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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을 말한다
거품은 부풀어 오를 땐 균등하게 팽창하지만 터질 땐 취약한 곳에서부터 구멍이 납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문제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서프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는 미국 부동산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뒤흔들 뇌관으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의 ‘신용카드 대란’이 그랬듯이, 신용도를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풀려나간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금융시장에 연쇄 충격파를 불렀습니다. 모기지 업체들은 줄도산하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을 뺐기고 거리로 나앉게 된 미국인들이 속출했습니다. 서브프라임 파장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타격을 가했고, 채권과 외환, 상품시장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었습니다.
‘모기지 부실 → 소비위축 → 美 경기침체 → 글로벌 성장둔화’라는 비관적 시나리오가 시장에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저금리 기조 하에서 글로벌 시장을 떠받쳐 온 유동성이 급격하게 안전자산으로 몰릴 경우 파문이 얼마나 오래, 강하게 지속될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듭니다.
1. 뇌관, 마침내 터지다
지난
이날 개장 前 폭락으로 뉴 센추리 주가는 1.66달러까지 미끄러졌습니다. 1년 前 50달러 전후였던 것에 비하면 휴지조각이 된 셈입니다.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인 뉴 센추리의 주가는 서브프라임 업계의 현실을 잘 말해줍니다.
3월 13일 뉴 센추리의 거래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였지만 ‘모기지’와 조금이라도 연관있는 기업들은 모두 급락했습니다. 그저 모기지 시장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던 서브프라임이 금융시장의 복잡한 연결고리를 타고 경제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졌습니다.
서브프라임 부실이 처음 수면 위로 부각된 것은 HSBC가
이에 앞서 모기지 렌더스 네트워크 USA는 폐업했습니다. 오우잇 모기지 솔루션스도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로 부각되지는 않았습니다. 투자자들의 생각은 ‘예고된 악재 하나가 터졌나 보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대형 금융기관이 모기지 부실을 경고하고 나서자 모기지 업계는 비로소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모기지 업체인 레스매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뉴 센추리 파이낸셜과 프레몬터 제너럴이 부실로 4분기 실적발표를 연기하는 등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습니다. 미국 19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인 노바스타 파이낸셜도 2006년 4분기 흑자를 올렸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1,44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시장에서도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모기지 업체에 대한 투자의견이나 등급 하향이 잇따랐습니다. 서브프라임 업체 뿐만 아니라 제너럴 모터스(GM)와 같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자회사를 갖고 있는 기업들도 부실을 떠안게 생겼습니다.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 분식협의로 검찰수사를 받는데다 파산 위기로까지 몰리면서 서브프라임 공포는 극에 달했습니다. 뉴 센추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현금 등 유동성이 부족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모간스탠리 등 투자은행들의 채권환매요청을 들어줄 수 없다”면서 “모든 환매요구에 응하려면 84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자금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뉴 센추리 파이낸셜이 개장 전 거래에서 56% 폭락함에 따라 뉴욕증권거래소는
이 같은 서브프라임의 문제는 신용도가 중간 단계인 ‘알트-에이’ 뿐만 아니라 신용도가 우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우대금리 ‘프라임’ 대출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리만 브라더스는 미국 프라임 모기지 업체들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험이 일반 모기지 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서브프라임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 만큼 리스크를 몰랐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었던 것은 주택경기와 금리인상, 모기지 업체들의 도덕적 해이아 맞물리면서 곪을 대로 곪았던 서브프라임 문제가 터졌기 때문입니다.
주택붐이 일면서 모기지 업체의 대출경쟁도 심화됐습니다. 처음에는 ‘더 낮은 금리’를 내세워 고객들을 유혹했지만 수익성이 나빠지자 이제는 대출기준을 완화했습니다. 서브프라임 업체들은 “은행에서 ‘No’라고 말할 때 우리는 ‘Yes’라고 말한다”를 모토로 내걸고 적극 영업에 나섰습니다. 심지어 대출관련서류가 미비해도 눈 감고 빌려줬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에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놓기만 하면 집값이 올라 더 좋은 조건으로 리파이낸싱을 하거나 집을 팔아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택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리파이낸싱도, 주택판매도 어려워지자 서브프라임 대출자들은 벽에 부딪쳤습니다.
