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새벽 정대세의 눈물을 보고 한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옛날 20대 중반때 하고싶던 공부가 있어 일본유학을 준비하고 있을때
알게된 한 지인이 있었습니다. 재일교포였고....야쿠자였습니다;;
여행사 관련으로 알바하며 알게된 사람인데 암튼 단 하루를 만났을 뿐인데 언젠가 일본오면 연락하라고
명함 한장을 주고갔습니다. 물론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연락할 생각은 없었지만요..
그후 몇푼안되는 돈을 가지고 일본땅에 도착했을때 참 막막하더군요..
아는 사람도 없고 일본말도 잘 못하고..
그러다 첫번째 사기를 당합니다(일본있을때 총 두번 사기를 당했습니다..둘다 한국사람이었죠;)
기숙사가 결제일이 다가오고 더 싼집을 찾던저는 유학생커뮤니티에서 알게된 한친구가
(신주쿠 한인교회 다니던 재일교포였습니다.신앙심이 깊은 사람으로 보여 덜컥 믿은게 실수였죠)
싸게 방을 얻을수있다는 말을 믿고 10만엔을 맡겼다가 그후로 볼수가 없었죠...
그렇게 교포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던시기에 갑자기 그 지인이 생각나더군요..
명함은 버리지 않았던 터라...아무기대없이 연락을 했습니다만 뜻밖에도 무척 반가워하며 그날 저녁
당장 만나자고 하더군요..사이타마에 사는사람인데 말입니다.
그분을 신쥬쿠의 한 야키니쿠(일본식 갈비)집에서 만났습니다.
후배라고 한명을 데리고 나왔는데 딱봐도 깡패;; 더군요..
그리고 고기를 구우며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둘의 대화를 듣다보니 생각도 못한 단어가 튀어나오더군요...
재일교포와 얘기를 나눌때는 조국은 한국이지만 일본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했는데.
이사람들은 계속 "쪽바리"운운하며 말을 하는것이 본인들을 일본인이라고 생각않는것 같더군요..
도중에 알았지만 이사람들은 조총련계 조선학교를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은 추억이지만 당시는 엄청 놀랬습니다.북한에 나포되는건줄 알구요...
반갑게 맞아준것이 나쁜의도가 있는건 아닌지...어떻게 핑계대고 도망치지...등등등)
그런데 다행히도...북한얘기 같은건 전혀 안하더군요...그들도 그런거 자체에 관심이 없었구요..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조선학교 나오셨으면 부모님이 고향이 이북이세요??"
"아니 두분다 경상도 사람이다"
"근데 왜 조선학교를 다녀요???"
사연을 듣다보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일본에는 교포사회조차 ,민단(남한재일교포단체)과 조총련(북한 재일교포단체)
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그분들이 학교다니던 당시(나이가 50은 넘었을겁니다)
조총련은 조선학교가 있었지만 민단은 정부의 지원이 없어서 그냥 일본학교를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차별과 이지메가 엄청나서 매일 맞고 코피나고 싸우고 정학당하고..전학다니고 하다가
어쩔수없이 조선학교로 입학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분들에게 채제나 이념은 아무 관심도 없었습니다.
"쪽바리들 두들겨 패도 퇴학안당하는데가 조선학교밖에 없어서 다녔지..."
"요즘 일본에선 한국식 곱창이 유행이다....근데...이거 예전에는 조선사람들 밖에 안먹었다..이유 아느냐??"
"모르겠는데요"
"먹을게 없어서 먹었다...쪽바리 들은 내장 안먹고 버리니까..배고파서 구워먹었는데...이제 그놈들도 이 맛을 알은거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전철이 끝날 시간이 되었고 인사를 하고 일어나려는데
그분이 제손을 꼭 잡더니 얘기하더군요...
"공부열심히 해라...너희 세대들이 공부열심히 해서 나라가 강해져야지 우리처럼 서러움 안당한다"
그러곤 손에 당시 저에게는 거금이었던 3만엔을 꼭쥐어주더군요...배고플때 밥사먹으라면서요..
같이온 후배분도...나이가 30정도 되어보였는데..절언제봤다고...니가 무슨 돈이 있냐는 만류를 뿌리치고
지갑속에 전재산 2만엔을 털어서 주시더군요...
"일본에는 유혹이 많다....여기 신쥬쿠 술집에서 알바하고 빠칭코에서 알바하면 돈많이 번다...하지만 넌 학생이니 딴생각말고 공부 열심히해라 만약내가 또 신주쿠와서 내눈에 띄면 넌 내손에 죽는다!!"
그러곤 두분은 손을 흔들고 가시더군요...
전철끊길까봐 전철역으로 달려갈때는 급해서 몰랐는데 막차를 타고보니 눈물이 주루룩 나더군요..
이게 바로 동포고 핏줄이구나....하구요...
사실 이 글에는 또렷한 한글로 따박따박 말한것 처럼 써있지만..사실 한국말 반 일본말 반 섞어서
아주 어눌한 한국말로 하신 말입니다.
재일교포들 말투있습니다...김성근 감독이나 정대세 말투보면 아실겁니다.
그런 어눌한 말투로 중요한 말은 한국말로 띄엄띄엄 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귓가에 선합니다.
어제 정대세 선수가 북한국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걸 보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그 눈물은 정치적 이념이 아닌..즉 북한대표 정대세로서 ,빨갱이 정대세가흘린 눈물이 아니라..
차별받으며 살아온 그동안의 서러움과 그것을 이겨내고 세계무대에 우뚝선 일본땅에 살고있는
"재일교포 정대세"의 눈물일것이라고...내마음대로 짐작했습니다.
우리가 미워해야 할것은...김정일과 북한공산당 괴뢰정부인것이지...
우리와 한 핏줄인 북한동포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사실까지...스포츠에서 한민족인 북한을 응원했다는것 만으로 빨갱이 운운하는 글들이 달리는 세태가 한심하고 슬프기만 합니다.
스포츠는 스포츠일뿐 정치와 이념을 떠나 남북한 모두 16강에 진출하여
한민족의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렸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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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그후로 한번도 뵙지못한 두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공부열심히 하란말 지키지 못했습니다..
두번째 사기를 당해서 학비를 다 날리고 한국으로 돌아왔거든요..
하지만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연락처도 모르고...아직 성공하지도 못했지만
언젠가 인연이 닿아 또 뵙는날이 온다면 그때는 제가 한번 거하게 술한잔 사드리겠습니다.
ps2:
요즘 시국이 어수선합니다.
일본에서의 추억담 하나 때문에 무슨 간첩취급받는거나 아닌지 두렵기도 합니다.
워낙 이상하게 돌아가는 세상이라...
단지 제가 경험해본 재일교포들의 아픔과 훈훈했던 동포애를 나누고자 글을 남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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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아고라에서 글 읽던 중 정말 좋은 글 같아 이 곳에 퍼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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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가슴에 와 닷는 글이네요. 우리 해외에 사는 교포들의 맘을 너무나도 잘 표현 한 글입니다. 차별없는 캐나다에 살아도, 고국은 항상 그리운 대상이고, 가슴 아픈 상대인데.....남한이나 북한이나 다 우리 고국이라고 생각하며 사는데.....북한에 있는 굶는 아이들도 불쌍하고, 빈부차이 많이 나서 속 상하는 남한의 서민층도 불쌍한데.....전쟁운운하는 양쪽 지도자들은 정말 미운데.....어디를 돌아봐도 팔은 안으로 굽는데....이제는 전쟁없이 통일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