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스쳐 간 자리
폐간이역 낡은 벤치 앞에는
집시의 탄식이 촉촉이 흐르고
해무에 휩싸인 섬처럼, 거리의 악사는 얼굴이 없다.
베레모에 가리 운 채, 깊은 수염만이
소슬한 바람에 너울거릴 뿐,
그의 악보는 영혼의 날개를 달고 허공을 메웠다.
빛바랜 청바지, 가난한 무대 거리의 악사
빗물 걷다간 창가 아직 남은 눈물이 흐르고
애절히 녹여내는 음률은 놀 빛 몸 감은 갯가에
한 마리 백로를 보는 듯 지나가는 눈과 귀는
허공에 걸린 채, 뒤돌아보며 간다.
어디든 어느 곳이든 관중이 있고 없고
별빛 따라 흐르는 거리의 악사
이끼 덮인 골짜기 흐르는 물처럼
저 홀로 취해 부르는 고독한 거리에서
재생되는 음반은 가을비를 닮았다.
우수수 한 줌 바람이 야속타.
하염없는 방랑, 외방을 떠도는 가난한 무대
관중보다는, 천상을 향한 별의 노래
빈 가슴 헤집듯, 집시의 탄식이 흐르던
어느 날의 폐 간이역, 거리의 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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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희 시낭송가이시며, 시인입니다.
이 시의 폐간이역은 진해역이라고 합니다.
진해역은 1926년 11월 11일 개통되었으며, KTX가 개통되면서 진해역은 2015년 2월 1일부터 정기 여객 취급이 중단, 4월 진해군항제를 위해 관광열차만 운행된다고 위키백과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연주하며 노래하는 버스킹을 한국뿐만 아니라,
출장 중에 이태리, 오스트리아, 스페인 출장 중 거리에서 연주하는 분들을 흔히 보았습니다.
음악을 잘 모르는 제가 들어도 훌륭한 연주더군요.
우리가 알고 있는 거리의 악사란 하모니카, 바이올린, 기타, 아코디언, 섹서폰으로 연주하며 진한 동정심을 유발하게 하였습니다.
대부분 연세가 많은 분이며 홀로 구슬픈 가요부터 클래식 음악까지 사람이 많으나 적으나 온 정성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은 깊은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느 날 홀연히 나타나 가벼운 움직임으로
빈 공간을 채우는 선율이 폐간이역의 굳게 닫힌 문이 스르르 열릴 것 같습니다.
구르는 가을 낙엽이 더욱 외롭고 진한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거리의 악사는 연주가 끝나고 지폐 몇장과 동전을 낡은 주머니에 넣고 어디로 갔을까?
우리가 있는 이곳이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라는 것을 거리의 악사는 알고 있기에
이곳이 그곳이고, 그 곳이 여기며, 선율이 끝나는 곳이 목적지라고....
어쩌면 우리도 거리의 악사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적토마 올림=
첫댓글 이곳 지구가 목적지가 아니고 경유지인가봅니다.
여기에 잠시 머물다가 어디로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