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 자리 풀 한 포기 안 나게 살아서야!
솔향 남상선/수필가
우리 속담에‘맹매기 콧구멍’‘앉은 자리 풀 한 포기 안 난다.’는 말이 있다. 앞뒤가 꽉 막혀 답답하기 이를 데 없거나 지나치게 인색하여 정붙일 데가 없이 산다는 얘기다. 융통성이 없이 하나밖에 모르는 사람이니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저밖에 모르는 사람이니 베풂의 삶, 따뜻한 가슴 얘기를 해봐야 말이 통하겠는가!
살다보면 이런 사람들에게도 인생행로가 순탄치만은 않을 때도 있다. 앞길이 막막하고 갈 길이 험난할 때도 있단 말이다. 어려운 때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때 구원의 손길은 그 얼마나 감사할 일이겠는가!
너그러운 가슴으로 보듬어 주는 따뜻한 가슴이 있다면 잊으려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베풀어 주는 온혈 가슴이 있다면 평생 오매불망알 것이다.
지난 일요일이었다. 평시는 3㎞ 거리에 있는 성당을 걸어가서 새벽 미사를 봉헌했다. 그런데 이날은 기상을 일찍 했지만 집필을 하다가 시간이 급하게 되었다. 걸어가서 미사 봉헌하기에는 촉박한 시각이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달려 나가 602변 버스를 탔다. 아,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가!
승차카드가 없는 게 아닌가! 당황하여 뒤져봐도 다른 카드는 보이지 않고 주민등록증과 삼성카드 한 장만 있는 거였다. ‘아, 그래도 살았다’ 싶어 삼성 카드를 태그해보니‘기한만료인 카드입니다. 사용할 수 없습니다.’순간 그 소리에 얼굴빛은 사색(死色)이 되었다. 그 버스를 타지 않으면 새벽 미사봉헌을 할 수 없었기에 기사한테 사정했다.
“카드를 두고 왔으니 한 번만 선처해 주십시오.”
했더니 기사가 하는 말이
“카드가 없으면 내리셔야죠. 빨리 내리셔요!”
하는 거였다. 주민등록증을 보여주고 사정을 해도 내리라는 거였다. 30대 중반쯤 돼 보이는 기사가 냉혈동물처럼 차가웠다. 자식뻘 되는 기사한테 사정사정하다가 막무가내로 내리라는 소리에 내가 하는 말이,
“집에 가서 계좌이체 시켜 줄 테니 제발 타고가게 해 주시오.”
했더니 벌레 씹은 상을 하며 내뱉는 말이
“안 넣으면 안 돼요, 꼭 넣어야 해요!”
하며 계좌이체 번호가 찍혀 있는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퉁명스럽게 하는 말이,
“계좌이체 꼭 해야 돼요.”
당부를 거듭하는 거였다. 새벽 날씨는 좋았는데 카드 한 장 챙기지 못해 기분은 엉망이 되었다. 미사 마치고 집에 바로 왔다. 약속 이행을 위해서였다. 어김없이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 해 주었다.
나는 그날 아침‘앉은 자리 풀 한 포기도 안 난다’는 독종 맹매기’를 만난 거였다. 답답한 맹매기한테는 인정도 사정도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목석같은 사람도 있다더니 그야말로 목석심장(木石心腸)이 아닐 수 없었다. 운수회사 사장이 기사를 채용할 때 면접시험에서 무얼 보고 뽑았는지 모르겠다. 가슴 따뜻한 인성 좋은 사람도 있었을 텐데 희귀동물 목석심장 맹매기를 채용했는지 모르겠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강장동물을 갖다 쓴 것이 의아스러울 지경이었다.
‘앉은 자리 풀 한 포기 안 나게 살아서야!’
나도 혹시 가슴 없이 사는 희귀 동물은 아닌지 맥을 짚어봐야겠다.
사람의 얼굴에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인면수심(人面獸心)도 있으니 우리는 그렇게 살지 않는지 청진기를 대어봐야겠다.
인정도 없고 탐욕만으로 가득 찬 사람의 마음이 이리와 같다는‘낭심(狼心)’이란 말이 있다. 우리가 사람의 얼굴로 이리처럼 살지 않는지도 가슴에 손을 얹어봐야겠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이 말은 불교에서 <자신을 위할 뿐 아니라 남을 위하여 불도를 닦는 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는 이런 정신으로 살아야겠다.
자신도 남도 이로운 자리이타, 우리는 그런 생각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버스기사에게 ‘녹명(鹿鳴)’이란 단어를 가르쳐 주고 싶다.
아 단어는 사슴이 먹이를 발견하면 ‘함께 먹자고 동료를 부르기 위해 우는 소리’다. ‘더불어 사는 삶’을 뜻하는 아름다운 단어임에 틀림없다.
버스기사가 혹시 답답한 맹매기로 사는 나는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어 볼 일이로다.
혹여 나도
‘앉은 자리에 풀 한 포기 나지 않게’란 말이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는가!
자식 교육에 ‘저만 아는 가슴’으로 키우지는 않았는지!
!
첫댓글 맥맥이 콧구멍이 답답하다더니 여유없고 유도리 없음을 말하는군요.
맥맥이를 만난날
고생 많으셨네요.
나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불도를 닦을 수 있는 포용력을 길러야겠습니다. 자리이타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