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향교전통문화체험교실 고전강독 지도소감
경남고성향교에서 실시한 전통문화체험교실 행사에 강사로 초청되어 2014. 7. 24.부터 8.6일까지 2주에 걸쳐 기초한문 고전강독을 지도하였다. 고성향교 이재호 전교의 협조요청을 받은 대종회장님께서 그 취지에 공감하여 의전실장을 현지로 파견, 청소년의 충효예교육의 일익을 담당하도록 조처하셨다.
고성향교는 경남 유형문화재 219호로 고성읍 교사리에 소재하며, 유현을 받들어 이곳 지역사회의 인재를 양성하고 미풍양속을 교화할 목적으로 조선 개국초기인 1398년 건립하였다.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다가 1607년에 중건되었으며 1726년 고성과 통영이 통합되면서 통영군으로 옮겨졌다가 고성군이 환원되면서 다시 현위치에 복원하게 되었다.
향교는 일반적으로 강학과 제례의 두 기능을 갖는데, 고성향교도 유생이 학문을 연마하는 명륜당과 일상활동을 하는 동재 서재의 강학공간과, 공성과 유현의 위패를 모시는 대성전 및 동무 서무의 제례 공간으로 나뉜다. 대성전에는 공자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안자 증자 자사 맹자 등 오성을 모시고, 동무 서무에는 주돈이 정호 정이 등 송조 6현과 설총 최치원 안유 정몽주 등의 동방 18현 위패가 봉안되어 매년 춘추에 석전제가,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삭망제가 행해진다. 건물배치도 강학공간을 앞쪽에, 제례공간을 뒤쪽에 두는 기본형태인 전학후묘의 일직선 배치양식에 준하여 지어졌으며, 정문인 풍화루는 유생들의 여가 및 여름철의 교육공간이자, 외빈을 접대하는 기능으로서 제례 영역으로부터 좀 떨어진 자리에 위치하게 하였다.
본 전통문화 체험교실운영은 군내 초중학생을 대상(고성 대성 회화 삼산초교 학생 각각 20명 도합 80명)으로 올바른 인성함양과 건전한 가치관 확립을 목적으로 실시한 사업으로서 향교의 역할과 기능, 지역문화유산 바로알기, 고전읽기를 통한 충효사상고취 등을 중심과제로 추진하였는데, 구판옥 유도회장은 유도와 고성향교 바로알기를, 김석관 부회장은 전통유복의 착용과 문묘배례를 지도하였으며, 정창석 김문수 이옥진 이인성 허봉무 심상정 김외곤 선생 등이 직접 교육을 맡았는데, 나는 사자소학, 천자문 강독을 담당하여 이 시대가 절실시 요청하는 충 효 예의 덕목을 고전과 연계하여 그 정신고취를 위한 지도에 주력하였다. 사자소학 효행편과 한중 고사성어를 청소년 수준에 맞도록 개편하고, 시청각자료를 개발 활용하여 생소한 한자의 자의와 훈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원문은 물론 역문도 리듬감 있게 성독할수 있도록 4 4조로 조율하고, 송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율동감과 생동감을 살린 다양한 방법들을 구사하여 많은 호응을 받게 되었다.
천자문은 흔히 한문의 기초학습서 정도로 알고 있으나, 실은 운과 고저를 맞춘 훌륭한 4언 고시로 고대의 문사철을 총망라한 고전중의 고전서임을 설파하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고사성어, 이를테면 형설지공, 죽마고우, 새옹지마, 타산지석, 온고지신, 선공후사, 관포지교, 호연지기 등의 고사도 그 유래를 모두 천자문에서 만날 수 있음을 알리고, 독서백편의 의미와 고전암송의 기쁨을 체감하도록 하였다. 특히 우리말에도 한자처럼 고저장단이 있음과 의미단락으로 띄어 읽기가 긴요함을 알게하여 우리말 바로쓰기에도 많은 자각을 갖게 하였다.
이재호 신임전교가 청소년 체험교실운영과 때를 같이하여 문루인 풍화루를 대대적으로 중수, 제액현판하고 향교의 구조와 시설을 교학기능에 알맞게 개선보강하여 향교의 면모를 새롭게 단장하였다. 신임전교의 이러한 구상은 전통교육제도에 현대교육 기능을 접합시켜 표류하는 정신문화 그 생명력 복원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쾌거라고 생각되며, 또한 전통문화체험교실운영 기간동안 구판옥 유도회장을 중심으로 유림이 총동원하여 번을 서서 안전을 지켜내고, 여성유도회원의 헌신적인 보살핌과 구갑종총무를 위시한 관리담당자의 간단없는 수고가 있었기에 이 행사를 성공리에 마칠수 있게 되었다고 본다.
정창석 전의가 짓고 심상정 장의가 국역한 풍화루 기문에도 체험교실운영의 취지가 면면히 나타나 있는데, 기문에 의하면 “뒷날 이 풍화루에 올라오는 자들이 공자님의 政學이 泯沒됨을 염려하고 우리의 유도가 땅에 떨어짐을 걱정하여 분을 발하고 용기를 내어 깊이 수신하고, 명덕을 닦아 다른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공부를 도모한다면 거의 성현의 풍화에 이르리라.” 하고 미래를 밝게 전망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이번 행사에 동참, 미력하나마 청소년 선도에 일익을 맡은 한 사람으로서, 큰 보람과 긍지를 느끼는 바이며, 물질만능의 혼탁한 시류에 한가닥 희망의 빛을 여기에서 발견하는 같아 마음 든든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의전실장 허봉무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