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나 제사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생명이 아니라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어린왕자처럼 별나라에서 온...^^)
지상에 뿌리가 있다는 것, 조상을 기리는 미덕이며
흩어져 사는 가족이 만나 가족애를 더듬는 날이라던가,
지금이야 식탁이 풍요로워져서 그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평소에 제대로 먹어보지 못한 육류나 어류 갖가지 나물 등을 먹고
영양보충, 체력보강을 하는 잔치성격도 사뭇 컸을 것이다.
25년이 훌쩍 넘었다. 아버지 돌아가신 해.
처음 3년정도는 그래도 가족들이 모여 제사를 지냈는데
종교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끝내 끝장을 냈다.
그 후로 오래 나는 제사를 모시러 가거나 모시지도 않았다.
십년쯤 된다.
아버지 기일에 혼자 상을 차려 아버지와 겸상의 밥상을 나누거나
차 한잔 올리는 일,
아마 악양으로 이사를 와서 처음 차를 만들며 내가 만든 차로
말 그대로 차례를 지내볼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녹두전,
길을 가다 음식점에 녹두전이라는 문구를 보면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춰보거나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는 한다.
오랜 버릇이다.
올해는 뜬금없이 안하던 짓을 했다.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식 중에 비계가 있는 돼지고기를 썰어넣고
김치줄기가 길게 펼쳐진 녹두전, 내가 멧돌을 돌리면
어머니는 숟가락으로 물에 불려있는 녹두를 한숟가락씩
멧돌구멍에 떠넣으며 두런두런 거리던 옛날이 생각났다.
그 녹두전은 아니지만
녹두가루를 사다가 김치만 씻어 쫑쫑썰고 반죽을 해서
2장을 새카맣게 태워먹는 시행착오를 거친 후,
녹두전과 내가 만든 곶감과 동치미와 발효차를 한잔 올리며 제사를 지냈다.
제사끝내고 맛본 녹두전, 녹두를 직접 갈아서 만든 것에 비하면
식감이 사뭇 떨어지기는 했지만 파는 것보다는 괞찮았다.
주룩주룩 비오느 ㅡㅡ은 날
마당에 핀 홍매화
우산들고 화장실가는 길이 향기롭네
아버지 홍매화꽃이 피었네요
얼었다 녹았다 빛깔이 좋지않아서 제사상에 올리지 못했는데
오늘 봄비에 저렇게 선명하게도
아침에 잠시 비기 긋나 했더니
다시 비
홍매화가 비에 다 젖는데
어쩐다지
우산이라도 받쳐줘야할까
킁킁~
홍매화 붉은 빛이
내 얼굴을 물들이네
홍매화 맑은 향기가
몸 안을 휘도네
돌탑 위 이끼들
추위에 납죽 엎드려 있더니
빗방울에 초로롱 초록이 금새 돌며 일어서네
비를 맞고 봄나물들
쑥쑥 곧 올라오겠다.
봄나물국이며 나물무침으로 밥상이 차려지겠지.
흠흠~
향기로운 봄밥상 ^^
첫댓글 아, 홍매가 저리도 붉게 피었군요~~~♡
잔뜩 말라가던 제 가슴에 감성 촉촉 시인님의 글과 봄비같은 비가 물뿌리개 마냥 차츰 적셔주네요.
웅크린 몸과 맘을 기지개 펴며 날려보내야겠어요^^
캐롤이란 영화를 보면,(며칠전 보았죠.) 어느 남녀의 '사랑보다 더 사랑하는' 두 사람의 운명적 사랑. 거기서 캐롤이 트레즈에게 첫 만남에서 하는 말..." 하늘에서 떨어진......" 말을 더 잇지 못하고.....
그리하여 사랑을 하게 되고 연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다시 그말을 잇죠. "하늘에서 떨어진 사 · 람· 이라고."
