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산행 코스 : 내설악 광장-모란골-안산(길마산1,430)-대승령(1,210)-귀때기청봉-한계령삼거리-
끝청봉(1,610)-중청대피소-대청봉(1,707.8)-중청대피소-소청봉(1,550)-운각대피소-
천불동 계곡-소공원
2.산행일시 : 23년 09월 22~23일
3.산행인원 : 다우렁 12명
4.산행거리 : 38.6km
5.산행시간 : 16시간
출발 전 모습. 이 때만 해도 설태 금방 끝날 줄 알았다.
꽃피는 봄부터 그 험하다는 서해안 금북정맥 자락의 산악전지훈련으로 빵빵 해진 다리를 볼
때마다 빨리 9월이 돌아오기를 고대하며, 설악태극 종주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준비되고 훈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선뜻 나설 수 없기에 더욱 신비로운 산,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설악태극종주 그 마루금을 걸어 본다.
안산까지 9km 거리가 된비알 오름과 낭떠러지 바위길이 초반 기력을 다 쏟게 만든다. 아무리
용을 써도 4시간은 가야 한다. 비탐 구역이기에 길도 산세도 험궂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뛰고, 이렇게 힘들지 않으면 재미 없다고 한다.
오늘 산행은 4명은 B코스로, 8명은 A코스로 도전한다.
8명이 다 같이 가기로 하고 산행을 하는데 산행 후 2시간 즈음 앞서가던 주대장이 뒤로 처지기
시작하더니 쫓아오던 불빛마저 시야에서 사라지는 지경이 된다.
모두 휴식을 취하면서, 요기도 하고 주대장 오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주대장이 합류하는데, 여름날의 밤이 아무리 설악의 밤이라 해도 방풍자켓을 입을
정도의 날씨는 아닌데, 자켓을 입고도 추워서 발발발발발발 떨면서 내려앉는 눈꺼풀이 감당이
되지 않는지 바위에 기대앉아 눈을 지긋이 감는다. 산행 두번 째 날도 아니고, 첫째 날 산행
2시간만에 졸음에 못 이겨 힘겨워 하는 것을 보니 주대장은 완주가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한심 푹~ 자고 갈 수도 없고 해서 이제부터 선두와 후미로 나누어 천천히 진행하고,
대승령까지 가서 어찌해야 할지 판단하기로 한다.
출발시간이 늦어 안산에 다다르니 온 천지가 눈에 들어온다. 계곡마다 꽉 들어찬 구름이
바다처럼 보이기도 하고, 늘 한밤중에만 다녀 몰랐었는데 안산 정상부의 바위가 비바람치고
강풍이 불면 쓰러질 수도 있다는 것을, 사진 찍다 자칫 떨어지면 수습하기도 참 힘들겠구나,
그 동안 사고 없이 용케도 다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산에서 자라 본 한계리 방향의 운해
귀때기청에서 바라본 안산
대승령에 도착해서 보급품을 찾는데 쉽지 않다. 전화도 불통지역이라 주대장 오기를 기다린다.
주대장은 금새 회복이 되었는지 오래지 않아 멀쩡하고 씩씩하게 도착해서 보급품을 가져오는데
음료며 요기거리를 어마무시하게 묻어 놓았다. 이걸 어떻게 짊어지고 왔을까? 모두 초코파이며,
과자며 든든하게 배도 채우고, 물과 음료를 보충해서 갈 채비를 하는데, 유독 두 분만 먹는
것에는 별 관심도 없고, 한 분은 막걸리를, 한 분은 맥주를 말아 마시면서 희운각에서
천불동으로 빠지겠단다.
중탈을 한다고 해도 산에서 무리한 음주는 자제해야 한다. 특히 장거리 산행에서는 더욱 그렇다.
1년전 까지는 나도 음주산행을 했던 터라 산행 중 마시는 음주의 즐거움을 충분히 안다.
