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 수목원과 산림박물관·삼림욕장
서울에서 한 시간쯤이면 갈 수 있는 광릉숲으로 들어서면 도시인들의 마비된 감각을 일깨우는 신선함이 있다. 빈틈없이 들어찬 수많은 나무와 식물들이 뿜어내는 녹색 싱그러움과 흙냄새가 물씬하기 때문이다. 봄부터 여름 내내 ‘그린샤워’의 최적지여서 도심에서 찌든 사람들 누구라도 그곳에 가면 ‘산소 같은 사람’이 된다.
광릉숲은 조선 제7대 임금 세조가 생전에 직접 이곳을 둘러보고 능(陵)터를 정한 이후 경작과 매장은 물론, 조선시대 460여 년 동안 풀 한 포기 뽑는 것조차 금지되었던 보호지역이었다. 종5품 벼슬의 영(令)과 종9품 벼슬 참봉(參奉)이 책임관으로 산직(山直, 산지기)과 군정(軍丁)들을 지휘·감독하여 관리했을 뿐 아니라 산림훼손 방지를 위해 일반 백성의 출입을 통제할 정도였다. 광릉숲세조가 직접 이곳을 둘러보고 능터를 정한 다음 경작과 매장은 물론 조선시대 460여 년간 풀 한 포기 뽑는 것조차 금지되었던 보호지역이었다.
따라서 광릉숲은 오늘날 세계적인 희귀종 크낙새·하늘다람쥐·장수하늘소·원앙새 등 20여 종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천연림을 비롯한 2,931종의 식물과, 2,881종의 동물이 뛰어놀고 있어 생태계의 원형을 이루고 있음은 물론,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동식물의 낙원이며 천연의 자연사박물관이다.
1913년 산림청 임업시험연구원 시험림으로 지정된 광릉숲은 죽엽산·소리봉·물푸레봉·천첨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경기도 포천군 소흘읍과 내촌면, 남양주시 진접읍과 별내면, 의정부시 민락동과 낙양동 등 3개 시·군의 6개 읍·면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져 있으며, 동서 길이 약 4㎞, 남북 길이 약 8㎞, 시험림 1,723㏊, 수목원 500㏊로 방대한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산림자원을 마구잡이로 수탈당하면서도 이곳만은 그 위기를 모면했고,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도 훼손을 면한 광릉숲은 우리나라 온대 중부에 해당하는 최대 산림지다. 숲은 소나무·잣나무·전나무 등의 침엽수와, 참나무·단풍나무·물푸레나무 등 낙엽활엽수가 섞여 있는 천연림이 있고, 1916년부터 1926년에 걸쳐 심은 잣나무·낙엽송·잎갈나무·리기다소나무·방크스소나무 등의 침엽수 조림이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수령 200여 년에서 갓 자라나는 나무들까지 재주껏 제 모습을 자랑하는데, 이곳에 내려앉는 햇살조차 은빛 파도처럼 부서지며 나무들의 향연에 눈부시게 동참한다. 홍두깨·반상기 등으로 쓰이는 단단하기로 이름난 박달나무, 도장 파는 회양목, 아쟁을 만드는 오동나무 등 우리나라 토양에서 자라 생활용기로 쓰이던 나무들을 만날 수 있는 곳도 이곳 수목원이다.
이들 숲은 국내에서 유일할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부러워하는 산림야외박물관이어서 산림보호가 제대로 됨은 말할 것 없고, 야생동물원도 마련돼 있어 볼거리가 풍성하며, 가을이면 단풍나무의 아름다운 자태가 어느 곳보다 빼어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만 있는 진귀한 크낙새(천연기념물 제197호)의 서식지이며 천연기념물 제11호로 지정될 만큼 새들의 낙원이기도 하다. 서울 근교에서 이만큼 밀집된 숲을 보기 힘든 만큼 주말이면 광릉내에 찾아들어 심신의 피로를 푸는 사람들이 많고, 학생들 교육장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수목원은 광릉내에서 의정부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하나의 선으로 삼아 왼쪽에는 수목원 등 교육·학습장, 오른쪽에는 삼림욕장이 마련되어 있다. 수목원 입구에서 물 맑은 내[川] 위의 다리를 건너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지피식물원·만목원·수목원·관상수원·맹인식물원·산림박물관·온실·화목원·관목원 등이 숲길 사이사이에 마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들러보게 되는 산림박물관은 지상 2층 지하 1층에 4,617㎡의 면적이며 5개의 전시실과 표본실, 사료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종목은 총 1만 832종에 2만 5,534점. 제1전시실은 산림자원과 기술, 제2전시실은 산림과 인간, 제3전시실은 세계의 임업, 제4전시실은 한국의 임업, 제5전시실은 한국의 자연을 주제로 배치돼 있고, 표본실과 자료실에는 산림표본과 임업사료가 소장되어 있다. 1987년 식목일에 개관한 이 산림박물관에서는 국내외의 수많은 수종의 특징·쓰임새, 화석이 되어버린 식물, 나무와 식물 속에 한데 어우러져 사는 한국의 곤충 4,685종에 대한 다양하고 신비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국내 최초로 1989년 7월에 문을 연 삼림욕장과, 임업시험장 시험림을 만난다. 전나무·잣나무·낙엽송 등 침엽수림과 밤나무·상수리나무·느티나무 등 천연활엽수림 등이 산책로를 따라 구성되어 있으며,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2·4·6·8㎞의 4개 코스가 마련돼 있는데, 아쉬운 숲, 조각이 있는 숲, 독서하는 숲, 명상하는 숲, 시가 있는 숲, 만남의 숲 등이 차례로 조성돼 있어 이름만 들어도 상큼하다.
1983년에 조성된 수목원의 규모는 전문수목원 100㏊, 천연수목원 400㏊로 총 500여㏊이며 1,663종의 목본식물과 1,268종의 초본식물 등 전체 나무 종류 189과 2,931종이 자라고 있다. 수십 년 이상 된 까치박달나무 등 계곡물의 정화기능까지 뛰어난 천연활엽수가 숲을 이루는 소리봉 부근은 국내 유일의 천연학술보존림으로 지정돼 ‘자연의 성역’으로 아직 개방을 미룬 채 보호되고 있고, 전문수목원은 울릉도 솔송나무·섬잣 등 135종의 침엽수원을 비롯해 활엽수원·관목원·난대수원·식용식물원·약용식원·외국수목원 등 15개 수목원이 분류·조성돼 있다.
알찬 답사, 즐거운 여행을 도와주는 유익한 정보
광릉수목원 매표소 앞에는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임산물 전시판매장이 있다. 각종 산나물을 비롯하여 건강식품과 각종 통조림·국수류 등 품질 좋은 임산물을 팔고 있는데 시중보다 싸다.
(답사여행의 길잡이 )
2023-03-31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