연방주택감독청(OFHEO)가 발표하는 주택가격지수의 상승세가 크게 둔화됐고 2006년 3분기 이후 신축과 기존주택가격은 모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게다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기조로 돌아서면서 이자 부담까지 높아지자 대출을 갚지 못하겠다는 파산선언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모기지행커협회(MBA)에 따르면 1년 만기 모기지 변동금리(ARM)는 2006년 初 4%대 초반이었으나 꾸준히 올라 2006년 11월 5%대로 올라섰고 2007년 1월과 2월 각각 5.17%, 5.34%를 기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대출자격이 안 되는 데도 모기지업체들의 경쟁에 수혜를 입어 어거지로 대출을 받은 이들이 줄줄이 파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경제전문잡지인 ‘비즈니스위크’는 서브프라임 대출업체들이 2005년 末 갑작스럽게 ‘저금리’에서 ‘대출기준 완화’로 영업전략을 바꾸면서 2006년 한 해 동안 부실이 쌓였고 수면위로 부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모기지 업체들이 대출기준에 수 천 가지 예외조항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대출 규정보다도 예외규정이 더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저금리’ 정책을 썼을 때보다 수익성은 좋아졌지만 꿈 같은 세월은 얼마 가지 못했습니다. 무리한 대출이 연체율 급증을 불러오면서 부실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서브프라임 채권을 매입한 2차 금융기관들이 액면가로 다시 되 사줄 것을 요구하면서 업계의 어려움은 점점 가중됐습니다.
부실에 놀란 서브프라임 업체들이 뒤늦게 대출기준강화에 나섰지만 2006년에 이루어진 대규모 부실대출이 이미 도처에서 골칫거리를 싸질러 놓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2. 부실, 얼마나 심했나
미국 경제의 최대 ‘시한폭탄’으로 부각되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여러 측면에서 한국의 카드 사태와 닮아 있습니다. 경기의 부침을 심하게 겪는다는 점 때문입니다. 주택을 담보물로 설정해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모기지 대출업이나 미래소득을 담보로 신용을 제공하는 카드업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둘 다 경기가 상승국면일 때는 큰 탈 없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주택경기가 호조를 보이면 집값 상승분이 대출이자를 상회하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안정적인 소득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카드연체가 줄어드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반대로 경기가 하강국면으로 접어들면 이 같은 선순환구조가 무너지면서 카드대출이 잠재적인 부실요인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미국 주택경기가 16년 만에 최악의 부진에 빠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부실 덩어리’로 전락했습니다.
수전 비에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는 2007년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일어난 혼란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가 제공하는 초기의 낮은 이자부담기간이 끝나고,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는 기간이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더 큰 부실이 예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 같은 우려가 나왔는지, 모기지 연체율을 보면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기지은행협회(MBA)는 2006년 4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13.33%로 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고 밝혔습니다. 모기지 대출을 받은 사람 100명 중 13명이 대출금을 제 때 갚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모기지 리파이낸싱에 사용되는 서브프라임 변동모기지(ARM)의 연체율도 14.44%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영향받아 2006년 4분기 전체 모기지 연체율은 전분기(4.67%)보다 높은 4.95%로 집계됐습니다.
장기 연체율도 상승 추세를 기록했습니다. 2006년 末까지 60일이 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대략 13%로 집계됐습니다. 2005년 8%와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대출업체들이 대출기준을 크게 강화, 리파이낸싱을 받지 못하거나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MBA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분기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차압률은 3분기(3.86%)보다 높은 4.53%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모기지에 대한 차압률도 지난 2002년 이후 최고수준인 0.54%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1위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와이드의 주택차압률도 0.70%로 상승해 지난 5년 사이 최고치에 도달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압류된 주택도 크게 늘었습니다. FRB의 소비자문위원회(CAC)는 2006년 미국 전역의 주택차압이 2005년 대비 42% 증가한 120만 건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이 처음 불거질 당시에는 일부에서 낙관론도 제기됐습니다. 전체 대출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충격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연쇄 충격을 일으키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고조되고, 미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전체가 요동을 치자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비에스 이사는 FRB가 수 개월 동안 서브프라임 시장을 모니터링 한 결과 대출자들이 “‘위험한 상태(At Risk)’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경제 NGO인 ‘센터 포 아메리칸 프로그레스’는 주택차입률이 높아진 것을 강조하며 향후 몇 년 동안 220만 가구가 주택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정부와 연방의회가 조속히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1930년 대공황 당시 주택담보대출부실로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집 값이 급락해 가계채무상환능력이 낮아져 연체가 급증했고, 이는 다시 거시경제 전체를 침체에 빠뜨렸습니다.
대출금을 10년 이상 장기간 상환하는 모기지 제도는 이런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해 1938년 정부기관으로 패니 매(Fannie Mae,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를 설립했습니다.
