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산 (1068) 여름 가고 가을이 오는 산상화원
경기도 가평군 백둔리 종점 - 아재비고개 - 연인산 정상 - 소망능선 - 제1주차장 - 연인산 입구 이동거리 10.7㎞. 이동시간 5:43. 휴식시간 1:48. 계 7:31 (2023.8.26. 맑음)
처서(處暑)가 지났다. 처서는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따가운 햇볕이 수그러들었다. 처서가 지나면 가을이 오는데,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을 타고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고 했다. 며칠 전 처서에 비가 내려 열기는 더 식었다. 처서에 비가 오면 곡식 수확도 줄지만 열매도 맺지 못한다. 더 이상 풀은 자라지 않아 논두렁 풀을 베고 산소에 가서 벌초를 한다.
계곡은 더 서늘하다. 그리고 풋풋하다. 나비는 꽃을 찾아 꿀을 모으고, 열매는 볕을 모아 익기를 기다린다. 물이 많아 등산화를 적시며 이리저리 계곡을 건넜다. 물 건너다가 고개를 다 올라설 정도이다. 해발 800m 아재비고개로 가는 길에는 여우오줌이 많다. 왕담배풀이라 부르는 여우오줌은 만지면 지린듯한 냄새가 나는데 이를 여우오줌에 비유하였다. 꽃송이는 커서 머리를 들지 못할 정도이다. 참나물이 많고 참나물과 비슷한 파드득나물도 같이 자라고 있다. 개다래, 참빗살나무는 아직 초록 열매가 탱탱하다.
커다란 곰의말채나무가 자리 잡은 아재비고개부터 연인산 정상까지는 숲 속 화원이다. 산길은 흙길이고 경사는 완만하고 풀밭이 넓어 풀이 자라기 좋다. 고개 초입부터 여로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여로는 갈대같이 생긴 줄기가 검은색 껍질에 싸여 있다는 한자어 여로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박새도 가끔 보인다. 박새는 여로에 비해 잎이 넓고 줄기 위쪽까지 잎이 달려서 구별할 수 있다. 눈빛승마는 키가 커서 금방 눈에 들어오고 나지막한 금강초롱꽃은 눈을 두리번거려야 한다. 드물게 자라는 개현삼도 있고, 잎의 변이가 많은 고려엉겅퀴가 간혹 있다. 사람들이 곤드레라 하며 찾고 있으니 안 보이려 변신을 하는 것일 것이다. 식물의 변신은 삶의 방편이다.
정상 가까이 산길은 나무와 풀이 얼기설기 우거졌다. 지나간 비가 뿌린 물방울이 풀잎에 남아 있다. 둥근이질풀과 산꼬리풀은 꽃색이 밝아 수풀에서 금방 드러난다. 덜 익은 다래를 따서 먹으니 풋사과 맛이다. 산길에서는 비슷한 열매로 크는 참빗살나무, 참회나무, 회나무를 모두 볼 수 있었다. 정상 풍경은 호쾌하다. 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삶을 멀리 내다보려면 먼산을 바라보듯 하라 했다. 여름산이 자욱이 푸르다.
※ 교통편 (갈 때) 가평역 10:20 - 백둔리 11:00. 가평역에서 백둔리로 바로 가는 버스 하루 3번(6:50. 10:20. 17:00) (올 때) 백둔리 17:40 - 가평역 18:20. 다음 버스 18:50을 타면 목동에서 19:15에 버스를 바꿔 타고 가평역으로 가면 됨
아재비고개가 보이는 백둔리 종점에서
아재비고개 가는 계곡길
여우오줌
개다래
참빗살나무
윤판나물
아재비고개
눈빛승마
여로
금강초롱꽃
고려엉겅퀴
연인산 정상
연인산에서 보는 남동쪽 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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