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불 발우공양 다담 참선새벽숲길 걷기 등 뿌듯한 1박2일 체험… 관광상품 특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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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지난 8월26~27일 안동 봉정사를 찾은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만세루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봉정사 극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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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내노라하는 여행업계 종사자들이 지난 8월26~27일 안동 봉정사를 찾았다. 하나투어, 세방, 아주, 동보, 트라이캡스, 엑소더스, 유에스트래블 등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문화를 알리는 선봉에 선 사람들이다. 여행사에서 상품 개발과 관광안내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서 온 관광객의 한국 안내와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역할이다. 그들이 역사의 보고(寶庫)인 안동에서 찾아 낸 것은 외국인에게 우리문화를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하회마을에서 살아 있는 유교문화를 느끼게 하고 봉정사에서 불교를 체험하게 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그들이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다. 직접 체험하기 위해서다.
관광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관광 상품을 개발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관광업계의 최대 난제가 상품 개발이다. 이웃인 중국과 일본에 비해 특화된 여행 상품을 만들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외국인의 눈에는 중국과 일본, 한국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의 문화유산은 우리 것에 비해 거대하다. 일본의 섬세한 맛은 외국인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 홍보에 나서 동아시아를 찾는 외국인의 발길을 묶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 틈새를 찾아, 특화된 상품을 발굴하려는 관광업계에 ‘템플스테이’는 매력 덩어리가 아닐 수 없다. 열린 산문(山門)은 우리 문화를 그대로 외국인에게 보여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템플스테이’는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체험을 하게 해 준다.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중국의 거대한 산사(山寺)에서는 느낄 수 없다. 일본의 산사에서도 눈 푸른 납자의 살아 숨쉬는 수행의 눈빛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중국과 일본 불교와 다른 생생함을 한국의 사찰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하기 위해 여행업 종사자와 한국관광공사 상품 개발팀 직원 5명이 함께 했다.
1000년 고찰 봉정사에서 이들은 발우공양, 타종, 예불, 다담, 새벽숲길 걷기, 참선, 단주 만들기 등을 통해 산사의 하루를 몸으로 느꼈다.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기지 않아야 하는 발우공양 시간. 음식 소리조차 나지 않는 경건한 식사시간을 통해 불가(佛家)의 나눔정신과 평등사상을 느낄 수 있었다.
타종 체험은 생소했지만 산사에 울려 퍼지는 종의 울림소리에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공양과 예불을 마치고 만세루 위에서 가진 다담(茶談)시간은 속세의 번뇌를 씻을 수 있는 맑은 시간이었다. 이어지는 스님과의 대화는 불교의 진면목을 수행자의 언행(言行)에서 찾을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외람된 질문인 줄 알지만 참가자들은 스님들의 출가 동기부터 수행자의 일상사를 꼼꼼히 물었다. 미소를 머금은 수행자는 물처럼 바람처럼 자유롭게 그 일상을 말했다. 그 속에 묻어나는 진솔함에 참가자들의 고개는 절로 끄덕였다.
도심은 아직 초저녁인데 참가자들은 잠을 청했다. 밤 9시 30분 뒤척이는 몸을 흔들면서 산사의 첫 밤은 그렇게 시작됐다. 풍경소리와 바람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참가자들은 잠들었다. 멀리서 목탁소리가 들리자 어느 덧 산사는 고요함 속에 새벽을 맞는다. 새벽 3시 30분 모두가 눈을 뜨고 새벽 산사의 공기를 맡으며 법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별이 하늘 가득 반짝였다. 새벽 산사에 울려 퍼지는 독경 소리는 자연과 어우러져 장엄함을 더했다.
예불이 끝난 후 만세루로 자리를 옮긴 참가자들은 좌복을 깔고 참선에 들었다. 번뇌와 망상을 접고 ‘나’를 찾는 시간. 죽비소리에 몸을 일으킨 후 새벽 산사의 숲길을 걸었다. 계곡의 맑은 물에 얼굴을 적시고 자연과 인사를 나눴다. 천년을 한결 같이 흐르고 있는 그 물에 얼굴을 묻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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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열심히 단주를 만들고 있는 참가자들. |
공양과 울력을 마치고 누각에 모인 참가자들은 ‘단주 만들기’에 참여했다. 구슬을 실에 꿰어 만든 단주를 손목에 차고 뿌듯함에 모두가 ‘마음 부자’가 됐다. 그렇게 1박2일의 산사 체험은 막을 내렸다. 1박 2일 산사의 하루를 체험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천년 역사를 간직한 산사를 개방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했다.
