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R 프로그램의 기본 철학은“모든 사람에게 연중적으로 레크리에이션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매디슨 학군과 지역사회에 속한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프로그램 감독인 Chad Thom은 말한다. 그는 MSCR에서 25년 동안 일했는데, 그와의 인터뷰와 내가 직접 프로그램을 관찰한 것을 토대로 이 프로그램의 특징을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보다 재미있다. 가장 흔한 방과 후 프로그램인 튜터링(개인 교습)과 예술 프로그램 외에도 개인 비용으로는 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일단, 이것은 학교의 경직된 커리큘럼과 제한적 환경으로 인해 학교 교육이 커버할 수 없는 종류의 교육과 레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는 기회라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학생들은 비교와 경쟁의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연과 가족 안에서 함께 경험하고 배우며 협력과 공존이라는 새로운 가치관을 익힐 수 있다. 이 곳의 방과 후 프로그램은 학교 교육의 연속도, 보충도 아니며, 학교라는 시스템이 제공할 수 없는 교육을 제공함으로 현대 교육의 허점을 보완한다. 둘째, 지역사회가 하나가 되어 시행한다. MSCR이 성공적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사회에 있다. 매디슨 20만 명 인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그들은 건물이나 시설을 새로 짓지 않았다. 시설 신축이나 임대를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자본이 필요한데, 매디슨은 부자 도시가 아니다. 교육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어느 나라, 어느 도시가 그렇듯이 그 액수는 늘 터무니 없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MSCR은 지역사회의 협력을 요청한다. 학교 시설이나 공원과 같은 공공 시설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교회나 지역사회의 상업인들, 사설 센터 등의 협력을 받아 전 지역에 방과 후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사이트가 퍼져 있다. 인구는 서울의 1/50이고 면적은 서울의 1/3(이 중 절반 이상이 호수면적)인 매디슨에, MSCR의 지역사회 사이트는 현재 165군데이다. 이는 평균적으로 1평방 킬로미터 안에 한 개 이상씩 존재하고 있는 것과 같다. 학교와 공원, 교회, 각종 체육관과 센터, 노인회관, 주립대학이 장소를 빌려 주고, 개인이나 단체, 사업자들이 기부를 하며, 전문 스태프나 교사, 자원봉사자들이 스태프로 일을 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은 전 지역 사회가 하나가 되어 서비스를 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셋째, 돈이 없어도 즐길 수 있다. 이 프로그램들이 공짜는 아니다. 각 수업마다 만나는 횟수와 수업료가 다른데 수업료는 누구나 큰 부담 없이 낼 수 있을 정도의 액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장애학생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 파워축구는 4회 수업 2만원, 세일링은 2회 수업 3만원, 낚시는 1회 수업 5천원, 수상 스키는 하루 온 종일 수업 3만원. 그 외 모든 학생에게 열려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 노젓기 넉 달 매일 수업에 30만원, 비행기타기 1회 (45분)에 1만원, 발레 1만5,000원, 힙합/재즈 3만원, 학과목 보충수업 2-4만원, 카누 1만 5,000원 등. 그러나 돈이 없어서 등록을 못하는 학생은 누구나 무상으로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 그들의 정책이다. ‘배우고 싶어서 온 아이를 절대로 되돌려 보내는 일이 없도록’하는 것이 그들의 기본 운영 철학의 핵심이다. 부족한 비용은 정부보조와 지역사회의 기부를 통해 충당한다고 한다. 넷째, 영어를 몰라도, 장애가 있어도 참여할 수 있다. 절대로 어느 아이도 되돌려 보내지 않겠다는 그들의 철학은 영어를 잘 못하는 외국인 아이들과, 난민 아이들, 장애아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분리교육을 하지 않고 모든 아이들을 나이대로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보조가 필요한 아이는 1:1의 보조 교사를 붙여주어 모든 아이들이 통합된 환경에서 같은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MSCR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오직 하나. 매디슨 학군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학군에 살더라도 돈을 조금만 더 내면 모두 받아준다.
