방송국 생활을 들 수 있겠네요.
그런데, 교내 방송국 생활을 하다 보니깐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있더군요. "어떤 방송을 만들지" 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 덕분에 거의 3년을 창작의 고통 속에서 살았죠. 취미생활로도 방송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부분을 프로그램 제작을 빌미로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부터 시작해서 시사, 여행, 음앆까지. 참 다양한 분야를 건드렸던 것 같아요. 개중엔 정말정말 즐겁게 만들었던 회차도 있었고, 제작 과정에서부터 자괴감 들고 괴로웠던 녀석도 있었어요. 그런 과정들을 다 겪고 나니까 어설프게나마,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감이 오더라구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방송이 뭐냐 하면은, 교내 상담센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들 수 있겠네요. 그 때 방송 주제를 "대학생들에게 건네는 위로" 로 잡았는데, 대본을 쓰면서도, 취재를 하면서도 신바람이 났습니다. 이 방송이 누군가에겐 위안이 될 거란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거렸죠.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구나." 라구요. 힘들거나, 외롭거나, 세상이 나를 괴롭히는 기분이 들어 꿀꿀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 같은. 그런 온기를 나누는 PD가 되고 싶었던 거죠.
이렇게 어렴풋이 제가 갈 길을 밝혀 냈지만, 아직도 많이 캄캄해요. 어떻게 위로를 건네냐 하는 고민이 남아 있거든요. 다큐로 갈지, 예능으로 갈지, 아니면 라디오 PD가 될지... 일단은 천천히, 깊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시간이야 아직 넉넉하니깐요. 지금은 셋 다 너무 매력적이네요. 인간극장처럼 따스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볼 수도 있겠고, 삼시세끼나 류호진 PD의 1박 2일처럼 훈훈한 느낌을 주는 예능을 만들 수도 있겠죠.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고민 많은 청취자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네요. 어떤 방식이 저랑 잘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요, 어떻게든 몇 년 뒤에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따뜻한 온기 한 스푼,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새벽에 써서 그런지 글이 길어졌습니다. 그래도 정회원도 됐겠다, 본격적으로 이쪽에 뛰어들었겠다, 스스로 다짐하는 차원에서 긴 글 적어봤어요. 같은 목표 갖고 계신 분들 모두 힘내셨으면 해요!
첫댓글 저도 방송이 사람들 마음에 쉼과 희망을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입니다. 진솔하고 따뜻한 글을 읽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좋은 PD 되시길 응원합니다. 힘냅시다!
님 뜬금없이 죄송합니다만 혹시 콜플팬이신가요? 티켓팅 성공하셨나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