엑소더스의 박운배 사장은 “관광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산사 체험은 누구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기회를 제공한 조계종과 불교에 고맙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종교를 초월해서 운영되는 템플스테이에서 불교의 넓은 마음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국관광공사 상품개발팀의 조준길 과장은 “지난해 LA지사에서 근무할 때 우리 나라의 템플스테이에 참석했던 사람들을 만나 템플스테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모두 평가가 좋았는데 직접 체험하니 그들이 왜 좋아했는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세방여행사 정수연(26)씨는 “절에서 외국인들을 안내하면서 안내만으로 그치지 않고 꼭 체험을 시키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먼저 체험해야 한다고 생각해 참석하게 됐다”며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개인적 관심과 직업적 요구에 맞게 산사체험을 멋지게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씨는 “참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며 만족해했다.
아주여행사 신세연(33)씨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과 함께 참여하게 돼 더욱 기뻤다. 종교가 달라서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참여해 보니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외국인들에게 많은 것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여행사 전현숙(32)씨는 “불교문화가 대단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한국에서 불교는 종교를 떠나 큰 살아있는 큰 문화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유에스트래블의 이혜경(46)씨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해 보았지만, 체험자가 되어 직접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일본인 관광객을 전문으로 하는 동보여행사 조천수(35)씨는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가 가능성 있는 프로그램인지 확인하기 위해 참여했다”며 “3박4일 또는 4박5일 등 좀 더 긴 시간을 갖고 참여해 일본인을 위한 좋은 상품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봉정사 총무 진홍스님은 “봉정사 템플스테이는 스스로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체험한 것을 간직하고 그 속에서 불교 정신과 불교 문화를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영산암
‘동승’ 촬영한 곳으로 유명
봉정사 템플스테이 숙소는 대웅전에서 동쪽으로 100m 정도 떨어져 있는 영산암이다.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동승’을 촬영한 곳으로 유명한 암자다. 암자 전체가 경북민속자료 제126호로 지정돼 있다. 암자에는 응진전, 염화실, 송암당, 삼성각, 우화루, 관심당 등의 당우가 있다. 이 가운데 관심당(觀心堂)이 템플스테이의 숙소다. 암자는 건물들이 ‘ㅁ’자 모양으로 배치돼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마당은 자연 그대로를 이용해 3단 높이로 구성돼 있다. 누각인 우하루에서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를 느껴 보는 맛은 봉정사가 아니면 체험할 수 없다. 또 우하루에서는 단주 만들기 등 템플스테이의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누각에 불어오는 바람이 산사를 찾은 사람의 번뇌를 씻겨 주기 제격이다.
★ 성보
국보 극락전 등 성보많아
만세루의 문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면 봉정사 대웅전이 찾는 사람을 반긴다. 왼쪽에는 화엄강당이 보이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극락전과 고금당을 만날 수 있다.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성보(聖寶)다.
극락전은 국보 제15호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주심포 양식의 목조 건물이다. 공민왕 12년(1363년)에 중수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신라시대 양식으로 1천년 전 선조들의 살아 숨쉬는 목조 건축의 예술을 만날 수 있다. 아미타불을 모신 법당이다.
대웅전은 보물 제55호다. 고려말 조선초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다포계 건물이며, 전체적으로 단청이 아주 고풍스럽다. 1997년 보수 수리중 발견된 후불탱화는 현존 최고(最古)의 탱화로 평가되고 있다.
화엄강당은 현재 종무소로 사용되고 있다. 보물 제448호다. 보물 제449호는 고금당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의 맞배지붕으로 조선중기인 1616년에 중수했다. 이밖에도 만세루는 경북유형문화재 제32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극락전 앞 3층석탑은 경북유형문화재 제183호다.
수 많은 성보를 간직하고 있는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년)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봉황이 머무른 정자가 있다고 해서 봉정사(鳳停寺)라 한다. 1999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가장 한국적인 절을 방문하고 싶다고 해서 참배한 곳도 봉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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