■ 장애아동 통합 전문 스태프 MSCR에서는 장애아동 통합을 위한 전문 스태프를 지원한다. 그들은 뜻이 있는 대학생이거나 특수교육 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인 경우가 많고, 일주일 동안 전격적인 교육을 통해 통합 전문 스태프가 될 수 있다. 교육 내용은 이렇다:특수교육 관련 용어, 자폐아동의 특성 및 지원 전략, 정서/행동 장애아의 법적 근거, 특성, 문제 예방방법, 학습장애아 및 ADHD 지원방법, 지체장애/시각장애/청각장애 이해 및 지원 방법, 활동 혹은 교과과정 수정 방법, 진단평가에 대한 개요, 재미있게 교육하는 방법, 행동수정, 아이를 타이르는 방법, 여러가지 게임들, 부모와 대화하는 방법 등. 대학의 특수교육개론 과목을 일주일에 떼는 것이라해도 무방할 만큼 많은 것을 읽고 공부해야하며 두툼한 교재까지도 준비되어 있다. 통합전문 스태프는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아동과 1:1로 동행하며 지원한다. 자폐아동이 '놀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지체가 부자유한 아동을 '썰매타기' 시간에 물리적으로 도와주는 일 등이 그 예이다.
■ 동네 보석상의 도움으로 MSCR 노인 프로그램 비용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부터 받는 적은 액수의 수강료로는 턱도 없이 부족한 프로그램 운영 비용을 동네의 두 할아버지 보석상이 채워주고 있다고 한다. 매디슨의 오래된 보석상 어윈 굿맨과 밥 굿맨이 은행에 예치한 예금에 대한 이자를 전액 MSCR에 기부하고 있는데 그 예금이 어마어마한 액수이기 때문에 그 예금에 대한 이자 역시 어마어마한 액수라고 한다.
■ 데이빗의 이야기
세일링 수업을 방문하러 갔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이틀에 걸쳐 하는 수업이고,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의 후퍼스 클럽(Hoofers Club)이라는 세일링 클럽을 통해 제공되는 프로그램이다. 후퍼스 클럽은 각종 레저 스포츠를 하는 클럽인데, 수상스키, 모터보트, 세일링, 카누, 카약, 말타기, 암벽등반, 동굴탐험, 산악자전거 등을 주요 활동으로 하는 클럽이다. 이 대학의 학생이나 직원이라면 누구나 가입해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클럽이다. 위스콘신 대학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학교가 커다란 호수가에 접해 있어 마치 학생들이 호수를 소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호수 문화가 학교 생활의 일부분이 된다는 것이다. 후퍼스는 바로 이 호수에서 만나 활동을 하는데, 데이빗도 수업을 받기 위해 이 호수로 왔다. 데이빗은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16세의 자폐아이이고, 그의 치료사와 함께 세일링 수업을 들으러 온 것이었다. 한 명의 후퍼스 회원이 세일링 강사와 데이빗, 치료사를 모터보트에 싣고 호수 가운데 떠 있는 세일 보트(범선, 돛이 달린 작은 레져용 배)에 내려 주러 떠났다. 데이빗의 어머니는 부두에서 그들을 떠나보내고 지켜보고 있었고, 나는 세일링 강의를 가까이서 볼 수 없게 된 실망감을 안고, 그래도 어떻게든 이곳까지 한 나의 발걸음과 나를 이 곳에 연결시켜 준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게 돌아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그의 어머니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신청했다. 의외로 그의 어머니는 매우 기쁜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 (떠난 보트를 가리키며)아드님과 따님이신가요? “아니요, 아들 데이빗과 치료사 중 한 명인 제니에요.우리 아이가 물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치료사와 함께 등록 시켜 데리고 왔어요.” ● 이번이 처음인가요? “처음이냐고요? (웃음) 아니요, 우리는 매 년 여름마다 물놀이를 가요. 올해는 세일링을 배우지만 작년에는 카누와 카약을 배웠어요. 일반인 모두에게 열려 있는 수업이었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도 일반인들과 함께 배웠는데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했어요. 오늘 세일링은 개인 교습이네요. 몰랐어요. 우리 아이는 꽤 심한 자폐를 갖고 있지만 카누와 카약을 배울 땐 일반인들과 함께 배워도 전혀 무리가 없었어요. 세일링 수업이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있는데 이것이 끝나면 다음 주 부터는 또 카누를 배우러 가요.” ● 늘 MSCR을 통해 등록하시나요? “사실 MSCR을 통해 등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에요. 예전에는 후퍼스에 직접 등록을 했더랬죠. 그런데 직접 하는 것보다 MSCR을 통해 등록하는 것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싸네요.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무척 좋네요.” ● 여기(학교 호수) 말고 또 물놀이를 가는 곳이 있으세요? “그럼요, 하와이에 가서 서핑도 했었어요. 