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완연한 다도해 최남단 거문도 여행
[출처:http://www.sportschosun.com]

2월의 거문도는 완연한 봄이다.
마치 봄소식 경연장이라도 되는듯 꽃과 바람, 파릇한 새순이 다투어 봄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고도, 동도, 서도, 백도 등, 곳곳에 빼어난 비경을 감춘 남녘섬, 거문도에 채색된 봄빛깔은 현란함 그 자체이다.
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수월산 동백숲을 지나 거문도 등대에 오르는 길이며, 바닷바람을 안고 백도를 유람선으로 둘러보는 여정 등 초봄 거문도 여행 길에는 싱그러움이 담겨 있다
 
▲ 유채와 동백의 만남
잿빛에 익숙한 탓일까? 노랗고 빨간 꽃망울을 터뜨린 수선화와 동백이 시야에 잡히는 순간 화사한 봄날을 갈구하는 탄성이 저절로 터진다. "와!~" 거문도의 봄을 제대로 담아내기에는 외마디 장탄식 만한 게 또 없을 듯싶다.
거문도의 봄소식은 동백으로 유명한 수월산에 맨먼저 찾아든다.
면소재지에서 뱃길로 15분 거리에 있는 수월산은 '동백섬'이라 부를 수 있을 만치 동백으로 가득한 섬이다

▲ 수월산에는 동백꽃길이 산책로 군데군데 펼쳐져 있다
선착장에서 등대가 있는 정상부까지 30여분 숲길, 동백나무 터널에는 노란 꽃술이 선명하게 드러날 만큼 선홍빛 동백이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이미 1월부터 피기 시작한 것들은 산책로 군데군데 빨간 꽃잎을 떨구어 즈려 밟을 '꽃길'까지 꾸며뒀다.
동백의 자태에 흠씬 매료돼 '봄을 보았다'며 뿌듯한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어느덧 거문도 등대가 나선다. 쪽빛하늘과 바다 사이에 또렷한 색상대비를 이루며 우뚝 선 '하얀 등대'의 풍모란 '귀공자' 이상이다

▲ 기암절벽 위에 우뚝선 거문도 등대
반도의 끝자락 여수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거문도는 결코 만만한 거리가 아니다. 큰맘먹고 찾게 되는 원행의 보상은 등대 지척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수선화'가 모두 상쇄해준다. 초록잎새 사이 하얗고 노랗게 피어오른 화사한 꽃잎이 하얀등대와 어우러진 풍광은 한적한 지중해 연안에 비길 바 아니다.
면 소재지 뒷산 자락에 자리한 영국군묘지 가는 길 또한 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마을 고삿길을 지나 좁다란 시멘트 포장길 양지녘 밭뙈기 마다 파릇파릇 순을 내민 쑥밭이 펼쳐져 있고, 길따라 만발한 노란 유채가 춘정을 일깨운다.

▲ 상백도에 유람선이 접안을 시도하고 있다.
거문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백도 유람이다. 백도는 매바위, 서방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갖은 사연과 전설이 담긴 바다위 기암괴석이 마치 푸른 카핏 위에 펼쳐진 대단위 조각 공원과도 같은 곳이다.
백도는 거문도항에서 동쪽으로 28km 떨어져 있는 무인도로 39개의 작은 섬을 거느리고 있다. 기암괴석 절경은 가마우지, 갈매기 등 물새의 쉼터로, 수면위로 솟구치는 날치와 이를 놓칠세라 수직낙하하는 갈매기의 생존경쟁을 흔히 목도할 수 있다

▲ 상백도의 등대
백도 유람선 투어의 또다른 백미는 15년 경력 해설사 황해연씨(60)의 구성진 해설. 마치 유랑극단 변사를 유람선에 옮겨 놓은 듯 음성이며, 대사가 흥미진진하다.

▲ 거문도 등대의 무적(貿笛)
전남 여수시 삼산면 소재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등 크게 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다. 중심 포구는 고도. 면소재지에, 수협, 어판장, 여관, 식당 등 주요시설이 조롱박 형상의 포구 가장자리를 따라 발달해 있다. 특히 고도에는 다방이 여남은 곳이나 성업중이다. 남해안 어업전진기지에, 감성돔의 짜릿한 손맛을 보려는 꾼들이 전국에서 몰리는 탓이다

▲ 수월산에 활짝핀 동백꽃
19세기 말 '영국군 점령지', 일제때 '일본의 어업 전진기지', 그리고 분단이후 '간첩선 단골 출몰지'….
'우리나라 개항 1번지'라는 꼬리표에 따르는 숙명일까. 거문도는 결코 간단치 않은 역사의 스펙트럼을 지닌 곳이다.

▲ 감성돔이 많이 나는 거문도는 낚시꾼들의 천국이다
이처럼 우리 근-현대사의 자취를 뚜렷하게 간직한 거문도는 역사유적탐방지 이상으로 수려한 경관에 볼거리도 갖춘 곳으로 '거문도 뱃노래' 전수관이 있는 서도리, 귤은 선생 사당, 유림해수욕장에서 삼호교쪽으로 떠오르는 일출 등 들를만한 곳이 즐비하다

▲ 소라죽
거문도는 남해안 어업전진기지답게 해산물이 풍성하다. 특히 여름-가을철에 맛보는 은갈치회와 구이는 압권. 초봄에는 감성돔 등 횟감이 좋으며, 해장에는 백도식당(061-666-8017) 소라죽이 그만이다. 찹쌀을 씻어 매 비벼 부드럽게 한뒤 잘게 썬 소라와 마늘을 넣고 푹 끓여낸 소라죽이 별미이다. 1인분 8000원.
이밖에도 거문도 오가는 길목 여수에서는 '7공주식당(061-663-1580)'의 장어탕(7000원), 각종 회가 한상가득 오르는 '한일관(061-642-5600)'의 정식(2인상 4만5000원) 등도 맛볼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