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릿말
필자가 '88년 처음으로 구멍찌를 사용한 릴 흘림낚시를 시작한 이후 일본의 여러 회사들의 제품을 사용해 보았다.(당시에는 국산 구멍찌가 생산되지 않았고 일본산 뿐이었다.)
그 중 가장 구멍찌 같은 구멍찌, 즉 감도, 원투력, 안정감, 내구력등에서 어느 회사보다 월등한 제품이 일본 큐규슈우(九州) 가고시마에서 생산되고 있던 그렉스(GREX)사의 제품이었다. 지금도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고가(高價)품이지만 여러 낚시인들만 즐겨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이 그렉스사의 이세 마사미(伊勢正海) 사장은 필자보다 나이도 어렸지만 구멍찌에 대한 집념, 철학, 낚시에 대한 애착 등 여러 분야에서 필자를 감동시겼다. 이세 마사미(伊勢正海) 사장은 일본의 가고시마에서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였으며 바다낚시를 아주 좋아 하였다. 그 중 특히 벵에돔 낚시가 좋아하였다.
그렇지만 그는 일본의 여러 회사의 구멍찌들에 대하여 불만이 대단하였다. 모두 표시부력과 실제부력의 차이가 심하였는데 3B로 표시된 구멍찌에 -5B의 수중찌를 달아도 둥둥 떠 있었고 5B 구멍찌에 1호 봉돌을 달아도 마찬가지였으며 안정감이나 내구력 또한 전문 낚시인들에게 불만을 낳게 하였다.
완벽한 제품을 낚시인들에게 제공하지 않고 오직 대량 생산하여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제품들에 대해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구멍찌 하나에도 낚시인의 혼(魂)이 들어가야 제데로 된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한 후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고 본격적으로 구멍찌 회사를 설립, 구멍찌 다운 구멍찌를 생산하였고 동화 WAZO의 L사장은 이세 마사미 사장의 장인(匠人) 정신을 깊이 인식(認識), '92년부터 그렉스 사의 기술을 어렵게 전수받아 우리나라에서도 완벽한 구멍찌를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초창기, 동화 WAZO에서 OEM방식으로 GREX 상표로 역수출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GREX 제품에 사용되는 도장액, 여러 소품들을 동화 WAZO에서 공급 받을 정도로 국내 업체가 크게 발전하였고 우리의 찌 생산공정을 견학하고, 공정 하나하나를 캠코드로 촬영하여 일본에서 직원 교육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우리 기술이 앞서기 시작하였다.
우리 제품이 구멍찌 완제품을 수출하여 GREX, Junier GREX 등의 상표로 일본과 국내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소방공무원을 하다가 제대로 된 구멍찌를 만들어 내고자 직장까지 그만두고 완벽한 구멍찌를 생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이세 마사미(伊勢正海) 사장의 구멍찌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고자 한다.
먼저, 일본인들의 주 대상 어종이 벵에돔이며 이 구멍찌 이야기 역시 벵에돔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혀 둔다.
부력 표시가 애매한 찌의 범람
요즈음 벵에돔 낚시는 섬세한 채비와 부력이 작은 구멍찌가 주류가 되고 낚시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부력 0(Zoro)나 B, 2B라고 하는 부력이 작은 구멍찌를 사용하는 것에 그 나름대로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지만 뉘앙스적으로도 B나 2B를 사용하므로써 전문 낚시인의 대열에 들어 간다고 하는 풍조가 있다.
낚시터에서 둥둥 떠서 찌 상단부를 많이 드러내고 있는 찌의 부력을 물어보면 "B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대답하였다. 어떻게 보더라도 B는 커녕 5B 이상의 부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찌를 보여주며 "이것 보세요" 하면서 찌에 표시된 부력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B라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찌의 머리가 수면까지 잠길 때 까지 목줄에 봉돌을 붙여 가면서 부력을 측정해 보니 무려 0.8호의 부력을 가진 구멍찌였다.
이렇게 부력이 센 구멍찌의 경우 처음 시판할 때 미리 0.8호라고 표시되어야 한다.
실제 구멍찌의 부력에 대하여 잘 모르는 낚시인들은 표시된 부력 그대로, 시장에 나와 판매되고 있는 그대로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구멍찌 제작회사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3B 구멍찌를 만들고 싶을 때 3B이하의 부력을 가진 구멍찌가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곤욕스럽다고 한다. 만약 3B의 구멍찌를 만들 때 5B의 구멍찌가 만들어 진다면 판매해도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패가 없고 부력에 다소 차이가 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3B로 표시된 구멍찌라도 5B 또는 0.8호도 있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전문 낚시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정말 우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바다낚시 세계는 아주 빠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다.