데이빗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위스콘신 델(매디슨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계곡)에 가서 배도 타고 제트스키도 타고 했지요. 우리 아이는 물놀이를 무척 좋아해요.” ● 수영도 하나요? “프로처럼 수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할 수 있어요. 우리는 매 해 여름만을 기다린답니다.” ● 매디슨에는 언제부터 사셨나요? “우리 아이가 3학년 때 이사 왔어요. 저희는 원래 미주리 주의 세인트 루이스에서 살았었어요. 그런데 그곳에서는 행복하지가 않았어요. 아시겠지만 그곳은 남부 문화잖아요. 어떤 것을 해도 우리 아이는 일반 아이들과 함께 할 수가 없었어요. 이것을 한다고 해도 따로 하라, 저것을 한다고 해도 따로 하라, 그 곳은 분리주의가 너무 강했어요. 장애아이들과 일반아이들을 절대로 섞어놓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였어요. 무엇을 해도 순순히 넘어가는 것이 없었고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그곳에서 저희는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매디슨으로 이사 오기로 작정했지요. 매디슨은 진보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이곳에 오니 무엇을 해도 다 OK더라고요. 내가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일반인과 함께 할 수 있어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래요.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도 없고, 오늘 이 세일링 강사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데리고 배로 나갔잖아요. 그런 사회 분위기 적인 면에서는 매우 만족해요.” ● 학교는 어디를 다니죠? “학교는 또 다른 문제에요. 사회 분위기는 좋은데 매디슨의 학교 교육에는 만족을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우리 아이는 지금은 홈스쿨링을 하고 있어요. 제가 주로 가르치고 여러 명의 치료사가 번갈아 가면서 와요. 우리가 아이 교육에 쓴 돈은 정말 어마어마해서 상상도 못 하실거에요.” ● 비가 올 것 같네요. 세일링 수업이 예정보다 일찍 끝나겠어요. “아이가 무척 실망하겠어요. 보나마나 지금 무척 좋아하고 있을 텐데 우리 아이는 말은 거의 못해요. 글로 쓰는 방법이 훨씬 효과가 있지요. 오늘도 “sailing, 5-8P.M.” 을 써 주었더니 그 것을 확실히 이해하고 나갔어요. 8시에 끝난다고 했는데 그 전에 끝나면 실망하겠어요. 하지만 내일이 있으니 다행이에요. 내일은 치료사가 못 온다고 해서 제가 대신 같이 나가야하는데 저는 물을 싫어해서 걱정이에요 (웃음).”
폭풍우가 몰아치려 해서 나도 서둘러 그곳을 떠나야 했다. 그 다음 날은 날씨가 좋아 그의 어머니는 그와 함께 세일링을 하러 갔을 것이다. 세일링은 건강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미국 남자들만 하는 줄 알았는데, 남녀노소,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에게도 유익한 인터뷰였다. |
다섯째,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 MSCR은 프로그램의 홍보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프로그램 책자 (대학의 수강신청 책자와 거의 비슷함)가 매디슨 학군의 모든 가구에 우편으로 발송되고 있는데, 아이가 있든 없든상관 없이 모든 사람에게 보내진다. 동시에 학교와 지역사회 단체를 통해서도 홍보를 한다. 그래서 혹시 학부모가 이런 저런 이유로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라도 학교나 친구들, 친척, 옆집 사람,교회 등 다른 길을 통해 반드시 아이에게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게 한다는 것이 MSCR의 설명이다. 수강신청 책자는 일 년에 3회 발송하는데 한 번 발송하는데 5,0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래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홍보수단이 되므로 책자는 계속 발송된다. 서울시의 모든 가구에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책자가 배달된다고 생각해 보라. 여섯째, 갓난 아기에서 할머니까지 전 인구를 대상으로 한다. MSCR은 1926년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군 교육부 산하 프로젝트로 조그맣게 시작하였다. 그러나 갈수록 지역사회의 참여가 많아지고 프로그램이 다양해짐에 따라 학생들뿐 아니라 갓난 아기부터 노인들까지 모든 연령대를 위한 프로그램이 추가되어 이제는 매디슨 시에 거주하는 전 시민의 서비스가 되었다. 아기 수영 클래스는 생후 6개월부터 학령기 전아동까지 받으며, 엄마나 아빠와 함께 하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수업은 학생을 위한 수업만큼 많고 다양한데 관절 운동, 걷기 운동, 골프, 요가, 마사지, 연극·뮤지컬 관람, 야구 관람, 여행 등이 있다. 일반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요가, 테니스, 수영, 댄스,미술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