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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챙기기 백성호의 예수뎐2
“다 이루어졌다” 마지막 외침…그건 예수의 간곡한 당부였다
카드 발행 일시2023.07.29
에디터
백성호
백성호의 예수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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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예수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
예수의 외침을 듣고서 유대인들은 말했다.
“저것 봐! 엘리야를 부르네.”(마르코 복음서 15장 35절)
주위에 있던 병사들이 해면에 신 포도주를 적셔 예수에게 마시게 했다. 옆에 있던 사람은 그 순간에도 예수를 시험했다.
예수를 못 박은 십자가를 로마 병사들이 세우고 있다. 안타까운 손짓으로 예수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보인다. 중앙포토
“가만,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해주나 봅시다.”(마태오 복음서 27장 49절)
신 포도주를 마신 예수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지상에서 육신을 가진 예수가 던진 마지막 한마디였다.
“다 이루어졌다.”(요한복음서 19장 30절)
이 말 끝에 예수의 고개는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 한마디였다. 어찌 보면 예수의 유언이다. “다 이루어졌다.” 그리스어 성경에서는 ‘teleo(텔레오)’라는 단어를 썼다. ‘마치다(finish)’ ‘이룩하다(accomplish)’라는 뜻도 있고, ‘정착하다, 자리를 잡다(settle)’라는 뜻도 있다.
흔히 이 구절을 예수가 이 땅에 와서 주어진 사명을 완수했다는 의미로 풀이한다. 나 역시 그와 같은 해석에 동의한다. 동시에 ‘settle(정착하다)’이라는 뜻에도 각별히 주목한다.
예수가 “텔레오”라는 마지막 한마디를 던지며 정착한 곳은 어디일까. 그렇게 자리를 잡고 뿌리 내린 곳은 어디일까. 나는 거기서 예수가 신을 품는 광경, 또한 신이 예수를 품는 광경을 본다. 신의 속성. 그 영원한 평화, 창조의 근원으로 자리 잡는 예수를 본다.
동로마 제국의 수도였던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의 예수 모자이크. 백성호 기자
골고타 언덕에 있는 성묘 교회. 예수는 그 안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끝없이 뻗는 가로와 끝없이 뻗는 세로. 영원히 만날 것 같지 않은 둘이 만난다. 딱 한 번 만난다. 거기가 바로 십자가다.
신과 인간도 그렇게 만난다. 예수가 못 박힌 곳. 바로 그 십자가 위에서 신과 인간이 만난다. 인간과 신이 만난다. 둘이 하나가 된다. 사람들은 묻는다.
“그럼 우리도 그렇게 사형을 당해야 하나? 그래야만 우리도 신을 만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예수는 우리에게 “각자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나를 따르라”고 했다. 그리하지 않는 이는 자신의 제자가 아니라고 했다. 십자가가 뭘까. 그것이 과연 이스라엘의 골고타 언덕 위에만 있는 것일까. 아니다. 소소하고 번잡한 우리의 일상 속에 그런 십자가가 숨어 있다. 내가 꺾지 못하는 나의 고집, 나의 잣대가 바로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다.
고집이 뭔가. 꺾고 싶지 않은 나의 욕망이다. 잣대가 뭔가. 꺾고 싶지 않은 나의 틀이다. 누구도 원치 않는다. 그것이 무너지길 바라지 않는다. 고집이 무너지고 잣대가 무너지면 마치 내가 죽을 것만 같다. 그래서 싫다. 죽도록 싫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다. 내가 짊어질 십자가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있는 십자가의 길에는 예수가 쓰러진 장소에 조그마한 교회가 세워져 있다. 그 교회에 있는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상. 백성호 기자
그래서 쉽지 않다. 자기 십자가를 짊어지는 일 말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예수는 왜 십자가를 짊어졌을까. 그것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신과 하나가 되기 위해 무엇을 통과해야 하는지, 몸소 길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 길을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고집을 녹이고, 잣대를 녹이고, 욕망을 녹이고, 에고를 녹이라고 말이다. 진정한 죄사함이란 그렇게 자기 십자가를 통과할 때 비로소 오는 것이 아닐까.
짧은 생각
십자가에서
예수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이랬습니다.
“다 이루어졌다.”
그리스어 성경은
‘텔레오(teleo)’라는
단어를 썼더군요.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제임스 티소의 작품. 중앙포토
가만히
묵상해 봅니다.
텔레오는
마치다, 이룩하다는 뜻과 함께
정착하다, 자리를 잡다는 뜻이
있습니다.
그러니 텔레오는
어딘가에 정착하고,
어딘가에 자리를 잡았고,
그로 인해
무언가 이룩되고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는
뜻이 되겠지요.
그럼
그게 과연
어디일까요.
예수가 끊임없이
기도하고,
하나가 되고자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하나가 되라고 한 곳.
저는 그게
하늘나라의 속성,
다시 말해
신의 속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처음에는 온전히
있었던 것.
선악과를 따먹으며
인간이 상실했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갈구했던 것.
예수는 결국
이것을 건네기 위해
이 땅에 왔습니다.
그게 뭘까요.
그렇습니다.
신의 속성입니다.
그게 바로
하늘나라의 속성입니다.
그러니
십자가 위에서
예수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
“다 이루어졌다”는
외침은
이 땅에 남아 있는
우리에게는
하나의 별이 됩니다.
인간을 창조할 때
신이 불어넣은 신의 속성,
우리 안에는
이미 그런 속성이 있습니다.
다만
선악과로 인해,
선과 악에 대한
에고의 분별과 잣대로 인해
그걸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수는
그걸 다시 회복하라고
했습니다.
자기 십자가를 통해
에고를 무너뜨리고,
우리의 내면에
이미 깃들어 있는
신의 속성에 눈을 뜨라고
했습니다.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는
예수의 메시지가
그걸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 이루어졌다”는
예수의 마지막 한마디는
육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 던진
당부였습니다.
예수의
간곡한 당부이자
동시에
절절한 사랑이기도
했습니다.
너희도
이 길을 따라서
내게로 오라는
당부,
그런 사랑 말입니다.
에디터
백성호
관심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0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