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사람의 재산이나 지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에 달려 있다. - Buddha
고래로, 위대한 철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결국 중요한 건, 현실 세계 그 자체가 아니라 이 현실에 대한 각자의 사유思惟라는 점입니다.
백만장자가 천만장자 이웃을 보며 열등감에 시달릴 수도 있고,
나무꾼이 대자연 속에서 안빈낙도의 삶을 살 수도 있는 것이 곧 인생사라는 것이죠.
이처럼, 내가 느끼는 감정이 자극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자극에 대한 나의 생각에서부터 기인하는 것이라면,
관건은 우리가 <생각을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생각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확산/증식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overthinking"이라고 명명하죠.
생각의 늪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듯이, 생각이 많은 것 또한 장단점을 지닙니다.
가령, 사려 깊은 사람들은 생각이 깊기도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의 착수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어요.
(ex. 창업을 준비하는데, 예상되는 어려움들이 너무 많아서 그것들을 일일이 신경쓰느라 오픈이 점점 미뤄지는 경우)
반면,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선행동 후사고의 양식처럼 일단 저질러버리는 경향이 있고,
이 또한 장단점이 명확히 공존하는 성격적 특성이라고 볼 수 있죠.
요는, 뭐든지 적당한 게 최고다라는 건데,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점이 기질적인 특성으로부터 기인되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각을 조절한다는 게 마음처럼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기질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성격심리학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BIG 5 성격유형을 참고해 보면 됩니다.
BIG 5 성격유형은 각각 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생각과 관련이 깊은 팩터는 개방성과 성실성, 신경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 개방성
개방성은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이는 특히 "확산적 사고"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망인(widow) - 깨물기(bite) - 원숭이(monkey)
이처럼, 전혀 연관이 없는 것 같은 세 단어 사이에서 관련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바로 확산적 사고인데,
(정답은 가장 밑에)
이러한 확산적 사고의 특징은 하나의 뿌리에서 여러 갈래의 가지들로 생각이 무한 확장된다는 측면에 있습니다.
※ 창의적인 사람들이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은 부분들을 끌어모아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각자 다른 뿌리에서 확장된 생각의 가지들이 뻗고 뻗치다가 저 위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 바로 그 포인트를 캐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확산적 사고가 맥락이 부족한 곳으로만 뻗치다 보면,
음모이론이나 영적인 환상(신흥 종교, 사이비 종교 등) 부분에까지 도달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고도의 개방성을 타고나는 시인이나 예술가들의 경우,
신비로운 경험(환상감)에 대한 통계적 수치가 조현병 환자들의 수치와 맞먹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고 개방성의 확산적 사고가 다다를 수 있는 명과 암의 측면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쉽게 비유하자면,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의 확산적 사고는 "훨씬 더 빨리 자라는 나무"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A라는 자극에 A~라는 생각 정도에 머물고 마는데,
고 개방성인들의 경우에는 A라는 자극에 무려 F, G, H 같은 생각까지 파생되고 마는 것이죠.
이게 직업적으로는 천재적인 능력이 될 수도 있지만,
관계에서는 어느 갈등거리 하나에 꽂히게 되면, 그게 말도 안 되는 부분까지 상상력이 무한 확장되기도 합니다.
(ex. 애인과 연락이 몇시간 동안 두절된 상태에서,
그러고 싶지 않아도, 머리속으로는 애인에게 어떤 사고가 일어났다거나, 애인이 클럽에 가서 놀고 있다거나 하는 안 좋은 상상들이 끝없이 이어짐.
중요한 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의식적으로, 관련된 생각들이 끝없이 이어진다는 점에 있다.)
고 성실성
개방성과는 달리,
성실성에서 나타나는 생각의 양상은 바로 "수렴적 사고"입니다.
즉, 하나의 생각에서 끝없이 파고 드는 것이죠.
성실성의 수렴적 사고는 완벽주의와 관련이 있고,
완벽주의는 또 미루기 행동(procrastination)과 상관관계에 있습니다.
어느정도 생각이 구상되었으면, 이제는 일의 실행 부분으로 초점이 옮겨져야 하는데,
파고 파도 불확실성의 세계란 끝이 없으니까,
마음을 확실히 결정하지 못하고 계속 시뮬레이션 단계에만 머무르게 되는 것이죠.
※ 우유부단한 사람들은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즉, 옵션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것저것 재보느라 결정에 주저함이 생기는 것이다.
한편, 성실성이 높은 사람들의 사려 깊은 사고는
강한 행동력이 동반되었을 때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하게 되는데,
이 강한 행동력 또한 성실성의 다른 구성 요인 중 하나입니다.
바로 "절제력"이죠.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바로 해치워버리는 절제력과
어느 한 가지 쟁점을 분석하고 또 분석하는 수렴적 사고가 만나게 되면,
이 때 비로소 완성형 완벽주의가 탄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러한 절제력은 굉장히 드문 기질적 특성이기 때문에,
(cf. 베스트셀러 grit에서 설명하는 "장기적이며 지속적인 끈기"와 비슷한 개념임)
보통은, 수렴적 사고만이 강한 반쪽짜리 완벽주의자에 머물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
고 신경성
신경성은 부정적 자극에 대한 민감성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신경성이 높을수록, 반비례로, 스트레스에 대한 역치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ex. 남들에게는 별 것 아닌 일도, 고 신경성인들에게는 스트레스로 느껴짐)
또한,
신경성은 나란 존재가 이 사회에 얼마나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한 민감성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가령, 고 신경인들은 타인의 시선에 굉장히 민감하며, 또, 이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편입니다.
이게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내가 주변에 얼마나 잘 융화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일은,
인류의 진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질적 특성이었기 때문이죠.
※ 사회적 동물이었던 구석기 인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남들의 눈치를 보며 나를 사회에 끼워 맞추는 기질은
내가 사회에 받아들여지든말든 아무런 느낌도 스트레스도 없는 무감각하고 둔감한 기질보다 훨씬 더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생존이 보장된 시대에는, 남들이 뭐라하든 신경을 쓰지 않는 기질이 정신적 건강이란 측면에 있어서 훨씬 더 유리하지만 말이다.
이처럼,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일지에 대한 생각, 즉, "외향적 사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외향적 사고의 장점은,
불리한 환경에서는, 남들의 눈치를 살핌으로써 집단의 일원으로 생존하는데 기능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바로 이 점이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바뀌게 되요.
즉, 쓸데없이 남들의 눈치를 과도하게 살피게 된다는 것이죠.
본문 내 퀴즈의 정답은 거미(spider)입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근데 그게 왜 정답인지 모르겠네요~
블랙위도우(거미의 종류)
스파이더몽키(원숭이의 종류)
물기(거미의 공격방법)
이라고 하네요.
스스로 overthinker라 생각하고 정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