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폐막한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에서 확정된 국가기구 개편 중 눈길을 끄는 건 두 가지다. 정부 조직이던 국무원 산하 과학기술부가 공산당 중앙과학기술위원회로 확대 개편됐고 국무원 직속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금감총국)이 설립됐다. 미·중 경쟁 국면에서 중국의 급소로 여겨지는 첨단 과학기술과 금융 분야를 당 중앙 및 최고 지도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에선 남의 목을 조른다는 뜻의 ‘차보쯔’라는 용어가 첨단기술 관련 핵심 부품과 운영 체제 등을 여전히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2025년까지 경제·사회 발전 방향을 담은 14차 5개년 계획과 2035년 장기 목표 개요에는 핵심 기술에서 목이 조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 혁신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국가기관 개편은 이를 현실화한 것이다.
[특파원 코너] ‘대만 침공’ 제재 대비하는 중국© Copyright@국민일보
과학기술을 당 중앙 관할에 두고 금융 분야를 감독할 슈퍼 규제 기구를 만든 건 대만 통일을 시도할 때 따라올 서방 제재에 대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가해진 제재를 지켜본 일종의 학습 효과이기도 하다.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3000억 달러(396조원)에 달하는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했고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시켰다.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석탄은 수출길이 막혔다. 이를 지켜본 중국은 제재를 버틸 수 있는 만반의 대비책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또 다른 목줄로 여겼던 에너지 분야는 당이 직접 관할하는 분야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중앙아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가동 등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상당 부분 자력갱생을 달성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번 양회를 통해 집권 3기 지도부 진용을 갖춘 시진핑 국가주석은 조국 통일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양안 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전쟁의 수렁에 빠진 우크라이나 다음 차례는 대만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온건하고 신중한 어조”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온건한 어조와 달리 중국군은 연일 대만해협에 군용기와 함정을 보내는 등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정보기관은 시 주석의 대만 침공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 시점을 2년 내 또는 세 번째 임기 마지막 해인 2027년 등으로 추측하고 있다.대만은 중국군의 훈련이 전투 준비로 전환됐고 작전 반경이 제2도련선으로 확장되고 있는데 위협감을 느끼고 있다. 중국이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필리핀, 믈라카 해협을 잇는 제1도련선을 넘어 괌과 사이판, 파푸아뉴기니 등 서태평양 연안 지대까지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보고 있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대만 국방부가 중국 공습에 대비한 훈련 지역을 지난해 3곳에서 올해 22곳으로 늘렸다고 보도했다.
또 시 주석이 대만과의 전쟁을 결정하면 많은 행동을 군사 훈련으로 위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으로선 언제든 전쟁 치를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대만 통일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래 변하지 않은 야심이다. 시 주석의 3연임을 정당화하는 명분이었고 대미 협상에서 언제든 쓸 수 있는 중요한 카드다. 시 주석은 때로는 강경하게 때로는 유화적으로 표현을 달리했을 뿐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될 것이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