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오피넷]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1L에 1790원선을 넘어 1800원 고지를 향해 치솟고 있습니다.
온라인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이 집계한 23일 오전 현재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L에 전날보다 0.69원 오른 1790.45원으로 2008년 8월 13일(1800.32원) 이후 2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0월 초(9일 1693.62원)를 기점으로 오름세로 돌아선 국내 휘발유 가격은 두 달 남짓 사이 1L에 100원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경유 가격 역시 10월 초(7일 1494.02원) 이후 95원 넘게 올랐습니다.
문제는 이런 가파른 기름값 상승세가 앞으로 더 이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국제시장 석유제품 가격 추이. [출처=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
우리나라가 많이 들여오는 두바이유는 21일 국제시장에서 1배럴에 0.97달러 오른 90.31달러를 기록해 2008년 9월 29일(94.11달러) 이후 2년 3개월 만에 90달러선 위로 올라섰습니다. 두바이유는 22일에도 0.32달러 더 올랐습니다. 급등하는 국내 기름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원유인 두바이유 가격이 아니라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입니다.
22일 싱가포르시장에서 휘발유(옥탄가 92)는 1배럴에 0.95달러 오른 101.84달러에 거래를 마쳐 2008년 9월 29일 104.35달러를 기록한 후 2년 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같은 날 경유(황 함유량 0.05%)
가격은 1배럴에 105.22달러로 2008년 10월 3일 107.66달러 이후 최고치입니다.
2008년 폭등했던 국내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1800원선 아래로 내려온 건 그해 8월 14일(1786.99원)입니다. 한 달 전인 7월 16일 휘발유 가격은 1950.02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08년 한때 국제시장 휘발유 가격은 1배럴에 147.3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경유 가격은 1배럴에 180달러를 넘었습니다.
어느 분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국제시장 석유제품 가격은 2008년 최고치 때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한데 왜 국내 기름값은 그때의 90% 수준까지 다시 올랐나"하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가 2009년부터 기름에 붙는 세금을 다시 올렸기 때문입니다.
국제시장 석유제품 가격이 폭등했다 급락했던 2008년 9월 네째주 국내 정유사의 휘발유 세전출고가격은 1L에 788.12원으로 올해 12월 둘째주의 774.72원보다 13~14원 정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2008년 9월 세금을 모두 포함한 세후가격은 1604.19원으로 올해의 세후가격 1673.19원보다 70원 가까이 낮았습니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교통세, 부가세 등 포함)은 2008년 816.08원에서 2010년 898원으로 80원 넘게 늘어난 것이죠. 이는 모두 정부로 들어가는 돈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유류세를 10% 내리겠다"는 공약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1년도 안돼 막을 내렸고, '부자 감세 정부'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는 지금 세금 걷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환율 문제도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2008년 7월 첫째주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평균 1043원(외환은행 매매기준율) 가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12월 평균 환율은 1147원으로 2008년 당시보다 1달러에 100원 가량 높습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은 잘 될 지 모르지만 수입물가는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어제(22일) '제36차 위기관리대책회의 개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대책회의를 주재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기관리대책회의라는 이름으로 회의를 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으로 감회가 남다르다"고 회고했습니다. 위기관리대책회의는 2008년 7월 유가 폭등 때 기존에 있던 '경제정책조정회의'의 이름을 바꾸면서 격을 높인 것입니다.
윤증현 장관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위기관리대책회의로 전환한 이후 지난 2년 반을 회고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의 대외적 위기 뿐만 아니라, 천안함 피격 및 연평도 포격사건 등의 대북 리스크까지 우리 경제에 대한 도전이 결코 쉽지 않았던 기간"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윤 장관은 "6%대의 성장이 예상되는 등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위기 이전의 GDP 수준을 회복하였으며, 고용, 가계소득 등 민생여건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 자평하며 "내년부터는 위기 극복을 넘어 미래 지향적인 차원에서 경제정책을 논의할 수 있도록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경제정책조정회의로 환원할 것"이라고 천명했습니다.
국제유가 폭등으로 탄생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마감하는 그날 국제유가 뿐만 아니라 국제시장 석유제품 가격은 다시 급등했습니다.
이제 기름값이 더 올라도 "정부의 대책은 더 이상 없다"는 메시지일까요.
거액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에 목을 맨 정부가 기름에 붙는 세금을 내려줄 리 만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