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의 부르는 말은?
요즈음은 혼인을 하면 으레 부부(夫婦)가 부모와 별거(別居)를 하는 것이 예사이고, 인정이 좀 야박한 사람들은 혼인을 할 때 부모와는 아예 따로 산다는 것을 혼인조건에 넣기도 한단다.
또 신부가 시부모와 함께 산다면 남편을 부르는 말도 쉽지 않을 것이지만 시부모와 별거를 하니 부르는 말도 쉬운 대로 하고 있다.
예를 들면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는 “여보”, “자기야”, “길동아”, “〇〇씨”등등으로 부를 것이고, 아내가 남편을 부를 때는 “여보”, “자기야”, “오빠”, “길동아빠”, “길동아”, “보십시오”, “〇〇씨”등등으로 부를 것이다. 어떤 것이 가장 옳은 호칭일까?
이러한 질문에 자기 생각대로 답을 할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자기들 마음대로 부른다. 옛날에는 말 한마디에도 근거와 이유를 확실히 한 다음에 사용하였는데, 지금은 그러한 것은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느냐?’는 삶의 방식으로 생각지도 않고 모르면 ‘남이 하니까 따라한다’는 식으로 해버리는 경향이 많다.
먼저 부부(夫婦)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보자. 『백호통(白虎通)』※1)에 ‘부(夫)’자는 ‘붙든다’는 뜻으로 인간의 도리로서 붙잡는다는 뜻이다. ‘부(婦)’자는 복종한다는 뜻으로 “예(禮)를 통해 뜻을 굽힌다는 것이다”라고(白虎通云에 夫婦者는 何謂也오 夫者扶也ㅣ니 以道扶接ㅣ니라 婦者는 服也ㅣ니 以禮屈服ㅣ니라) 했다. 다시 말하면 남자는 아내를 붙잡고 함께 살아감이고, 부인은 예에 맞게 자기 뜻을 참아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부부인 것이다.
또 “구고(舅姑)”란 말이 있다. 이렇게 부르는 것은 어째서인가? “‘구(舅)’는 오래 되었다는 뜻이고, ‘고(姑)’자도 역시 오래 되었다는 뜻이다. ‘구(舊)’와 ‘고(故)’는 노인을 지칭하는 말이다.
남편의 부모를 ‘구고(舅姑)’라고 부르는 것은 존귀함은 자신의 친정(親庭)아버지와 같지만 자신의 아버지는 아니므로 ‘구(舅)’라고 부르며, 친애함이 자신의 친정어머니 같지만 자신의 어머니는 아니므로 ‘고(姑)’라고 부른다(謂之舅姑者何오 舅者는 舊也ㅣ오 姑者는 故也ㅣ니 舊故는 老人稱也ㅣ니라 夫之父母는 謂舅姑何오 尊如父而非父者ㅣ니 舅也ㅣ오 親如母而非母者ㅣ니 姑也ㅣ니라)”고 했다.
또 사위를 “서(壻)”라고 말하는 이유는, 『설문(說文)』※2)에 “‘서(壻)’는 딸의 남편이다. 이 글자는 사(士)와 서(胥)로 구성되었다”고 했다.
한 가지를 들으면 열 가지를 아는 것이 ‘사(士)’이고, ‘서(胥)’는 재주와 지혜를 갖춘 사람을 부르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딸의 남편을 ‘서(壻)’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남편을 부르기는 무어라고 해야 하며, 부인을 부를 때는 무어라고 해야 옳을까?
옛날 고향에 살 때 내외(內外)만이 살아가던 때는 아니고 대가족(大家族)들이 모여 살던 때이므로 할아버지들께서 할머니를 부를 때는 특별히 소리를 처서 부르는 일이 없이 가까이 가서 “저기”라고 하면, 할머니들이 잘도 알아듣고 대화(對話)를 나누는 모습을 보아왔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부를 때는 ‘곁에 사람을 시켜서 말을 전했기’ 때문에 특별히 부르는 말은 듣지를 못했다. 경험으로 비춰보면, 온 식구가 모여 있을 때 아내를 부르려면 부를 말이 없어서 아이들 이름을 부르면, 아이를 불러야 해서 아이를 부르면 아이가 알아듣고 대답을 했고, 아내를 부를 때 아이 이름을 불러도 용하게 아내가 알아듣고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세상이 달라져서 한집에 내외(內外)만이, 또는 자기들의 자식들과 살아가는 집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니까 부르는 말이 있어야 하겠다. 그러자면 ‘부부(夫婦)는 일체(一軆)’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부부(夫婦)가 한 몸이라면 자기가 자신을 부를 때에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 또 옛 조상들은 ‘부부(夫婦)는 최존경(最尊敬)의 대상이며 제일 가까운 사람’이 라고 했으니, 무어라고 불러야 할까?
이 두 조건을 충족시키는 말이라야 될 터인데 그것이 쉽지를 않았기 때문에 오직 ‘저기’라고만 말했던 것 같다.
그래서 불확실한 생각으로 말한다면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여보”, “길동 어머니” 정도가, 부인이 남편을 부를 때는 “여보”, “길동 아버지” 정도가 어떨까 싶어서 제안(提案)을 하는 것이다.
※1) 백호통(白虎通) : 중국 후한의 건초(建初) 4년, 장제(章帝)가 79년에 북궁(北宮) 백호관(白虎觀)에 여러 유학자를 모아, 유교 경서에 관한 해석이 학자에 따라 다른 점에 대해 토론케 하고 그때 나온 각종 의견을 절충하여 정리시켜 『백호통덕론(白虎通德論)』을 편찬하였는데, 이것을 바탕으로 반고(班固:32∼92)가 칙령(勅令)을 받아 편찬한 4권으로 된 책으로 『백호통의(白虎通義)』 『백호통덕론(白虎通德論)』이라고도 한다.
내용은 작(爵)·호(號)·시(諡)·오사(五祀)·사직(社稷)·예악(禮樂)·봉공후(封公侯)·경사(京師)·오행(五行)·삼군(三軍)·주벌(誅伐)·간쟁(諫諍)·향사(鄕射)·치사(致仕)·벽옹(雍)·재변(災變)·경상(耕桑)·봉선(封禪)·순수(巡狩)·고출(考黜)·왕자불신(王者不臣)·기귀(蓍龜)·성인(聖人)·팔풍(八風)·상고(商賈)·문질(文質)·삼정(三政)·삼교(三敎)·삼강(三綱)·육기(六紀)·정성(情性)·수명(壽命)·종족(宗族)·성명(姓名)·천지(天地)·일월(日月)·사시(四時)·의상(衣裳)·오형(五刑)·오경(五經)·가취(嫁娶)·불면(冕)·상복(喪服)·붕훙(崩薨) 등 44편으로 되었는데 각 항목에 대하여 그 고의(古義)를 해설하였다.
※2) 설문해자(說文解字) : 중국 후한(後漢) 때 許愼(약58~약147년)이 지은 15편의 최초 자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