3. 월가, 왜 벌벌 떨었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론은 Y2K 만큼이나 과장돼 있다.”
전세계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지켜보면서 일부에서는 ‘호들갑이 심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전체 모기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8%에 불과했습니다. 미국 금융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미미해서 무시해도 좋은 규모입니다. 도이치 방크 투자부문인 DWS 스커더의 로버트 프뢰리히 펀드매니저가 이번 사태를 ‘제 2의 Y2K’로 규정한 이유도 이 같은 인식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프뢰리히 펀드매니저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업계가 성장세를 보였던 2004년과 2005년 서브프라임 대출을 통해 이뤄진 주택구입 건수는 전체 미국주택의 2.8%에 불과한 320만 여 채로 서브프라임 대출자의 30%가 상환을 하지 못한다고 가정해도 차압되는 주택은 미국 전체가구(1억1,400만 채)의 1%에도 못미치는 100만 채 정도에 불과한 셈입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구조를 찬찬히 따져보면 월가가 서브프라임 관련 사태를 가볍게 여기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됩니다. 모기지를 채권담보부증권(CBO) 형태로 묶어 판매하는 복잡한 파생상품시장 구조가 위기론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CBO에는 다양한 형태의 대출이나 채권이 포함되는데, 투자자들은 이렇게 묶여진 금융상품 전체에 투자할 수도 있고 일부만 쪼개어 매입할 수도 있습니다. 분할매매되는 상품 가운데 신용도가 우수한 것은 최상위 등급인 ‘AAA’ 등급을 받기도 합니다. 리스크 회피 성향이 짙은 보수적 금융기관들도 CBO에 맘놓고 투자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AAA’일 지라도 담보는 여전히 리스크가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것입니다. 위험 대출자산을 묶은 패키지가 각기 다른 신용도의 금융상품 담보로 변신을 거듭한 파생상품 시장 구조 상, 한 쪽에서 발생한 부실이 도미노처럼 전체 상품으로 전이될 수 있는 것입니다.
모(母) 탄두 하나 안에 여러 개의 자(子) 탄두가 들어 있는 ‘다탄두 집적탄’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모탄두의 뇌관을 건드리는 순간 수십 개의 자탄두가 흩어지면서 주변 지역을 초톼화시키는 다탄두 집적탄처럼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파산율이 증가하면 CBO도 연쇄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월가로 대표되는 미국 금융시장의 피해 현황을 둘러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단순한 호들갑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사태의 첫 번째 피해자는 물론 당사자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들입니다. 먼저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등급을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무디스는
그러나 서브프라임 업체들에게는 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하고 있는 것조차 사치였습니다.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주요 서브프라임 모지기 社들이 줄줄이 파산을 선언한 데 이어 3위 업체인 뉴 센추리도 파산이 임박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의 첫 번째 피해자가 당사자들이라면 두 번째 피해자는 이들 업체를 자회사로 갖고 있는 기업들이었습니다. 모기지 대출업체인 제너럴 모터스 어센턴스 코프(GMAC)를 금융계열사로 거느린 제너럴 모터스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리먼브러더스의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존슨은 GM이 자회사인 GMAC의 부실대출로 인해 최대 9억5,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세계 3위의 투자은행인 HSBC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HSBC는 북미지역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2명의 고위 경영진을 모기지 부실 책임을 물어 해고했습니다. 이들은 HSBC가 지난 2003년 인수한 서브프라임 업체 하우스홀드 인터내셔널의 고위 경영진입니다. 2006년 HSBC의 부실 모기지 대출규모는 전체 모기지 대출의 20%(105억 달러)로 알려졌습니다.
서브프라임 업체에 돈을 빌려준 투자은행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스탠포드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 브래드 힌츠는 “모기지 시장 위축으로 인해 베어스턴스와 리만브라더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대형 투자은행의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돈 되는 곳이면 어김없이 터를 잡고 있던 헤지펀드도 이 난국에 무사할 리 없었습니다. 헤지펀드 중에서 2003년 설립 당시 뉴 센추리 파이낸셜로부터 2,500만 달러의 시드머니를 제공받은 그린위치 캐피탈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뉴 센추리 파이낸셜은 이 헤지펀드의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자산 규모 7억 달러의 캐링턴 캐피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캐링털 캐피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CDO로 유동화시킨 후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려 왔는데, 이 중 17%가 뉴 센추리 파이낸셜의 모기지론을 기초로 한 것이었습니다.