낚시대나 릴이나 목줄이나 구멍찌 모두 애매(曖昧)한 것이 범람하는 것은 낚시인들의 책임이기도 하다.
구멍찌에 대한 집착
그렉스의 구멍찌 생산을 시작하면서 찌의 형태와 사용된 소재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구멍찌의 몸통을 구성하는 나무의 소재를 중국산이나 캐나다산, 대만산, 미국산등의 오동나무와 카쓰라, 히바, 부나, 나라, 라밍, 아유스, 소나무 등 단단한 나무에서 흑단, 자단, 파롯사, 망그로브, 로즈우드, 티크 등 다양한 소재로 시제품을 만들어 실험하였다.
최근까지는 부력재에 센, 가쓰라, 히바의 세종류를 사용하여 왔다. 오동나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오동나무가 상당히 부드럽기 때문에 도장을 두껍게 하여도 상처가 나기 쉽기 때문이었다.
그렉스에서는 독자적으로 고안해 비중을 이상적인 1:1로 설정하여 창안한 인공목재인 "레인보우 우드"가 '92년 처음을 구멍찌에 도입되었다.
레인보우 우드라는 것은 도료로 찌에 착색한 것만 아니라 얇은 판에 특수 접착제로 압착하였기 때문에 강도가 아주 우수하였고 특허를 받아 냈다. 그렉스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특허와 실용신안을 취득한 것이 많다. 예를 들면 구멍찌 머리부에 들어 있는 SIC(화인 세라믹)의 링이다. 아직도 여러 구멍찌의 경우 유리링을 넣고 있지만 이 유리링은 온도차나 쇼크에 약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금이 생겨 깨어지거나 원줄을 손상시키는 결점이 있었다.
유리링에 비하여 고가(高價)이지만 SIC링을 구멍찌 상단과 하단에 부착하는 것도 특허를 받았다.
결국 낚시도중 강하게 챔질하였을 때, 장시간 사용하였을 때 낚시줄에 상처를 입히는 일이 없도록 개선되었다.
집착이 새로운 구멍찌의 세계를 만든다
구멍찌를 만드는 중 가장 어려운 것이 부력을 맞추는 일과 같은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구멍찌 한번 만들어 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같은 크기로 만들어도 그 부력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렉스에서는 같은 형태, 같은 부력 구멍찌의 잔존부력을 미(微), 약(弱), 중(中), 강(强)으로 명기하였다. 미, 약은 작고 감도를 중시하는 낚시인이, 중, 강은 가시력을 중시하는 낚시인을 위함 이었다.
구멍찌의 생명은 부력과 밸런스(안정감)라고 할 수 있다. 취미의 세계에 이처럼 소재나 기술적인 면에 신경을 쓰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으며 이것은 집착이 불러 일으킨 결과일 것이다.
내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구멍찌는 바깥쪽이 공기보다 가벼운 금속이고 내부에는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넣어서 봉해 만들고 싶다. 땅콩 정도의 크기로 2호 봉돌 정도의 무게이고 부력은 3B로서 아무리 갯바위에 부딪쳐도 상처하나 남지 않는 구멍찌..., 집착(執着)이 있으면 언젠가 실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밸런스가 좋은 구멍찌를 선택한다
좋은 구멍찌를 사용한다면, 단지 그것만으로 고기가 낚시이는 것이 아니다. 낚시대, 릴, 원줄, 목줄, 바늘, 봉돌 등 종합적인 채비의 밸런스도 대단히 중요하고 무엇보다도 이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정도를 알고 있는 낚시인은 대체로 형태나 부력등 구멍찌를 선택시 그 날의 기분에 따라 구멍찌를 선택하지 않는다. 반대로 찌를 아예 무시하는 낚시인 치고 좋은 조과를 올리는 사람이 없다.
아주 좋은 구멍찌를 사용하고 싶다고 말하기 보다는 찌를 신중히 선택하고 확실하게 밸런스에 맞도록 사용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어떤 낚시터에 가서도 항상 좋은 조과를 거두어 들이는 낚시인은 그 나름대로 "좋은 찌"를 사용하고 그 성능을 십분 발휘할 줄 알고 다양한 낚시기법과 공략 방법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내게 "좋은 찌"란 어떤 것일까?"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밸런스가 좋은 찌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자중이 있어서 "그 자체로도 잘 날 수 있는 찌, 가능하면 가시성이 좋은 찌"라고 말할 수 있다. 형태로는 도토리와 같은 슬림 타입이 좋을 수 있다.