아버님 기일에 예쁜 전을 올리셔서 아버님 좋아 하셨을 듯요. ^^
하루 하루가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봄이 오는 것 갈습니다.
책에 싸인을 받을 때 홍매화와 청매화가 있는데 어떤 것을 좋아하냐고 질문하시던 것이 기억나는데 홍매화가 저런 것이었군요. 이쁘네요.
그 후로 여우숲에는 가보셨는지요.
다들 즐겁고 그 인문학적 열정들 아직 뜨겁겠지요. ^^
따스하게 내리는 봄 비
이 비를 맞고 땅속에서 기지개켜며 올라오는 새싹들을 곧 볼수있겠지요
움튼 새싹들이 반갑게 얼굴 내일때즈음
악양의 매화들을 만나러가겠습니다
아직도 명절마다 맷돌을 돌리며 녹두를 갈아 전을 부치는 저의 실력은 시인님의 솜씨만큼 안되는구만요~ㅜㅜ
참으로 평화로운 글입니다^^
여기 저기 봄 소식^^ 비 소식에 설레는 마음 안고 영화 검사외전에서 강동원을 본 순간...완전 강력한 설렘에 아직도 비몽사몽 행복한 토욜 저녁입니다^^
나두
저런 아들 하나 뒀으면...
내 제상에
감동 없는 조율이시 홍동백서 대신,
내가 좋아하는 녹두전에 곶감과 동치미 발효차
든든하게 먹고 시원하게 마시도록 해주는
이쁜 아들 하나 있다면 ..
나는
홍매화 향과
포근한 봄비로
그 녀석 마음을 촉촉히 어루만져 줄거다
엉~ 크크 또산 그래 막
엉까라 엉겨라
두고보자 엉 ^^
@동쪽매화(남준)
ㅋㅋ ~ ^^ 설마 대한민국 최고의 시인님께서
작중화자에게 태클걸고 그러시는 건 아니시것쥬~^^
전, 두고보자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질로
이쁘고 높고 귀여워 보여유~^^ ㅎㅎ
거리 위로 자욱한 안개가 존재를 각혈하고
게으른 계절은 붉고 하얀 손짓으로 나의 심장을 두드린다
열병을 부르는 너의 유혹은 어디쯤이냐….
야가 만낼 때가 가차바 징깨 쬐까니 달라지는그마 이~!.. 허시것네~!
결국은 나 좋차고 채리는 상이것제마는... ^^
아니라니까요, 순전히 아버지 생각이나서 -_-
ㅎ
좋으다....
봄이 오긴 오는군요.
저 자태
저 빛깔
저 향기
뉘라서 앞을 설까.
녹두전
아버님 넘 좋아 하셨을거여요,
^^
붉디 붉은 홍매화의 매력에 풍덩 빠져봅니다.
시인님댁 홍매화가 올해도 역시 이쁘게 피었습니다.
시인님이 무쳐주는 향긋한 봄내음 물씬 풍기는 나물.
그 나물에 밥 비벼 먹고 싶습니당~
알았습니다. 그때쯤 연락 한번 할께요 ^^
홍매화에 젖은 내 눈가에 아버님께서 좋아했든 녹두지짐 소리도 귓에에 맴도는 지금입니다 셋째 딸이였던 나를 무진장 사랑하셨는데요~^
심원재에 동매가.... 아니 홍매가 걱정되는 차가운 아침입니다~~^^
사실은 동매도...감기는 안 걸리고... 잘 계시지요..^^
감기는 아직 안 걸렸지만
작은 돌수구에 물이 얼어있는데 뜰에 핀 백매.홍매 어찌 무탈하기를 바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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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항아리 안이 궁금하다 ^^
아~ 아버지‥
녹두전 흠향에.
홍매화 흠시에.
정성어린 어린왕자 흠심 까지
우주공간 어느 한날이 흠락으로 행복했을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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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반짝이는 날들입니다.
홍매 보러 가야 하는데 .....
조금 가슴이 먹먹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