서브프라임과 별반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신용평가사들도 서브프라임 업체들이 발행한 CDO에 대한 신용평가 업무로 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되었습니다.
S&P의 모회사인 맥그로-힐의 총매출성장륭의 40% 정도가 CDO 평가에 기인한 것이었으며, 무디스의 경우 CDO 평가수수료가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년 전 13%에서 22%까지 늘었습니다.
CS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악화됨에 따라 맥그로-힐과 무디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각각 ‘시장수익률 상회’에서 ‘중립’으로, ‘중립’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낮췄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조차 없다는 데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무디스 이코노미 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잰디는 “모기지 산업이 매우 불투명하기 때문에 실제 피해액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면서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이 모기지 회사들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실 리스크를 간파하고 미리 대비해 이득을 보는 기관들도 적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태풍이 월가를 덮쳐 풍비박산이 났는데 내 집만 피해갔다고 좋아할 수는 없습니다. 시장 전체가 요동을 치고,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월가에 대한 불신이 번져가는 상황에서 영업기반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4. 리스크, 어떻게 전염되나
미국에서 모기지 대출을 받아 집을 산 A씨는 어느 날 대출기관이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리둥절한 A씨는 대출을 해줬던 모기지 업체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출자 입장에서 만기나 이자율 등은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으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이처럼 대출업체가 바뀌는 일은 흔합니다. 모기지 업체가 대출을 해 준 이후 이자와 원리금을 받을 권리를 2차 모기지 시장에 내다팔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다시 자금을 마련, 신규 고객들을 상대로 대출에 나서는 식입니다.
모기지 업체들로부터 채권을 매입한 금융기관은 여러 개의 모기지를 한 데 모아 이를 기초자산으로 주택저당증권(MBS)이나 자산담보부증권(CDO)를 발행합니다. 대출채권을 유동화시켜 새로운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직접적으로 대출을 실시한 서브프라임 업체 뿐만 아니라 대형 모기지 업체, 투자은행, 나아가 해외투자자들한테까지 연쇄적 리스크로 전가될 수 있는 매커니즘이 여기에 있습니다.
미국에서 서민들이 주택을 구입할 자금을 대출받으려면 모기지 업체나, 중간에서 이를 중개해 줄 에이전트를 찾아갑니다. 에이전트를 통해서 대출을 받을 경우에도 ‘컨트리 와이드’나 ‘뉴 센추리’와 같은 모기지 업체들과 연결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들 회사의 대출기준에 맞춰 대출을 받게 됩니다.
모기지 업체들은 주택을 담보로 모기지 대출을 해준 뒤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2차 모기지 시장’에 내다 팝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모기지 업체들은 모기지 채권을 팔아 대출자금을 보충하고, 자금에 여유가 있는 다른 기관들은 이를 사들여 수익을 올리는 것입니다. 2차 모기지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회사가 바로 모기지 양대산맥인 ‘매니매와 프래디맥’, 그리고 ‘지니매’ 등입니다.
모기지 채권을 투자은행에 판매할 수도 있는데, 이 때 투자은행들은 이를 모아 MBS나 CDO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유동화를 시킵니다. 서브프라임의 경우 개별로 보면 리스크가 크지만 이를 모아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파생상품을 포함, 패키지로 만들면 보다 나은 신용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고객들이 받아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경우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 안전성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기피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입니다. 하지만 신용을 보완하고 리스크를 분산시킴으로써 보수적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상품의 특성을 바꾸는 셈입니다.
투자은행은 이를 쪼개 헤지펀드나 보험사, 투자은행 등 금융시장의 큰 손들에게 판매합니다. 리스크가 어느 정도 헤지된 데다 국채나 일반 회사채보다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인기가 높습니다. 은행과 기관들은 이 과정에서 서브프라임 대출의 부도 및 부실화 위험을 방어하기 위해 ‘크레디트 디폴트 스왑(CDS)’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모기지 대출 고객들이 제 때에 원리금을 상환하면 모기지 채권의 유통으로 다수가 혜택을 입게 됩니다. 모기지 업체와 은행은 수익을 얻고, 투자자들은 대출과 연관된 채권과 파생상품을 통해 수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때 유일하게 손실을 입는 쪽은 부도율이 상승할 것으로 베팅한 투자자들 뿐입니다.
만약 고객들이 기존의 모기지 대출의 원리금을 내지 못해 부실화되면 상황은 반전됩니다. 연체율과 채무불이행 비중이 높아져 상당수 대출이 부실채권으로 바뀌면 유통과정에 참여한 다수가 연쇄적으로 손실을 입게 되는 것입니다.