그런데 낚시를 좋아하는 멤버들을 모아 구멍찌를 앞에 놓고 평가를 하였다. 그때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보다 잘 날아 간다던지, 조류를 잘 탄다던지, 색상이 좋아 가시성이 좋다던지, 형태가 멋있다던지..., 하는 각자의 낚시 방법이나 기호가 평가 대상이 되는 항목들과 이 찌는 감도가 나쁘다든지, 이 찌는 감도가 좋아 최고라든지..., 구멍찌의 감도에 따라 평가하였다. 왜냐하면 그런 항목들이 가장 단순히 알기 쉬운 평가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감도만 평가한다면 몸통이 가는 소형 막대찌를 능가하는 것은 없다. 그렇지만 소형 막대찌가 절대적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구멍찌 한 개를 선택해 놓고 그것으로 벵에돔을 낚으라고 한다면 나는 전술한 바와 같이 자중(自重)이 무거운, 구멍찌 그 자체로써 잘 날아갈 수 있는 찌를 주저하지 않고 선택할 것이다.
이는 형태나 밸런스에 따르기도 하지만 자중이 무거워 잘 날라가는 찌는 일반적으로 감도도 월등하기 때문이다.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낚시인들은 무엇보다도 보기 쉬운 찌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조금 낚시를 한 낚시인은 감도를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는 찌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바다낚시를 하다보면 다양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며 자신의 찌 선택, 자신의 낚시방법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는 찌를 선택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좋은 찌를 사용하면 찌가 낚시방법을 비롯한 여러가지 수중 정보를 가르쳐 주기도 한다.특히 평면적인 조류의 움직임을 비롯한 수직적인 조류의 움직임 잠겨 들어갔다가 올라오면서 춤을 추는 듯한 조류의 움직임을 알 수 있으며 이때 공략 방법이 확연히 달라 질 수 있다.
단순히 어신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노리는 물고기를 낚시 위해 필요한 정보를 캐치하여 알려주는 찌, 그러한 찌라면 바다를 읽기 쉽고 공략 계획을 체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택의 폭은 넓은 쪽이 좋다
먼저 나의 찌 사용방법에 관하여 기술하여 본다. 나는 대담하게 구멍찌를 구분하여 사용할 줄 아는 쪽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말하면 "고원(高園)동구리 1.5호" 부력을 가진 찌를 사용하기도 하고 봉돌 부하가 전혀 없는 0호 찌를 사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고원 동구리 1.5호의 중량은 약 13g이기 때문에 잘 날고, 조류를 듬직하게 잡고 흘러 미끼를 물살로 부터 벗어나지 않게 만든다. 또한 흐름이 빠르거나 수심이 있는 곳에서도 공략하기 쉽다.
나의 홈 그라운드 중 물살이 빠른 곳에서는 빠뜨리지 않는 찌 중 하나이다. 다만, 결점으로 감도가 예민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찌를 사용하는 것은 초원투로 먼 포인트를 공략하기도 하고 본류(本流) 가운데로 흘릴 때 감도 자체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 포인트에서 사용한다.
반대로 0호 찌는 작은 형태라도 찌 자체의 중량이 있기 때문에 원투도 가능하고 많이 잠기기 때문에 파도나 바람의 영향이 적다.
수온이 내려가 벵에돔의 입질이 나쁠 때 천천히 가라앉혀 자연스러움을 더해 준다. 이런 조건하에서 어떤 낚시인은 바닥 층으로 빨리 가라앉도록 하지만 나는 잡고기나 파도 높낮이에 따라 찌를 선택하지 않는다.
수중찌에 선택에 대하여 조금 기술하겠다. 4~5년전 대부분 낚시인들은 구멍찌+수중찌란 스타일이 일종의 유행처럼 꼭 필요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렇게 채비하여 사용하였다.