산행하면서 술을 안 마시면 무슨 맛으로 산행을 하나, 무슨 맛으로 사나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음주를 안 해도 충분히 즐거움도 있고 사는 맛도 난다. 생각이 바뀌면 습관도 바뀐다.
아무튼 다우렁 음주 산행은 다소 수정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극한의 산행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고, 무엇이든 다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서 장거리
산행을 하는데, 장거리 산행의 매력은 해 냈다 하는 성취욕 아니겠는가. 이왕이면 무지원으로
하면 성취감이 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중간 보급품이 충분히 도움되고, 고맙고 한데,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설태 뿐만 아니라 장거리 산행은 힘이 드니까 개인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서 체력을 길러 준비된 자만 도전하는 게 맞다고 본다. 찬조금도 마찬가지다. 정말 고맙다.
참석하지도 않으면서 흔쾌히 기부하심에 감사하다. 그러나 부담이 간다. 가는 사람들끼리
해결하게 냅 두었으면 좋겠다.
완주를 못하면 반납하기로 하던지. 원~
대승령에서 보충을 하니 기운도 나고, 주대장도 회복이 되고 다시 출발을 하는데, 종철형님이
따라가기가 버거운 모양이다. 심상치 않은 가뿐 숨소리에 회장님이 선두 따라가지 말고 천천히
가시라고 잡는다. 어차피 두 분은 중탈조로 예상했기에 본진에서는 신경 안 쓰고 진행한다.
아마도 안산 오를 때 선두 꽁무니 쫓아 오시느라 초반오버를 했던 게다.
대승령
밤에 산행 할 때는 정신 바짝 차리고 죽을똥 살똥 진행해서 속도가 빠른 거 같은데, 밝은 대낮에
진행 하려니 설악 비경을 감상도 해야 하고, 몸도 사려야 하고, 속도가 나지 않고 힘이 든다.
한계령 삼거리에 와서 휴식하며 리버님을 기다린다. 중탈조에 속해 있었고, 대승령에서 중탈의
뜻을 비춰서 당연히 중탈 할 줄 알았더니 같이 가자고 전갈이 왔다.
뒤에 오는 회장님과 종철형님의 위치를 파악하니 생각 했던 거 보다 상황이 심각한 모양이다.
희운각까지 가기도 힘들어 한계령 삼거리에서 산행을 접겠단다.
대간길로 접어들면서 속도도 제법 나는데 맑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 지기 시작하더니
끝내 빗날을 뿌리다 말다를 반복한다. 그에 맞춰 우비도 입었다 벗었다 한다. 진행하면서 만약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올 경우 어떻게 할거냐에 대해 의견이 오간다. 모두 산행을 접겠다는 게
중론이다. 나만 끝까지 진행하겠다고 한다. 보아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천시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우비, 배낭커버, 여벌옷, 양말 등 무겁다고 모두 생략하고 배낭무게 줄이는
데만 노력했고, 비가 내리지 않는 요행을 바랬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안산 오름길, 체력이
소진된 후 공룡능선, 황철봉 너덜길에 너무 쫄아 겁먹지 말고 조금 무거운 배낭으로도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
끝청부터는 비가 제법 굵어지기 시작한다.
중청에 와서 청당이 이렇게 비가 오는데 대청봉을 꼭 다녀와야 하냐고 묻는다. 은근히 대청을
생략하였으면 하는 눈치다. 설태하면서 대청을 생략하면 쪽팔려서 안 된다고 했더니 바로 수긍을
한다. 대청을 다녀와서 중청대피소로 들어가는데 사람들이 만원인데다 어두워서 누가 누군지
식별이 안 된다. 그 와중에 출입구에서 생존키트의 알루미늄호일을 번데기처럼 싸메고 누워있는
사람이 있었다. 들어가다 발에 걸려 자칫 넘어질 뻔 했는데, 누워있던 사람은 발로 일부러
찼다고 따진다. 주대장이었다. 춥고 졸음이 오는 모양이다. 얼마나 졸리면 출입구를 막으면서
까지 누워있을까? 비가 내리지 않아도 완주는 어렵다고 본다. 주대장은 사전에 보금품 묻는 일에
진을 빼지 말고 평소 몸 관리 잘해서 산행을 완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인 거 같다.