대출을 갚지 못하겠다는 이들이 늘어나면 모기지 업체인 ‘컨트리 와이드’나 ‘뉴 센추리’와 같은 1차 모기지 업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습니다.
이들 업체는 부실대출에 따른 손실에 대비, 별도의 자금을 대손충당금 형태로 따로 준비해 놔야 하고 이 때문에 대출이 부실화되면 실적에 타격을 입습니다.
상황이 악화되면 단순히 실적부진으로만 그치지 않습니다. 부실이 심화되면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고, 유동성 사정이 나빠져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들은 채무불이행이나 부도 시 2차 모기지 시장에서 판매한 모기지 채권을 도로 매입해야 합니다. 은행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더 이상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금융통에도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모기지 업체는 부실대출을 끌어안게 되고 새로운 대출을 창출할 자금도 부족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리스크는 유동화채권을 사들인 은행과 월가 금융기관들에게 곧바로 전염됩니다. 금융시장의 매커니즘이 고도화되고, 상품간 연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한 곳에서 발생한 리스크는 권역과 국경을 따지지 않고 실시간으로 전파됩니다.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JP모간, 메릴린치 등 월가의 대표주자들은 규모가 큰데다가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부실로 심각한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부실채권 보유에 따른 손실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MBS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모기지 업체로부터 산 서브프라임 대출을 세분화해 큰 폭의 마진을 붙여 투자자들에게 재매각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투자은행들은 몇몇 모기지업체들이 부실대출을 다시 매입해 줄 것을 강요했지만 일부는 파산했고 대출상환도 불가능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대형 투자은행들의 손실은 이번 분기 순익을 발표하기 전까지 완전하게 파악하기는 어렵겠지만 월가 대형 금융기관들을 비롯하여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발행된 MBS에 투자했던 헤지펀드와 보험사, 대형 은행들도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5. 서브프라임 위기를 통해 얻은 기회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는 것은 막상 눈앞에 닥치는 위험을 피하는데 급급해 스쳐지나는 기회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탄식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한편에서는 앞으로 떨어질 수입을 계산하느라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는 투자자들도 있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리스크를 미리 감지하고 일찌감치 손을 털었거나,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는데 베팅한 이들이 주인공들입니다.
보기지 부실의 원인이나 타격과는 별도로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기회를 포착하고,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비싼 수업료를 냈다면 앞으로는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위기가 던져준 교훈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글로벌 증시폭락을 부르며 파국의 경고음이 울리던 지난
마그네타의 데이비드 스니더만 헤드는 “2006년 初부터 이미 서브프라임 시장에 대한 우려를 키워왔다”면서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최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변동성에 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헤지펀드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투자해 수익을 올린 배경에는 ABX지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BBB-‘ 등급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반영하는 ABX지수하락에 베팅, 매도세를 취한 헤지펀드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주머니가 두둑해졌습니다.
ABX지수는 채권의 크레딧 디폴트 스왑(CDS) 비용을 측정한 것으로 이 지수가 낮을수록 채무자의 파산위험이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이 ABX지수에 베팅해 재미를 본 헤지펀드로는 前 베어스턴스 투자전문가인 존 폴슨이 설립한 헤지펀드 ‘폴슨&코’와 ‘MKF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2위 서브프라임 업체 ‘뉴 센추리’가 파산에 직면하면서 시장 불안감은 더욱 고조됐지만 뉴 센추리 붕괴 가정에서 미리 손을 털어버림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한 발빠른 투자자들도 있었습니다.
뉴 센추리 주식을 진작에 팔아치운 설립자들은 주머니를 두둑히 하고 시장을 떠났습니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뉴 센추리를 설립한 로버트 콜과 에드워드 고트쉘, 브래드 모리스는 지난 2001년에서 2006년 사이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겼습니다.
고트쉘은 뉴 센추리 주식을 주당 7.33~51.93달러에 매각해 4,300만 달러를 벌었고, 콜은 7.33~46.60달러에 팔아 3,300만 달러를 현금화했습니다. 모리스도 2,200만 달러를 챙겼습니다. 공격적인 영업을 돈을 끌어모을 때 리스크를 판단, 차익을 실현하고 손을 털어버린 것입니다. 도덕적인 입장에서 투자자와 고객들이 비난을 할 수는 있겠지만 자산가치가 언제 정점이 될 지를 판단하는 것도 투자의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