이것은 수중찌의 기능 보다는 멀리 던지기 위한 기능을 우선으로 하여 생긴 현상이었다. 거꾸로 말하면 수중찌를 병행하지 않으면 잘 날아가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구멍찌와 수중찌로 채비하였다. 그러나 원투용 구멍찌는 덩치가 크고 부력이 강하기 때문에 감도가 떨어져 현재의 바다낚시에서는 좀처럼 통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가능한 한 어신찌 하나만을 사용한다고 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수중찌가 필요한 경우 수중찌를 사용하는 것이 월등하게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사용하는가?, 일반적으로 조류가 약할 때, 조류와 바람이 거꾸로 흐를 때, 조류를 태워 흘릴 때 사용해 봄직하다.
사용해 봄직하다고 쓴 것은 반드시 사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용해봐서 채비가 밑밥의 흐름과 같이 흐르게 하여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 경우 큰 수중찌 쪽이 보다 효과적인 것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입문자에게도 알기 쉬운 찌의 과학
"입질을 하는 것일까?", "조금 전까지 입질이 없었는데...?"예민하지 못한 구멍찌로 낚시를 하다보면 어신의 전달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입문자의 경우 "정말 이상하다, 방금 미끼를 갈아 넣었는데 또 빈 바늘..." 의심할 수밖에 없다. 찌는 벵에돔 낚시에서 가장 깊은 영향을 주는 낚시도구이다. 조류에 실어 찌를 흘리는 일, 예민한 어신을 전달 받는 일, 그리고 벵에돔에게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일 등 모두 찌에 좌우되는 일이다.
입문자의 경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정확한 찌의 선택이 더욱 어렵다. 세상에 몇 종류의 찌밖에 없다면 그 특징을 하나하나 익혀 실전에 임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낚시점에는 복잡, 기묘한 찌가 무수히 많다. 그 형태와 성능과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채비의 투입에서 챔질에 까지 우선 겨냥한 고기를 한마리 건져 올린다는 생각으로 순서에 따라 설명해보기로 한다.
① 채비의 투입
실전에서 채비의 투입이 중요하다.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것은 바다의 경우 조류의 흐름은 언제나 일정하지 않다. 불과 5m 앞에 오른쪽으로 흐르는데 발 밑은 왼쪽으로 흐르기 조차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오른쪽 바다 속에 벵에돔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5m앞을 채비를 투입하면 오른쪽으로 흘러 곧바로 기다고 있던 벵에돔의 상쾌한 입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 밑에 채비를 투입하면 왼쪽으로 흘러 벵에돔을 만나기가 어렵다.
이런 일이 있었다. 왼쪽 바깥쪽에 조경지대가 있고 본류대와 지류가 합류되는 절호의 포인트로 생각되는 곳이 있었다. 그러나 뒤에는 절벽, 왼쪽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 생각처럼 채비를 날릴 수 없었다.
채비를 투입하여도 제자리로 날아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떨어져 잡고기들에게 미끼만 빼았겨 버렸다. 한참 실패를 반복한 후 마음 먹고 크고 부력이 센 무거운 찌로 바꿔 보았다. 감도는 아주 나쁘고 착수음도 큿다. 그러나 그때의 상황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무거운 찌로 바꾸어 채비를 왼쪽으로 던져 넣자 제 포인트로 채비가 날아 갔다. 예상했던 대로 입질이 왔다. 찌의 감도와는 상관없이 매번 초릿대까지 끌로 들어 갔다.
이런 자리, 이런 상황에서 찌를 제자리로 날리기 위하여는 무겁고 잘 날 수 있는 찌가 필요하다.
"잘나는 찌 = 무거운 찌"이다. 구멍찌의 색상과 모양보다는 우선 채비가 투입되기 위하여 가벼운 찌뿐만 아니라 무거운 찌를 모두 구비하는 것이 현장에서 실패하지 않는다.
② 채비를 흘린다.
낚시대에 릴을 셋팅하고 가이드를 통과시킨 후 낚시줄 끝을 손으로 잡아 강하게 당겨 줄을 손가락으로 튕겨 보면 팽~팽~하는 소리를 내고 당기면 가이드에 저항을 받으며 빠져 나올 것이다. 채비가 조류를 타고 흘러가기 위해서는 찌가 낚시줄에 저항을 받지 않을 만큼의 조류타기에 잘 적응하여야 한다.
조류타기에 강한 찌는 조류가 닿는 면적, 즉 구멍찌 측면의 크기와 넓이에 좌우된다. 물론 이것은 물에 가라앉아 있는 부분의 이야기로 수면 위에 노출된 부분은 적용되지 않고 바람의 받으며 오히려 조류타기를 방해하며 조류에서 벗어나게 한다.