일행들에게 희운각으로 빨리 가자고 했더니 비가 너무 내려 잠시 있다가 소강상태가 되면 가잖다.
나는 먼저 출발하면서 오늘 산행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진다. 고집 피우며 감행을 할까?
희운각에서 접을까? 나도 비 맞으며 산행 하는 거 무지 싫어한다. 비도 폭우가 오는 것도 아니고
해서 잔잔한 비에 더욱 장고에 들어가는데, 어느새 우중 산행시 애로사항만 자꾸 떠오르기
시작한다. 아직까지는 신발에 물이 안 들어갔는데 마등령 쯤 가면 빗물이 꼭 들어올 거 같고,
안경에 빗물이 튀기면 시야 확보가 어려울 텐데 어두워지면 어쩌나? 황철봉 너덜길이 위험하지
않을까? 너덜길에 미끄러져 다리라도 삐끗하면 어쩌지? 똥 고집 피우다 여러 사람 잠 못 자게
하는 거 아냐? 젠장 별 쓰잘데기 없는 걱정으로 자신과 타협을 하고 있었다.
천불동 계곡의 천당폭포에서
완주도 못하면서 희운각에서 오리고기만 잔뜩 먹고 내려오기가 왠지 부끄럽다. 무거운 짐
짊어지고 와 지원해주신 총대장님, 오리고기 잘 구워주신 아코님 고맙고 미안하다.
가기 싫어하던 여름이 찬바람만 남기고 슬그머니 간 줄 알았더니, 갈 때 내 인생을 한 웅큼
집어갔는지 의지가 많이 약해졌다.
누군가는 아무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것이 기적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면서
산행을 했다는 것이 행복 아니겠는가? 완주는 못 했지만 온전한 몸으로 살아 돌아왔다는 것에
감사 해야겠다. 설악이 어디 가겠는가?
첫댓글 다음 부터는 우중산행 준비 반드시 하겠습니다.
비가 오면 너덜길 무섭기도 하고, 피부 쓸림으로 아프기도 하다보니 핑계만 늘었네요.
반성 또 반성 하겠습니다.
다음 설태 기다려집니다.
산행후기 잘봤습니다
줄줄이 옳은말씀이십니다
중탈의조건,춥고 배고픔입니다 잘 준비해야합니다 일기고르지못한 날씨에 수고많으셨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어요
고민하셨을 모습이 상상되네요
설악은 그 자리에서 또 다음 도전을 기다리고 있겠죠^^
수고하셨습니다
종철형님 대승령 까지 위험 하다고 막걸리 한잔 못드시게 했으니 얼마나 갈증 나셨겠어요.
귀때기청 올라 가실때 그렇게 힘들어 하시는 모습 처음 봤네여.
마등령 통과하고 비가 왔다면 끝까지 진행 하는데 우중에 공룡은 위험 하지요.
좋은글 감사드리고
우중산행 수고 많으셨습니다
설악에서 우중산행은 더더욱 위험이 따릅니다
언제든 도전 할 수있으니 무리는 절대 금물~ㅎㅎ
산행기 잘봤습니다. 장거리산행 우중산행을 두어번격어본터라 모두공감이가는 글입니다. 모두 안산해서 내려오는게 우선되야하지않을까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설태두번도전해서 한번은 무리한 도전이구이었구 또한번은 도저히 잠을 이기지못해
실패 이번에 또 도전해볼까 하는 많은 생각에 행여 진행하는데 짐이될까 못했는데 이런산행기가 올라와서 모든 글에 공감하며 고문님의 도전에 항상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