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나님의 나라는 비루한 우리 삶의 일상 속에서 흐르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한 것을 너무 영적으로만 해석하면, 베드로가 말한 변화산에서 여기가 좋사오니의 영성으로 끝나게 된다.
하나님은 다윗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의 역사를 이루셨지만 다윗의 삶은 인간적으로 보면 비루한 삶의 연속이었다. 특히 스루야의 아들들 아비새, 요압, 아사헬과의 관계 안에서도 많은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사울의 군대장관이었던 아브넬과 화친을 통한 통일왕국을 꿈꿀때도, 요압이 다윗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브넬을 죽인다.
2. 다윗은 "내가 기름부음받은 왕이 되었으나, 스루야의 아들들을 제어하기가 힘이드니..여호와는 악을 갚아주십시오"라고 기도하기도 한다. 왕이었지만 스루야의 아들들을 제어할 수 없는 관계적 고통을 겪었다. 유진 피터슨은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에서 "사울의 세력들은 명백한 적이지만, 스루야의 아들들은 명목상으로는 우리편인데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명명한다.
적은 아니고 은밀하게는 우리편이지만 하나님과 상관없는 삶의 선택들을 통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구약은 잔인한 폭력의 역사이기 때문에 읽기 힘들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이 구약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뜻이 우리가 사는 매일의 비루한 삶의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 말한다. 마치 스루야의 아들들의 세상 속에서 고통하면서 사는 이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3.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아도 하나님의 역사는 악의 구렁텅이 속에서도 유유히 흐르고 있다. 압살롬이 반역을 하고 또 그 압살롬의 죽음을 보면서 통곡하는 다윗을 보면 그 인생이 참 비루하고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만큼 처량하다. 그러나 그런 처량한 삶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은 다윗의 인생을 통해 하나님이 나라를 계시하시고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신다.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자신을 찾아오는 대부분의 신경증환자와 성격장애 환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의 하나를 "모든 책임지는 것에 대한 병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즉 인생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만 어려우면 신경증 환자는 자신을 질책하고, 성격장애 환자는 타인과 세상을 탓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4. 책임지는 것이란 인생은 어려운 것이고, 스루야의 아들들의 세상 속에서, 또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속에서 묵묵히 하나님의 나라를 바라보며 걸어간다는 의미다. 신앙이란 평안하고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는 삶이 아니라 어쩌면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영적인 맷집을 기르는 일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다윗의 시편이 감동적인 이유는 그렇게 비루하고 비참한 삶의 현실 속에서 "여호와는 나의 피난처시요, 나의 반석이요, 요새시라"고백하기 때문이다. 다윗의 시편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처절한 삶의 고백이었다. 깨어진 가정사의 고통과 정치적으로 분열되는 수많은 아픔속에서도 그는 하나님께 피하며 피난처를 삼은 사람이었다.
5. 하나님의 나라는 그렇게 비루한 오늘의 일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능력의 역사가 아니라 힘든 직장생활, 가정 생활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삶의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다. 최태성 강사는 <다시, 역사의 쓸모>에서 하와이 이주 이민자들의 삶을 소개한다. 상해임시정부 당시 돈이 없어서 국가공채를 발행했다. 그러나 독립이 될지 말지를 모르는 나라의 공채를 어느 누가 구입하겠는가? 마치 불량채권 같은 것이었기에 아무도 구입하지 않았다.
그때 그 공채를 구입한 최소의 사람들이 바로 하와이 이주 노동자들이었다. 외국인으로 비참한 현실 속에서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10시간 정도 강도높은 노동을 했고 월급이 고작 17달러에 불과했던 노동자들이 나라를 살리려는 마음으로 공채를 구입했다.
6. 그들은 고국에 돌아가 폭탄을 들거나, 총을 들 수 없었기에 자신들이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으로 섬겼다. 힘든 노동으로 번 돈을 공채를 사는 것으로 나라 사랑을 실천한 것이다. 역사는 그런 이름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헌신으로 이루어진다. 지금 우리 나라가 이런 나라가 된 것은 어쩌면 하와이에서 땀흘리면 공채를 샀던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여서 된 것이다. 그들이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상해임시정부는 바로 서지 못했을지 모른다.
나라를 위해 공채를 사면 사탕수수 밭에서 힘든 일이 힘들지 않는 것이 되는가? 여전히 힘들다. 우리의 직장생활 가정생활은 하나님께 드리는 삶이 되면 쉽고 편해지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힘들고 여럽다. 가정은 그대로고, 직장도 힘들다. 그러나 비루한 우리의 삶의 일상 속에 하나님의 나라는 흐르고 그 속에서 했던 작은 순종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역사를 이루어가신다.
7. 하나님의 나라는 화려한 능력으로 임하는 나라가 아니라, 힘겨운 우리의 삶의 현실 속에서 임하는 나라이다. 힘들지만 영광스러운 그 일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는 이루어지며, 그것은 내 삶의 비루한 현실을 통해 이루어진다. |
첫댓글 하나님의 나라는 힘겨운 우리의 삶의 현실 속에서 임하는 나라~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