그런데 찌의 모양은 각양각색으로 그 대부분은 회전체 즉, 어디를 옆으로 잘라도 원형이 일반적이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조류타기에 강한 조건을 가진 찌는 종단 면적이 넓은 찌이다.
따라서 "조류타기가 좋은 찌 = 커다란 찌"이다. 또는 "같은 찌라도 수중에 가라앉은 면적이 넓은 찌"가 조류타기는 좋아진다.
오래 전 구멍찌는 원추, 눈물형, 지구형 등 모두 회전체였다. 그러나 최근 상식을 깨고 사방으로 큰 엑구세(보조개)를 단 원추찌나 4~5개의 구멍이 뚫려있는 찌등 다양하게 많다. 이들 찌를 옆에서 보면 표면에 요철(凹凸)이 있어 마치 패레슈트처럼 조류를 잘 잡는다.
③ 어신의 전달
찌의 성능을 말하면 많은 사람은 제일 먼저 감도(感度)를 생각한다. 그만큼 감도, 즉 어신을 예민하게 전달하는 찌를 낚시인들이 오랫동안 계속 탐구해 왔다. 찌의 예민한 감도는 새로운 찌의 설계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보기 쉽고, 다루기 쉬운 큰 구멍찌는 감도가 나쁘고, 사용하기가 어려운 작은 찌는 감도 만큼은 가장 좋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 관동(關東) 지역에서는 크고 무거운 아다미찌라고 하는 것을 많이 사용했다. 큰 것은 중량이 40g(일반적으로 소형 구멍찌 5~6g의 약 8배), 찌 폭이 4cm이상으로 아주 멀리 던질 수 있었고 잘 보였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유일한 문제는 감도였다. 그러나 단지 "작음 = 고감도"만으로는 결론 지울 수 없다. 탁구 라켓을 바람 속에서 흔들어 보자. 세워서 흔들 때와 눕혀서 흔들 때 저항을 큰 차이가 난다. 유체역학적으로 똑같은 크기일 때 가는 쪽이 저항을 적게 받으며 구멍찌 역시 가는 쪽 감도가 좋은 것도 간단하게 증명된다.
따라서 감도가 좋은 구멍찌는 유선형으로 수중에서 가장 저항없이 수중을 이동할 수 있는 모양이다.
물 속에서 물체를 움직일 때의 저항은 표면에 마찰저항과 그 물체의 후방에 생기는 작은 와류에 의해 생기는 힘이다. 이 와류의 발생을 억제하는 형태가 유선형이다. 먼저 기술한 가는 찌가 고감도란 이유도 후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와류대는 찌가 가는 만큼 약하게 발생되기 때문이다.
또 가는 찌가 고감도라 하여도 필요한 무게와 부력을 가진 가는 찌를 만들려고 하면 가늘고 긴 찌를 만들게 될 것이다.
찌가 수중에 이끌려 들어갈 때 잔존부력이 작용한다. 이는 부력(浮力)에 대한 저항력(抵抗力)이다. 구멍찌의 잔존부력은 고기에게 전달되기 전에 봉돌의 무게나 기타 바늘이나 목줄 등의 무게(수중무게)에 따라 상쇄될 수 있다.
따라서 상쇄되고 남은 잔존부력은 찌를 가라앉히기 위한 저항이 되어 고기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즉, 고기가 느끼는 저항을 감소시키는데는 봉돌을 크게 함으로써 이 잔존부력을 줄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똑같은 찌에서도 저항이 작아져 고감도가 된다는 것이다.
봉돌을 크게 해서 잔존부력이 "0"으로 되면 채비는 물에 떠돌아 다니며 표류하고 봉들을 크게하면 잔존부력은 마이너스가 되어 채비는 가라 앉아 버린다.
결국 그 상황에 맞춰 찌가 바닥까지 가라앉게 조정하는 것이 고감도의 채비를 만드는 핵심이다.
이전 작은 오야마찌(유선형)를 사용하여 벵에돔 낚시를 할 때 상쾌한 입질이 있었지만 전혀 바늘에 걸려 들지 않는 일이 있었다. 너무나 황당해 초심자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채비를 재검토하였다. 조류는 갯바위 앞 쪽까지 상당히 먼바다 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밑채비에 있던 봉돌을 떼어내고 찌의 머리를 드러내게 만들어 조류를 잘 타도록 하였다.
