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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니어와 자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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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보는 이야기 스크랩 은빛 황금을 굽는 곰소염전
인광 추천 0 조회 108 06.09.05 09: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은빛 황금을 굽는 염밭에서

 


                                                   글.사진 / 고운 천창우


일주일어간의 해외 출장에서 돌아와 금새 변산반도를 갈 구실이 생겼다.

달랑 디카 하나 움켜쥐고 나서면서 그간 여행지에서의 음식도 식상이 나던 터 곰소의 갖가지 짭조름한 젓갈도 사고 가끔 지나칠 때면 먼발치로만 눈에 담았던 곰소 염전도 둘러보리라.


정읍 나들목으로 빠져 줄포로 가는 길은 도로확장공사가 한창이다. 들엔 벼가 노릿하게 여물어가고 황톳빛 밭에 푸른 작물들의 모습은 언제 봐도 싫지않는 가슴트이는 정겨운 풍경이다.

아스팔트를 내려서 염전마을길로 들어선다. 어느 가난한 일본의 시골마을에 들어선 듯한 낯선 풍경이 괜시리 마음에 서늘한 바람을 일으킨다.

도기파편들이 깔린 도로를 따라 잡초에 둘린 검은 목조창고들이 줄을 섰고 그 뒤편엔 드넓은 염밭이 초가을 따가운 햇살을 보듬고 은빛 황금을 굽고 있다.

인적 없는 빈 집 주변에 외롭게 자란 들꽃이 고웁다.

염밭으로 들어가는 통나무다리 밑에는 물길 따라 들어와 수로에 갇힌 제법 굵은 숭어들이 인기척에 놀라 퍼드럭거리며 물이 줄어 좁은 공간을 부산히 쏘다닌다. 

한낮의 햇살은 검은 염밭에 눈부시고 절경의 짙푸른 능가산은 햇볕을 피해 물속에 놀려와 누웠다. 물밑에 하얗게 결정을 이뤄가는 소금들을 당글게로 긁어 모아보니 제법 모양을 갖춘 소금이 잡힌다. 이렇게 소금이 만들어지는구나.....

궁금증을 더 풀어 볼 량으로 들어올 때 유일하게 만났던 영감님이 생각나 차를 돌려 찾았다.


곰소의 염전은 왜정시대부터 성업을 이뤘었단다. 원래는 섬 이였던 곰소를 둑을 쌓아 막고 보니 자연스레 염밭이 만들어져 원래는 95정(町)이 넘은 대규모였으나(1町은 3천坪) 반 이상이 줄어 지금은 이곳 45정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며 먼 산을 응시하는 주름진 눈가에 모르게 지는 그늘을 본다.

지금은 수입염과 제재염이 풍성해 지천이지만 내 어렸을 적만해도 동네 구멍가게엔 전매청의 담배 표철과 함께 염소매소 표철이 붙어있어 정부가 인허가한 지정 가계에서만 귀하게 소금을 됫박으로 구매 했던 기억이 새롭다. 영감님은 이곳의 염밭 5정을 돌보며 연간 약 8천 가마(한가마는 30키로)의 소금을 굽는단다.

한 가마에 1만원이라니 8천만 원의 수익이다. 대단하시네요 했더니 “사장하고 반타작이제!". 툭! 한마디 던지고는 당글게를 메고 또 염밭으로 들어가 염수를 밀어 수로로 뺀다. 윗 밭에서 바래져 농도가 짙어진 염수를 수로를 통해 점차 아래 밭으로 내려모아 마지막으로 소금을 거두는 거란다. 사각의 염밭 하나가 56평인데 오늘처럼 볕이 좋은 날은 하루 너댓가마 정도는 생산한다고.

염밭 옆으로 줄지은 지붕의 시설물이 궁금해 물으니 비가 오면 염수를 이곳으로 빼 보관 했다가 비가 개이면 다시 염밭으로 펌핑 해 소금을 꾼단다. 쉬운 일은 없는가보다.

가져간 떡 한덩이를 잡수고 하시라 드렸더니 깊은 주름을 온 얼굴에 그리며 고맙다고 구름처럼 하얗게 웃는다.

 

                         2006. 9. 06.

 

멀리 내변산 능가산이 놀려와 누웠다.

 

염밭을 다지는 로라지만 지금은 거의 바닥이 타일로 깔려 있어 할 일 없이 녹슬어가고 있다.

비가 올 때면 낮은 지붕 밑의 둠벙에 염수를 모았다 수차 대신 양수기로 펌핑해 낸다

수로에는 인기척에 놀란 숭어떼가 퍼덕이고....

초가을의 따거운 햇살은 은빛 황금을 굽고

저녁 때면 이 소금을 수확 한단다.

인기척이 끊긴 한낮의 염전마을길

 

 

윗 밭에서 수로를 따라 아랫 밭으로 흘러드는 염수

윗 밭의 농도짙은 염수를 수로로 밀어내 아랫염밭으로 모은다.

문명의 뒤안길에서 퇴출되어 추억을 회상하는 수차

비가올 때 염수를 저장하는 둠벙

저 검게 탄 얼굴에 햇살 같은 웃음을.....

곰소 염전 전경

황혼이 고와 할매젓갈집에 걸린 수차를 돌리는 옛 사진을 접사하고

 

곰소 염밭의 질 좋은 천일염으로 담근 곰소에는 젓갈집들이 즐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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