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과 박재삼
이승하
두 사람 술 실력은 막상막하
시 실력도 막상막하
하루는 잔뜩 취한 천상병을
박재삼이 재워 주게 되었지
단칸 셋방
재삼은 부인과 아이들을 한쪽 벽으로 밀치고 잠이 들었지
소나기 오는 소리에 잠을 깨보니
천상병이 방구석에다 엄청난 소변을 싸놓고
태평스럽게 잠을 자는 것이었다
박재삼은 몇 차례 이사를 했지만
부인과의 약속 때문에 천상병에게만은 집을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귀천 한 편만으로도
불멸의 시인이 된 천상병
울음이 타는 가을강 한 편만으로도
불멸의 시인이 된 박재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하늘나라에서 천상병은 박재삼의 손을 잡고
어느 술집 앞을 기웃거리고 있을까
돈이 없어 들어가지는 못하고
윤상규인가 윤후명인가
연세대 철학과 학생 윤상규는 가방 들고 미아리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가서 도강을 했다. 문학도들과 술을 마셨고, 고담준론에 고성방가에……. 졸업앨범 단체사진 촬영 자리에 따라가서 사진을 두 번 찍었다. 개인사진에는 물론 빠져 있었다. 신춘문예 당선작을 보고 두 대학 학생이 모두 놀렀더, 어, 얘가 연대생이야?
문학에 씌어 산 50년 세월 윤상규인가 윤후명인가 교수인가 화가인가 강릉사람인가 서울사람인가 정체를 밝히시오라고 묻는다면 그는 또 씨익 미소를 머금을 것이다
죽는 건 참 대단한 일임을 윤상규의 시를 읽은 이는 알겠지 사는 건 참 쓸쓸한 일임을 윤후명의 소설을 읽은 이는 알겠지 죽고 사는 게 별일이 아님을 윤후명의 그림을 본 이는 알겠지
라면에 달걀 하나 깨뜨려 넣을 수 없는 가난한 시절도 있었다. 여복이 많아 세 번의 결혼? 소설 속에서 몇 번 결혼했고 백 번 이별했다. 시와 소설과 산문을 천 편 썼다, 50년 동안에. 나이가 몇 인가. 지금고 쓰고 있는 시인, 아직도 쓰고 있는 소설가, 붓끝에 신명이 실리고 있는 화가. 아아 그가 얄밉다.
|
-시집 『인간사막』
이승하
-1984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등단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외 여럿
-평론집 『한국 불교문학의 기둥을 찾아서』 외 여럿
-시와시학상, 유심작품상, 편운문학상 등 여럿 수상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