채비를 던져 넣자 미약한 어신이 이어졌다. 그러나 채비의 밸런스가 좋지 않고 찌의 감도가 둔했기 때문에 당연히 어신 식별이 어려웠다. 그러는 사이에 벵에돔은 강한 저항을 느껴 미끼를 토해 내면서 지느러미를 뒤집어서 아래로 가라앉아 버렸던 것이다. 또 빈바늘이었다.
입질이 약할 때야말로 예민한 감도가 필요하다. 목줄에 작은 봉돌을 여러 개를 달아 부력을 최소화시켜 감도를 높여 주었다.
그때사 벵에돔을 걸어낼 수 있었다.
찌낚시의 새로운 전개
갯바위에 도착하면 여러가지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특히 "지금 무엇이 가장 큰 일인가?"를 판단하여 제일 접합한 찌를 선택한다.
바람이 없기 때문에 조류타기가 좋은 것은 그다지 필요가 없기도 하고, 혹은 포인트가 가깝게 형성되기 때문에 원투성을 경시한 채비를 만들 수도 있게 된다.
그러나 이때 각각 찌의 성능은 썩 마음에 들 수 없다. 모순 속에 혼재하는 것으로서 처음부터 잘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재미가 없다. "뭔가 조금이라고 이 모순된 성질을 양립시키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① 2단찌의 오묘함
큐우슈우(九州) 지방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전해오는 2단찌 채비, 이 채비는 모순을 타파한 위대한 돌파구였다. 획기적인 대 발명품인 "2단 채비"를 살펴보기로 하자. 2단찌의 기본은 찌의 역할분담이다. 대,소 두개의 찌 조합은 "큰 찌는 날리고, 흐르고, 조작성을 향상시키고 작은 찌는 감도 좋은 입질"로 표현할 수 있다. 구멍찌는 채비 투입시 무겁기 때문에 잘 날아가고 착수시에는 두 찌가 접촉하지 않을 만큼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낚시 줄이 엉키는 일이 없다. 조류를 타고 흐를 때에도 조류를 읽고 잘 캐치하여 타고 나간다.
어신찌인 소형봉(막대)찌는 비교할 수 없이 감도가 예민하고 좋다. 입질을 표현하는 선명함에 대하여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와 같이 2단찌는 아주 훌륭하게 조합되었고 완벽에 가까운 채비이다. 그러나 2단찌의 결점은 유동으로 만들어 넓은 지역의 유영 층을 찾기 어려운 점이다.
② 최후 최강의 채비(?) 전유동
지금까지 기술한 모든 찌 채비에 공통되는 한계가 있다.
그것은 미끼가 이미 결정된 물고기의 유영층을 옆으로 흘리는 것이다. 벵에돔은 위에서 떨어지는 미끼를 본능적으로 쪼아 먹는다. "어떤 찌를 사용하고 어떤 채비를 만들어 어떻게 흘리면 미끼가 가장 자연스럽게 가라앉을 수 있을까?" 그리고 "조류에 채비를 흘려 보내면서 벵에돔이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도록 할 수 없을까? 대답은 간단히 기울찌를 이용한 전유동(무한흘림)채비이다.
기울찌는 유명한 찌라 어느 곳에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러한 미묘한 힘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은 기울찌 밖에 없다. 낚시줄을 보낼 때 찌 내부에서 발생되는 마찰력이 낚시줄의 빠져 나오는 가속도 차이에 의해서 조절되기 때문이다. 낚시줄이 빠져나가고 찌가 가라앉는 관계는 찌의 각도에 의해서 크게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찌의 크기와 사용할 봉돌의 밸런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낚시방법을 글로 쓰면 "면사매듭을 떼내고 조류에 따라 가라앉게 하면서 낚시를 하면 된다"라고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
봉돌의 숫자나, 던지는 방법과 바람, 조류를 가미한 낚시줄의 당김으로 채비를 보내는 것을 미묘하게 컨트롤하도록 하면 된다. 이 채비의 생명은 기울어진 각도에 있다. 채비의 진수는 이 각도 컨트롤에 있는 것이다.
글을 마치면서
구멍찌가 갖는 다양한 역활, 바다가 다양하게 요구하는 기능 등에 관하여 설명해 보았다. 그리고 다음 장래에는 더할 나위없는 새로운 전개를 기대하며 현재 가장 획기적이라 생각되는 채비를 소개하였다.
찌의 얘기는 한마디로 결론으로 맺을 수 없는 복잡한 세계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한 기본을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서 응용을 조합하는 것은 여러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며, 따라서 여러분의 독자적인 즐거움으로 삼기를 기대하여 이야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