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화두는 "생존하라"
日, 12년째 마이너스 성장
업체 간 합종연횡 활발
국내 빅3, 편집매장 늘려
자신만의 '컬러'로 승부
문화공간으로 변신 시도
"지금 백화점이 백화점(百貨店)이라면 대형마트는 만화점(萬貨店)이다. 백화점은 의류 중심의 대형편집매장으로 변해 살아남을 것이다."(홈플러스 이승환 회장)
"예전 같은 백화점 성장은 이제 불가능하다."(현대 아이파크몰 최동주 사장)
백화점의 미래에 '빨간불'이 켜졌다. 성장이 한계에 이른데다가, 대형마트.편의점.사이버쇼핑몰 등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간 경쟁 격화로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백화점들의 생존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고 있다.
◆고속 성장은 흘러간 옛 얘기
백화점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敵)은 성장의 둔화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의 올래 예상 매출액은 20조4000억원이다. 2005년(17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5년 동안 18.6%성장에 그친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안 대형 마트는 38.3%, 편의점은 57.5%. 사이버쇼핑몰은 284.6%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20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사이버쇼핑몰은 내년에는 백화점을 밀어내고 대형마트에 이어 2위의 유통채널이 될 게 확실하다.
백화점 업계에서는 시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출점(出店) 경쟁이 뜨겁다. 그러나 출점 경쟁이 오히려 백화점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25개 점포를 갖고 있는 국내 최대인 롯데 백화점은 부산 광복점과 서울 청량이 역사점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신세계는 서울 영등포와 의정부 역사에 새로 점포를 내고 현대백화점은 서울 양재동.대구.청주.아산.광교신도시 둥에 출점할 계획이다. 시장 포화 상태에서 2`3년내에 10여개 점포가 새로 문을 열면 그만큼 경쟁이 더 심화돼 수익성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상성증권 리서치센터의 구창근 소비재파트장은 "과당경쟁과 수익성 악화로 5년 이후 백화점업계는 많이 힘들어질것"이라며 "수익성 낮은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백화점 점포 수 감소. 구조조정 바람
일본에서는 이미 백화점업계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일본의 백화점이 최근 1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일본 내 백화점 점포 수는 277개로 전성기였던 1999년(311개)보다 10% 이상 줄었다. 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2003년 6~7위 권이었던 소고와 세이브가 밀레니엄리테일링으로 통합된 것을 시작으로 다이마루(2위)는 마쓰자카야(9위)와 합병했고, 3~4위였던 미쓰코시와 이세탄은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로 통합됐다. 1위인 다카시마야 역시 한큐.한신백화점을 거느리고 있는 H2O 리테일링과 2011년까지 경영 통합을 작년 말 발표했다.
국내의 경으 외환위기 이후 롯데.현대.신세계 빅3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고, 지방 백화점들이 급속도로 몰락했기 때문에 일본보다 구조조정의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일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복합쇼핑몰. 편집매장. 패션전문점 등 전문매장들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늦은 것도 차이점이다.
◆국내 '빅3', '성장보다 생존하라'
백화점들은 위기 돌파를 위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우선 '빅3'는 직매입 비중을 늘이고 편집매장을 늘려 자신만의 상품군과 컬러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트리니티'라는 브랜드의 명품 편집매장을 키우고 본점 명품관과 강남점에 다양한 형태의 구두.가방.스카프 편집매장을 열었다. 롯데는 본점 에비뉴엘을 중심으로, 현대는 압구정 본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핵심점포 중심으로 편집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빅3는 현재 5% 미만인 직매입 미붕을 15~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백화점들은 또 문화마케팅을 강화해 단순 쇼핑공간을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하는 생활문화공간으로 키워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오중희 상무는 "한국에서 백화점은 이미 물건을 사는 쇼핑공간에서 고객들이 여가를 보내고 사교를 하고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